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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작약과 함께 한 시간
작가 : 엘리엘리스
작품등록일 : 2017.6.27

한 여자의 이별로 인해서 우연과 악연이 겹쳐 만나겐 된 두 사람과 오래전의 인연이 만든 세 사람... 또는 네 사람의 이야기..

 
약점
작성일 : 17-07-22 22:02     조회 : 20     추천 : 0     분량 : 9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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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강비서는 문을 닫고 나왔다. 그 뒤로 그는 지혁을 달래듯 병원으로 데려가야 했다. 발의 실밥을 다 뽑고 돌아올 때까지도

 

 그는 아무런 말도 없었다. 얼굴엔 짙은 피로감이 묻어있을 뿐이었다. 말 한마디 안하는 그를 집에 데려다 놓고

 

 문을 닫은 , 강비서도 맘이 편치는 않았다. 어찌되었든... 이것은 강요였다.

 

 

 

 

 

 어떤 의도였다고 해도, 강요는 강요였다. 아무리 부드럽게 이야기 하려고 애를 썼다고 해도-

 

 

 

 진료 하는 내내, 의사는 말 한마디 안하는 그를 이상한 사람 보듯이 흘긋 흘긋 봐 댔지만...

 

 그 와중에도 그의 정신은 다른곳을 해매는듯이 전혀 의사가 쳐다보는지도 알지 못했다.

 

 

 남의 시선에 그토록 예민한 그가 말이다. 오히려 강비서가 눈으로 의사에게 주의를 주었다.

 

 

 

 

 오는 내내 무거운 침묵 뿐이었다. 뭐가 더 충격이었을까.... 형이 그런 짓을 벌이고- 자신이 신뢰했던

 

 

 어머니가 그런 일을 지시하신것? 그 상황에서 하임씨가 벌써 그 사실을 알고 있는것?

 

 

 셀수 없이 많은 것들을 털어놓고 나니- 그 폭풍을 감당해야 하는건 자신일것만 같아서

 

 화 내지 말라고 초입부터 말 한 거였는데.... 오히려... 작가님이 자신한테 실망한거 같은 눈빛을 보내자

 

 

 자신은 더 힘들었다. 차라리 원망이 나았다- 아니면 예전처럼 , 강박증에 미친사람처럼 다그치는게 차라리 나았다.

 

 

 그런 눈빛앞에 자신은 마음껏 지혁을 씹을 수 조차 없었다. 그런 문제를 가져다 주는게 자신의 의도는 아니었지만

 

 말이다.

 

 

 

 지혁을 의자에 살짝 앉혔을 때도 그는 그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한참을 기다리자 힘없이 , 입에서 슬쩍- 흐르듯이 한마디 했을 뿐이다.

 

 

 

 "이제 가봐,"

 

 

 

 

 그게 끝이었다.

 

 곰곰히 생각해 본다. 하임씨는 아직 내게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았다.

 

 아마도 작가님이 물으면 직접 대답을 하려고 그러시는것 같은데...

 

 

 

 누가 먼저 입을 떼게 될지... 강비서는

 

 지혁 때문에 끊은, 아니 반 강압적으로 끊어야만 했던 담배 생각이 간절해졌다.

 

 넥타이를 약간 풀며 , 밖으로 다시 나섰다.

 

 

 

 -

 

 

 

 하임이 드는 햇살에 조깅을 하고 돌아온 즈음이었다.

 

 이젠 지혁과의 약속 때문에 하는 일이 아니었다. 이제는... 그도 나에게 계약서를 들먹거리지

 

 않지만 자신도 그렇다. 그저- 그와 한 약속이기에 지킬 뿐이다. 기분 좋게 샤워를 한 뒤

 

 약간 찌뿌둥한 어깨를 살짝 치켜올려 본다- 그의 향수냄새는, 한번 몸에 향기가 배이자

 

 잘 사라지지가 않는다. 샤워 후인데도-

 

 

 

 

 그를 감고있는 모든것은 참으로 그 답다. 향기까지도...

 

 예전엔 이런 향 어울리지 않는다 생각했는데....

 

 이젠 그냥 그 답다. 그 다운 향기라 느껴질 정도다-

 

 전화는 그때 울렸다.

