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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악동 카쟝: 세상을 바꾸는 도둑들
작가 : 꾸마네
작품등록일 : 2022.2.18

부유 도시 '마루'와 빈곤 도시 '달구'.
고위인사들의 욕망과 탐욕으로 빈부격차는 점차 심해지고, 달구 시민들의 불만도 최고조에 이른다.
도둑계의 악동 '카쟝'과 그의 동료 '리브'. 그들이 원하는 것은 '부(富)의 재분배'다.
세계 최고 회사 '명장제약회사'의 사장 '백민관'. 그는 언제나 '젊음'을 갈구한다.
도적단 중 가장 악랄한 '흑사단'과 그들의 수장 '흑사'. 그의 목적은 언제나 '돈'.
진짜 도둑은 누구인가? 도둑을 뛰어넘는 도둑이 계속해서 나타난다.
ii858@naver.com

 
장비서의 임무
작성일 : 22-02-18 22:36     조회 : 73     추천 : 0     분량 : 7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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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두 사람은 인적 드문 곳을 20분 더 수색한 끝에 한적한 공원을 발견했다.

 

 “저기서 숨 좀 돌리면 되겠어요.”

 

 30분 넘게 금덩이를 짊어지고 전력질주했던 자동차에게도 쉴 기회를 줘야했다. 이윽고 공원의 입구가 보이고 자동차는 천천히 속도를 줄였다.

 

 “그럼 이제 잠시 휴식ㅇ...!”

 

 쿵.

 

 느닷없는 충격과 함께 카쟝과 리브의 목이 뒤로 꺾였다. 뒤차가 그들을 박은 것이었다. 안 그래도 곤두선 신경은 리브를 한 층 더 날카롭게 만들었다.

 

 “누구야, 도로도 넓은데 이따구로 운전하는 게?”

 

 리브가 뒤에 있던 차를 확인하기 위해 창문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차주가 어떤 인간인지 봐야겠,"

 

 그 순간이었다.

 

 “으아악!”

 

 통나무가 창문으로 들어왔다. 아니었다. 통나무만한 팔뚝이 리브를 잡아당기는 것이었다. 리브는 영문도 모른 채 태풍에 뽑힌 소나무마냥 창문 밖으로 끌려 나갔다. 그렇게 그는 힘 한 번 쓰지 못하고 땅바닥에 곤두박질쳤다.

 

 철퍼덕.

 

 '밀수꾼이 쫓아온 건가? 그럴 리가?'

 

 카쟝은 깜짝 놀라 운전석 문을 열고 나왔다.

 

 척.

 

 둔탁한 금속음과 함께, 카쟝의 뒤통수로 한기가 느껴졌다.

 

 “입 닥치고 손들어.”

 

 카쟝은 자신의 후두부에 닿은 것이 총구라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그는 자연스럽게 양손을 머리 위로 올렸다.

 

 “누구... 시죠?”

 “널 아주 만나고 싶었던 사람.”

 

 목소리가 낯설지 않았다.

 

 “당신....”

 

 카쟝은 조심스럽게 고개를 돌렸다. 새까만 총구 너머로 낯익은 얼굴이 시야에 들어왔다. 카쟝을 향해 방아쇠를 쥐고 있던 자는 백민관이었다. 백 사장은 리브와 카쟝의 얼굴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하! 심 장관이랑 그 옆에 붙어 댕기는 놈을 빼다 박았구만. 이런 변장은 어떻게 하는 건가?”

 

 카쟝은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이번에도 입을 연 쪽은 백민관이었다.

 

 “이상하지? 내가 왜 여기 있는지?”

 

 백민관의 입 꼬리가 조금씩 올라갔다.

 

 “네 놈의 수법, 뻔하더라고? 심 장관의 스케줄을 어떻게 빼돌린 건진 모르겠지만, 그걸 이용해서 범행을 저지른 거지? 너무 싱거운데?”

 

 백 사장은 그동안 카쟝이 써온 범행일기를 토대로 그의 범행방식을 추측해본 것이었다.

