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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내 기억속에서
작가 : Jiharu
작품등록일 : 2016.9.8

"사실 생각해보면 그래.영원히 산다는건 그리 좋지만은 아닌거같아."
그녀의 그 한마디에 손이 떨렸다.
"그래도...아직은 내 곁에 있어줘."
그녀는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
"당근! 아직 나는 떠날 생각 전혀 없는걸? 좀 더 행복하게 해줘."

매주 화,목,토요일에 찾아뵙겠습니다!

 
Write of first memory (1)
작성일 : 16-09-14 05:31     조회 : 416     추천 : 0     분량 : 5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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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팔자공원 폐놀이터 미끄럼틀 아래에 내가 이것저것 두고왔어. 찾아보고 와..."

 

  주예가 맨 처음 나에게 일러준 장소는 내가 고등학교 다닐 시절에 거주했던 자취방에서 그리 멀지않은 곳에 위치한 작은 공원의 어느 장소였다.

 

 "비라도 온건가?..."

 

  이 곳으로 오는 내내 풍경을 눈 속에 담으면서 멍해진 정신을 가다듬고 나서인지,비 냄새가 나고 걷고 있는 이 땅이 질척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찰박 찰박..."

 

  물 튀기는소리,흙 냄새,새들 우는 소리와 함께 나는 주예가 일러준 장소의 그것들을 보고 놀랐다.

 

 "꼭 봐야한다는게 이거였구나...."

 

  주예가 남긴 듯한 물건들을 발견하면서 나는 동시에 뭐랄까....기억해냈다.

 

 

 -----------------------------------------------------------------------------------

 

 

  시간으로 따지면 얼마 지나지 않은 일이다...그 날도 오늘처럼 비 냄새가 나던 날이었다.

 

 "아직 자고 있으려나...."

 

  나는 어느 때처럼 그녀가 누워있을 병실로 찾아가서 그녀의 말동무가 되어줄 생각으로 아침 일찍 방문했었다.

 

 "드르륵"

 

 "우리 주예는 아직 자나?......아?"

 

  없다. 주예가 없다 여기에....분명 아파서 이곳에 입원해 있어야할,아직 일어날 시간도 아닐 뿐더러 당연히 치료를 받아야하기 때문에 이곳에 누워있어야 할 그녀가 없다.

 

 "병실을 잘못 들어왔나?.."

 

  혹시나 해서 병실 문에 달린 병실 주인의 이름을 봤다. '차주예' 라고 써있다.

 

 "뭐지?....얘 어디갔어?"

 

  당황스러웠다. 있어야 할 곳에 그녀가 없었다. 퇴원 했을리는 없고.....오늘은 수술 날짜가 잡혀있지도 않았다.

 

 "혹시 입원 환자중에 차주예라는 사람 퇴원 했는지 확인좀 해볼 수 있을까요?"

 

  안내 데스크쪽으로 달려가서 나는 안내양에게 물었다.

 

 "아니요....차주예 환자는 아직 퇴원수속을 밟지 않으셨는데요?"

 

  혹시나하는 마음에 가서 물어본거지만 당연히 주예는 퇴원하지 않았다. 그럼 어디 외출한거겠지....

 

 "아...주예야 어디 간거야?....."

 

  나한테 아무 얘기도 없이,이유 없이 어디론가 사라질 그녀가 아니었다. 분명 급한 용무라고 생각하고,금방 돌아올 거라고 생각하고 나는 그녀의 병실에 들어가 앉았다.

 

  반나절을 그녀의 병실에 앉아서 그녀를 기다렸지만 그녀는 좀처럼 돌아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슬슬 위험한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너무 고통스러워서 그만 자리를 떠버린게 아닐까? 외국인의 장기매매를 위한 납치? 어딘가 잠깐 외출했다가 사고라도 당한건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나는 불안에 떨기 시작했을 때 쯤이었다.

 

 "드르륵..."

 

  병실의 문이 열리고 나는 그쪽에 시선을 두었다.

 

 ".....?! 차주예!"

 

  그녀가 병실에 돌아왔다. 옷을 잔뜩 더럽혀서 흙이 여기저기 묻은 채로 돌아왔다.

 

 "에헤헤.....기다렸지? 잠깐 어디좀 다녀오느라...."

 

  그녀는 해맑게 웃으며 얘기했다.

 

 "그냥 여기저기 다녀왔어. 보고싶은게 너무 많아서 시간 가는줄 몰라서 늦어버렸다~"

 

  안심부터 했다. 다행히 그녀는 내가 생각했던 것만큼 위험한 상황에 놓였었거나 한 것같지는 않았다. 하지만 흙투성이로 병실에 들어온 그녀의 모습은 이전 보다도 훨씬 힘들어보였다. 그녀는 웃고있었지만 알 수 없는 어두운 그림자가 그녀를 감싸고 있었다.

 

 "너....! 내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화를 내려고했다. 나에게 한마디도 없이 사라졌다가 반나절만에 나타난 그녀가 정말 괘씸했다. 하지만 주예도 무슨 생각이 있어서,일이 있어서라고 생각하고 참았다.