 

 

 "여보세요?"

 

 

 전화기 반대편에선 성마른 목소리가 들려왔다.

 

 작약이었다.

 

 

 

 

 

 "... 오늘은 좀 일찍와, 할 이야기가 있으니까-"

 

 ......

 

 하임은 이게 무슨 이야긴지 대충은 알아 들을수 있었다.

 

 

 

 "알겠어요, 지금요?"

 

 

 

 ... 전화기 너머에선 마치 분노를 삼키기라도 하듯이 긴장된 숨소리가 울렸다.

 

 

 "그래-"

 

 

 하임은 다소 어리둥절한 느낌이었다.

 

 그가 무슨 말을 어떻게 꺼낼지-

 

 하임으로써는 상상도, 할수가 없었다.

 

 

 

 

 

 

 

 

 -

 

 

 

 지혁은 전화를 끊고서 파리한 자신의 얼굴을 비치는 거울 너머로 쳐다보았다.

 

 모든 감정은- 인정하는 것 부터 뿌리 내리고 자란다고 했던가...

 

 

 

 자신이 비로소 한참만에- .... 느껴지는 감정을 , 가슴께를 간질거리던 그 어떠한 느낌이 호감을 넘어선 어떤것임을-

 

 

 

 구차 한 변명으로 포장된 사랑의 감정임을 깨닫자- 그것은 더 어떻게 때어낼 수도 없을 만큼

 

 가슴에 녹아내리는 기분이었다. 마치 뜨겁게 달군 설탕처럼- 그것은 달콤했으나, 그리고 뜨거웠으나

 

 그것을 떼어낼 때는 익은 내 가슴까지도 다 함께 내어주어야 할 잔인한 감정이기도 했다.

 

 

 

 짙은 죄책감이 밀려왔다. 그러나 곧 그녀를 본다고 생각하자 알수 없는 슬픔도 밀려왔다.

 

 그랬다. 나는 그녀에게 독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내게 끊임없이 손을 뻗고

 

 그 손에 나는 나도 모르게 기대를 하고 있었다.

 

 

 

 

 나도 이제 행복하면 안될까... 이젠....

 

 

 그런 생각을 품고 있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짓을 했는지-

 

 내가 어떤 것들을 지고 있는지 뻔히 알면서 말이다.

 

 

 

 그 생각을 전 같았다면 벌써 털어버렸을 텐데- 벌써, 장하임에게서 멀리- 더 멀리 달아났을텐데..

 

 거리낌 없이 손을 내미는 내 자신을, 나는 날 믿을수 없었다.

 

 

 

 걷는 법을 잃었다 걸었을 때 처럼, 오랫동안 걷지 못하다가 내 힘으로 걸었을 때 처럼-

 

 그것은 생소한 감정이었다. 고통스럽기도- 신기하기도 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때 , 운명이 문을 두드렸다.

 

 그녀는 내가 열어주길 기다리지 않고 문을 열었다.

 

 

 

 말간 얼굴- , 하늘빛 린넨- 그녀에게 한 사이즈 커 보이는 청바지는 발목께에서 접혀 있다.

 

 놀랍도록 작아보이는 발은, 맨발이다.

 

 그녀는 벽에 걸린 시계를 바라본다. 그러곤 말을 잇는다.

 

 

 

 

 "어차피 한시간 정도 뒤에 회의할 텐데-... 급했나봐요-"

 

 그녀는 어색하게 웃는다. 약간의 떨림이 느껴지는 목소리, 내가 왜 부른지 눈치를 챈 것이다. 그녀가 알고도 온게, 나는 왠지 화가 났다.

 

 

 사실 화 낼 이유가 없는데도 그랬다. 오랬으니까 왔지..... 그래도, 그녀의 심정을 생각하자 그랬다.

