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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악동 카쟝: 세상을 바꾸는 도둑들
작가 : 꾸마네
작품등록일 : 2022.2.18

부유 도시 '마루'와 빈곤 도시 '달구'.
고위인사들의 욕망과 탐욕으로 빈부격차는 점차 심해지고, 달구 시민들의 불만도 최고조에 이른다.
도둑계의 악동 '카쟝'과 그의 동료 '리브'. 그들이 원하는 것은 '부(富)의 재분배'다.
세계 최고 회사 '명장제약회사'의 사장 '백민관'. 그는 언제나 '젊음'을 갈구한다.
도적단 중 가장 악랄한 '흑사단'과 그들의 수장 '흑사'. 그의 목적은 언제나 '돈'.
진짜 도둑은 누구인가? 도둑을 뛰어넘는 도둑이 계속해서 나타난다.
ii858@naver.com

 
방송과 현상금
작성일 : 22-02-18 22:44     조회 : 65     추천 : 0     분량 : 7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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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들어 2번째 방송 출연이었다. 방영되고 있던 뉴스에선 일주일에 한 번씩 유명 인사를 초청해 생방송으로 1:1 인터뷰를 하는 코너가 있었다. 무대는 시민 방청객들이 둘러싸고 있는 스튜디오였고 그 중앙에서 두 사람이 기다란 책상을 사이에 두고 앉는 구조였다. 그 동안 운동선수부터 마루시장까지 많은 사람들이 나왔었고, 아나운서는 그들과 대화하는 방식으로 코너를 진행했다.

 

 "오늘 소식은 여기까지입니다."

 

 아나운서는 마지막 소식까지 전하고서 잠깐 뜸을 들였다.

 

 "자, 다음은 인사 초청석이죠."

 

 뉴스는 오늘도 여느 때처럼 유명 인사를 초청한 셈이었다. 다만 그 주인공이 백민관이라는 점이 평소와 달랐다.

 

 “저희가 힘들게 모셨습니다. 백민관 씨, 안녕하세요.”

 

 카메라맨은 아나운서의 우측을 비추었다. 민관은 어느새 아나운서의 옆에 앉아있었다. 마지막 소식이 보도되는 동안 미리 착석한 것이었다.

 

 “안녕하세요.”

 

 민관은 카메라를 향해 온화한 미소를 보냈다. 보기만 해도 푸근해지는 인상이었다. 며칠 전에도 카메라와 대면했던 그였기에 무척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아나운서는 자연스레 몸을 돌려 민관에게 향했다.

 

 “저도 백민관 씨에게 궁금한 점이 참 많았는데, 생방송이다 보니 개인적으로 질문을 못 드리겠네요.”

 

 민관은 나긋나긋한 말씨로 답했다.

 

 “그럼 인터뷰 끝나고 차나 한 잔 하죠.”

 "하하, 그럴까요?"

 

 이후 질문 시간으로 접어들었고 질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끊임없는 질문의 바다 속에서도 민관은 자상한 표정과 상냥한 말투를 잃지 않았다.

 

 "백민관 씨, 아직도 드릴 질문이 많습니다."

 "아, 또 있습니까? 이거, 방송을 종종 나와야겠군요."

 "하하, 저번에 다른 방송에 출연하셔서 노화 저해제에 대한 얘기를 하셨습니다."

 "네. 기억납니다."

 "그 방송에서 1년 안에 노화 저해제를 개발하시겠다고 하셨는데요."

 

 '야밤의 데이트'에 나와서 했던 발언이었다. 그 날의 방송은 마루시를 넘어 전 세계에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방송 후부터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의 대화 주제로 쓰이는 것은 물론이며, 명장제약에 투자하고 싶다는 연락도 물밀듯이 들어왔다.

 

 "예. 맞습니다."

 "저희 뉴스 게시판에 그 약에 대한 질문들이 넘칠 정도로 쏟아졌습니다. 전 세계라고 봐도 될 정도의 수많은 사람들이 굉장히 궁금증을 가지고 있는데요. 이 사실은 알고 계셨습니까?"

 "네. 안 그래도 주변에서 많은 얘기들이 들려오더라고요."

 

 아나운서는 게시판에 있던 질문들을 정리한 문서를 쓰윽 훑어보았다.

 

 "가장 많이 올라왔던 질문은 '약의 완성은 정확히 언제쯤 될 것인가?', 같은 맥락으로 '약의 개발 과정 중 어느 단계까지 왔는가?'를 물어보시는 분들이 굉장히 많았습니다."