 

 “그래서 나도 똑같이 심 장관의 스케줄을 이용해봤어. 심은섭이 밀수를 다시 시작했다는 소문은 간간히 돌았으니까. 너도 그 자의 뒤를 캘 거라 예상했지.”

 

 카쟝은 리브의 해킹프로그램을 이용했다고 치더라도, 백민관이 장관들의 스케줄을 알아내는 것은 합법적으로는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카쟝의 눈빛은 당황 반, 의심 반이 섞여있었다. 백민관도 카쟝의 흔들리는 눈을 알아챘다. 민관은 씨익 웃었다.

 

 “뒷돈 좀 찔러주면 얻지 못할 정보가 없거든.”

 

 '방심했다.'

 

 백 사장은 자신의 부하를 향해 고개를 까딱거렸다. 신호를 받은 그의 부하는 리브의 머리끄덩이를 잡았다.

 

 "아악!"

 

 너무 거칠게 잡은 탓에 리브의 실리콘 가면까지 뜯어졌다. 가면은 힘없이 떨어졌고 리브의 왼쪽 얼굴이 그대로 노출되었다.

 

 "아이구, 정성스럽게 만들었을 텐데 아까워서 어쩌나?"

 

 백 사장의 부하는 안주머니에서 검은 물체를 꺼냈다.

 

 철컥-

 

 어느새 리브의 정수리에도 장전된 권총이 배달되었다.

 

 “지금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헷갈리겠지?”

 

 백 사장은 카쟝의 마음을 읽기라도 하는 것 같았다. 카쟝은 이 상황이 왜 일어났으며 어떻게 돌아가게 되는 건지 짐작할 수 없었다.

 

 “크큭, 내 추측이 맞나 보구만. 한 가지만 더 알려줄까? 너한테 허접한 암호를 흘린 것도, 사실 나야. 황금 덩어리가 있어야 네가 달려들 테니까 말이지. 요즘 누가 밀거래를 하면서 그런 문자를 주고 받겠어.”

 

 카쟝도 "어쩐지 허접했었다."라는 말을 하고 싶었지만 분위기상 참았다. 어찌됐든 카쟝은 자신이 장난감 취급당한 것 같아 상당히 불쾌했다. 카쟝의 얼굴은 구름에 가려지는 달처럼 점점 어두워졌다. 반면 백민관의 금니는 달빛을 받아 누렇게 반짝였다.

 

 “경찰 부른 건 좀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어.”

 

 카쟝은 그제야 거래 현장에 경찰이 나타난 이유도 알게 되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백민관이 개입하지 않은 부분이 없었다.

 

 “경찰 없이 나 혼자서 너를 잡기엔 역부족일 것 같아서 말이지. 그래도 덕분에 이렇게 사람 한 명 없는 곳에서 너와 1대1로 대면도 해보고. 얼마나 영광인지 몰라.”

 

 이 기회를 얻기 위해 백민관은 비밀리에 작전을 짜왔다.

 

 “그래서, 나를 잡으려는 이유가 뭐지?”

 “오호. 당황한 티도 안 내고, 역시 연기의 카쟝이네. 이러다 또 연기처럼 사라지는 거 아닌가 몰라."

 

 민관은 애써 태연한 척하는 카쟝을 비꼬았다.

 

 "카쟝, 알고 있겠지만 난 너한테 현상금까지 걸었어.”

 

 백 사장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근데 있잖아. 사실 난 너한테는 전혀 관심 없어. 여기서도 내가 원하는 것만 받으면 아무 말 없이 사라져줄 수 있거든?”

 “원하는 것?”

 “그래. 그것만 넘기면 우리는 조용히 사라져줄게. 혹시나 비협조적으로 나온다면 저기에 있는 네 친구가 우리보다 먼저 사라질 거야. 그치?”

 

 백민관은 고개를 뻗어 리브 쪽을 가리켰다. 백 사장의 부하는 리브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기며 총구를 옆통수에 갖다 댔다. 그 부하는 외모나 행동으로 보아 전문 경호원이 확실했다. 백민관이니 허접한 사람을 고용하진 않을 터였다.