 

 

 

 

 어제 왜 내게 이야길 하지 않았을까- 제이미 때문이었다면... 그랬다면... 나와 둘이 있었을때

 

 그럴때라도 이야기 했으면 됬을텐데- 그랬다면 내가 이렇게 형편없고 힘 없게 느껴지진 않았을 텐데-

 

 자리에 앉는 그녀의 머리 끝은 여전히 젖은 채다- 끊임없이 말하건만 그녀는 말을 듣지 않는다-

 

 

 

 젖은 머리 끝이 닿은 셔츠는 방울방울 조금 젖어있다. 원래보다 짙은 하늘색으로

 

 

 

 

 

 

 나는 천천히 말을 꺼냈다.

 

 

 

 "..... 무슨 이유로 불렀는지 ... 아는것 같군"

 

 친절하게 목소리를 내려고 애를 썼으나- 그것이 더 무서웠는지.. 그녀는 어깨를 살짝 움추렸다.

 

 그랬다. 사실 화를 억누르고 있었으니까.

 

 

 

 

 "알아요... 알아 들을만큼 강비서님이 설명해 주셨으니까요-"

 

 그녀는 천천히 대답했다. 어깨를 펴면서- 눈빛은 나 따위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용감했다.

 

 

 

 

 나같은 건 상대도 되지 않을만큼-

 

 

 

 

 난 얼굴을 살짝 감싸쥐었다.

 

 

 

 그런 내 모습에 그녀는 얼굴에 서렸던 용기가 사라지고- 슬퍼하는 기색이 깃들었다. 나는 그제서야

 

 얼굴에서 손을 떼어냈다. 그러자 그녀는 담담하지만 슬픈 목소리로 되 물었다,

 

 

 

 

 "슬프고.. 고통스럽나요?"

 

 나는 전혀 다른 말로 대답을 대신했다.

 

 

 

 

 "왜....

 

 왜 나한테 이야기 하지 않았어?.... 강비서가 그런 이야길 했다고......

 

 고민된다고, 아니면 어림도 없다고-... 그냥 왜 이야기 하지 않았어-

 

 나는 아무런 말도 없어서... 아무런 일도 없는줄, 그렇게 알았잖아...... "

 

 

 

 

 

 

 그녀는 씩 웃는다, 차라리 울었으면 좋을 뻔 했다. 웃는다는 게 더 날 슬프게 했다.

 

 

 

 

 "뭐... 내가 이야기 안해도 강비서님이 먼저 이야기 할 것 같아서요?"

 

 

 

 

 

 ".... 웃지 마, 차라리 울어-"

 

 

 나의 슬픈 목소리에 그녀는 오히려 더 웃는다. 그녀가 언제나 그랬듯이 새침하게

 

 

 

 

 "뭐... 슬프지 않은데 왜 울겠어요, 저는 괜찮은데요.... 강비서님 한테 설마 화 낸건 아니죠?

 

 강비서님도 난처해 했어요, 나한테 이야기 할때-"

 

 

 

 지금 자신이 남 걱정 해 줄때가 아닌데도 그녀는 꿋꿋이 강비서를 걱정한다....

 

 그런 그녀때문에 왠지 폐에 바람이 드는 것 같다. 그냥 자신도 모르게 한숨이 나온다.

 

 어이가 없다.

 

 

 

 

 "강비서를 걱정할 때가 아닐텐데,"

 

 내 싸늘한 목소리에 그녀는 담담한 목소리로 대답한다.

 

 

 

 "어쩔수 없었을 꺼에요- 강비서님이 당신을 참 잘 알고 계시더라구요- 먼저 나한테 말 안했으면

 

 당신.. 어쨌든 나한텐 이야기 안 했을 거잖아요- 어떻게든 막으려고 했겠죠-.."

 

 

 

 .......

 

 

 

 "그러게.... 나를 잘 알더군, 나는 아직도 나를 모르겠는데-

 

 

 지금 왜 이렇게 화가 나는지, 왜 멍청하게 남들이 하라는 대로 해야만 하는지

 

 당신한테 끔찍하게 창피한데도 결국 난 당신에게 부탁해야 하는 처지거든-"

 

 

 

 목소리는 스스로 생각해도 쪽팔릴만큼 떨려왔다.

 

 담담한 장하임의 목소리가 다시 대답했다.

 

 

 

 "왜, 창피한데요?"

 

 

 

 그녀의 목소리에 조금이라도 연민이 담겨 있을꺼라고 예상했었다.

