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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악동 카쟝: 세상을 바꾸는 도둑들
작가 : 꾸마네
작품등록일 : 2022.2.18

부유 도시 '마루'와 빈곤 도시 '달구'.
고위인사들의 욕망과 탐욕으로 빈부격차는 점차 심해지고, 달구 시민들의 불만도 최고조에 이른다.
도둑계의 악동 '카쟝'과 그의 동료 '리브'. 그들이 원하는 것은 '부(富)의 재분배'다.
세계 최고 회사 '명장제약회사'의 사장 '백민관'. 그는 언제나 '젊음'을 갈구한다.
도적단 중 가장 악랄한 '흑사단'과 그들의 수장 '흑사'. 그의 목적은 언제나 '돈'.
진짜 도둑은 누구인가? 도둑을 뛰어넘는 도둑이 계속해서 나타난다.
ii858@naver.com

 
도플갱어
작성일 : 22-02-19 10:10     조회 : 77     추천 : 0     분량 : 7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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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한 번 찾아온 정적. 두 사람은 그제야 첫 잔을 들었다. 앞의 남자는 커피를, 일호는 레몬에이드를 입을 댔다. 도플갱어는 잔에서 입을 떼자마자 다시 입을 열었다.

 

 “근데 그렇게 뚫어지게 쳐다보시는 이유가 있으신가요?”

 “너무 닮아서... 죄송합니다.

 

 일호는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도플갱어가 움직일 때마다 유심히 관찰하고 있었다.

 

 “불쾌하셨다면 사과드리겠습니다.”

 “아닙니다. 그러면 예전에 지내던 고아원은 어디였나요?”

 

 이때 일호는 도플갱어 쪽에서도 일란성 쌍둥이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음을 눈치 챘다.

 

 “저도 알려드리고 싶지만, 제가 기억이 10살 이후로만 남아서요. 그 전의 기억은 가물가물합니다.”

 

 자신의 대답이 도플갱어에게 실망감을 줬을 거라 여긴 일호였다. 그러나 도플갱어는 그렇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는 테이블 위로 고개를 들이밀었다. 일호는 이 남자가 뽀뽀라도 하려는 줄 알았다.

 

 “10살 이전에는 기억이 없다고요?”

 “네.”

 

 ‘귀찮게 됐네.’

 

 사람들에게 10살 이전의 기억이 없다고 하면 다들 반응이 유사했다.

 

 “거짓말 치지 마.”

 “말도 안 돼.”

 “그럼 10살 전에는 아무런 기억도 없는 거야?”

 “무슨 사고라도 있었어?”

 

 이런 언사와 함께 일호를 관심 받고 싶어 하는 사람으로 취급했다. 심지어 얼마 전에는, “기억하지 못하는 거야, 아니면 기억하기 싫은 거야?”라는 소리까지 들었다.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는 사람이 단 한 번도 없었다. 도플갱어에게서도 비슷한 반응이 나오리라 여겼다.

 

 “....”

 

 그러나 도플갱어의 반응은 달랐다. 그는 경화반응이 온 것처럼 몸 전체가 굳었다. 입을 제외한 전신이 동상처럼 딱딱해졌다.

 

 “정말 10살 이전의 기억이 없어요?”

 

 그는 위아래로 일호를 훑었다. 일호를 귀신 보듯 보고 있었다.

 

 “네.”

 

 띠리리링-

 

 벨소리는 일호의 바지 주머니에서 울렸다. 그는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발신자를 확인하였다.

 

 [제1 연구실]

 

 '무슨 문제라도 생긴 건가?'

 

 일호는 전화를 받았다.

 

 "무슨 일이야?"

 "1000H-β의 영장류 실험에서 약간의 오차가 나왔습니다. 무시하고 진행하려다가...."

 "기다려. 금방 갈게."

 

 일호는 즉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직장에서 연락이 왔네요. 급한 일이 있어서 먼저 일어나봐야 할 것 같습니다.”