 

 "그래서....어디 다녀왔는데?"

 

  화를 내기보다는 그녀가 반나절동안 연락도 없이 뭘 보고왔는지,어디서 뭘 했는지 물어주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고 나는 질문했다.

 

 "비~밀! 나중에 때가 되면 꼭 알려줄게. 그때는 그곳에 가서 내가 준비한 것들 꼭 봐줘야 돼?"

 

  그녀는 그렇게 얘기했다. 당장 궁금해도 그녀가 하는 말이니 들어주자고 생각하고 더는 묻지않고 그렇게 그 하루가 지나갔었다.

 

 

 -----------------------------------------------------------------------------------

 

  물건과 함께 그날의 기억을 되찾고 회상을 마쳤다.

 

  미끄럼틀 아래에는 편지 한장과 그녀와 함께 찍었던 사진들이 들어있었다.

 

 "참.....이런 걸 하려고 그때 그렇게 사라진 거였어?..."

 

  그녀는 이걸 위해서 그날 나를 걱정시킨거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괘씸한 자식....어서 기억속에 들어가서 주예를 꾸짖고 싶었다.

 

 "너 때문에 나까지 감수성이 터져버리려고 하잖아..."

 

  나는 그녀와 대화하듯이 그렇게 혼잣말을 하고는 편지와 사진들을 챙겨서 일단은 집으로 돌아갔다.

 

 "자....그래서 결국 이 편지와 사진은 뭘까나?"

 

  일단 편지를 뜯어보았다.

 

  편지의 내용은 이랬다.

 

 "이 장소 기억해? 내가 맨 처음 너와 만나고,얘기를 나누고,거닐었던 장소....아무것도 아닐 수 있지만 나에게는 무엇보다 소중했던 기억중 하나였어. 니가 이걸 보고있다는건 나는 아마도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길을 걸어버렸거나,그 길 바로 앞에 서있겠지? 나름 재미있었던 삶이었어! 이거 니가 안볼 수 있게....나 더 이상 안아프도록 노력 하겠지만 그래도 니가 이걸 보게된다면 내가 남긴 다른 흔적들도 꼭 찾아줘...너와 내가 함께 했던 많은 장소에 많은 흔적들 내가 두고 갈게.부탁이야,나 꼭 기억해줘....네 기억속에서 언제나 숨쉴 수 있게..."

 

  울컥했다. 그녀는 그렇게 이미 나와 작별할 준비를 하고있었구나.....하고...글솜씨없는 주예였지만 이 글만큼은 내게 충분히 마음을 전달하는데 있어서 확실했다. 그렇게 생각하다가 또 나는 내가 원망스러워졌다. 그녀는 이렇게 흔적을 남겼는데 나는 그녀와 함께 했던 장소들을 하나도 기억해내지 못하고 있었다. 흔적을 찾아주지 못하고있었다.

 

 "이럴 때가 아니지.....하루라도 빨리 기억을 찾아서 주예를 기억해야해..."

 

  사명감을 띄웠다. 그녀와 마지막을 함께 해주지 못한 것에 대한 나의 죄책감.

 

  그녀의 마지막 부탁을 들어주고 싶은 간절함.

 

 "기다려.....장소와 함께,기억과 함께....너랑 했던 약속대로 돌아갈게."

 

  나는 기억속으로 돌아가기 위해 한껏 주예를 더욱 생각해가면서 눈을 감고 잠을.....아니 기억을 꾸기 시작했다.

 

 

 -----------------------------------------------------------------------------------

 

 

  습한 기운....비 냄새....집앞 공원의 분위기가 느껴졌다. 나는 슬그머니 감겨있는 눈을 떴다.

 

 "아......."

 

  땅바닥이 질퍽했다. 공원의 흙은 생각보다 물을 많이 먹은것이,비가 많이 내렸나보다.

 

 "건강이 안좋대서 운동좀 해보려니까 이렇게 날씨가 엉망이어서야....."

 

  얼마 전에 받았던 건강검진에서 비만도가 높다고했다. 하루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서 타자기나 눌러대며 글을 쓰는 사람인지라 나도 어쩔 수 없이 앉아서 만사를 해결하고....그러다보니 살이 쪄버린 것 같았다. 그래서 운동좀 하려고 나왔더니 공원이 이 모양인 것이다.

 

 "에취....!"

 

  사람의 재채기 소리다.

 

 "아....저기요...."

 

  왠 여리여리한 품격 있어보이는 여성이 벤치에 앉아서 덜덜 떨면서 내게 말을 건냈다.

 

 "네?....네!"

 

  뭔가 엄청나게 품격있게 드레스를 입고있는 그녀는 하고 있는 모습과 상반되게 너무나도 초라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제가 지금 핸드폰이 고장나서 그런데 전화 한통만 빌릴 수 있을까요?"

 

 첫 인상은....그래,족보 있는 비싼 고양이가 비에 쫄딱 젖어서 우스꽝스러운 얼굴을 하고있다는 느낌이었다.

 

 "아 네 물론이죠! 여기 있습니다."