 

 그랬다면 난 더 참기 힘들었을 것이다 두말할 것도 없이-

 

 

 그러나 그녀의 목소리에선 연민의 기색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내가 가진 것중 가장 형편없는게.. 내 다리만은 아니라는 것이 , 들켰으니까... 형제 뿐만이 아니지-

 

 아버지의 욕심도, 혹은 어머니의 과보호도.....

 

 형은 이미 당신도 조금은.. 알고 있었지..... 그렇지만 그렇게 수준 낮은 짓을 하는건 나도 몰랐었거든..."

 

 

 

 "창피해 말아요- 누구나 결점은 있으니까-....... 나한테 미안해 할 필요도 없어요- 당신이 그런 사진을 찍혀서

 

 당신이 책 잡히게 만든건 나이기도 하니까요.. 그날 그렇게 만취하지만 않았으면.. 당신이 그런 사진을 찍힐 일도

 

 없었을지도.. 모르죠-"

 

 

 

 그 대답에, 나는 솔직하게 다 털어 놓았다.

 

 

 

 

 "당신이 아니었다고 해도- 끈질기게 따라 붙어서 어떻게든... 어떻게든 알아 냈을거야-.. 당신 탓... 아니야

 

 그냥 당신 탓이라면.. 이 무거운 마음이 가벼워 질진 모르겠지만... 당신 탓이 전혀 아닌걸 스스로 잘 알아-

 

 

 그 사람들은 돈만 준다면 내가 버리는 쓰레기 봉투도 뒤질수 있는 사람들이야..... 이번엔 어머니가 고용한 사람이

 

 형이 고용한 사람보다도 더 실력이 좋았을 뿐인거지, "

 

 

 

 "......"

 

 

 

 장하임은 시선을 내리깐채 그저 내 말을 듣고만 있을 뿐이었다.

 

 

 

 "당신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솔직히 난 아무 상관이 없어... 그래- 내가 안막으면 형은 그걸로 날 억울하게 만들겠지..

 

 다신 돌아갈수 없게끔 만들수도 있고.... 아주 힘들게 할수도 있어... 하지만..... 그런 걸 지키자고- 아니.. 당신과 상관없는 날 지키자고

 

 당신을 희생하자고 할순 없어...그건 이기적인 짓이니까- 당신이 날 신사다워서, 아니... 신사답다고 생각한댔지..

 

 그럼 끝까지 신사가 될수 있게 도와 줘"

 

 

 

 

 그 말에 장하임은 답답하다는 듯 오히려 한숨을 쉬며 대꾸했다.

 

 이런 말을 하는 내가- 어리광을 부리고 있다는 듯리- 타일렀다.

 

 

 "타당하게 해요- 타당하게 가자구요- 솔직히... 저야 그쪽 세계랄지 그 곳 어디에도 들어갈 일 없는 사람이에요-

 

 차라리 내가 나서는게-"

 

 

 

 "그래서 만약 형이 널 타겟으로 몰고가면? 너 일하는 곳 , 가족- 다 드러내서 너 탈탈 털면?

 

 우리 형, 니가 생각하는 것 보다 유능하고- 무서운 사람이야- 니가 내 약점이란걸 알면...."

 

 

 

 

 

 쏟아진 내 말에 그녀는 의아하다는 듯이- 내게 되 물었다.

 

 

 

 "내가 당신, 약점이에요?"

 

 

 

 

 "............"

 

 

 

 

 대답할 말이 궁했다. 속이 뜨거워 뱉어낸 말들은 마치 불 붙은 돌맹이마냥 활활 타는 것만 같았다,

 

 그것들은 얼굴 까지도 태우고 있는 듯 했다.

 

 

 

 

 

 "그럼 안 들키면 되죠-..

 

 

 건조하게 , 처음 당신이 날 만났을 때 처럼.. 그렇게 해요- 나 걱정하지 마요

 

 내 책임도 있으니까- 나 확실하게 할 거에요- 그게.. 오히려 나한테 좋은 일일지도 모르잖아요-

 

 당신이 제대로 나를 , 건조하게 대하는것 처럼 보이면.... 형은 나에게 곧 흥미를 잃을 거에요-

 

 

 

 당신이 나를 뭐라고 생각하던지.... 형은 모를 꺼라구요-"

 

 

 

 

 "........"