 

 민관은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그렇군요. 사실 신약 개발에 대해 아시는 분이라면 제가 1년 남았다고 했을 때 그런 생각을 하셨을 겁니다. '개발 과정을 모두 마쳤구나.' 네, 맞아요. 약의 개발은 거의 다 마쳤다고 보면 됩니다."

 

 스튜디오 전체는 정적으로 가득 찼다. 방청객들 몇몇이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뉴스인 만큼 저번 토크쇼와는 다른, 고요한 반응이었다. 아나운서는 민관의 말을 이해했다는 듯이 고개를 여러 번 끄덕였다.

 

 "이 질문과 관련해서 같이 올라온 질문이 있는데요."

 "어떤 것인가요?"

 "노화가 저해되는 것을 뛰어넘어 더 젊어지는 방법도 개발하시겠다고 하셨는데, 이것도 시청자분들이 몹시 궁금해 하셨습니다."

 

 민관은 콧바람을 내며 웃었다.

 

 "그렇습니까?"

 "네, 이것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도 많은 전문가들의 설전이 오갔는데요."

 

 민관이 토크쇼에 나간 이후, 수많은 언론에서 그의 발언과 관련한 입씨름이 벌어졌다. 실현 가능성부터 윤리적인 부분까지 이르는 무수한 측면에서 많은 이들이 자신의 의견을 내놓았다. 한 대학교수는 "젊어질 수 있는 세상이 온다면 나이라는 개념이 사라질 것"이라며 기대 섞인 우려를 표했다.

 

 "상당한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민관은 말을 이어갔다.

 

 "하지만 그때 드렸던 얘기 그대로입니다. 노화 저해를 뛰어넘어 젊어질 수 있는 시대가 곧 도래할 것입니다. 여러분은 그저 그 시대를 만끽하시면 됩니다."

 

 TV를 보던 일호는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젊어질 수 있다니...."

 

 백 사장이 노화 저해제에 몰두하고 있는 건 예전부터 익히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연구가 이렇게까지 진행되어있다는 사실은 일호도 처음 알았다. 뉴스에서는 아나운서가 다음 질문을 준비했다.

 

 "네, 이제 시간이 얼마 안 남았습니다. 지금부터는 방청객 분들의 질문을 받아보겠습니다."

 

 아나운서가 입을 닫기도 전에 대여섯 명의 방청객이 손을 들었다.

 

 "자, 저기 왼쪽 2번째 줄에 계신 남자 분, 질문해주시겠습니까?"

 

 민관의 뒤편 방청석에 있던 중년의 남자가 일어났다. 대기업 차장 정도 되어 보이는 중후한 얼굴에 회색빛 정장을 입고 있었다. 금테 안경너머로 보이는 눈빛은 송골매처럼 날카로웠다.

 

 "네, 마루시에 살고 있는 강두일이라고 합니다. 현재 달구시에서 학목 바이러스에 의해 많은 피해자들이 나오고 있다고 합니다. 백민관 사장님도 알고 계신가요?"

 "예, 저도 뉴스에서 봤습니다."

 

 방청객의 질문은 거침없이 질주했다.

 

 "제약회사 사장님으로서 그것에 대한 대책이 있으신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아나운서는 낭패라는 표정을 지었다. 공영 방송에서 '그 바이러스'에 대해 직접 언급한 적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지나가는 뉴스 정도로만 떴지 그것을 주제로 한 대화가 오고 간 적은 없었다. 생방송이라서 편집도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민관은 대본을 짜오기라도 한 것처럼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저도 학목 바이러스는 익히 알고 있습니다. 그 바이러스 때문에 하루에 몇 시간씩 머리를 싸매는지 모릅니다."

 

 민관은 오늘 방송 중 가장 진지한 얼굴과 말투였다.

 

 "아직 치료제가 개발되지는 않았습니다. 바이러스 치료제를 만드는 게 쉽지가 않다보니 저희 명장제약도 밤낮으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아직 확실한 치료 방법이 나오진 않았지만 최대한 빠르게 개발해서 바이러스 관련 문제들을 없애도록 하겠습니다."

 

 민관의 눈빛은 너무나도 깊고 영롱했다. 지금 그의 눈과 마주친다면 철천지원수도 그를 신뢰할 것만 같았다.

 

 "그럼 그렇지."

 

 일호는 여태 가만히 서서 TV를 보고 있었다.

 

 "사장님이 가만히 계실 분이 아니지. 다른 부서에서 개발하고 있던 거였네."

 

 아나운서는 서둘러 다음 질문자를 찾았다.

 

 "이제 시간이 정말 없다고 하니, 한두 질문만 추가로 받고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아까 오른쪽 맨 앞줄에서 손드신 분 있었죠?"