 

 “그래. 원하는 게 뭐지? 우리도 황금이 좀 많다고 생각해서, 나눠줄 용의는 있는데.”

 "황금? 까짓거, 얼마나 한다고."

 "맞다. 부자셨지? 그럼 뭘 드리면 될까?"

 "가방."

 “가방?”

 “그래. 네가 훔친 내 서류가방.”

 “정확히는 내가 훔친 게 아니라 당신이 준....”

 

 철컥.

 

 탄환이 장전되는 소리가 둘 사이를 메웠다.

 

 “장난은 그만. 한 번만 물을게. 가방은 지금 어디 있지?”

 

 카쟝은 다른 방법이 없었다.

 

 “그렇게 소중한 거면 위치추적기라도 붙이시지....”

 

 꾸욱-

 

 백민관은 총구로 그의 머리를 짓눌렀다.

 

 “어....”

 

 카쟝은 재빨리 스포츠카의 트렁크를 가리켰다.

 

 “집에 두긴 께름칙해서 가지고 다니고는 있는데 말이죠.”

 “열어.”

 “네?”

 “열라고. 당기기 전에.”

 

 백민관의 손가락이 살짝 움츠러들었다.

 

 “아, 알겠어요.”

 

 카쟝은 양팔을 든 채 스포츠카의 뒤로 걸어갔다.

 

 뚜벅뚜벅

 

 트렁크 앞에 선 카쟝은 난처한 얼굴로 뒤돌아봤다.

 

 “맞다. 차 키.”

 

 그는 손가락으로 운전석을 가리켰다.

 

 “빨리 가져와.”

 

 카쟝은 여전히 양팔을 든 채 운전석으로 다가갔다. 혼자였다면 어떻게든 도망쳤겠지만, 지금은 혼자가 아니었다. 그의 오른편으로 완전히 제압당한 리브가 보였다.

 

 “저기 말이죠. 키를 뽑으려고 하는데 팔 한 쪽만 내려도 되겠죠?”

 “알았으니까 허튼 수작 부릴 생각 마.”

 

 운전석에 다다라 키를 가져올 때까지 많은 생각이 카쟝의 머릿속을 맴돌았다.

 

 “꾸물거리지 말고 움직여.”

 

 백민관은 총기를 까딱까딱 흔들며 카쟝을 재촉했다.

 

 “네. 갑니다, 가요.”

 

 카쟝은 다시 양팔을 위로 올리며 발걸음을 옮겼다. 이미 백민관의 오른쪽 발끝은 자동차 뒤편을 향하고 있었다. 그의 발끝을 따라 카쟝도 트렁크로 이동했다. 트렁크 앞에 선 카쟝은 또 한 번 백 사장을 바라보았다.

 

 “어... 다시 오른팔을 내려야 할 것 같은데요?”

 

 카쟝은 입술을 아래 방향으로 내밀어 트렁크를 열어야 한다는 점을 어필했다.

 

 “거, 여러모로 성가시네.”

 

 백 사장은 오른손으로 꿋꿋이 총을 쥔 채 왼손을 내밀었다.

 

 “차 키 넘겨.”

 “그냥 제가 여는 게 서로 편할....”

 “빨리 넘겨. 이런저런 사정 봐줄 여유 없으니까."

 

 카쟝은 어두운 얼굴로 백민관 손바닥 위에 열쇠를 올렸다. 카쟝은 걱정스런 얼굴로 민관을 바라봤다.

 

 “대신 가방 이외에 물건은 절대 건드리지 말아줘요.”

 “흥.”

 

 백민관은 콧방귀를 뀌며 열쇠를 빼앗았다. 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트렁크로 키를 가져갔다.

 

 “카쟝, 누가 우위에 있는 지 아직도 파악 못하나? 어떻게 할지 정하는 건 내 쪼ㄱ... 으걹갹그흙굑그야악!”

 

 백민관은 갑자기 경련을 일으켰다. 백 사장을 제외한 세 사람은 깜짝 놀라 동작을 멈췄다.