 

 

 

 

 

 구구절절 옳은 소리만 하는 저 하얀 얼굴... 나는 그만 말을 잃었다.

 

 그녀는 두렵지 않다기 보다, 할 일을 알고 있으니까 두려워 할 일이 없다는 것 처럼 씩씩하게 말을 이었다.

 

 

 

 

 "자신 없는건 아니죠? "

 

 

 

 

 

 오히려 내게 물었다. 살짝 웃으면서-

 

 나는 이 일이 그녀가 생각하는 것 만큼, 그냥 할수 있는 일이 아님을 경고해야만 했다.

 

 

 

 

 "니가 생각하는 만큼, 소프트한 자리가 아니야- 다들 아름다운 옷을 걸치고 오지만 , 사실은 서로 물어뜯기 바쁘지,

 

 니가 상상할수 있는 가장 상냥한 방식으로 가차없이 너한테 칭찬을 가장한 칼날들을 던질거야- 왠만한 방어로는 어림없어...

 

 나는 거기서 오래 피해 있었어-

 

 

 나길 그런곳에서 났고 , 그런곳에서 자랐고, 그런데를 맘껏 주무르며 산 적도 있어-

 

 

 그런데도 오래 , 나와 있었단 이유만으로 겁나- 내가 이번에 가서 일으킬 것들이- 하룻밤 사이에 달라져 버릴 많은

 

 것들이 겁난다고-... 무섭고- 두려워, 하지만 난 그 앞에선 아무런 표정도 드러내서는 안돼-

 

 없었던 시간만큼 난 더 아무렇지 않은 척 해야해-... 그 안에 살았던 나도 두려워... 그런데...

 

 

 너는 어째서 겁을 내지 않는거야- ?"

 

 

 

 하임은 내 얼굴을 보고 있었다. 내 눈을, 흔들림 없이-, 처음의 하임을 떠올린다.

 

 그때 그녀는 분명, 날 겁내진 않았지만 눈을 마주보진 않았었다. 이토록 - 내 속을

 

 

 꿰뚫어 보는 듯이 , 날 쳐다 보진 않았었다.

 

 

 

 

 

 "괜찮아요, 겁 .. 안난다면 거짓말이지만- 그래도-"

 

 그녀는 단어를 선택하듯이 천천히 말을 이었다.

 

 

 

 

 

 

 "당신과 내가... 아니, 이번에 그 자리에 참석 한번 해서....."

 

 하임은 다음 대답을 하기 전... '당신을' 을 '우리를' 로 바꾼다.

 

 

 "우리를 , 더 편하게 살수 있게만 한다면요- 상관 없어요.. 할수 있어요-"

 

 그 말에 난 고개를 숙인다. 대체 무슨 말을 할수 있을까-

 

 

 

 

 안타깝게 입을 연다.

 

 

 

 "미안해..."

 

 

 

 

 장하임은 모르는 척 되묻는다

 

 "뭐가요?"

 

 

 

 

 원래, 나는 비굴한 입장이란걸 이해하지 못하는 아이였다.

 

 사과할 일이 있어도 사과란걸 하지 못하는 아이였다.

 

 웃으며 어영부영 넘겨버리거나- 혹은 내가 더 화를 내서라도

 

 

 나는 사과하는 일이 없는 아이였다.

 

 

 

 

 그렇게 컸다. 남들은 안하무인 이라고 욕을 했겠지만...

 

 

 

 그러나 나는 요즘 살아오면서- 누구에게나 미안하단 소리를 한다.

 

 

 더 이상은 웃음으로 그런걸 넘기지 못하기 때문일지도 모르고

 

 어떻게 해도 다른 말론 내 맘을 설득시키지 못해서 일지도 모른다,

 

 

 지금 내 표정이 어떨지, 두려웠다.

 

 

 

 

 

 

 "당신을 이런 진창에 발 담그게 해서... 당신은 그럴 이유가 없는데 이런 꼴 보게 해서-, 내가 주위를 더 살피지 못해서.... 당신의 말을

 

 거절해야 하는데... 거절하지 못해서 ...

