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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악동 카쟝: 세상을 바꾸는 도둑들
작가 : 꾸마네
작품등록일 : 2022.2.18

부유 도시 '마루'와 빈곤 도시 '달구'.
고위인사들의 욕망과 탐욕으로 빈부격차는 점차 심해지고, 달구 시민들의 불만도 최고조에 이른다.
도둑계의 악동 '카쟝'과 그의 동료 '리브'. 그들이 원하는 것은 '부(富)의 재분배'다.
세계 최고 회사 '명장제약회사'의 사장 '백민관'. 그는 언제나 '젊음'을 갈구한다.
도적단 중 가장 악랄한 '흑사단'과 그들의 수장 '흑사'. 그의 목적은 언제나 '돈'.
진짜 도둑은 누구인가? 도둑을 뛰어넘는 도둑이 계속해서 나타난다.
ii858@naver.com

 
도플갱어(2)
작성일 : 22-02-20 22:12     조회 : 74     추천 : 0     분량 : 8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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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일호가 연구원이랬지. 연구라는 게 바쁘긴 바쁜가 보네.'

 

 카쟝의 앞으로 강일호가 걸어오고 있었다. 그는 카쟝을 발견하고는 인사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일호는 침착하게 숨을 골랐다.

 

 "아닙니다. 얼마 기다리지도 않았는데요."

 

 입으로는 별로 안 기다렸다고 했지만 유리잔의 얼음은 전부 녹아내려 있었다. 일호는 자리에 앉기도 전에 본론으로 들어갔다.

 

 "늦었으니 단도직입하겠습니다."

 

 여전히 여유가 없어 보였다.

 

 "우선, 고아원에 대해 알아 봐 달라고 하셨죠?"

 

 카쟝은 너무 빠른 전개에 어리벙벙했지만 불만은 없었다. 오히려 '용건만 간단히'는 카쟝도 바라던 바였다.

 

 "네."

 "제가 다녔던 고아원은 마이동에 있는 '화평 고아원'입니다. 왜 궁금하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카쟝은 일호의 마지막 한 마디에서 언짢음이 미세하게 새어나오는 것을 느꼈다.

 

 ‘불쾌한 부탁이었나? 아니면 오늘 연구가 힘들었나?’

 

 확실히 일호의 얼굴은 9시간 전과 차이가 있었다. 점심때가 놀라움과 호기심의 얼굴이었다면, 지금은 불만과 날카로움이 한껏 돋아난 얼굴이었다. 카쟝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혹시 제가 실례되는 행동을 했나ㅇ,”

 “아닙니다.”

 "바쁘시면 언제든 들어가셔도 ㄷ,"

 "아닙니다."

 

 일호는 송판을 격파하듯 카쟝의 말꼬리를 차례차례 잘라냈다.

 

 "저도 진이환 씨에 대해 궁금한 게 많아서요."

 

 일호가 주는 관심에 카쟝의 귀가 쫑긋거렸다.

 

 "어떤 점이 궁금하시죠?"

 

 일순에 일호의 눈은 싸늘한 바늘로 변했다. “오냐, 말 한 번 잘했다.”라는 표정이었다. 일호의 따가운 눈길은 호흡을 타고 입을 통해 발사되었다.

 

 "당신 왜 변장한 거야?"

 

 일호의 시선은 카쟝의 얼굴을 사정없이 찌르고 있었다.

 

 "네?"

 

 카쟝은 기가 찼다. 순간 잘못 들었나 싶었다.

 

 “나로 변장했잖아. 지금처럼.”

 “변장이요?”

 

 변장을 하긴 했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자신의 얼굴을 가리기 위한 변장이었다. 일호로 변장할 생각이었다면 민낯으로 활보하는 편이 맞았다.

 

 "어. 변장."

 

 일호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카쟝을 노려봤다. 범인을 밝혀낸 탐정의 눈빛이었다. 그는 당장이라도 뛰어들어 카쟝을 덮칠 기세였다.