 

 도플갱어는 아직도 굳어있었다. 일호는 자신의 도플갱어와 이렇게 헤어지자니 아쉬웠다.

 

 "혹시 연락처라도 주시면 제가 저녁에 다시 연락 드리겠습니다."

 "아."

 

 그제야 앞의 남자는 주머니에서 명함을 꺼냈다.

 

 "여기로 연락주시면 됩니다."

 

 일호는 명함을 받자마자 신원부터 확인했다.

 

 [엘리베이터 출장 수리]

 

 '승강기 고치는 분이구나.'

 

 [팀장 진이환]

 

 "진이환 씨."

 "네. 그게 제 이름입니다."

 "알겠습니다."

 

 일호는 꾸벅 인사했다. 어서 연구실로 돌아가야 했기에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할 수 없었다.

 

 "아, 그리고 혹시!"

 

 진이환은 출구로 나가던 일호를 불러세웠다.

 

 "네?"

 

 뒤돌아선 일호의 낯빛에 여유라고는 1%도 찾아볼 수 없었다.

 

 "또 무슨 일이죠?"

 

 말투에서 조급함이 묻어났다.

 

 "실례지만 부탁하나 해도 되겠습니까?"

 "하세요. 네."

 "혹시 부모님께 고아원이 어디였는지 물어봐 줄 수 있으시겠습니까?"

 "고아원이요? 그, 제가 있었던?"

 "네."

 "알겠어요."

 

 일호는 혹여나 다른 질문이 날아올까 그대로 카페에서 나와 연구소로 직행했다.

 

 점심시간은 아직 30분이나 남았지만 실험실에는 점심이고 뭐고 없었다. 하루가 실험의 연속이었다. 게다가 연구소에서 하는 실험의 대부분은 일호가 책임자였다. 더욱이 여유 부릴 수가 없는 입장이었다.

 

 "하루에 몇 가지 일이 일어나는 거야."

 

 회사 정문으로 들어가자 이미 점심을 해결한 직원들이 몇몇 보였다. 그들은 일터로 돌아가기 전 로비에서 희희낙락하며 담소 중이었다.

 

 '일터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저렇게 행복해지는데.'

 

 일호는 직원카드를 찍고 엘리베이터로 걸어갔다.

 

 "어? 강 과장님!"

 

 일호는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돌아섰다. 목소리의 주인은 최민준 팀장이었다. 최 팀장의 눈은 오늘도 퀭했고 볼은 손가락으로 꾹 누른 것처럼 쏙 들어가 있었다. 그가 로비를 가로질러 다가오는 모습은 마치 해골이 일호를 잡으러 오는 장면을 연상시켰다.

 

 "안녕하세요, 최 팀장님. 무슨 일이시죠?"

 

 일호는 잠시도 지체할 수 없었기에 고개만 돌려 최 팀장을 맞이했다.

 

 "다른 건 아니고. 외람된 말씀이지만,"

 

 일호 앞에 멈춰선 최 팀장은 떡이 진 머리를 긁적였다.

 

 "아까 아침에 6층 연구실에 왜 오신 건지 여쭤봐야 할 것 같아서요."

 "6층이요?"

 

 일호는 오늘 6층에 올라간 기억이 없었다.

 

 "네. 연구실 출입 장부에 따로 이름을 안 쓰셨길래. 어떤 이유로 오셨나 해서요."

 

 연구원이 다른 연구실을 들어갈 때는 출입 장부에 이름, 시간 그리고 출입이유까지 기록해야 했다. 일호도 이 규칙은 당연히 인지하고 있었다.

 

 "저를 6층에서 보셨다고요?"

 "에이, 농담하지 마세요. 인사까지 나눴잖아요."

 

 무슨 말인지 도통 알 수 없었다. 일호는 손가락을 올려 자신을 가리켰다.

 

 "제가 확실했죠?"

 "무슨 소리에요 무섭게. 안 그래도 요새 회사괴담이다 뭐다 말도 많은데. 그리고 아까 얼굴도 확실히 봤어요."