 

 미안해-"

 

 

 

 

 그녀는 그 말을 듣더니 피식 웃었다.

 

 그리고 말을 꺼냈다.

 

 

 

 

 

 "그렇게 미안하면... 나한테 선물을 줘요-"

 

 

 

 의외의 얘기였다. 선물? 어떤걸...? 재미있어 하는것 같은 목소리-

 

 그러나 그녀는 약간 긴장하고 있었다. 얼굴은 본의를 숨기고 웃고 있는것 같았다.

 

 지혁은 도무지 , 이해할수가 없었다. 대체 이게 그녀 자신과 무슨 관련이 있다고-

 

 그냥 도망쳐버리면 될 일인데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게 , 도망은 치지 않고 내 손을 잡으려 하고 있었다.

 

 

 

 그 손이 어떤 손인지도 모르면서, 아니 안다고 해도 얼마나 멀리 갈 손인지도 모르면서-

 

 

 나는 한참만에 대답을 했다.

 

 

 

 그게 내가 원하는 건지, 그녀가 원하니까 해주는건지-

 

 자신도 잘 몰랐다. 그냥 들어주고 싶었다. 그것이 어떤 것이라고 해도-

 

 

 

 

 

 "어떤걸 원하지?"

 

 

 진짜 들어줄 마음이었다. 그것이 어떤 것이라고 해도...

 

 

 

 "말하면 다 , 들어줄 거에요?"

 

 

 

 그녀의 눈빛앞에 맥을 못추는 기분이 들었다. 몸 안의 어떤 기관이 오랫만에 날개짓을 하는 것 처럼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마치, 멈추었다가 다시 움직이는 것 처럼-

 

 

 

 

 "그럼, 당신이 어떤 일을 하는건지 ... 다시한번 생각해 봐- 그 자리에서 당신은 어렵고 낯설거야 그런데도 난- 당신을 많이 .. 챙겨주지 못할수도 있어-

 

 형한테 보여주는게 의도래도... 다정하게 챙겨주진 못할수도 있어-.. 괜찮겠어?

 

 

 

 그렇다면, 무엇이든지 들어줄게- 그게 내가 해 줄수 있는거면"

 

 

 

 "정말요?"

 

 

 

 "정말"

 

 

 

 

 내 목에서 나는 따뜻한 목소리- 그녀는 내 눈을 바라보곤 씩 웃었다.

 

 

 

 저 웃음이 가짜가 아니길 , 나는 진심을 다해 바랬다.

 

 그녀의 소원은 , 조금 엉뚱한 것이었다.

 

 

 

 

 "딱 세번-.. 내 말대로 해줘요- 세가지 소원을 빌 기회를 줘요, 할수 있죠?"

 

 

 하임의 약간 떨리는 목소리에 왠지 긴장이 조금 풀린 지혁이 되 물었다.

 

 

 "소원?"

 

 

 

 

 ".. 거창한걸 바라진 않을거에요- 절대로- "

 

 

 

 그녀는 쑥쓰러워 하는것 처럼 보였다. 정말- 이상한 여자-

 

 나는 , 이 무서운 상황에서도 이 여자 앞에선 조금 웃고 말았다.

 

 

 

 

 "그래, 내가 당신의 지니가 된 셈, 치지..."

 

 

 그녀는 웃었다.

 

 

 

 

 "절대- 무리한건 요구 안할게요- 약속해요..."

 

 

 지혁은 살짝 미소를 머금고 대답했다.

 

 

 

 

 "내가 탐욕을 부리지 않을, 단 한사람을 안다면........

 

 그건 아마 당신일거야-"

 

 

 

 

 

 

 

 지혁의 확신 담긴 대답에 하임은 조용히 웃었다.

 

 탐욕이라...

