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 학교를 가기 위해 버스 정류장에 도착했다. 어제 슬비가 걱정이 되어 문자를 보내지만 답이 없다. 통화버튼을 누르지만 받지 않았다.
‘이젠 나하고 인연도 끊겠다. 이거야’
답답한 마음을 뒤로 하고 버스에 오른다. 한참을 달리는 버스 안에서 밖을 보던 건우가 급히 벨을 누른다. 버스가 서고 뒷문이 열리자 바로 뛰어가는 건우 고개를 숙이며 걷고 있는 슬비 앞에 선다.
그림자에 막혀 앞으로 가지 못하고 그 자리에 서 있는 슬비 천천히 고개를 들자 건우가 서 있다.
“왜 문자 씹어 내가 너에게 집착하게 만들지마”
“하지마 안하면 되잖아”
“계속 손이 움직이고 마음이 가는데 어떻게 거부할 수 있어”
“그럼 지워 내 이름 내 기억”
“그러기엔 이미 늦었어 우린 너무 많이 와 버렸다”
“난 아무렇지도 않은데”
“그거야 네 마음속엔 형이 있어서 내가 보이지 않겠지만 난 네가 처음이야! 내 첫사랑이라고 이 바보야!”
“그럼 너와 난 이루어지지 못하는 첫사랑이구나”
“그건 너와 형도 마찬가지 아니야!”
“그러니까 나보고 어쩌라고...”
결국 눈물을 보이고 마는 슬비 그 모습에 가볍게 안아주는 건우 지나가는 학생들과 사람들 사이에 둘은 또 다시 하나의 섬이 되었다.
“늦었어 나 지각이야”
“오늘 학교 마치고 만나자 할 이야기가 있어”
“그게 뭔데”
“지금은 안돼 학교 마치고 이야기 해 줄게”
그 말을 남기고 각자의 학교를 향해 가는 건우와 슬비.
건우는 슬비에게 말을 한다고 했지만 정작 고민을 하느라 수업이 들어오지 않았고 슬비는 건우가 할 말이 있다는 말에 엉망진창이 되어 버린 하루가 되었다.
모든 학생들이 수업을 마치고 학교를 나온다. 무거운 걸음으로 걸어나오는 건우 모습이 보이고 버스 정류장에서 기다리고 있는 슬비가 보인다.
둘은 눈빛으로 인사를 나누고 말없이 거리를 걷는다. 누가 먼저 말을 할까 내기를 하는 것처럼 눈치만 보고 있다가 걸음을 멈춰 선다.
“할 이야기가 뭔데 또 이상한 사랑 타령이나 할 거면 그냥 갈래”
“형... 형 얘기야”
“연우오빠?”
“응”
“무슨...”
“형이 너에게 할 얘기가 있는데 하지 못하고 있어 그래서 내가 하려고”
“형이 못하는 이야기를 왜 네가 하는데”
“두 사람을 지켜보는 내가 더 이상 못 참아서 이야기 하려고”
“그래 그럼 어디 한 번 들어보자 해 봐 어서”
그때 건우의 폰이 울리고 화면을 보면 [연우형] 이라고 뜬다. 받을까 말까 하다가 전화를 받는다.
“여보세요”
“너 어디야 내가 데리러 왔는데”
“형은 할 일이 그렇게 없어 나 데리러 올 시간에 여자친구나 만나”
“그래서 여자친구와 같이 너 데리러 왔지”
“뭐?”
“왜 약속있어”
“아니 같이 만나자 나 지금...”
그 주변 도로에 있던 연우는 몇 분도 지나지 않아 건우와 슬비가 있는 곳에 도착을 했고 아무런 설명도 없이 억지로 차에 슬비를 밀어 넣고 옆자리에 건우가 앉는다. 서로 눈치를 보느라 분위기는 순간 어색하기만 하다.
“너 혼자 있는 줄 알았는데”
“형 이야기 하려고 하는데 전화가 왔어”
“나? 무슨 이야기”
“3년 전...”
그때 급 브레이크를 밟으며 차가 섰다. 순간 놀란 네 사람.
“괜찮아 연우씨”
“음, 유나 너는...”
“형 뒤에 있는 우리 둘도 좀 생각해줘라”
“아! 미안...”
유나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연우를 바라보고 있다. 그 모습을 뒤에 앉아서 보고 있는 슬비의 마음이 편하지 않고 연우는 룸미러로 슬비를 바라본다.
"오빠 저 내릴게요. 차 좀 세워줘요"
"내가 형 이야기 해준다고 그런데 안 듣고 내린다고?"
"듣고 싶지 않아 이미 다 지난 과거 일인데..."
"좋아 여기서 내리면 마음 정리한 것으로 알 테니까 내려"
연우는 두 사람의 대화를 듣다가 차를 갓길에 세운다. 슬비가 고개를 숙인 채 귓가에 겨우 들릴 정도의 목소리로 인사를 하며 내린다.
건우가 그냥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을 보고 연우가 좀 신경질 나는 목소리로
"어서 안 내리고 뭐해 슬비 혼자 걸어가잖아!"
"혼자 가게 내버려둬"
"사랑한다며... 내려."
"됐어. 정말 알다가도 모르겠어"
그때 차 문을 열고 내리는 연우가 슬비를 향해 뛰어간다. 유나는 놀란 눈을 하고 차에서 내려 건우를 부른다. 걸어가는 슬비의 팔을 붙잡고 돌려 세워 고개를 들지 못하는 슬비의 얼굴을 들어보면 눈물을 흘리며 울고 있다. 그 모습을 보고 망설이다 슬비를 조심스레 다가가 안아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