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던 성난 늑대는 지금 토템의 한계를 느끼고 울분을 토해냈다.
“그렇게 힘들게 얻었는데도…. 길고 긴 세월 동안 고생해서 얻은 힘조차도 한계가 있다는 건가…. 그러면 대체 그동안 흘려보낸 시간은 전부 뭐지?!”
성난 늑대는 피가 흘러나올 정도로 입술을 꽉 깨물었다.
“내 수호신이 인간의 형상만 갖출 수 있더라면! 인간처럼 권법과 무예를 펼칠 수만 있다면 그 수많은 드론들도 쉽게 박살 낼 수 있었을 것이고, 저 재수 없는 자식도 쓰러트릴 수 있을 텐데!! 이런 빌어먹을!”
성난 늑대가 자신의 이름 그대로 크게 울부짖자, 늑대 토템이 붉은빛에 휘감기며 큰 변화가 일어났다. 골격이 길게 뻗어 나가고 뒷다리가 길어지면서 인간처럼 두 발로 지면을 밟게 되었다. 동시에 앞발 부분이 인간의 팔로 변형하면서 다부진 근육이 더 늘었고, 가슴이 떡 벌어지면서 늑대 머리 부분이 흉부 중앙으로 옮겨졌다. 마지막으로 늑대 머리 가죽을 뒤집어쓴 것 같은 인간 남성의 얼굴이 튀어나오며, 인간과 늑대를 뒤섞어놓은 형태로 변형했다.
갑작스러운 변화에 송토낙스와 앉은 황소. 그리고 큰 부리 독수리는 크게 놀랐다. 성난 늑대 역시 오른쪽 눈의 통증이 사라지면서 온몸에 힘이 넘쳐흐르는 것에 놀랐다.
“전보다 더 강한 힘이 넘쳐 흐르고 있어. 이 변화는 대체 뭐지?”
송토낙스는 성난 늑대의 변화를 보고 청년이 고통을 힘으로 바꾼 것이라고 믿었다. 동시에 인간형으로 변형한 토템은 성난 늑대의 움직임을 따라 하면서, 수많은 무인 조종 워커 무리를 킥 한 번에 금속 파편으로 만들어버렸다. 뒤이어 착지와 동시에 주먹으로 바닥을 내리찍자, 붉은 늑대 모양의 기운이 벽과 천장을 타고 쭉 뻗어 나갔다.
그리고 천장과 벽마다 설치된 보안 장비들이 전부 다 박살 나 가루처럼 흩뿌려졌다.
“대단하군. 역시 혼을 담는 그릇의 형태가 바뀌니, 진짜 육체처럼 사용할 수 있게 된 건가? 우리가 워커를 다루는 것처럼….”
송토낙스가 감탄하면서 한마디 던지는 것과 동시에, 성난 늑대의 토템은 늑대가 적의 목덜미를 물어뜯는 것 같은 움직임으로 빠르게 길을 뚫고 나갔다. 그 모습에 큰 부리 독수리는 자신에게도 저런 힘을 갖고 싶다는 욕망에 이를 악물었다. 그리고 자신이 송토낙스나 앉은 황소 같은 안드로이드 전사도 아니고, 성난 늑대 같은 비스티어리 캐년의 원주민도 아니라는 것에 울분을 품었다.
‘내게도 저런 힘이 있다면….’
그녀는 상처투성이인 성난 늑대의 등을 보며, 주먹을 꽉 쥐었다. 하지만 한편으로 송토낙스는 더 강한 힘을 얻은 성난 늑대를 보고 걱정부터 들었다.
“그릇에 갑자기 물을 한 번에 부으면 넘쳐버릴지도 모를 텐데. 괜찮은 건가 성난 늑대.”
송토낙스는 고개를 내저으며 중얼거렸지만, 이내 별 의미 없는 걱정이라 생각하고 넘기며 성난 늑대의 뒤를 따랐다.
“정말 대단한데. 무술을 사용할 수 있는 인간형의 토템이라니. 성난 늑대가 거대한 몸으로 날뛰는 것 같아.”