 

 "사장님!"

 

 비서는 사장을 바라봤지만, 이미 실신한 민관은 카쟝의 품에 안겨있었다.

 

 "카쟝 이 자식! 무슨 짓을 한 거야?"

 "음-. 잠시 쓰러진 거니까 너무 흥분하지 마."

 

 민관이 들고 있던 총도 어느새 카쟝의 손으로 옮겨가 있었다.

 

 "나도 손에 피 묻히기 싫으니깐 이만 돌아가 주지 그래?"

 

 백민관이 쓰러진 이유는 간단했다. 리브가 사용했던 노트북의 도난방지 시스템과 같은 방식이었다. 스포츠카의 열쇠에는 카쟝과 리브의 지문이 등록되어있었다. 그 외의 사람이 열쇠를 사용해 문을 연다든가 시동을 걸려고 하면 센서가 작동되었다. 그로 인해 순간적인 전기가 차내에서 트렁크로 뿜어졌고, 트렁크에서 열쇠로, 열쇠에서 사람에게로 전달되었다. 그 전류에 감전된 민관은 현재 카쟝의 품에 다소곳이 안겨있었다.

 

 "야비한 자식."

 

 비서는 총구를 천천히 내렸다.

 

 "야비? 먼저 총 갖고 협박한 게 누구시더라?"

 

 카쟝은 민관의 총을 땅바닥에 떨구었다. 갑작스런 공격을 받은 건 그때였다.

 

 덥썩.

 

 "이 녀석!"

 

 카쟝의 품안에서 주먹이 날아왔다. 반사적으로 밑을 보니 덜 풀린 백민관의 눈이 보였다.

 

 '전압이 너무 약했나.'

 

 카쟝은 간만의 차로 주먹을 피했지만 그 주먹은 보자기가 되어 카쟝의 얼굴을 감쌌다.

 

 "엇!"

 

 민관은 카쟝의 얼굴을 꽈악 쥐었다.

 

 "네 녀석 정체가 뭐야. 얼굴이나 보자!"

 

 깜짝 놀란 카쟝은 얼굴을 피하려했지만 이미 민관의 손가락은 실리콘 가면을 뜯어내고 있었다.

 

 투두둑.

 

 아직 온전히 정신 차리진 못 했으나, 민관의 손아귀엔 생각보다 큰 힘이 들어가 있었다. 당황한 카쟝은 민관에게 발을 걸어 강하게 넘어뜨렸다. 그와 동시에 그의 가면도 벗겨졌다.

 

 "안 돼!"

 

 순식간에 카쟝의 맨얼굴이 노출되었다. 그는 잽싸게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하지만 가장 당황한 사람은 오히려 다른 사람이었다.

 

 "너... 너... 너... 뭐야...."

 

 백 사장의 목소리는 떨고 있었다. 그는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말을 더듬더니 이내 정신을 잃었다.

 

 

 ***

 

 

 “장 비서님, 지금 바로 시작하면 되겠습니까?”

 “아직. 주변에 눈이 너무 많아.”

 

 백민관의 비서는 오후부터 회사 밖에 나와있었다. 그냥 밖도 아니고 학목대교를 건너 달구시까지 내려와있었다.

 

 '근 1년만의 외근이네.'

 

 사장님의 곁을 지켜야하는 게 그의 주요 임무였지만 오늘만큼은 주치의에게 그 자리를 맡겼다.

 

 "공원 입구에 성인 여자 2명, 오른쪽 벤치에 성인 남자 1명, 구석 정자에 노인 2명."

 

 공원 내의 인원들을 파악한 장 비서는 다시 화장실에 숨었다. 몇 달째 청소를 안 했는지 코를 찌르는 악취가 났다.

 

 "수돗물도 안 나옵니다."

 "화장실이 아니고 그냥 변기가 설치된 방이네."

 

 그들은 입으로 숨을 쉬며 시큼한 냄새를 버텨야 했다. 큰 구조물이 없는 장소였기에 그들의 육중한 몸집을 숨길 곳이 마땅치 않았다.