 

 그 순간 일호의 뇌리에 얼굴 하나가 스쳐 지나갔다.

 

 "혹시 오늘 엘리베이터 기사님 부른 적은 없나요?"

 "굳이 부를 이유가 없죠. 기사님 따로 계시잖아요."

 

 사내에 승강기를 관리하는 전담 부서가 있었기에 외부에서 부를 필요가 없었다. 일호는 혼란스러웠다.

 

 "저는 행여나 저번에 조언해주셨던 실험 수정 방안 때문에 오셨나 했죠."

 "맞다. 그것 때문에 갔었네요."

 

 거짓말이었다. 하지만 당장은 이것저것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다.

 

 "그러시구나. 그럼 수정된 방법으로 진행하면 될까요?"

 "네. 그렇게 진행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옙! 알겠습니다."

 

 최 팀장은 그제야 다시 로비로 돌아갔다. 곧 승강기가 도착했고 일호는 바삐 발을 올렸다. 3층으로 올라가는 승강기 안에서도 일호는 머리가 복잡했다. 실험 때문이 아닌 진이환 때문이었다.

 

 "뭐지? 그 사람인가?"

 

 일호는 이환이 당연히 회사 손님으로 온 줄 알았다.

 

 "그렇지 않고서야 혼자 들어올 수가 없는데."

 

 단순히 자신과 닮은 사람인 줄로만 여겼던 진이환이 왜 회사에 왔는지, 그 목적이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사내 CCTV는 어디로 가면 확인할 수 있으려나?"

 

 [3층입니다.]

 

 일호는 승강기에서 내리자마자 휴대폰을 들었다.

 

 "거기 경비실이죠. 이따가 CCTV 좀 확인할 수 있을까요? 네. 그러면 지하로 가겠습니다."

 

 

 ***

 

 

 "어떻게 이런 일이 있담."

 

 오늘 아침 카쟝이 일호와 만나고 나와서 처음 뱉은 말이었다. 카쟝은 일호와 점심 약속을 잡자마자 근처 건물에 잠복해있던 리브와 접촉했다. 리브는 카쟝이 말을 꺼내기도 전에 몇 장의 종이를 건넸다.

 

 "일단, 여기 강일호 정보."

 

 3장의 문서는 아직 잉크도 안 말라있었다. 카쟝은 인쇄된 부분이 닿지 않게 문서를 받아 들었다. 이럴 때는 어찌나 마음이 잘 통하는지.

 

 "고마워요."

 "별 거 아니야. 전에 뚫어놨던 명장제약 인트라넷 내용만 긁어온 거니까."

 

 카쟝은 일호가 뽑은 문서들을 찬찬히 읽어보았다.

 

 "전형적인 고위층 자제님이네."

 

 일호는 유복한 가정에 입양되어 사립 중학교를 다녔고, 마루 고등학교에서 최고 성적으로 졸업했다.

 

 "그것도 조기 졸업으로."

 

 리브는 오른손으로 엄지를 치켜세웠다.

 

 "천상 대학교에서도 수석으로 졸업했네요?"

 "응. 그것도 조기 졸업."

 

 리브는 남은 왼손으로도 엄지를 세웠다.

 

 "굉장하네."

 

 하지만 조기 졸업은 시작에 불과했다. 조기 졸업 외에도 수많은 수상 실적들이 일호를 받쳐주고 있었다. 카쟝은 문서를 빠르게 읽어나갔다.

 

 "국제대회... 화학도 국제대회가 있어요?"

 "그런가 봐. 나도 이거 조사하다가 처음 알게 됐어."

 "이야. 공부로 국가대표도 해보고."

 

 강일호는 대학을 졸업하기도 전에 명장제약의 러브콜을 받았다. 6개월 뒤, 그는 졸업장에 도장이 찍히기 무섭게 명장제약에 입사했다.

 

 "입사하자마자 5년 연속 연구실적 1위였고."

 "그렇게 최연소 대리, 최연소 과장까지 올라갔더라고."

 

 카쟝은 일호의 이력을 쭉 읽어보더니 어깨를 으쓱거렸다.

