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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천사를 위하여
작가 : 그라시아스
작품등록일 : 2019.9.6

운명의 실로 이어진 천사 후보생 동진과 은수. 힘겨운 인간의 삶을 통해 측은지심을 깨달은 그들이 바라보게 된 또다른 세상. 그 곳을 지키기 위한 천사와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10화. 천사를 위하여
작성일 : 19-09-17 16:05     조회 : 32     추천 : 0     분량 : 5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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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일주일 이후, 그에게서 천만 원을 건네 받은 죄 많던 그녀는 그 거리 벤치에서 그를 기다렸다.

 ​

 헝클어진 머리가 아닌 정신 차린 듯 단정하게 머리를 묶고 호기심 가득한 눈길로, 저 멀리 휠체어에 몸을 실은 천사를 바라보고 있었다.

 ​

 그녀는 햇빛 아래 마주한 그의 눈부심에 눈을 찡그렸다.

 ​

 그는 웃으면서 그녀에게 다가왔다.

 

 ​

 “약속을 지켜 주셔서 감사합니다.”

 

 ​

 그녀는 봉투 속 10만 원을 그에게 건넸다.

 

 ​

 “감사했습니다. 덕분에, 정말, 감사했습니다.”

 

 ​

 떨리는 목소리에 맞춘 듯, 떨리는 손이 신기해 그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

 “앉으세요. 이제는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 주실 차례입니다.”

 ​

 

 벤치 옆에 자신의 휠체어를 세우고, 그녀의 이야기를 듣기 시작했다.

 ​

 

 “아, 아이가 아파요. 백혈병입니다. 기, 기증자가 나타났는데, 수술비가 없었어요. 뭐든 하려고 했어요. 그 돈을 주시는 분이 원하는 데로, 몸이든 장기든 뭐든 밤에는 미친 듯이 인터넷을 검색하고, 낮에는 구걸을 했어요. 아무것도 없었고, 엄마에게 손을 벌릴 수는 없었어요. 아이가 병에 걸리니. 흑흑.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어요. 정신없는 저의 모습에 직장에서 쫓겨나 더 이상 뽑아주는 곳도 없었지요. 그나마, 아이 보험 들어놓은 게 있어서. 그걸로 간신히 병원비만. 흑흑, 기증자가 나타났는데, 아이를 살릴 수 있는데 전 아무런 능력이 없었어요.“

 ​

 

 그는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그녀에게 건넸다.

 ​

 눈물을 닦는 옆 모습이 아련해 짠해진 마음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

 

 “선, 선생님 덕분에 저의 아이는 살았습니다. 이제 흑흑.“

 ​

 

 그는 울음에 겨워 떨리는 그녀의 어깨를 토닥여주었다.

 ​

 그리고 어색하게 그녀를 바라보고는 “일주일 뒤에 뵙죠.”라며 휠체어를 밀고 떠났다.

 ​

 아주 짧은 시간, 자신이 베푼 선행에 살아난 아이가 고마워 기쁜 마음이 된 그는 자신의 일터인 구둣방으로 향했다.

 ​

 그다음 1주일 후, 그녀는 더욱더 밝아진 얼굴빛에 싱그러웠다.

 ​

 서서히 밝아지는 얼굴빛 때문일까? 어려 보이는 모습이 너무나 보기 좋았다.

 ​

 자신을 향해 공손히 내미는 봉투를 받아들며 그녀가 자신의 과거 이야기하는 것을 듣기 시작했다.

