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분에 건우는 의자에서 떨어지는 우스운 꼴을 보였다. 그 모습을 보고 좀 걱정하는 척하며 묻는다.
"괜찮아!"
"너의 눈엔 내가 괜찮을 것 같아! 남자는 허리가 생명인데"
"역시 남자들이란..."
"난 예쁜 여자랑 예쁜 아이를 낳고 예쁘게 살아가고 싶거든"
"그래 얼마나 예쁜 여자를 만나나 보자"
"너보다 예쁘면 돼"
"계속 이런 이야기 할 거면 나 갈거야"
"기억을 맞춰보자 우리 형이 정말 너의 머릿속에 있는 그 연우오빠인지"
"그럴까? 내 기억을 누군가에게 말하기는 좀 그렇지만 연우오빠를 만나는 일이라면 난 괜찮은데 너도 괜찮아!"
"글쎄... 자~ 어디서 부터 시작하지 처음 만난 날?"
"초등학교 1학년 그때 연우오빠는 6학년"
"어느 초등학교"
"태양초등학교"
"뭐? 고추장 초등학교"
"우리 학교 별명이긴 했지 근데 어떻게 알아"
"나도 그 학교 출신 우린 동갑이니까 어쩜 같은 반이었을지 모르겠다"
"넌 몇 반이었는데"
"나 5반 넌"
"난 3반"
"1학년이 어떻게 초딩 6학년을 꼬셨냐?"
"연우오빠 눈엔 내가 제일 예쁘고 귀엽데"
"헐,대박! 어떻게 널 보고 그런 생각을 했지"
"뭐~"
"암튼 그래서 어떻게 만났는데"
"비가 오는 날 우산을 씌워줬어"
"에이 비 맞고 가는 네가 불쌍해서 그랬겠지"
"그런데 신기하게도 연우오빠는 내가 초등학교 졸업 할 때까지 비가 오는 날에는 늘 파란 우산을 들고 내 옆에 서서 항상 걸어 주었어"
"그래서 그런 말을 했구나"
"무슨 말 연우오빠가 뭐라고 했어"
"아니? 아니야! 오늘은 늦은 것 같은데 여기까지 하자 나 피곤하다"
"이제 시작했는데"
"앞으로 시간은 많으니까 잘 가라"
건우는 서둘러 자리를 피하 듯 빠져 나왔고 슬비는 그런 건우의 뒷모습을 보고 뭔가 이상한 기분을 느낀다. 연우와의 기억을 떠올리다 보니 더 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진 슬비 눈가에 눈물이 촉촉히 맺혀있다.
건우는 집에 도착하고 방에 들어가 침대에 걸터앉아 생각을 한다. 건우의 초딩시절 형이 했던 말이 떠오르면서...
"형 나는 형 동생 아니야?"
"그게 무슨 말이야!"
"비만 오면 늘 내 우산 뺏어갔잖아!
"그건..."
"나는 비 쫄딱 맞고 집으로 오면 감기에 걸리고 형은 내 우산을 가지고 대체어디로 가는 거야"
"건우야! 음... 앞으로 비를 맞고 걸어가는 여자들 중에 너의 형수가 있다고 생각해"
"형수? 결혼한 형의 부인을 내가 부를 때 쓰는 호칭?"
"그래 먼 미래에 나의 부인 곧 너의 형수"
"그게 무슨 말이야!"
"앞으로 내가 있던 없던 비를 맞고 가는 여자는 꼭 우산을 씌워줘"
"그래서 형이 비오는 날을 좋아하는 구나"
"음. 비오는 날이 좋아 내가 우산 씌워 준 그 아이를 만날 수 있으니까"
"정말 누가 있긴 있는 모양인데 누구야!"
"안 가르쳐 주지"
"누군데..."
"내 말 명심하고 비를 맞고 가는 여자를 보면 어떻게?"
"미래의 형수가 될 수도 있으니까 우산을 꼭 씌워줘야 한다."
"역시 넌 내 동생이야!"
하며 건우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초딩 6학년 연우.
건우는 생각 끝에 피식 웃으며 마무리 했다.
"형수? 그때 그 아이, 슬비를 염두해 두고 그런 말을 한 거야 나한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