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통로와 좁은 방안의 상황으로 인해 특별하게 생각하지 못했었다.
통로를 따라 쭉 이어진 문의 위치.
일정한 간격을 두고 만들어져 있었기에 그냥 그렇다고만 생각하고 넘겼었다.
하지만 다시 건물 내부로 들어선 우성은 한쪽의 문 위치가 묘하게 신경을 자극하는 것을 느꼈다.
“간격이 서로 다른가?”
대충 보면 일정해 보이는 문의 간격이 다르다.
모든 곳이 그런 게 아니라 유독 한곳만 간격이 달랐는데 그 역시 집중하지 않으면 쉽게 알아챌 수 없었을 것 같았다.
“왜 그러십니까?”
뒤늦게 통로를 서성이는 우성을 발견한 철민이 다가왔다.
“여기 이 문. 다른 곳들과 간격이 조금 달라 보이지 않냐?”
“간격이요?”
“그래. 시작점에서 끝까지 모든 문의 가격이 일정한데 이곳만 살짝 간격이 다른 것 같아.”
“잠시 만요.”
우성의 말에 철민이 다시 입구 쪽으로 자리를 옮긴 후 몸을 돌렸다.
“음……. 그런가? 아닌 것 같은데?”
“어때?”
“직접 간격을 재봐야 정확히 알 것 같습니다.”
“끄응……. 수고스럽더라도 좀 부탁한다.”
“알겠습니다.”
통로를 따라 모든 문의 간격을 측정한 철민은 실제로 우성이 말했던 곳만 조금 다르다는 것을 알아챘다.
“진짜 다른데요?”
“역시 그랬던 건가?”
“예?”
“어지간한 사람이라면 절대 눈치 채지 못했을 거야.”
“그렇겠죠. 저희도 팀장님이 말씀하시기 전까지 상상도 하지 못했으니까요.”
“그럼 이제 남은 건 왜 이 문만 간격이 다른지를 알아내면 되는 거지?”
“시작하겠습니다.”
숨겨진 것을 파악하고 조사하는 것은 팀원들 중 최준영 상사가 전문가라고 할 수 있다.
준영은 간격이 다른 문과 연결 된 방을 조사하며 스스로의 안일함에 크게 반성해야 했다.
“제길……. 이런 단순한 것도 알아채지 못했었다니…….”
교묘하게 숨겨져 있었기에 쉽게 발견하지 못했을 뿐이다.
하지만 적어도 그 분야에 전문가라고 떠들 정도라면 이미 발견했어야 한다.
“숨겨진 문이 있습니다.”
“역시 그런가?”
다른 곳과 차이나는 간격에 숨겨져 있는 문.
당연히 지하로 연결되는 문이 확실했고 굳게 잠겨 있었다.
“열수 있겠어?”
“시간이 조금 필요하겠지만 가능할 것 같습니다.”
“영진이랑 소진이가 옆에 대기해.”
“알겠습니다.”
잠겨 있는 문을 열었을 때 그 안에 무엇이 있을지 모른다.
그렇기에 언제라도 사격이 가능한 상태로 정영진 중위와 최소진 중사가 대기를 시작했다.
그리고 한 시간 정도가 지난 후 드디어 준영은 잠겨 있는 문을 여는데 성공했다.
“열까요?”
“잠시만 기다려.”
위험하다.
그리고 그 위험은 문 뒤에 있을지도 모른 좀비에 대한 걱정이다.
통로가 좁았기에 모든 대원이 위험에 대비할 수는 없는 상황이었기에 우성이 앞으로 나섰다.
“상훈이랑 홍수는 입구 지켜.”
“예.”
“나머지는 문이 열리면 곧장 뛰어든다.”
“알겠습니다.”
언제라도 발포가 가능한 상태로 총을 든 상태로 우성이 조심스럽게 문을 밀었다.
드르르르륵.
좁은 공간으로 인해 문이 완전히 열렸음에도 겨우 한명만 진입할 수 있는 공간이 드러났다.
“크흡!”
열린 문을 통해 갑자기 흘러나온 비릿한 피 냄새.
“끔찍하군.”