 

 ​

 “하룻밤의 잘못으로 아이가 생겼습니다. 뛰는 심장 소리에 묶여버린 저의 마음은 그 아이의 목숨을 끝낼 잔인함을 감히 가질 수 없었습니다. 아무런 선택도 못 했습니다. 냉정한 의사 선생님은 세상이 미혼모를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 차갑게 이야기해 주었지만, 그 두근거리던 심장의 움직임은 이미 저의 마음을 단단하게 만들어버렸습니다. 그리고 여자로서 끝나버린 저의 인생을 생각하니 가슴이 먹먹하고 힘들어 엄마를 찾아가 막고있는 입술을 겨우 힘들게 떼내면서 저의 품속 잠들어 있는 아이 이야기를 말씀 드렸습니다. 억장이 무너지는 듯한 표정으로 엄마는 저를 끌어안고 펑펑 우셨지요. 울다가 지쳐버릴 때까지, 저희는 그렇게 울고 또 울었습니다. 이날 이후 다시는 울지 않기로 마음 먹었지요. 용기 내서 일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무슨 일이든 하겠다. 닥치는 대로. 하지만, 여자 혼자서 짊어지기엔 세상은 역시 쉽지 않았습니다. 이 이쁜 내 새끼 하나 건사하기가. 그런데 또 일하느라 바빠서 무심했던 저는 아기가 그렇게 아플 줄 몰랐습니다.”

 

 

 이야기를 하는 동안 그녀는 그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고 오히려 그녀의 시선의 무게에 말없이 듣던 그는 고개를 떨구어 시선을 피했다.

 

 

 “자기 엄마 힘들까 봐, 일 나가는 저를 보고도 울지 않은 착한 내 아이. 그 아이가, 흑, 쏟아내는 코피를, 그저, 아무렇지 않게 생각했던 못난 엄마였습니다. 어릴 때부터 병치레가 잦아서 항상 걱정스러웠지만, 그렇게 아플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할 수 있는 게 없었습니다. 온갖 불행이 나에게 덮쳐 오는 걸 느끼는데도 미치게 아파 가슴을 쥐어 뜯는 것 밖에는 없었습니다. 알고 있는 모든 신께 찾아가 제가 대신 아플 게요. 아니 죽을게요. 그러니 저 예쁜 아이 제발 살려주세요. 라고요. 하지만, 사신은 제 옆에서 제가 스스로 영혼을 갉아먹고 죽기만을 바라고 있었습니다. 아이를 죽이고, 너 역시도 죽으라고.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습니다. 머리를 쥐어 뜯으며, 울기를 며칠. 길 거리에 지나가는 천사를 만나기 바라면서요. 그 천사가, 당신이라 참 기쁩니다.“

 

 

 눈가에 가득 맺힌 눈물과 웃음이 아이러니해서 그 매력적인 웃음을 가만히 바라보는 그였다.

 ​

 휠체어를 돌리며 “일주일 후에 봅시다.”라 말하는 그의 마음이 괜히 떨리는 건 무슨 이유일까?

 ​

 

 그렇게 일주일, 또 일주일…,

 

 ​

 시간은 어느새 흘러가고 있었다.

 ​

 아이는 이제 병이 깨끗하게 나아서 그에게 인사할 만큼 호전되었고 마트에서 일하면서 있었던 일상 이야기를 할 만큼 그녀는 더없이 밝아지고 있었다.

 ​

 그는 보잘 것 없는 자신의 선행이 그저 다행이라 생각했다.

 ​

 천만 원의 가치를 느끼면서 어느새 다가온 마지막 날이 너무도 아쉬웠다.

 ​

 그녀의 일상이 너무나 재미있었던 그동안의 시간을 뒤로해야 함이 아쉬워 휠체어를 미는 손에 힘이 빠졌다.

 ​

 밝아진 얼굴이 너무나 이뻐서 계속 그녀를 보고 싶은 맘이 드는 건 왜일지…,

 ​

 근 2년에 가까운 시간을 함께해서였는지 모를 일이지만, 그녀의 이야기를 못 듣는 건 너무 서운한 일이었다.

 ​

 언제나처럼 벤치에 앉아 공손히 내민 하얀 봉투를 받아든 그에게 많이 친근해진 그녀는 밝은 음색으로 말을 이었다.