 

  나도 모르게 강제적으로 그녀의 청을 받아들였다. 아....강제적으로는 아닌가? 엄청난 기세로 불쌍해 보이는 그녀는 꼭 도와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으니 이것은 나도 모르게 자의적으로....아무튼 핸드폰을 건넸다.

 

 "음.....안받네...어쩌지..."

 

 그녀는 어디론가 전화를 계속 걸었지만 상대쪽은 전화를 안받는 모양이었다. 이제 보니 비에 젖어서 그녀는 정말 추워보였다.

 

 "혹시 괜찮으시면 제가 지금 이 주변에서 거주하고있는데 저희 집이라도 들으셔서 잠시 옷이라도 말리시는게...."

 

  추워보인다는 생각이 들자 나도 모르게 또 도움을 주자고 생각해버렸다.

 

 "네?....."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확실히 나라도 이런 모습을 하고 낯선 남자의 집까지 쫓아가는 것은 무리가 있을 수 있겠다.

 

 "아! 죄송해요. 그냥 도움을 드리고 싶다는 생각에 말씀 드려본건데 혹시 당황 하셨거나 곤란하시면 따라오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별다른 도움 드릴건 없을까요?"

 

 아....나 정말 착한 사람같다.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그때 그녀가 얘기했다.

 

 "아 네 아니에요. 도움 주신다니 감사하네요! 댁이 어디죠? 빨리 가요 너무 추워요."

 

  이것도 뜻밖의 대답이고 반응이다. 이렇게나 겁없이 낯선 남자 집에 따라간다니....뭐....나같이 생긴것이 뭘 할 수 있으랴...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겠다.

 

 "예 그럼 따라오시죠. 바로 요 앞입니다."

 

  나는 그녀를 데리고 내가 거주하고 있는 자취방으로 향했다. 방금까지만 해도 이런저런 얘기가 빠른 속도로 오간터라 지루할 틈이 없었지만 내 자취방으로 향하는 길엔 마땅히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나저나 어쩌다가 이런 곳에서 비를 쫄딱 맞고 계신거래요?"

 

  가는길이 어색하니 뭐라도 말해야겠다는 생각에 궁금했던 점이나 물었다.

 

 "......"

 

  그녀는 말이 없었다. 또 당황한 듯한 얼굴이다. 뭔가 엄청난 사정이라도 있는건가?

 

 "아...! 말씀하기 곤란하시면 말씀 안하셔도 괜찮아요."

 

  자꾸 나는 그녀를 당황시킨다.

 

 "풉...헤헤헤"

 

 "아니에요. 별거 아닌 이유라서....부끄러워서요."

 

  갑자기 그녀는 웃음을 터뜨리더니 흔쾌히 내 질문에 대답해 주었다.

 

 "사실은 이 근처의 웨딩홀에서 제 친구가 이번에 결혼을 하게 됐는데요,제 친구들이 전부 남자친구가 있거나 결혼을 하고 있는 실정인데 저만 혼자인게 갑자기 초라하게 느껴지는 바람에 멍하니 식장에서 빠져나와 걷다보니 이런 꼴이 되버렸네요.....여기가 어딘지도 모르겠어요 헤헤..."

 

  정말 부끄러울만 한 내용이다. 내 질문에 당황하고 부끄러워 할만 한 것같기도 하고....

 

 "아....그래서 결국엔 솔로인게 울적해져서 도망나왔구나? 하하하하하!"

 

  실수다...생각만 한다는 것을 방심하고 있다가 입밖으로 내뱉어버렸다. 그녀는 잔뜩 부끄러운 얼굴을 하고는 갑자기 눈물을 뚝뚝 떨어트렸다.

 

 "흑.....네...솔로인게 울적해져서 도망나왔어요..."

 

  그녀의 표정이 그냥 망가진 정도가 아니라,거의 썩어들어갔다. 세상 근심은 본인이 다 가진 듯한 얼굴로 그렇게 말을 하니,미안한 마음이 엄청나게 심해졌다.

 

 "아....죄송해요 제가 말실수를...."

 

  순식간에 그녀와 다시 어색해져버렸다. 뭔가 얘기가 잘 되는가 싶더니....결국에는 이런 분위기를 질질 끌고 결국 내 자취방까지 왔다.

 

 "여기가 제 자취방입니다."

 

 "......."

 

  많이 울적해졌는지 그녀는 대답이 없었다. 오늘 처음 만난 초면의 상대치고는 그래도 많이 친근해진 느낌이라 말을 좀 걸어보려고했는데 이건 뭐....건들면 터져버릴 것같은 폭탄마냥 있으니....그저 방 안에 데리고 들어가 수건과,내가 입는 큰 티셔츠와 바지정도를 주고 나는 밖으로 나와 담배를 한 개비 태웠다.

 

 "후.....나 뭐하는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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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화에 계속됩니다.

 

 첫 연재날부터 지각이라니......설마 올려놓고 나갔다고 생각한 글이 저장이 안됐을줄은 몰랐네요....다음부턴 정말 늦지 않겠습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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