이보다 더한 상황을 숱하게 겪었던 대원들조차 순간 코를 막고 고개를 돌릴 정도로 끔찍한 피 냄새.
“후우……. 서로의 간격은 1m를 유지해라.”
“알겠습니다.”
우성은 조심스럽게 내부로 진입을 시작했다.
그 뒤로 1m간격을 유지한 채 팀원들이 따르기 시작했다.
계단을 따라 이동하는 시간은 제법 길었다.
지하 1층에 대한 평균적인 계단의 숫자와 시간을 생각했을 때 이들이 내려선 곳은 약 3층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었다.
끼이이익!
우성은 계단 끝에서 마주한 문을 조심스럽게 열었다.
“윽!”
밝은 빛과 함께 다시 한 번 끔찍한 피 냄새가 흘러 나왔다.
그으으으. 그륵. 그륵.
그리고 좀비들이 내뱉는 끔찍한 소리.
처처처척!
다른 곳과 달리 넓은 내부를 발견한 팀원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뛰어 들어와 각자 자리를 잡았다.
이때부터 일절 대화는 없었고 오직 수신호로만 서로의 의견을 전달했다.
그렇게 넓은 내부를 조심스럽게 수색하던 팀원들은 안쪽에 갇혀 있는 좀비들을 마주할 수 있었다.
“하아. 대체 누가 놈들을 이곳에 가뒀을까?”
복장이 다양하다.
사설 경비업체 직원으로 추정되는 복장을 한 좀비와 연구원이었다는 것을 증명하는 흰색 가운을 입고 있는 좀비들.
피가 범벅이 되어 끔찍한 모습이었지만 그들이 누구였는지를 파악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여기 연구소에 마지막으로 상주했던 인원이 총 몇 명이라고 했었지?”
“열 다섯 명이라고 확인했습니다.”
“그럼 두 명이 부족한가?”
“그렇습니다.”
“찾아라. 다른 두 놈이 이곳 어딘가에 숨어 있을 거야.”
“예.”
오랜 시간을 함께 하면 좋은 게 있다.
따로 자잘한 명령을 하지 않아도 알아서 각자 무엇을 해야 하는지 결정된다.
우성의 명령이 내려지기 무섭게 최준영 상사와 최소진 중사는 좀비들이 갇혀 있는 문 앞에 대기했다.
그리고 나머지 팀원들은 각자의 생각에 맞춰 내부 수색을 시작했다.
“팀장님. 발견했습니다.”
잠시 후 철민의 목소리에 수색을 마친 팀원들이 모여들었다.
“뭐지?”
유리벽으로 내부가 훤히 보이는 곳 안쪽 철제 테이블 위에 좀비 한 마리가 누워 있었다.
그리고 다량의 피가 흡수되어 더 이상 흰색이라고 할 수 없는 가운을 입고 있는 이가 놈을 바라보고 있었다.
“사살할까요?”
“아니. 기다려.”
좀비에게 집중하고 있는지 붉은 가운을 입고 있는 사람은 아직 밖에 있는 태범 팀을 발견하지 못했다.
똑똑똑.
우성이 유리벽을 두드렸다.
그러자 소리를 들은 사내가 황급히 고개를 돌리며 당황하는 표정이 되었다.
“여기 연구원이십니까?”
“누구십니까? 여기 어떻게 들어왔어요?”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닙니다. 뭐하고 계시는 겁니까?”
정상적인 대화가 가능하기에 좀비는 아니라고 확신했다.
그럼에도 우성은 문을 열지 않았고 다른 대원들의 총구는 사내를 향하고 있는 중이었다.
“미쳤습니까? 여기가 어디라고 함부로 들어와요?”
“여기서 뭐하고 계신지 말씀하지 않으시면 사살하겠습니다.”
“뭐요?”
“여기서 뭐하고 있는 겁니까? 또 어떻게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던 겁니까?”
좀비가 나타난 지 약 6개월이 흘렀다.
아무리 많은 식량을 비축했어도 이곳에서 버티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리고 잠겨 있지만 분명 언제라도 목숨을 빼앗을 좀비들이 무려 열세마리나 모여 있다.
“알겠습니다. 알겠어요. 설명하겠습니다. 그러니 제발 그 총 좀 치워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