 

 "여자 2명은 멀리 갔습니다."

 "좋아. 이제 남은 불청객은 셋인가."

 

 사실 불청객은 그들 본인들이었다. 장 비서와 그 옆에는 민관의 직속 경호원 다섯이 있었다. 그들은 민관이 외출을 할 때마다 그의 사방을 경계하는 역할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민관의 일정에 외출이 없었기에 장 비서에게 차출되어 달구 땅을 밟게 된 것이었다.

 

 "다들 눈에 안 띄게 조심해."

 

 그들은 주변을 경계하며 명령을 기다리는 중이었다. 평소와 다르게 경호원들은 모두 사복 차림이었다. 이 근처에서 사내 대여섯이 정장을 입은 채 돌아다니면 다른 이의 눈에 띌 게 뻔했다.

 

 “저기, 장 비서님. 사장님 상태는 좀 어떠십니까?”

 

 백민관은 하루가 넘도록 의식을 차리지 못했다. 장 비서도 정확한 까닭은 알 수 없었다. 민관의 주치의도 “이상하네요. 별다른 이상은 없는데요.”라는 말만 되풀이할 뿐, 특별한 이상을 찾지 못했다.

 

 ‘도대체 뭐 때문에 다시 쓰러지신 거지?’

 

 분명히 카쟝과 만났을 때 감전이 되고도 정신을 다시 차렸던 백민관이었다. 그런데 몇 초 지나지않아 그는 다시 의식을 잃었다.

 

 '무슨 이유 였을까?'

 

 장 비서는 그 까닭이 궁금했다. 결과적으로 그날 그가 할 수 있었던 일이라곤 실신한 사장을 모시고 회사로 돌아오는 것 뿐이었다.

 

 “잠시 쓰러지신 거니까, 쓸 데 없는 걱정 마.”

 

 장 비서는 속마음과는 반대로 퉁명스럽게 답을 던졌다. 그와 동시에 질문 던진 경호원을 살짝 째려보았다. 관심 끄라는 무언의 경고였다.

 

 “죄송합니다. 저는 그냥 사장님의 건강이 걱정돼서 그랬습니다.”

 

 경호원은 장 비서에게 고개를 숙였다. 바닥만 조금 깨끗했다면 무릎까지 꿇을 기세였다.

 

 “혹시나 이상한 소문이라도 도는 날엔 전부 큰일 날 줄 알아.”

 

 백민관은 명장제약회사의 시발점이자 중심점이었다. 그가 쓰러졌다는 소식이 퍼지면 회사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게 분명했다.

 

 “네. 알겠습니다. 저희 애들도 입단속 철저히 시키겠습니다.”

 

 현재 모인 인원은 장 비서와 백민관 전속 경호원 5명이었다. 그들은 하나 같이 다부진 체격을 자랑하고 있었다. 그 6명의 어깨 위로 5층 건물을 쌓아도 거뜬히 버틸 듯한 듬직함이었다.

 

 "다들 대기하고."

 

 다섯 경호원은 장 비서 옆에서 미동도 없이 서있었다. 그 중 가장 경력이 많은 경호팀장만이 장 비서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장 비서님, 벤치 남자도 방금 공원 밖으로 나갔습니다."

 "어. 나도 봤어. 슬슬 준비해야겠어."

 

 장 비서는 몸을 풀기 시작했다. 그도 20년 이상 유도로 신체를 다져왔기에 경호원들 못지 않게 우락부락했다.

 

 “장 비서님, 그럼 우리가 노려야 하는 건 정확히 몇 살 정도여야 합니까?”

 “10대.”

 “제가 듣기로는, 예전엔 20대 위주로 ㄴ, 아니, 선별했다고 들었습니다?”

 

 경호팀장의 입에서 ‘납치’라는 단어가 무의식적으로 튀어나올 뻔했다. 팀장의 목 뒤로 식은 땀이 뽕뽕 솟았으나 다행히 비서는 못 듣고 넘어간 듯했다.

 

 “20대는 몇 년 써먹질 못해. 이용가치가 떨어져.”