 

 이번에는 이전 질문자와 상반되는 모습의 여자가 일어났다. 20대 중반은 되었을까, 사회 초년생처럼 보이는 앳된 얼굴과 도톰한 분홍 니트를 입은 여인이었다.

 

 "저는 마루시 유람동에 사는 오해원이라고 합니다. 저번에 카쟝에 대해서 하신 말씀 기억하십니까?"

 

 민관의 얼굴은 일순간에 황토빛으로 변했다. '카쟝'이란 단어는 민관의 얼굴을 굳게 만드는 주문이었다.

 

 "네. 당연하죠."

 

 이번에도 뉴스 제작진의 예상에 어긋나는 질문이었다. 아나운서는 눈 둘 곳을 찾지 못해 애꿎은 문서만 뒤적였다. 오해원의 질문은 끊김 없이 이어져 나갔다.

 

 "그때 말하셨던 발언, 아직도 유효한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민관은 눈을 감고 잠시 시간을 가졌다. 다음 말을 하기 전에 심사숙고를 거듭하는 것이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사회자, 방청객, 그리고 시청자까지 제자리에 굳었다.

 

 꼴깍.

 

 사회자가 목 넘기는 소리까지 마이크로 녹음되고 있었다.

 

 "흠...."

 

 침묵으로 10초가 지날 즈음, 민관은 천천히 눈을 떴다.

 

 "제 기억으로는 그때 카쟝을 사로잡아오면 1000억을 드린다고 했던 것 같은데요."

 

 오해원은 수긍의 의미로 입을 다문 채 고개를 끄덕였다. 민관은 그녀와 눈을 맞춘 채 다시 말문을 열었다.

 

 "실은 그 1000억과 관련해서 조금 변경사항이 있습니다."

 

 해원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번 방송에서 원래 현상금의 2배인 1000억을 걸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근데 마음이 살짝 바뀌었습니다."

 

 민관은 눈길을 돌려 자신을 찍는 카메라를 응시했다.

 

 "만약에 카쟝을 생포해오시면 4배를 드리겠습니다. 즉, 현상금의 4배, 총 2000억을 드린다는 말이지요."

 

 조각처럼 굳어있는 민관의 눈동자는 그의 발언이 진심임을 나타냈다.

 

 "호오."

 

 일호는 민관의 결심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저 정도 금액이면 사람들이 카쟝을 잡으려고 난리겠는걸?"

 

 달구시는 돈 때문이라면 별의별짓을 다하는 인간들의 집합소였다. 2000억이라면 목숨 걸고 카쟝을 찾으려할 이들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일호의 마음 한 구석에서는 의구심도 들었다.

 

 '과연 카쟝이 잡힐까?'

 

 TV 속 민관은 여전히 시청자들을 응시했다.

 

 "어떤 수를 쓰셔도 좋습니다. 카쟝을 체포하느라 생긴 피해액은 현상금과 독립적으로 제가 전액 보상해드리겠습니다. 여러분은 카쟝만 생포해오시면 됩니다."

 

 이후에 한두 문답이 더 오갔지만 시청자들의 뇌엔 오직 하나만 각인되어 있었다.

 

 "현상금이 2000억이라고?"

 "2000억이면 빌딩이 몇개야."

 "와, 카쟝만 잡으면 복권 당첨이네."

 

 카쟝의 현상금은 그들의 머리속에 잔상처럼 남아 뇌리를 맴돌았다. 그 사이에 민관은 마지막 질문까지 성실히 대답하고 옷매무새를 가다듬었다.

 

 "그럼 시청자 여러분 좋은 밤 되십시오."

 

 아나운서의 끝인사와 함께 뉴스는 막을 내렸다.

 

 일호는 발길을 돌려 환복을 마쳤다. 출입카드를 찍고 연구실을 나오니 엘리베이터는 10층에서부터 서서히 내려오고 있었다. 지하 1층으로 내려가기 위해 승강기 버튼을 누르자 얼마 안 있어 엘리베이터가 도착했다.

 

 [3층입니다.]

 

 "어? 강 과장!"

 

 승강기 문이 열리며 내부에서 일호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그 안에는 한 남자가 타고 있었다. 일호는 자연스레 안으로 들어갔다.

 

 "최 과장님. 안녕하세요."

 

 기획팀의 최 과장이었다. 일호보다 딱 12살 많은 띠동갑이었지만 외모와 옷차림은 일호보다 훨씬 세련됐다. 오늘만 하더라도 그랬다. 이미 퇴근시간이 한참 지났음에도 헤어스타일부터 양복까지 잘 만들어진 작품처럼 깔끔했다. 특히 머리를 올려 오른쪽으로 세우는 스타일은 최 과장의 심벌이기도 했다.