 

 "그게 무슨 소리죠?"

 "벌써 다 확인했어."

 

 일호의 추궁에 카쟝은 꿀 먹은 벙어리마냥 두 눈을 멀뚱거렸다.

 

 "내 행세 하면서 회사를 손쉽게 침입했더군."

 

 그제야 카쟝은 일호가 자신을 이렇게 속히 만나자고 한 까닭을 이해했다.

 

 "6층에 갔던 이유는 지금 이 자리에서 당신 입으로 들어야겠어. 왜 갔지?"

 "아, 거기에 갔던 건...."

 "일단 6층에 갔던 사실은 인정했고."

 

 카페는 삽시에 경찰조사실이 되었다.

 

 "오늘 출장 수리를 부르셔서...."

 "거짓말 마. 명장제약은 회사 신약이 유출될 뻔한 적이 있거든? 그 이후론 외부 수리 절대 안 불러. 말 안 해줘도 넌 잘 알고 있을 거야."

 

 카쟝은 입을 열지 못했다. 말문이 막힌 것은 아니었다. 단지 강일호의 생각을 읽는 중이었다.

 

 '어디까지 알고 있는 거지?'

 

 "6층 연구실을 무단으로 침입한 다음, 실험실을 누볐겠지."

 

 일호는 검사가 피고인을 심문하듯 카쟝을 점점 강하게 조였다.

 

 "6층을 간 걸 보니, 약품 보관실도 갔을 테고 말이지."

 

 검사는 모든 추론을 마치고 결론으로 넘어갔다.

 

 "진이환. 당신, 산업 스파이지?"

 "말 같지도 않은 소리."

 

 삐요옹- 삐요옹-

 

 때마침 멀리서 사이렌 소리가 들렸다. 사이렌은 급속도로 가까워지고 있었다.

 

 "갑자기 이게 무슨 소리지?"

 

 카쟝의 혼잣말에 일호는 싱긋 미소를 지었다. 카쟝과의 만남에서 처음 짓는 웃음이었다. 카쟝은 직감적으로 사이렌의 종착지가 이곳 카페임을 눈치 챘다. 카쟝은 다시 일호의 얼굴과 마주쳤다. 일호의 얼굴은 수채화가 물에 녹아내리듯 순식간에 바뀌어있었다. 미소는 온데간데없고 비열함만이 남아있었다.

 

 "뭐긴 뭐야. 도둑놈 잡으러 오는 소리지."

 

 일호는 카페에 들어오기 직전에 카쟝을 산업스파이로 신고한 것이었다.

 

 "제길."

 

 카쟝은 어이없다는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귀찮은 일이 생기기 전에 그 장소를 탈출해야 했다. 그는 그대로 출구를 향해 발길을 옮겼다.

 

 ‘카페의 출구는 정문, 그리고 주방과 연결된 후문. 두 곳 뿐. 하지만 현재 시간이면 보안상 후문을 잠가놨을지도 몰라. 함부로 모험을 할 순 없어. 아직 사이렌이 가깝지 않으니 정문으로 나가도 도망칠 시간 정도는 있다.’

 

 카쟝은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동안 몸을 숨기기 위해 한시 바삐 움직여야 했다.

 

 "내가 이럴 줄 알았다. 어딜 도망 가!"

 

 일호는 자리에서 일어나 카쟝을 뒤따라갔다. 카쟝의 한 발짝 뒤까지 쫓아온 일호는 오른손을 들어 카쟝의 어깨를 잡으려했다.

 

 "흥."

 

 카쟝은 일호의 손을 그대로 당겨 그를 바닥에 엎어뜨렸다.

 

 휘익-

 쿵.

 

 일호는 허공을 휙 돌더니 땅바닥에 널브러졌다. 강한 통증이 등부터 폐까지 직방으로 전달되었다. 일호의 주위로는 속주머니에서 튀어나온 심장약들이 이곳저곳 흩어졌다.

 

 "커헉."

 

 그는 허파의 고통을 날숨으로 뱉어냈다.