 

 "역시 내 쌍둥이야."

 

 리브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눈길로 카쟝을 쏘아봤다. 카쟝은 리브의 눈길을 피해 말을 돌렸다.

 

 "아까 보니까 그 사람 엄청 바빠 보이던데 뭐가 그렇게 분주한 거에요?"

 

 리브는 대답 대신 명장제약의 인트라넷에 접속했다. 접속 후 능숙하게 검색하더니 이내 문서 하나를 열었다. 화면은 조그만 글씨로 빈틈없이 꽉 차있었다.

 

 "이야, 화면만 봐도 현기증 나려고 하네요."

 

 빼곡하게 나열된 글자들 중심엔 그림 하나가 떡 하니 그려져 있었다.

 

 "이 애벌레는 뭡니까?"

 "애벌레가 아니라 화학구조식이야. 강일호가 개발하고 있는 약품이 이렇게 생겼거든."

 

 구조식 밑에는 이름이 붙어있었다.

 

 "1000H-β?"

 "응. 내용을 잠깐 읽어보니까 면역 억제제더라고."

 "면역 억제제라...."

 

 카쟝은 멀뚱거리며 리브의 다음 말만 기다렸다.

 

 "예를 들면, 다른 사람의 간이나 신장을 나한테 이식한다고 쳐."

 "응."

 "그럼 내 신체에 다른 사람의 장기가 들어오니까, 거부 반응을 하겠지."

 "그게 면역 반응이란 거네요."

 

 리브의 예시를 들은 카쟝은 손가락으로 배를 긁었다. 괜시리 간 부분이 간지러워졌다.

 

 "그치. 그걸 반영구적으로 억제시키는 약을 만들고 있는 거야. 강일호는."

 "대단한 사람이었네."

 "근데 그게 끝이 아니야. 그 정도만 만들었다면 강일호가 명장제약에서 고속 승진을 하지도 않았겠지."

 "뭐가 또 있어요?"

 "원래 면역 억제제를 쓰면 온몸의 면역력이 약해지기 마련이거든. 그렇게 되면 감기는 물론이고 별별 질병에 쉽게 걸려. 근데 이 약은 딱 한 장기에만 적용이 되고 나머지 신체는 면역력이 사라지지 않도록 만드는 약제야. 선택적으로 면역을 억제한다고 표현하는 게 맞겠어. 그래서 이 약을 사용하면 장기이식수술 뒤에도 탈이 없을 뿐더러 이식된 장기가 몸의 면역체계를 건드리지 않게 돼. 이론 상으로는 생판 남의 장기를 이식하고도 몸에 무리가 오지 않지. 한마디로, 마법의 약제야."

 "음,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한 가지는 알겠네요. 강일호가 굉장히 유능하다는 점."

 "이제 개발도 다 됐다고 하니. 곧 돈방석에 앉게 될 거야."

 "리틀 백민관이네."

 

 강일호가 걷고 있는 길과 백민관과 지나온 길이 상당히 비슷했다. 민관도 제약회사를 설립하고서 얼마 지나지 않아 개발한 신약으로 떼돈을 벌었다. 그 돈을 기반으로 하여 현재의 명장제약이 만들어진 것이었다.

 

 "하, 짜식 부럽네."

 "그래. 그렇게 부러우면 점심 때 만나서 좀 친해져서 오든가."

 "그러니까 말이에요. 내가 일대일로 만나서 제대로 한 번 알아봐야겠어요."

 

 카쟝은 주먹을 꽉 쥐고 굳은 결의를 보였다.

 

 "얼른 점심시간이 됐으면 좋겠어."

 

 그렇게 설렘을 안고 갔던 점심 약속이었지만, 두 남자는 20분도 안 되어 이별을 맞이했다. 이번에도 일호의 업무가 다망한 탓이었다.

 

 카쟝은 카페에서 나오자마자 넥타이 뒤에 부착된 소형 마이크에 말을 걸었다.