 

 [문이 닫힙니다.]

 

 부서가 다르다보니 서로 만날 기회가 많지는 않았다. 인사하는 사이가 된 것도 1년 전에 다른 직원의 결혼식에서 안면을 튼 것이 계기였다.

 

 "거의 한 달만에 보는 것 같네. 강 과장 잘 지내고 있지?"

 

 최 과장은 오랜만에 만난 일호에게 안부부터 물었다.

 

 "네. 잘 지내고 있습니다."

 

 일호는 지금 매우 피곤했다. 바닥에 등만 대면 10초 안에 잘 수 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최 과장과 그리 친하지 않다보니 대화를 중간에 끊기도 힘들었다. 사정을 모르는 최 과장은 두 사람뿐인 승강기를 대화로 채워갔다.

 

 "강 과장."

 "네?"

 "방금 전에 그 방송 봤어?"

 "무슨 방송이요?"

 "사장님 나온 방송."

 "아, 뉴스요?"

 "응. 그거!"

 "봤죠."

 "이야. 현상금이 2000억이라니. 나 회사 그만 두고 카쟝이나 찾으러 다닐까봐."

 

 최 과장은 현상금 사냥꾼이 된 것마냥 가슴을 한껏 내밀었다.

 

 "그러게요. 2000억이면 큰 돈이죠."

 

 일호의 시큰둥한 반응은 최 과장의 가슴을 가라앉혔다. 분위기가 시들해지자 최 과장은 주제를 돌렸다.

 

 "강 과장, 그 사실 알아?"

 

 장난기 섞인 최 과장의 얼굴은 일호를 더욱 곤란하게 만들었다.

 

 "무슨 사실이요?"

 "이 회사, 예전에 어떤 곳이었는지 알아?"

 "예전이요?"

 "응, 건물 짓기 전에."

 

 '알 리가 있나!'

 

 "아니요. 모르겠습니다."

 "하하하핫!"

 

 최 과장은 승강기가 흔들릴 정도로 크게 웃었다. 물음에 답하지 못하는 일호를 비웃기라도 하는 듯했다.

 

 "바로, 공동묘지였대."

 "공동묘지요?"

 

 '아무리 그래도 공동묘지 위에 건물을 세우는 인간이 어디 있어? 그걸 믿는 얼간이는 또 뭐고.'

 

 일호는 속으로 콧방귀를 꼈다. 최 과장은 일호의 속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이 일호를 노려봤다.

 

 "어? 못 믿나보네. 그 증거로! 이 엘리베이터에 혼자 타기만 하면 애기 울음소리가 들린다나봐."

 

 "최 과장님도 방금 전까지 혼자 있었으니 당연히 들으셨겠네요?"라는 말이 구강 내를 휘감아 돌았다. 당연하게도 밖으로 꺼내진 못했다. 피로감은 일호를 더욱 냉소적으로 만들고 있었다.

 

 "그렇군요."

 "진짜라니까? 어제 우리 팀 막내도 들었다니깐?"

 

 띵-

 

 [1층입니다.]

 

 문이 열리자 최 과장은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최 과장님도 싱거운 구석이 있네.'

 

 최 과장은 승강기 밖으로 나가자마자 갑자기 휙 돌아섰다.

 

 "믿거나~ 말거나~."

 

 그 말을 마지막으로 최 과장은 정문으로 향했다. 깜짝 놀란 일호는 멀뚱히 그를 쳐다봤다.

 

 '학교괴담도 아니고 회사괴담이라니... 참....'

 

 일호는 지하 주차장으로 가기 위해 엘리베이터에 남아있었다.

 

 [문이 닫힙니다.]

 

 문이 천천히 닫히고 엘리베이터엔 정적이 찾아왔다. 승강기는 곧 중력을 따라 지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일호가 휴대폰으로 시간을 확인하는 동안 승강기는 지하 1층에 도착했다.

 

 [지하 1층입니다.]

 

 일호는 문 앞에 섰다. 그때였다.

 

 으아앙-

 

 "뭐지?"

 

 너무 미세한 소리라 일호는 잘못 들었나 싶었다. 하지만 소리는 또 한 번 들렸다.

 

 으아앙-

 

 일호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울음소리?'

 

 소리는 승강기 구석에서 새어나오는 듯했다. 일호는 자연스레 방금 전에 들었던 괴담이 떠올랐다.