 

 “하악- 하악-.”

 

 일호는 본능적으로 가슴에 손을 얹고 크게 심호흡을 반복했다. 일호를 관찰하던 카쟝은 주변에 떨어진 심장약들을 주었다.

 

 "항응고제?"

 

 카쟝은 심장약들을 주워 일호의 겉 주머니에 넣었다. 그 동안에도 일호는 숨을 세차게 헐떡거렸다. 카쟝은 문득 점심에 받았던 질문이 떠올랐다.

 

 "몸이 좋은 상태는 아닌가 보네."

 

 카쟝은 다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 사람들 뭐야?"

 "싸움 났나 본데?"

 “나가자. 괜히 여기 있다가 휘말릴라.”

 

 카페 중앙에서 두 성인 남자가 소동을 벌이자 구석에 있던 몇 안 되는 손님들이 슬슬 자리에서 일어났다. 안 그래도 없던 손님들이 빠져나가자 점장을 어쩔 줄 몰라 했다. 점장은 두 남자를 말리러 계산대에서 나왔다.

 

 "두 분 여기서 이러시면...."

 

 하지만 점장이 마주친 카쟝의 낯은 눈보라처럼 차가웠다.

 

 "...."

 

 점장은 입만 뻥긋거리며 그 자리에 얼었다.

 

 '어서 나가야겠어.'

 

 카쟝은 다시 출구로 나가려했다. 그러나 곧바로 그의 오른 발목에 갈고리가 걸렸다. 내려다보니 일호의 오른손이었다.

 

 "허억, 어차피 못 나가. 허억, 이미 카페 앞에 도착한 것 같은데?"

 

 삐요옹- 삐요옹-

 

 언제부턴가 사이렌 소리는 그의 고막이 찢어져라 울려대고 있었다.

 

 ‘벌써?’

 

 카쟝은 눈을 돌려 창밖을 보았다. 카페 주차장 앞으로 경찰차 3대가 도착해있었다. 카페를 나갔던 손님들도 어느 샌가 경찰차 뒤에서 카페 안을 구경하고 있었다.

 

 "빨리도 도착했네."

 “이 동네 경찰서장이 나랑 잘 아는 사이거든. 전화 한 통이면 너 같은 건 바로 철창행이야.”

 “아하, 인맥 관리 좀 하셨나봐요?”

 “어서 자수해서 광명 찾자. 스파이 새끼야.”

 “자꾸 오해를 하시네.”

 

 카쟝은 왼발을 들어 오른쪽 발목에 걸린 손을 지그시 밟았다.

 

 "아악!"

 

 고통을 이기지 못한 일호의 손은 힘없이 풀렸다.

 

 “오늘은 제가 바빠서 먼저 갑니다. 오해는 다음에 풀도록 합시다.”

 

 카쟝은 다시금 발을 뗐다. 카페 문을 나서기 전, 카쟝은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쓰흡.”

 

 끼익-

 

 그는 카페 문을 열고 주차장으로 나갔다. 주차장에는 이미 6명의 경찰들이 카페를 포위하고 있었다.

 

 ‘많이도 불렀네.’

 

 카쟝은 카페 문을 나가자마자 소리를 질렀다.

 

 "여기에요! 여기!"

 

 카쟝은 집게손가락을 들어 카페 안을 가리켰다. 하지만 경찰은 총구를 겨눈 채 경계를 풀지 않았다.

 

 "멈춰! 양손을 들고 신원을 밝혀라."

 

 카쟝은 양손을 번쩍 들었다. 동시에 속에서부터 끌어올린 감정을 모아 최대한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그의 연기력이 총동원되는 순간이었다.

 

 "제가 아까 연락드렸던 강일호입니다. 저기 카페 안에 제가 말한 산업 스파이가 있어요. 바닥에 숨어있으니 조심하세요."

 

 카쟝은 얼른 경찰들에게 지갑을 던졌다. 지갑 안에는 신분증과 명장제약 사원증이 들어있었다. 경찰들 중 가장 왼쪽에 있던 사내가 지갑을 주어 내용물을 확인했다.