 

 당신을 탐하는 것이 욕심이 아니라면... 대체 뭘까-

 

 

 당신같은 사람을 넘보는 내가... 욕심이 아니라면... 대체 뭘까-

 

 

 

 당장은 그런거,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지금 날 원하는건 내가 아니라- 당장은... 그것이 어떤 이유라고해도 당신이니까... 그것으로

 

 충분하다- 당신과 행복할 시간을- 당신을 물 밖에서 끌어낼 시간을 벌 수 있는걸로 충분하다-

 

 결국 발목까지 잠겨서 끝까지 나서는 일은 없다고 해도- 충분하다-

 

 

 

 이 사람이 날 원하는 감정은 사랑이 아니더라도 내 감정은 충분히 사랑이니까-

 

 이런 마주한 두 눈으로 충분하다.

 

 

 

 나이도 , 서로간의 차이도- , 다칠것에 대한 두려움도- , 또 내것을 다 잃고 돌아갈 자리가 없음에 대한 그 어떤 두려움도

 

 가볍게, 봄에 흩날리는 벛꽃잎처럼 사라졌다.

 

 

 

 

 

 "강비서님께 죄송하다고 말해줘요- 어제 내가 되게 딱딱거렸거든요-"

 

 

 

 

 "당신이?"

 

 

 

 어리둥절한듯 작약이 되 묻는다-

 

 

 

 

 "네, 뭐... 일반적 상황은 아니었으니까요- 저 이해시키려 빌듯이 설득하고 돌아 가셨으니까요-

 

 아마.... 내 대답을 듣긴 힘들겠다 싶어서 당신한테 먼저 이야기 한 걸수도 있어요-"

 

 

 

 

 이렇게 바로 대답할거면서- 나는 강비서님 앞에선 고민했다... 아니 고민하는 척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어제- 당신 향이 나는 숄에 얼굴을 기대며- 이미 내 맘은 정해져 있단걸 깨달았으니까...

 

 

 "그래- 알았어- 무슨 말인지-....."

 

 

 

 그는 깔끔하게 제본된 다음 이야길 넘겨준다- 한동안은 이렇게 많이 주는 일이 없었는데..

 

 우리는 이런 말도 안되는 사이였다. 방금 전까지- 상상도 할수 없던 이야길 나누고서도-

 

 이렇게- 다시 현실로 돌아가는...

 

 이상한 사이-

 

 

 

 

 "이번엔 좀 많네요?"

 

 "... 바빠질 테니까- 미리 좀 줘 놓으려고-... 작업 시간만 해도 모자랄 텐데-"

 

 

 

 

 "아... 네-"

 

 

 

 

 정말 끝이란게.. 다가 오고는 있구나..... 천천히...

 

 

 "여기 그림이요- 맘에 드는거 체크해서 내일 주세요-"

 

 

 

 

 

 "그래-"

 

 

 

 

 

 

 

 "그럼..."

 

 더 할말이 남지 않은 하임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녀를 올려다 보는 그는 부드러움 말투로 그녀를 불러세운다-

 

 

 "장하임-"

 

 

 "네?"

 

 

 

 "고마워...."

 

 

 "알아요,"

 

 

 그녀는 부드럽게 웃고 문을 닫고 사라진다-

 

 지혁은 길고 긴 숨을 내 쉰다- 이제 떠나 온 곳으로 다시 돌아갈 시간이었다.

 

 나는 방금 문을 웃으며 나선 그녀와 말도 안되는 이야길 했다. 말도 안되는 부탁을 했고

 

 부담스럽기 그지 없는 부탁을 했다. 그런데도 그녀는 마치- 원래 맘을 정했던 사람인양 오히려 나를 설득했다.

 

 오히려 그녀보다 더 바짝 긴장한 내가- 말도 못하게 속상했던 내가 , 어리광을 피우다가 무안당한 어린애 처럼

 

 부끄럽도록 , 그녀는 오히려 의연했다.

 

 

 '니 주변이 항상 불행해 지는거 같지 않아?'

 

 

 언젠가 형이 했던 되 물음이 들리는것 같았다. 지혁은 깊은 숨을 다시 내 쉬었다.

 

 

 

 그리곤 다시 전화를 들었다. 나는 상관없다- 가야만 한다면, 그래야만 한다면

 

 

 맨몸으로 갈순 없었다. 나도 방어를 하고 가야했다.

 

 

 그는 다시 전화를 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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