 

 '이용가치?'

 

 오랫동안 사용할 피를 구한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경호원들은 아이들을 그저 의료 연구를 위해 데려간다고만 알고 있었다. 경호팀장조차도 정확한 용도를 몰랐다. 그러나 반문할 수는 없었다. 같은 노동을 하더라도 다른 회사보다 월등히 높은 급여를 주는 명장제약이었다. 그저 허리를 굽힐 뿐이었다.

 

 “알겠습니다.”

 “잔말 말고 대기해. 곧 시작할 거니까.”

 

 현재 그들의 위치는 놀이터 뒤편 화장실이었다. 놀이터 안에서는 천진난만한 아이들이 꺄르르 웃으며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개인주의가 성행하는 마루시에서는 보기 드문 광경이었다.

 

 "저렇게 애들끼리 모여서 노는 모습도 오랜만이군."

 

 그런 광경 뒤켠에서 정 비서는 임팔라를 노리는 사자처럼 아이들을 응시했다. 그 사이 경호팀장의 호기심이 다시금 머리를 내밀었다.

 

 “근데 하필이면 더럽게 짝이 없는 달구시 애들을 데려가야 합니까? 이왕이면 깨끗한 마루시 애들이....”

 

 장 비서의 표정이 일순간 굳었다.

 

 “필요한 말만 하랬지?”

 

 경호팀장의 입술은 급속 냉동 시킨 듯 순식간에 얼었다.

 

 “죄송합니다.”

 

 그들은 달구시의 아이들을 노리고 있었다. 유독 달구시의 아이들만 납치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강 아래 마을은 워낙에 범죄도시로 소문이 난 곳이었다.

 

 ‘애들 몇 명이 사라지더라도 큰 파장이 없겠지.’

 

 장 비서는 그렇게 여겼다. 하지만 경호팀과 강 아래 동네로 막상 잠입했을 때엔 상상 이하의 광경이 그들을 기다렸다.

 

 ‘너무 말라비틀어졌어.’

 

 피가 돌고 있긴 한 걸까 싶을 정도로 야위어있는 아이들 한 무리가 공원 흙바닥에서 놀고 있었다. 나이는 10살 갓 넘었을까. 씻은 지 일주일은 족히 된 것 같은 외모과 맨발로 뛰어노는 모습은 이질감마저 일으켰다.

 

 “애들이 너무 꾀죄죄하다.”

 

 그것이 아이들을 본 경호팀장의 첫 감상평이었다. 장 비서는 살집이 있는 애들을 찾아 이곳저곳 자리를 옮겼고 결국 이 놀이터에 도달한 것이었다. 이 동네에서 보기 드문 통통한 아이들이 눈앞에서 뛰어다니고 있었다. 게다가 그 전의 아이들과 다르게 상하의를 모두 걸치고 있었다.

 

 “정확히 5명이야.”

 “예, 확인했습니다.”

 “한 명이라도 놓치면 안 돼.”

 

 놓치게 되면 골치만 아파질 뿐이었다. 장 비서의 명령을 받은 경호팀장은 동료들에게 신신당부했다.

 

 “한 명이라도 새어나가면 곤란해진다. 목숨을 걸고서라도 잡아야해. 알겠지?”

 “예! 알겠습니다!”

 

 2시간 만에 내뱉는 말이라 경호원들은 힘차게 대답했다.

 

 “쉿, 소리가 너무 커!”

 

 장 비서는 입술 앞으로 검지를 치켜세웠다. 작전은 간단명료했다. 경호팀 5명이서 1인 당 1명씩 책임지면 됐다. 팀장은 신속하게 역할을 분배했다.

 

 “네가 저 제일 키 큰 애 맡고, 너는 저기 초록색 바지 맡아. 용배야, 너는 그 옆에 빡빡이 맡고, 막내, 네가 지금 그네 타는 애 맡아. 나머지 하나는 내가 맡는다.”

 “예. 알겠습니다.”

 “그래. 다들 준비 다 됐으면 대기하고.”

 
작가의 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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