 

 "강일호 씨 맞나요?"

 "네. 맞습니다."

 

 지갑은 강일호를 넘어뜨릴 때 슬쩍한 것이었다. 경찰은 신분증 속 사진과 카쟝의 얼굴을 번갈아 보며 대조하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스파이인가 뭔가는 카페에 있다고요?"

 "네. 그 사람이 사이렌 소리를 듣고 급하게 몸을 숨겼어요. 뒷문으로 나갈지 모르니 얼른 들어가 보세요."

 

 경찰들은 카쟝의 말을 듣더니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침묵의 상의를 끝낸 그들은 신속하게 움직였다.

 

 "강일호 씨, 여긴 위험하니까 멀리 떨어지세요."

 

 경찰은 그 한 마디를 남긴 채 카쟝을 제치고 전진했다. 카쟝은 구경꾼들과 섞여 경찰 뒤로 몸을 숨겼다.

 

 "용의자는 저항 말고 순순히 밖으로 나와라."

 

 여섯 경찰들은 포위망을 좁혀가며 카페로 전진했다.

 

 그때 카쟝의 시야로 카페 내부의 모습이 들어왔다. 내부에 사람이라고는 점장과 일호 둘 뿐이었다. 점장은 아직도 온몸이 굳은 채로 서있었다. 반면 일호는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유리창 너머의 경찰들을 보고 있었다. 그는 두리번거리더니 이내 경찰 뒤에 서있던 카쟝을 발견했다. 그제야 일호는 뭔가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

 

 ‘일호 씨, 지금 일어나봤자 늦었습니다.’

 

 카쟝은 오른손을 흔들었다. 일호에게 보내는 이별인사였다.

 

 '다음에 또 봅시다.'

 

 

 ***

 

 

 똑. 똑.

 

 태양이 빌딩 사이로 숨기 시작할 무렵, 누군가 편집장실을 두드렸다.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네. 들어오십시오.”

 

 편집장실로 들어온 사람은 강상일보 수석 기자인 신일훈이었다.

 

 “마침 기다리던 참이었네. 특별한 소식은 없었나?”

 

 오효인 편집장은 의자에서 일어나 신 기자에게 다가갔다.

 

 “경찰 측의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역시 그런가.”

 “흑사단이 다른 도적단을 공격했다는 사실은 확실해졌습니다. 목격자도 있고요. 근데 흑사단의 피해자 인터뷰를 하려고 해도 생존자를 찾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네요.”

 

 그나마 남은 소수의 피해자들도 특수폭행죄로 경찰들에게 잡힌 신세였다. 철창에 갇힌 그들에게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아무 답변도 돌아오지 않았다.

 

 “흑사단이 상당히 폭주하고 있나 보군.”

 “경찰들은 오히려 쾌재를 부르더라고요. 힘든 일 대신해준다고.”

 “그런가.”

 

 오효인은 고개를 창밖으로 돌렸다. 창문 너머로 학목강이 흐르고 있었다.

 

 “그나저나 유괴된 아이들 쪽은 좀 알아봤나?”

 “아이들은 아직도 행방불명이라고 합니다. 워낙 치안이 안 좋은 동네이다 보니 CCTV 영상도 전무하고요. 경찰들도 함부로 손을 못 대고 있답니다.”

 “아이들에게서 특별한 점은 발견 못했고?”

 “사라졌던 23명의 아이들 모두 10살 전후의 나이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 점은 진즉 알고 있었어.”

 “그럼 이건 어떻습니까?”

 

 효인은 신 기자의 말에 눈길을 돌렸다.

 

 “다른 소식이 있나?”

 “어젯밤에 30명의 아이들이 더 실종되었다고 합니다.”

 “30명?”

 “네. 무슨 까닭으로 이렇게 많은 아이들을 유괴하는지 알 길이 없네요.”

 “아직 용의자는 나오지 않았고?”

