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운고 앞에서 발걸음을 돌리는 슬비 마음이 심란한 듯 거리를 걸으며 좀 기분이 좋아지는 듯 얼굴 표정이 가벼워졌다.
저녁이 되어 집으로 들어가려는데 대문 앞에 검은 그림자가 서 있다. 바로 건우였다. 슬비가 오는 소리를 듣고 고개를 드는 건우가 걸어와 말도 없이 슬비를 꼭 껴안는다.
"왜 그래..."
"잠시만 이렇게 있어주면 안될까?"
슬비는 뭔가 심각한 일이 일어났다는 것을 느끼고 말없이 건우의 등을 토닥토닥거리며 위로를 하듯 쓰담쓰담해준다.
건우와 슬비는 집 앞에 있는 계단에 나란히 앉아 이야기를 나눈다.
"무슨 일 있어? 아님 있었어?"
"유나누나 만났어"
"그래 연우오빠에게 무슨 일이 생긴거야"
"아니... 아니야 아무 일도..."
"그럼 다행이다. 근데 여긴 왜 왔어"
"몰라 그냥 네가 너무 보고 싶어서"
"이제 그만 가봐 엄마가 걱정하시겠다"
"하나만 묻자"
"뭐"
"연우형 아직도 기다리는 거야"
"나도 모르겠어 유나언니가 곁에 있는데 내가 기다려도 될까?"
"아니 기다리지마"
"그래야겠지..."
그 말을 하며 자리에서 일어나는 슬비의 모습을 보면서 손을 잡는다. 집에 들어가지 말고 내 곁에 있어줘 라는 말을 하는 듯 건우의 눈이 간절하다.
슬비는 손을 뿌리치고 대문을 열고 들어간다. 하지만 집안으로는 들어가지 못하고 대문에 기대어 눈물을 참고 있었다.
건우는 한참 슬비의 집을 쳐다보다가 걸음을 옮겼다. 몇 분 뒤 집에 도착해 방으로 바로 들어가 전화를 걸었다.
"형... 형..."
"왜 말은 안하고 자꾸 날 불러"
"도대체 이유가 뭐야"
"뜬금없이 무슨 소리야 이유가 뭐라니?"
"비를 맞으면 힘들잖아 고통스럽잖아 그런데 왜 피하지 않고 숨지않고 그 비를 다 맞는거야 도대체 왜 이유가 뭔데"
"이제 비를 이겨내야 할 것 같아서 언제까지 부모님 곁을 떠나서 비가 조금 내리는 나라만 찾아다니며 살겠어"
"이제까지 잘 지내다가 왜 지금에서야 그런 마음을 먹는거야"
"나이도 있고 결혼도 해야하고 나를 위해서가 아닌 모두를 위해서 그렇게 해야만 할 것 같아서"
"빙빙 돌려가며 변명하지마"
"내가 왜 너에게 변명같지 않은 변명을 하겠어"
"슬비... 슬비 때문 아니야?"
"슬비... 피식... 하하하"
"왜 웃어 난 심각한데"
"전화비 많이 나온다 그만 끊어"
연우가 먼저 전화를 끊었다. 그러자 건우는 이미 끊어진 전화를 바라보며 계속 형을 불렀지만 대답이 없다.
연우가 했던 말들을 다시 생각하며 침대에 누웠지만 잠이 오지않고 형의 그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그저 답답하기만 하다.
다음날 아침
밤을 지새우고 새벽 늦게 잠이 든 건우가 결국 늦잠을 잤다. 빨리 일어나서 대충 세수를 하고 버스 정류장으로 향하는데 학생들의 모습이 보이지않고 택시를 타고 학교로 간다.
다행히 교실 안에 도착하니 아직 조례 전 담임선생님이 안 들어온 상황에 건우는 책상에 엎드려 앉는다. 수업은 시작됐지만 노트에 연우와 슬비 또 유나와 건우 이름을 적고 이리저리 줄을 그으며 정리를 하지만 뜻대로 잘 되지 않는 듯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며 괴로워한다.
그 모습을 보고 수업을 진행하던 선생님께서 다가와서 건우의 노트를 보고 말없이 건우를 일으켜 세우고 교실문을 가리키며 눈짓한다. 건우는 일어나 교실 밖으로 나와 복도에 서서 창문 밖으로 보이는 하늘을 바라본다.
하교시간 교문 밖으로 나온 건우가 걸음을 멈추고 누군가를 찾는 듯 두리번거리지만 보이지 않고 폰을 꺼내 전화를 건다.
"어디야 아직이야"
"이제 다 나았으니깐 그만하려고"
"아니야 나 아직 아파... 마음이 너무 아파..."
"마음까지는 나도 어떻게 하지 못하겠다"
슬비는 차갑게 전화를 끊고 건우는 거리를 달리기 시작했다. 슬비의 학교 앞에 도착했을 땐 이미 학생들이 집으로 가고 없는 상황이었다. 슬비를 또 찾기 위해 버스 정류장과 카페버네로 가보지만 슬비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