 

 "리브, 그래도 새로운 사실을 알아왔어요."

 

 그 사실은 크게 2가지였다.

 

 1. 강일호도 고아였다.

 2. 강일호도 10살 이전의 기억이 없다.

 

 생김새가 똑 닮은 두 사람이 고아로 자라고, 10살 이전의 기억이 동시에 없는 경우는 우연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었다. 카쟝은 아직도 일호에 대한 궁금증이 넘쳐흘렀다.

 

 "리브, 이 사람 조만간 다시 만나봐야 할 것 같아요."

 

 그러나 이어폰으로 들리는 리브의 목소리는 아까보다 다운되어있었다.

 

 "그것도 그거지만 일단 집으로 돌아와야 할 것 같아."

 "무슨 일입니까?"

 "알아야 할 사실이 있어."

 

 카쟝이 집으로 돌아왔을 땐 리브와 함께 다른 소식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카쟝, 이거 심상치 않아."

 

 카쟝이 분장을 지우는 사이, 리브는 노트북을 열어 열댓 개의 이름들이 적힌 명단을 보여주었다. 카쟝은 비리에 연루된 고위층인가 싶었다.

 

 "뭐죠? 새로운 표적?"

 "아니. 자세히 봐봐."

 

 카쟝은 화면에 얼굴을 가져갔다. 확실히 사람의 이름은 아니었다. 하지만 명단을 찬찬히 훑어보니 모두 아는 이름이었다.

 

 "어, 도적단이잖아?"

 

 달구시의 도적단들이 나열된 문서였다.

 

 "가리단... 두루운그룹... 우마단... 이게 뭐야?"

 

 10개 남짓한 도적단이 차례대로 적혀있었다.

 

 "최근 일주일 사이에 사라진 도적단."

 "뭐? 이렇게나 많이요?"

 

 카쟝은 거실 소파에 앉았다.

 

 "하긴, 요새 들어 마루시의 보안이 강화되긴 했지."

 

 일주일 전부터 마루시와 달구시를 이어주는 다리에 보안병력이 증가했다.

 

 "웬만해선 다리를 통해서 들어가기 힘들어요."

 

 카쟝과 리브도 최근 들어서는 소형 보트를 타고 두 도시를 왕래했다. 그 덕분에 출입에 큰 무리가 없었지, 예전처럼 승용차를 타고 다리를 건넜다면 잡혀도 수 십 번은 잡혔다.

 

 "보나마나 경찰에게 일망타진 당했겠죠. 아니면 도적질을 못 해서 생활고 탓에 해체든지."

 "해체한 거 아니야. 해체 당한 거지."

 "당했다고요?"

 

 일순간 카쟝의 눈이 번쩍 뜨였다.

 

 "마루시 경찰한테?"

 "아니. 다른 도적단에게 당했어."

 

 카쟝의 예상이 빗나갈수록 그의 눈꺼풀도 점점 상승했다.

 

 "그 동안 달구에 내전이라도 있었어요?"

 "내전은 아니고, 다들 일방적으로 당한 거야."

 "일방적이라니?"

 

 리브는 콧구멍으로 기도를 따라 폐까지 한숨을 깊게 쉬더니 대화를 진행했다.

 

 "모두 흑사단의 소행이야."

 "흑사단?"

 

 흑사단이 다른 도적단을 공격하는 일은 종종 있었다. 하지만 그건 큰 돈이 필요할 때나 다른 도적단들이 흑사를 도발했을 때였다. 이렇게 짧은 기간 내에, 그것도 일주일 동안 10개 가까운 도적단을 무너뜨린 적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뭐 때문인데요? 또 돈 때문입니까?"

 

 하지만 돈 때문이더라도 흑사단이 그 정도로 횡포를 부릴 까닭이 없었다.

 

 "나도 그걸 정확히 모르겠어. 그래도 날짜대로 순서를 매겨봤을 땐,“

 

 카쟝도 순서를 따라 차례대로 훑어보았다. 도적단의 재력 순도 아니고 규모 순도 아니었다. 당연하지만 이름 순도 아니었다.