 

 ​

 “선생님 이야기가 듣고 싶어요.”

 

 ​

 “저, 저는 보잘 것 없는 사람입니다.”

 

 ​

 “아니요. 선생님은 대단한 분이시지요.”

 

 ​

 “저는, 저 앞에서 조그만 구둣방을 하는 사람입니다. 보다시피, 교통사고로 다리가 이렇지만, 이젠 뭐 나쁘지 않게 생활하고 있습니다.“

 

 ​

 “부인분은요?”

 

 ​

 “혼자 삽니다.”

 

 ​

 “음, 외로우시겠어요.”

 

 ​

 그가 망설임 속에 말을 받았다.

 

 

 “그래서 말인데요. 음.”

 

 ​

 바라보는 그녀의 눈이 빛났다.

 ​

 

 “보잘 것 없는 저와 함께 이 시간을 좀 더 보내시면 안 되시겠습니까? 아이도 보고, 뭐.“

 

 ​

 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

 그리고는 화색이 돌아 화사해진 얼굴로 그를 바라보면서 그의 손을 덥석 잡고는 “조, 좋아요! 좋습니다.”라고 빠른 말을 선물처럼 늘어놓았다.

 ​

 

 “선생님 덕분에 받은 마음의 위로입니다. 선생님이 원하신 만큼 이 벤치에서 기다리겠습니다.“

 ​

 

 햇빛이 두 사람을 따스하게 감싸 안았다.

 ​

 마음이 가난했던 두 남녀를 응원하듯…,

 

 ​

 ***

 

 

 세상을 비추는 오아시스...,

 

 거기에 앉아 바라보던 어른 천사의 눈에 슬픔이 가득했다.

 ​

 자신이 우려했던 모습 그대로 온갖 죄에 쌓여 악마의 농간에 놀아나는 불쌍한 아가들의 모습에 그저 고개 숙인 채, 눈물짓고 있었다.

 

 ​

 "아, 순수하고 순수한 아가들아. 저 불빛에 현혹되지 말라 그렇게 당부했건만, 저 불빛에 들어가 버리고 말았구나. 타버린 마음, 고통이 가득할지니 이 일을 어찌하면 좋으리."

 ​

 

 그리고 고통 속에 몸부림치며 울부짖는 기도에 어른 천사는 두 손 모아 높은 신을 향해 읍소하기 시작했다.

 

 ​

 "세상의 그 수많은 죄를 어찌 저 어린 것들이 감당 할 수 있겠나이까. 부디 신이시여, 송구하오나, 저는 당신을 앙망하옵고 당신을 믿으며 따르옵니다. 불경스런 생각이오나 감히 머리 숙여 아뢰옵나니, 당신께옵선 지나칠 정도로 가혹하시옵니다."

 

 ​

 오아시스를 향해 떨어지는 눈물이 괴로워하는 얼굴로 퍼져나갔다.

 

 ​​

 퍼지는 물결…,

 ​

 아무것도 할 수 없음에 그저 괴로웠다.

 ​

 서서히 다가온 그림자...,

 ​

 신의 직속 대천사 가브리엘이 어른 천사의 기도를 듣고 그의 어깨에 조용히 손을 올렸다.

 

 ​

 "사랑하는 나의 아가야. 너의 괴로움이 나의 마음을 울리는구나. 어찌 이렇게 아파하느냐?"

 ​

 

 슬퍼하는 어른 천사의 눈물이 더욱더 서럽게 퍼지기 시작했다.

 

 ​

 "송구하옵니다. 삼가 머리 숙여 아뢰오니. 수많은 비눗방울 아가 씨앗이 내려갔사오나, 그중 삼분지 일이 자신의 목숨을 버렸나이다. 또한 남은 삼분지 이 중, 그 절반이 올바르지 못한 길로 들어섰으니 실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사옵니다. 더불어 죄악이 그들을 짓누르고, 돈의 노예가 되어 하루하루 버티는 것조차 힘든 삶을 살아야 하는 터, 그나마 얼룩지지 않고 남은 것은 삼분지 일, 그러하오나 저 여자 아가와 남자 아가의 인생이 애처롭고 가여워 안쓰러울 따름입니다."