 “네. 정확한 정보는 찾지 못했습니다만, 경찰들은 그렇게 결론지었습니다. '달구시의 도적단 중 하나의 소행'이라고요.”

 "증거는 있나?"

 "첫 사건 당시에 공원 근처에 목격자 2명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 공원에 자주 가는 노인들이었는데, "건장한 사내 서너 명이 납치장소 주변에서 어슬렁거렸다"라는 증언을 했답니다. 다른 목격자들은 그 근처에서 고가의 자동차를 봤다고 합니다. 평범한 달구 시민은 절대 탈 수 없는 고급 승용차였다고 합니다."

 “그 얘기도 들었던 것 같은데. 흑사의 자식이 유괴됐다는 이야기도 사실이야?”

 “그 소문도 현재 기정사실화되었습니다. 경찰들도 그런 연유로 이 사달이 났다고 판단하고 있고요.”

 “간 큰 놈들이군. 흑사를 건드리다니.”

 “그렇죠. 이 사건의 범인이 나오기 전까진, 아니, 흑사의 자식이 살아서 돌아오기 전까진 흑사의 분노가 사그라지질 않을 텐데요.”

 “골치 아프네.”

 

 효인은 입을 다문 채 바닥만 응시했다.

 

 “근데요. 편집장님?”

 

 효인은 고개를 들었다.

 

 “왜?”

 “아직 이덤에게선 아무 연락이 없나요?”

 

 그 한 마디는 신 기자가 누구를 범인으로 의심하는지 말하고 있었다. 하지만 효인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무 연락 없었네.”

 “그렇군요.”

 “그리고 카쟝을 변호하려는 건 아니지만,”

 

 효인은 뒤로 돌아 책장에서 앨범 하나를 꺼냈다. 신일훈은 흥미가 담긴 눈으로 앨범을 쳐다봤다. 이윽고 앨범이 열리고 내용이 드러났다. 일훈도 익숙한 내용이었다.

 

 “[카쟝 Inside]네요.”

 

 효인은 첫 회부터 최근 회까지 [카쟝 Inside]를 차곡차곡 스크랩해왔다. 각각의 기사들에는 밑줄이 그어져 있고 군데군데 메모지도 붙어있었다. 기사 밑에는 카쟝의 범행일시부터 범행목적까지 요점만 차례차례 정리되어있었다.

 

 “자네도 읽어봤을 거라 생각하네.”

 

 지금의 강상신문사를 만들어준 코너였기에 강상일보 관계자라면 최소 한 번씩은 봤을 내용이었다.

 

 “말할 필요도 없죠.”

 “그럼 잘 알겠군.”

 “뭘 말씀하시는 거죠?”

 “그 동안 카쟝이 누구를 납치한 적이 있었나?”

 "저번 범행 때 심 장관과 보좌관을 기절시키고 옷장에 가뒀죠."

 "그땐 밀수된 황금을 가로채기 위해 일시적으로 감금시킨 것이고, 내가 말하는 건, 피해자의 몸 자체를 목적으로 하는 납치 말일세."

 

 신 기자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하지만 이렇게 대담한 짓을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사람이기는 하죠.”

 “그런가.”

 “그리고 저도 [카쟝 Inside]의 독자로서 한 마디만 하자면, 카쟝이 목표로 삼는 사람은 그가 '도둑'이라고 칭하는 사람들이에요.”

 

 효인은 침묵으로 수긍했다. 카쟝은 부당한 수단으로 돈을 얻는 자들을 모두 '도둑'으로 일컬었다. [카쟝 Inside]에 표현된 카쟝은 그런 '도둑'들을 극도로 싫어했다. 카쟝의 논리대로라면 혐오의 대상은 달구의 도적단도 마찬가지였다. 오효인은 신 기자의 의도를 파악했다.

 

 “그래서, 흑사도 도둑이니 카쟝의 표적이 되었을 것이다. 이 말인가?”

 “그렇죠.”

 “그래도 납득이 안 돼.”