 

 '내가 헛것을 듣는 건가?'

 

 [문이 열립니다.]

 

 으아아앙-

 

 문이 열리자 소리는 좀 더 선명해졌다.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아주 작은 소리였으나 들으면 들을수록 울음소리였다. 그것도 어린 아이의.

 

 [문이 닫힙니다.]

 

 "아앗."

 

 일호는 문이 닫히기 직전에 가까스로 승강기에서 나왔다.

 

 철컥-

 

 승강기의 문이 닫히고 나니 주위는 다시 고요해졌다. 곧이어 승강기는 다시 윗층으로 올라갔다.

 

 위잉-

 

 승강기가 지상으로 올라가자 주위는 다시금 잠잠해졌다. 일호는 닫힌 승강기 앞에서 멍하니 서있었다.

 

 '피곤해서 잘못들은 건가?'

 

 이성적으로 생각해봤을 때 제약회사에서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리는 것 자체가 괴상했다.

 

 "어디서 도둑고양이가 들어왔나 보네."

 

 고양이의 울음소리라고 생각하는 쪽이 더 타당했다. 지하 주차장에 길고양이가 들어오는 일이 때때로 있었다.

 

 "최 과장님은 괜한 소릴 해서 신경쓰이게 만드네."

 

 일호도 피로가 강했던 탓에 더 이상의 호기심은 생기지 않았다. 그는 그대로 승용차로 걸어갔다. 아직 저녁도 못 먹었던 터라 집으로 가서 끼니부터 챙길 예정이었다.

 

 "졸려 죽겠는데 배는 고프고. 총체적 난국이네."

 

 부웅-

 

 차를 타고 회사를 나오니 벌써 하늘은 짙은 쪽빛으로 물들어있었다. 달도 구름 뒤에 숨은 채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비가 오려나."

 

 보통은 곧장 집으로 향했지만 본능이 그의 발길을 다른 목적지로 돌렸다.

 

 꼬르륵-

 

 일호는 24시 편의점에 들러 저녁으로 삼을 식료품을 사기로 했다. 편의점 앞에 주차한 일호는 입구로 들어섰다.

 

 [어서 오세요.]

 

 전자음이 일호의 입장을 반겼다. 반면 편의점 점장은 손님의 등장에는 전혀 관심 없었다. 점장의 흥미를 끄는 쪽은 따로 있었다.

 

 "백민관 사장은 카쟝을 생포해오면 2000억 환을 주겠다고 공표했습니다."

 

 방금 전 뉴스에서 나왔던 내용을 타 채널 뉴스에서 보도하는 중이었다.

 

 "암, 그라제. 도둑놈은 잡아들여야제."

 

 점장은 계산대 오른편에 설치된 TV화면을 뚫어져라 시청했다. 그는 당장이라도 몽둥이를 들고 카쟝을 찾으러 나갈 기세였다. 각 방송사는 이미 백민관과 카쟝을 대결구도로 만들어놓고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고 있었다.

 

 "과연, 카쟝을 잡아 현상금을 획득할 주인공은 누굴까요?"

 

 일호는 방송사의 계략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양손에 도시락과 음료수를 들었다. 일호가 식료품을 한 아름 들고 계산대로 오는 동안에도 점장의 시선은 TV에 고정되어있었다. 계산대 위에 음식들이 나열되고 나서야 점장은 웃으며 손님을 반겼다.

 

 "요새 도둑놈들이 몹시 설치지 않습니까?"

 

 일호는 대화를 길게 끌고 싶지 않았다. 지금은 허기진 배를 채우는 게 우선이었다.

 

 "네. 도둑들이 다 잡혔으면 좋겠네요."

 

 으흐흠-

 

 일호의 억지 대답을 듣고 난 점장은 콧노래를 불며 상품들을 봉투에 넣었다.

 

 "또 오십쇼."

 

 일호가 인사를 받기도 전에 점장의 이목은 다시 TV로 향했다. 일호는 쓸쓸히 승용차로 돌아갔다.

 

 시동이 걸린 지 10분도 지나지 않아 일호는 집에 도착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언제나 그랬듯 신발장 조명만이 그를 반겼다. 거실 형광등을 켜자마자 반사적으로 시간을 확인했다.

 

 [PM 9:20]

 

 하루를 마무리하기에 딱 좋은 시간이었다. 일호는 주방으로 들어가 편의점에서 사온 도시락을 꺼냈다. 그는 문득 인스턴트식품을 자제하라던 담당의사가 떠올랐다. 인공심장을 쓰다 보니 억눌러야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가끔씩은 괜찮겠지."

 
작가의 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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