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층은 생각보다 복잡한 구조로 이루어져 있었다.
“뭐가 이리 복잡해?”
입구를 제외하고는 한명이 간신히 지나갈 수 있을 정도의 좁은 통로.
그리고 그 통로를 따라 들어가면 두 명이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좁은 방들이 무수히 많았다.
“진짜 여기 감옥 아닐까요?”
“시끄러. 떠들지 말고 주변 경계나 잘해.”
“이거 경계를 하고말고. 의미가 있습니까?”
워낙 통로가 좁았기에 딱히 주변을 경계할 필요성이 없다.
그저 통로보다 넓지만 마찬가지로 좁은 방의 내부를 확인하는 것도 짜증이 날 정도다.
“문제는 지하에 뭔가 있을 것 같으면서도 내려가는 곳이 없어.”
“그것도 그렇지만 이 좁은 방들이 왜 필요한지도 의문입니다.”
“맞습니다. 지나치게 깨끗해요.”
모든 방을 수색하는데 걸린 시간은 고작 30분.
하지만 많은 방과 통로 어디에도 아래로 내려가는 곳은 보이지 않았다.
“이 정도면 차라리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좀비가 나타났었고 연구소의 모든 사람들이 놈들에게 사냥을 당했다.
하지만 어디에도 싸움의 흔적이나 핏자국이 남아 있지 않다.
우성은 팀원들의 말처럼 진짜 이곳에 대한 정보가 잘못되었던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우선 울타리에 부비트랩 설치하고 외부 경계구역 설정해.”
“알겠습니다.”
팀원들이 밖으로 나간 후 우성은 홀로 다시 한 번 건물 내부를 수색하기 시작했다.
통로를 따라 이동하며 처음부터 모든 방을 다시 확인했으나 역시 지하로 연결되는 곳은 발견하지 못했다.
“진짜 이게 전부라고?”
좀비 발생에 대한 중요한 단서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예상은 완전히 물거품이 되었다.
오히려 진짜 이곳에서 최초의 좀비가 나타났었는지도 의심이 들 정도로 깨끗하다.
“옥상에 저격수 배치하고 울타리에 부비트랩 설치 완료 했습니다.”
“고생했다. 경계인원 나누고 이곳에서 며칠 대기한다.”
“예.”
장갑차에서 최소한의 물품을 꺼내 연구소 내부로 옮긴 후 대기가 시작 되었다.
경계에 투입되는 인원을 제외한 나머지 팀원들은 여전히 다른 곳으로 통하는 곳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다.
그렇게 무의미한 하루가 지났으나 역시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었다.
“팀장님. 계속 이곳에서 대기하는 건 의미가 없다고 생각됩니다.”
결국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린 철민이 대표로 우성을 찾아왔다.
“흐음……. 철민아.”
“예?”
“이상하지 않냐?”
“뭐가요?”
“너무 조용해.”
“그거야 아무것도 없으니까 조용한 게 당연하죠.”
“아니. 모든 것이 정상인데 주변이 너무 조용해.”
대한민국 산에 들짐승이 많지는 않다.
하지만 연구소가 위치한 이곳처럼 외진 곳이라면 적어도 고라니나 멧돼지 정도는 돌아다녀야 한다.
하지만 하루 동안 경계를 서며 목격된 들짐승들은 단 한 마리도 없었다.
“너무 깊게 생각하시는 거 아닙니까?”
“그럴까?”
“예. 상황이 워낙 심각하니 괜한 걱정을 하시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흐음…….”
철민의 말도 틀린 것은 아니다.
워낙 끔찍한 상황이 발생했기에 필요 이상의 걱정을 하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숱한 임무를 수행했던 경험을 떠올려보면 확실히 지금 이곳은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생각해보자. 만약 이곳에서 좀비가 나타났었다면 어떤 상황이 펼쳐졌을까?”
“지옥이었겠죠.”
“맞아. 의도적으로 시설을 숨겼다고 해도 지금 이곳은 지나치게 깨끗하고 멀쩡해.”
“그래서요?”
“이곳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도망치지 않았겠습니까?”
“그럼 흔적은?”
“그거야……. 시간이 많이 지났으니 비도 왔을 테고 또…….”
대답을 하던 철민의 목소리가 점점 작아지더니 결국 끝을 맺지 못했다.
“만약 누군가 의도적으로 놈들이 밖으로 나가는 것을 막았다면?”
“가능성은 충분하지만 그래도 너무 깨끗하지 않습니까?”
“처음부터 이곳에서 지내는 사람들이 없었다면?”
“예?”
1층은 말 그대로 아무런 의미가 없는 공간일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처음부터 연구소는 지하에 위치했고 무의미한 곳이기에 상주하는 사람들이 필요가 없었다.
그렇다면 좀비들이 나타났어도 지상이 아닌 지하였을 가능성이 컸다.
“하지만 지금까지 지하로 연결되는 통로는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의도적으로 숨겼다면 발견하지 못한 게 맞겠지.”
“예?”
“그냥 말이 그렇다는 거야.”
“전 또 뭔가를 발견하셨나 했죠.”
“조금 더 둘러볼 테니 쉬도록 해.”
“알겠습니다.”
팀원 전체가 모일 수 있을 만큼의 공간이 확보된 곳은 입구가 전부였다.
그렇기에 팀원들은 입구에 모여 있는 중이다.
“좁은 통로와 무의미해 보이는 좁은 방. 대체 왜 이런 것들을 만들었는지 모르겠군.”
벌써 열 번이 넘게 통로를 따라 이동했고 모든 방을 살폈다.
그럼에도 특별해 보이는 것은 전혀 발견할 수 없었기에 슬슬 조바심이 들기 시작했다.
“팀장님. 경계를 서던 정주가 들짐승 무리를 발견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예?”
“짐승들이 어떻게 움직였는지 파악했나?”
“예. 잠시 모습을 드러냈다 싶더니 곧장 사라졌다고 합니다.”
“흐음…….”
인간보다 훨씬 본능에 민감한 것이 짐승이다.
더구나 인간의 손을 타지 않는 들짐승들이라면 위험에 대한 경계가 매우 뛰어나다.
“아무래도 장갑차를 발견하고 겁을 먹은 게 아닐까 합니다.”
“그럴 수도 있겠지. 다른 것들이 나타날 수 있으니 더욱 긴장하라고 해.”
“알겠습니다.”
건물 내부에서 아무것도 찾을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린 우성이 밖으로 나왔다.
밖으로 나온 우성은 울타리를 따라 걸으며 팀원들이 설치해 놓은 부비트랩을 점검했다.
태범 팀에 소속되어 있는 모든 이들은 매우 특별하고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다.
당장 다른 부대로 가더라도 충분히 자신처럼 하나의 팀을 이끌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난 인물들.
그런 이들이 제법 긴 시간을 허비하며 수색을 했음에도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다는 건 애초에 아무것도 없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옥상에 올라가 경계를 서는 팀원들과 가벼운 대화를 나눈 우성이 다시 건물 내부로 들어섰다.
“응?”
그리고 입구에 들어선 우성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느낌에 고개를 갸웃했다.
“왜 그러십니까?”
입구에서 멈춰 고개를 갸웃하는 우성을 발견한 오진아 대위가 물었다.
“아무것도 아니다.”
“에이. 갑자기 이상한 행동을 하셔서 긴장했습니다.”
“그랬냐? 미안하다.”
확실하지 않기에 아직 팀원들에게 말할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우성은 다시 자리에 앉은 오진아 대위를 지나쳐 통로로 들어서며 생각했다.
‘문의 위치가 원래 이랬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