 

 "이 순서라면... 자기네 조직이랑 비슷한 집단부터 부쉈어."

 "어라? 그럴싸한 추측인데요?"

 

 카쟝이 보기에도 그랬다. 흑사단에 버금갈 정도로 악랄하다 싶은 단체부터 와해되어있었다.

 

 "자기네 조직을 위협할 거라 느낀 걸까요?"

 "뭐 그렇지. 자기네랑 이미지가 겹쳐서 불편했을 수도 있고. 정확한 이유는 아직 파악되지 않았지만 말이야."

 

 흑사단의 의도는 알 수 없었지만 그가 다른 도적단들에 불만이 있다는 점은 확실했다.

 

 "카쟝, 아무튼 조심해야 돼. 분위기로 봤을 때 흑사는 여기서 멈추지 않을 거야."

 

 리브답지 않은 심각한 목소리였다.

 

 "알겠어요."

 

 카쟝의 휴대폰이 울린 것은 그때였다.

 

 웅-

 

 카쟝은 냉큼 전화기를 들었다.

 

 "강일호다."

 

 강일호가 카쟝에게 메시지를 보낸 것이었다.

 

 [오늘 저녁 9시에 아까 만났던 카페에서 볼 수 있을까요?]

 

 카쟝은 애타게 기다리던 편지를 받은 사춘기 소년처럼 냉큼 답장을 썼다.

 

 [네. 좋습니다.]

 

 카쟝은 자신의 방으로 다시 들어갔다.

 

 "다시 준비해야 되네."

 

 그는 구석에 비치된 화장대에 앉아 분장을 시작했다. 화장대 오른편에는 카쟝과 꼭 닮은 동상이 있었다.

 

 동상은 정수리부터 목까지 카쟝의 모습이 재현되었으며 그가 실리콘으로 가면을 만들 때 사용했다. 그 동상에 실리콘을 얇게 입히고 특정 부분에 실리콘을 덧붙여 특정 인물의 특징을 살리는 것이 분장의 첫 단추였다. 하지만 일호와의 만남에서는 필요가 없었다. 카쟝은 분장보다는 화장에 가까운 작업을 간단히 마치고 옷장으로 갔다.

 

 "분장은 끝났고, 다음 단계로 가볼까?"

 

 그로부터 3시간 후, 카쟝은 점심 때 마셨던 아메리카노를 다시 주문하고 있었다. 달라진 점이라고는 점심때는 뜨거운 커피였지만 이번엔 아이스 커피였다.

 

 "이렇게 일찍 만나게 될 줄은 몰랐는데."

 

 점심시간에 만난 일호의 태도로 봐서는 최소 1~2주는 지나야 만날 수 있으리라고 예측했다. 그만큼 일호의 얼굴과 몸짓엔 여유가 없었다.

 

 "너무 갑작스럽긴 하네."

 

 하지만 애초에 연락을 기다리고 있던 카쟝이었기에 만남을 마다할 리가 없었다. 카쟝은 연인과 첫 데이트를 하는 것 마냥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러나 두근거림도 잠시 뿐이었다. 아메리카노를 한 모금 마시고 나니 휴대폰에 문자 한 통이 남겨져 있었다.

 

 [30분 정도 늦을 것 같습니다.]

 

 일방적인 통보로 인해 화가 날 법도 했다. 그러나 카쟝은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카쟝은 일호에 대한 분노보다 호기심이 앞서있었다.

 

 "오늘 만나는 게 어디야."

 

 40분 뒤, 커피를 두 모금 남겨놨을 즈음 카페의 문이 열렸다. 경주마를 연상시키는 갈색 구두, 각이 살짝 흐트러진 바지와 빛 바랜 남색 정장을 입은 사내가 들어왔다. 머리가 조금 반질반질해진 것 빼고는 점심때와 큰 차이가 없었다. 다만 너무 서둘러서 왔는지 양쪽 볼이 복숭아처럼 상기되어있었다.

 
작가의 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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