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이라고 해도 좋을 적 좀비를 피해가며 우성과 팀원들이 어둠속에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들의 목적은 안전구역이며 그 안에 있을 자신들의 장비를 확보해 무사히 빠져 나오는 것.
“정지!”
안전구역이 보이는 곳에 도착한 우성이 모두를 멈추게 했다.
“전보다 확실히 경계가 삼엄해졌군.”
“그래 보이네요.”
“단순히 우리의 공격을 예상한 경계는 아닌 것 같다.”
“저들도 달라진 좀비들의 행동 패턴을 확인했겠죠.”
“흐음…….”
“이대로 진입하시겠습니까?”
마음 같아선 좀비들을 몰고 와 함께 공격하고 싶은 생각이다.
하지만 저 안에 있을 생존자들을 생각하면 절대 그럴 수가 없었다.
“이대로 은밀하게 침투해 필요한 것만 확보해 나오는 건 어렵겠지?”
“모릅니다. 내부의 상황을 전혀 알지 못하니 쉽게 결정하기가 어렵습니다.”
“지금 거점에 남아 있는 식량으로 우리가 버틸 수 있는 예상 시간은?”
“아끼면 삼일 정도는 가능합니다.”
“미치겠군.”
하지만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다.
“모두 잠시 이곳에서 대기해.”
“어쩌시려고요?”
“들어갈 수 있는 다른 곳이 있는지 확인하고 오겠다.”
“함께 가겠습니다.”
철민은 우성을 홀로 보내고 싶지 않았다.
무엇보다 그동안의 임무를 떠올려보면 이런 일은 팀장인 우성이 아닌 팀원들이 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지금까지의 모든 임무에 대해서는 잊어라. 상황이 그때와 완전히 달라.”
“하지만…….”
더 이상의 설명은 없었다.
우성은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았고 결국 철민과 다른 팀원들을 남기로 홀로 안전구역으로 가까이 다가갔다.
“갑자기 좀비들이 왜 이리 빨라졌지?”
“그러게 말이야. 그래도 울타리를 쉽게 넘어오지 못하는 게 다행이지.”
“난 당장이라도 놈들이 넘어 올 것 같아서 두렵다.”
“와우!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경계에 투입 된 병사들의 대화에는 무료함이 가득 담겨 있었다.
좀비가 처음 나타났을 당시야 모두가 긴장하고 사태의 심각성을 크게 걱정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사태가 이처럼 길게 지속 될 거란 생각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렇기에 시간이 지날수록 인간은 상황에 적응하게 될 뿐이다.
‘한심한 모습들이군.’
무료해 보이는 모습으로 대충 시간만 때우는 병사들의 행동을 비난하려는 건 아니다.
하지만 상황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 너무나 한심했다.
이런 모습은 한곳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
군청 건물을 중심으로 둥글게 울타리가 만들어져 있고 원래부터 있던 담벼락도 있다.
상대적으로 개방된 입구 부근에 병력이 집중 된 건 당연한 발상일지 모른다.
‘좀비들이 담벼락을 넘어오지 못한다고 확신하는 모양이군.’
그렇기에 경계병들의 배치는 입구에 비해 다른 곳은 매우 적었다.
그리고 그 적게 배치되어 있는 경계병들조차 나태해져 있었다.
“수고하셨습니다.”
몸을 숨기고 있던 팀원들이 돌아 온 우성을 보며 고개를 숙였다.
“상황은 어떻습니까?”
“엉망이다.”
“예?”
“시간이 너무 지났고 좀비들의 공격이 초반보다 활발하지 못한 모양이야.”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모르지. 하지만 내가 본 저들의 모습은 패잔병들이나 다름이 없었어.”
“그럼 지금 진입할까요?”
“아니, 오늘은 저들의 교대 시간을 파악하는 것으로 만족하고 내일 다시 온다.”
“알겠습니다.”
“지금부터 내가 알려주는 곳으로 이동해 저들의 모든 움직임을 파악해라.”
“예.”
우성은 자신이 둘러 본 곳을 중심으로 팀원들이 안전하게 몸을 숨길 수 있는 곳을 결정했다.
그리고 그의 지시를 받은 팀원들은 조용하고 은밀하게 각자의 위치에 자리 잡고 경계병들의 모든 행동을 아침까지 파악했다.
아침이 되어 더 이상 몸을 숨기는 게 쉽지 않다고 판단한 우성은 팀원들과 함께 마트로 복귀했다.
“특이점은?”
“외부 좀비들의 공격은 없었습니다.”
“다행이군. 여자는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나?”
“아닙니다. 팀장님이 돌아오시기 한 시간 전쯤 정신을 차렸습니다.”
“그래?”
“예. 현재는 준호가 그녀와 대화를 나누고 있습니다.”
“알겠다. 오늘 밤 습격을 위해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해.”
“예.”
우성은 팀원들이 쉬러 가는 것을 확인한 후 여자와 준호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곳에 도착해 우성이 본 건 겁에 질려 있는 여자의 모습과 그녀와 대화를 시도하고 있는 차준호.
“뭔가 좀 진행된 게 있나?”
“오셨습니까! 아쉽지만 아직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 가서 좀 쉬도록 해. 내가 이곳을 지키고 있겠다. 소진이도 쉬어.”
“예.”
두 사람이 돌아간 것을 확인한 우성이 손에 쥐고 있던 정글도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이름!”
“…….”
“말을 할 줄 모르나?”
“…….”
여전히 두려움이 가득한 시선으로 자신의 모습을 힐끔거리는 여자의 모습을 보며 우성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계속 입을 닫고 있는 게 좋은 건 아니다. 이대로 널 죽일 수도 있어.”
“…….”
협박도 해보았고 설득도 해봤다.
하지만 여전히 여자는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고 여전히 겁에 질려 있을 뿐이다.
한참을 여자와 함께 있던 우성은 결국 그녀와의 대화를 포기하고 대원들이 쉬고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성과가 있었습니까?”
“아니,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아. 말을 완전히 잃어버린 게 아닐까 싶을 정도의 모습을 보인다.”
“흐음……. 그럼 밖에서 좀비를 한 마리 사냥해 오는 건 어떻겠습니까?”
“좀비를?”
“예. 여자가 좀비에게 반응을 보였다고 하니 뭔가 변화가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좀비를 이 안으로 들이는 건 결코 좋은 판단이 아닐 텐데?”
“한 마리 정도라면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겁니다.”
“끄응…….”
나쁜 생각은 아니다.
인간이 아닌 좀비에게 특별한 반응을 보이는 여자의 행동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성은 좀비를 마트 내부로 들이는 것에 큰 거부감을 느꼈다.
“일단 조금 더 지켜보자. 그리고 여자에게 식량을 줘봐.”
“알겠습니다.”
하루 종일 아무것도 먹지 않고 웅크린 채 팀원들의 움직임 하나하나에 움찔거리는 여자.
두려움이 가득한 시선을 보면 잔뜩 겁을 먹고 있는 건 확실해 보였다.
“여전한가?”
“예. 음식에는 전혀 손을 대지 않습니다.”
“물은?”
“물도 마시지 않고 있는 중입니다.”
“그 외에 변화는 없었고?”
“가끔 고개를 돌려 어딘가를 응시하는 것 같은 모습을 보이긴 했습니다.”
“응?”
먹을 것에도 반응하지 않는 여자가 고개를 들어 어딘지 모를 곳을 응시한다.
“그녀가 바라보는 곳이 한 곳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