워커처럼 인간형으로 변한 성난 늑대의 토템은, 말 그대로 물 흐르는 것 같은 동작으로 레오폴드의 워커 병력과 무인 감시장치를 파괴하며 앞으로 뻗어 나갔다. 여태까지는 송토낙스와 앉은 황소가 옆에서 지원해줬다면, 지금은 그럴 필요도 없이 성난 늑대 혼자 쭉 밀고 나갈 수 있을 정도였다.
그렇게 성난 늑대의 토템이 한층 더 강해져, 송토낙스와 앉은 황소의 워커는 부담을 한층 덜 수 있었다. 늑대 토템이 때려 부순 워커의 부품들을 사용해, 앉은 황소와 송토낙스의 워커를 좀 더 매끄럽게 수리할 기회도 생겼다.
“성난 늑대. 너도 쉬어야 할 거야. 안 그래?”
송토낙스가 한마디 했지만, 성난 늑대는 불만 가득한 투로 한마디 던졌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지금 쉴 틈이 어디 있다고!”
그렇게 말하자마자 송토낙스가 슬그머니 한마디 던졌다.
“그런 것 치고는 내 후각 센서에서 피 냄새가 진동하는데? 억지로 더 움직이다가 몸에 마가 끼게 될지도 모른다. 성난 늑대.”
확실히 송토낙스의 말대로 토템 안은 피투성이가 되어 있었다. 금속과 강화 플라스틱. 광섬유로 된 안드로이드라면 모를까, 피와 살이 있는 성난 늑대가 이렇게까지 장시간 기를 끌어와 평상시 이상의 힘을 낸 이상. 그 반작용이 따라오지 않을 수 없었다.
게다가 성난 늑대의 손과 발이 심한 경련을 일으키는 게, 그의 등 뒤에 선 큰 부리 독수리의 눈에도 들어왔다. 큰 부리 독수리가 걱정을 담아 그의 등에 손을 얹자, 미세하게 빛이 일면서 성난 늑대의 육체에 아지랑이 같은 기운이 피어올랐다.
“이게? 넌 도시에서 사육당한 인간이잖아? 체술까지는 어떻게 가르쳐서 따라 한다고 해도, 혼의 기운을 사용하는 법은 모를 텐데 어떻게 이런 효과가?”
성난 늑대가 별생각 없이 말하자, 큰 부리 독수리가 화를 내며 성난 늑대의 등을 꼬집었다. 그러자 다시 한번 성난 늑대의 육체에 기운이 돌아오게 되었다. 그 모습을 토템 안에 설치된 모니터로 지켜보던 송토낙스는 뭔가 생각났다는 듯 한마디 했다.
“일단은 잠시 쉬게. 큰 부리 독수리는 성난 늑대를 앉히고 몸의 혈 곳곳을 찔러서 진정시켜주게. 같은 피와 육체를 가진 인간이 해줘야 제대로 된 효과가 날 걸세.”
그렇게 말하며 송토낙스는 성난 늑대의 혈 어디를 찌를지 하나하나 짚어줬다. 그리고 큰 부리 독수리는 송토낙스의 지시대로 성난 늑대를 앉힌 다음, 그의 등과 어깨의 혈을 하나하나 손가락으로 찔렀다.
“뜨거워. 그리고 온몸에 전류가 흐르는 것처럼 따끔따끔해.”
큰 부리 독수리는 그의 몸에 손을 댈 때마다, 파도가 치는 것처럼 마구잡이로 들끓는 기의 힘에 온몸이 타들어가는 것 같았다. 하지만 한편으로 성난 늑대의 기운이 받아들여지는 것인지, 그녀에게도 뜨거운 마그마 같은 기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동시에 성난 늑대가 어느 정도 몸을 마음대로 움직일 정도로 기가 안정되었고, 송토낙스와 앉은 황소는 뭔가 알아차렸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 그런 건가?”
“야생의 피는 쉽게 씻겨 내려가지 않는 법이지.”
그렇게 말하며 둘은 워커와 본체 다 만신창이가 되면서도, 하나의 희망이 더 생겨났다는 것에 만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