 

 ​

 가브리엘은 흐느끼듯 상소하는 어른 천사와 얼굴을 마주하며 안쓰러운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

 "주의 뜻을 나 역시 알지 못하나, 그대의 말대로 이 과정은 항상 마음이 아프구나. 특히 아가 천사들의 수호천사인 너에게는 잔인하기 짝이 없는 일이니. 그런데 아가야. 이 또한 천사가 되기 위한 숙명일지니, 너무 슬퍼 말아라. 기실, 인간 세상에 내려가 주어진 인생을 살면서 올바른 일을 하고 나쁜 것을 멀리해야만, 인간의 허물을 벗고, 이 세계로 돌아올 수 있나니, 선행과 벌의 무게를 재어 그만큼의 직책을 받음에 합당하고 마땅한 증거가 있어야 하며, 정치적인 이 아픔을 어찌해 줄 방법이 없구나. 자신이 천사임을 모르는 기억 잃은 후보 아가 씨앗들에게 단호히 내리는 칠악들(색욕, 식탐, 탐욕, 게으름, 분노, 질투, 교만) 모든 것은 업보가 될 수 밖에 없음임에도 그 고통을 오롯이 견디게 하시니, 나 또한 그분의 뜻을 이해하면서도 지옥과 다름이 없는 저 세계에 던져진 불타는 영혼들을 보기 괴롭구나."

 

 ​

 독백처럼 아리게 흘리던 가브리엘은 자그마한 공원 벤치에서 맑디맑게 웃고 있는 그녀와 그를 힐끗 바라보고는 슬픈 눈빛을 지우며 어른 천사에게 손가락으로 오아시스를 가리켰다.

 ​

 

 "아가야, 수많은 아가 씨앗들이 그토록 세상을 떠다님에도 우리 곁에 돌아오기 힘들었거늘, 이번에는 훌륭한 천사들을 맞이 할 수 있겠구나. 배를 띄우고 맞을 준비 하자. 저 천사들을 위하여."

 

 ​

 가브리엘이 가리킨 곳, 휠체어에 앉아 수줍게 웃고 있는 그와 한층 더 밝은 모습으로 아름답게 미소 띠고 있는 그녀가 있었다.

 ​

 어른 천사는 놀란 눈으로 눈가 가득했던 물기를 훔치며, 그 웃음을 따라 환하게 웃기 시작했다.

 ​

 

 "엘리아, 엘리고 너희들이구나. 너희들의 영혼이 기뻐 뛰노는구나. 곧 가마. 내가 곧 그 지옥에서 구해줄 것이다. 나의 아가들아."

 ​

 

 어른 천사는 커다란 하얀 날개를 활짝 펴고, 바쁘게 구름 속에 숨겨둔 배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던 가브리엘은 다시 슬픈 얼굴로 오아시스 속 그들을 향해 시선을 옮겼다.

 

 

 "인간의 허물을 벗는 것은 죽음뿐이니 또다시 몰려드는 괴로움에 어이할고. 제발 잘 견뎌내기를, 나의 주인, 나의 신이시여. 저 아이들은 아직 마음이 가난한 자들이옵니다. 부디 마지막 그날의 그 순간까지 아픈 마음을 지켜주시옵소서."

 ​

 

 가브리엘의 눈물이 오아시스에 떨어지자, 지상에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

 어른 천사는 곧 사신이 되어 겨우 행복해 웃는 두 남녀의 생명을 거둬야 할 자신의 모습도 모른 채, 연신 흥분된 얼굴로 그녀와 그를 향해 다가갈 준비에 바쁘고 기뻐했다.

 ​

 
작가의 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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