 “왜죠?”

 “아무리 카쟝이라도 사람을 가로챈 적은 없어. 게다가 어린 아이야. 흑사가 목표였다면 차라리 흑사의 돈을 노렸겠지.”

 “그렇군요.”

 

 일훈의 단답은 단번에 대화를 끊었다. 두 사람 사이로 찬바람이 돌았다. 그들은 냉기에 얼어버린 듯이 움직이질 않았다. 침묵도 얼릴 정도의 차가움이었다. 일훈이 알아온 정보도 바닥이 났고, 효인도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다. 잠시 후, 신 기자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편집장님.”

 

 효인은 신 기자에게로 얼굴을 돌렸다. 여태까지 효인을 정면으로 응시하던 신 기자가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효인은 그저 다음 말을 기다렸다.

 

 “편집장님은 카쟝에게 호의적이시네요.”

 “그렇게 보이나?”

 

 효인은 '올 것이 왔구나.'라는 낯빛이었다. 일훈의 이어지는 질문엔 망설임이 없었다.

 

 “왜 좋게 보시는 거죠? 단지 우리 신문사를 일으켜줘서 그런 겁니까?”

 “어쩌면 그럴 수도 있지.”

 

 일훈은 눈을 들어 효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일훈에게 카쟝은 그저 달구시 도적 중 하나였으나 자신의 상사는 그렇지 않은 듯했다.

 

 “차라리 그 이유라면 이해는 되네요.”

 

 일훈은 편집장의 태도에 적잖이 실망한 눈치였다. 일훈의 눈으로 봤을 땐, 편집장은 항상 카쟝을 두둔해주고 있었다.

 

 "저번에 경찰이 들이닥쳤을 때도 똑같은 태도셨고요."

 

 일훈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아무리 그래도.”

 

 일훈은 그동안 참았던 감정을 터뜨렸다.

 

 “명색이 언론인인데 배 좀 채워준다는 이유로 한낱 범죄자를 감싸주는 것은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

 

 그 동안 언론계에서는 은연중에 소문이 돌고 있었다.

 

 "오효인은 사실 카쟝과 친밀한 사이이다."

 "오효인이 이덤을 통해 카쟝의 범행자금을 지원해주고 있다."

 "강상일보와 카쟝 사이에 모종의 커넥션이 있다."

 

 다시 말해, 강상일보가 카쟝을 몰래 도와주고 있다는 소문이었다. [카쟝 Inside]로 인해 강상일보의 위상이 급부상하면서 생긴 소문이었다. 카쟝의 최측근이 아니고서야 알 수 없는 내용들이 그 기사에 실렸다는 사실만으로도 소문의 근거는 충분했다.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 내가 카쟝의 편이라고 스스로 밝힌 적이 있었나?"

 

 효인이 너무 담담하게 답하는 바람에 일훈은 흥분이 급격히 가라앉았다. 효인은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단지 중립에 서서 여러 가능성을 열어 놓는 것 뿐이야. 그리고 나는 그쪽이 더 언론인 같다고 생각하네."

 

 효인은 말을 마치고 일훈의 표정을 관찰했다. 반론은 없었지만 일훈의 눈빛에는 불만이 한 가득이었다.

 

 "신 기자의 마음도 이해하네. 하지만 더 이상 대화를 한다고 해서 자네가 만족할만한 답이 나올 것 같진 않네."

 

 신 기자는 한숨 섞인 대답을 내뱉었다.

 

 "동감입니다."

 "어서 돌아가 보게."

 "알겠습니다."

 

 일훈은 일말의 고민도 없이 출입문을 향해 걸어 나갔다. 단호한 발걸음이었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 같은 발걸음.

 

 달칵.

 

 문이 닫혔다. 효인은 아까 앉았던 의자로 돌아갔다. 다시 자리에 착석한 그는 팔꿈치를 책상에 올린 채 양손으로 이마를 받쳤다. 앞머리가 어지럽게 헝클어졌다.

 
작가의 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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