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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악동 카쟝: 세상을 바꾸는 도둑들
작가 : 꾸마네
작품등록일 : 2022.2.18

부유 도시 '마루'와 빈곤 도시 '달구'.
고위인사들의 욕망과 탐욕으로 빈부격차는 점차 심해지고, 달구 시민들의 불만도 최고조에 이른다.
도둑계의 악동 '카쟝'과 그의 동료 '리브'. 그들이 원하는 것은 '부(富)의 재분배'다.
세계 최고 회사 '명장제약회사'의 사장 '백민관'. 그는 언제나 '젊음'을 갈구한다.
도적단 중 가장 악랄한 '흑사단'과 그들의 수장 '흑사'. 그의 목적은 언제나 '돈'.
진짜 도둑은 누구인가? 도둑을 뛰어넘는 도둑이 계속해서 나타난다.
ii858@naver.com

 
브리핑
작성일 : 22-02-28 00:29     조회 : 75     추천 : 0     분량 : 8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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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도소 정문은 철문으로 되어있었다. 철문 좌우로는 벽이 높게 세워져 있었다. 2층 건물 높이의 벽들이 교도소를 빙 둘러싸고 있었다. 정문으로 걸어가니 그 앞에 서있던 경비가 세 남녀를 불러 세웠다.

 

 "어떻게 오셨죠?"

 "수감자의 변호사로 왔습니다."

 

 변호사의 자격으로 오자는 의견은 카쟝의 입에서 나왔었다. 면회객으로 올 수도 있었지만 면회실에서는 대화의 모든 내용이 녹음되었다. 게다가 면회시간에 제한도 있었고 교도관이 바로 뒤에서 지켜보기까지 했다.

 

 반면 변호사는 수감자와 접견실에서 만날 수 있었다. 접견실에서는 녹음도 없고 간수도 멀찌감치서 대기할 뿐 별 신경을 쓰지 않았다.

 

 "저는 여기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조심히 다녀오세요."

 

 두 남녀는 잔룡을 주차장에 놔두고 교정직 공무원의 뒤를 따라 철문 안으로 들어갔다.

 

 끼익-

 

 철문으로 들어가니 눈앞으로 또 철문이 나타났다. 그 철문 주위로도 사람 키보다 높은 벽, 그리고 그 위로 날카로운 철조망이 감겨있었다. 마트료시카처럼 교도소 안에 또 교도소가 있는 모양새였다. 공무원은 주머니에서 공무원증을 꺼내더니 오른편에 걸린 센서에 가져갔다.

 

 삑.

 

 두 번째 철문도 열렸다. 그제야 교도소 내부에 위치한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공무원은 자신을 따라오라며 그 건물을 향해 걸어갔다. 카쟝은 눈을 돌려 왼편 운동장을 봤다. 운동장과 카쟝 사이는 높은 철창이 막고 있었다.

 

 "운동장은 텅 비어있네."

 "아직 운동시간이 아니라서요."

 

 카쟝은 신경 안 쓰는 척하며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렸다.

 

 '감시카메라가 사방에 깔려있어.'

 

 세 사람은 운동장을 지나 건물로 들어갔고 그곳에서 교도관이 등장했다. 그의 등장과 동시에 방문객에 대한 검문이 이루어졌다.

 

 "가방 같은 거 있으시면 여기 올려놓으시고요. 다 올려놓으셨으면 저 문을 통해 들어가세요."

 

 그들은 교도관의 지시에 따라 움직였다. 검문까지 마친 카쟝과 우 박사는 1층 접견실로 걸음을 옮겼다. 공무원은 끝까지 친절하게 그들을 인도했다.

 

 "자, 절 따라오세요. 접견실은 이쪽으로 가야합니다."

 

 그들의 앞으로 긴 복도가 이어졌다. 카쟝은 복도를 걷다가 옆에 있던 방을 가리켰다.

 

 "여기는 뭐하는 곳이죠? 안에 흰 가운 입은 사람이 있는데"

 "아, 거기는 진료실입니다. 안에 있는 분은 의사선생님이고요."

 "여기는 의사선생님도 있나보죠?"

 "당연하죠. 수감자들도 넘어지면 까지고 추우면 감기 걸리는 건 똑같거든요."

 

 카쟝은 견학 온 아이마냥 이리저리 둘러봤다. 복도에 끝에 다다르니 접견실이 나왔다. 접견실은 대략 교실 크기 정도. 면회실처럼 중간이 유리창으로 막혀있는 구조가 아니라, 같은 책상에 앉아 편하게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자유로운 구조였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구석 책상에 한 남성이 앉아있었다. 척 봐도 나이 40은 훌쩍 넘긴 사내였다.

 

 "금정."

 

 넓은 접견실에 그 혼자 앉아있었기에 그가 금정이라는 사실은 말할 필요도 없었다. 카쟝과 우 박사는 그에게 다가갔다. 카쟝이 자리에 앉자마자 금정은 입술이 귀에 걸렸다.

 

 "아이구~ 변호사님!"

 

 그는 오랜만에 만난 죽마고우를 대하듯 살갑게 두 사람을 맞이했다.

 

 "오늘 특별한 손님이 있을 거라더니, 당신들이었군요. 너무 오랜만이라 못 알아볼 뻔했네요."

 "루베에게 미리 연락을 받았나?"

 "뭐, 꿈에서 들었다고 하면 믿을라나요."

 

 금정은 말을 할 때마다 오른쪽 눈썹을 씰룩씰룩 거리는 습관이 있었다. 카쟝은 교도관들이 멀리 떨어져있는 것을 확인하고 속삭였다.

 

 "그럼 우리가 여기 왜 왔는지도 루베에게 들었겠지?"

 

 금정은 말을 꺼내기 전에 숨을 들이쉬었다. 그는 대화가 길어지면 중간중간 숨을 깊게 들이마시는 버릇도 있었다.

 

 "쓰흡. 글쎄요. 그래도 변호사님의 입에서 그 목적을 직접 들어야겠네요."

 "우린 치료제가 필요해."

 "치료제라, 그렇군요. 만드는 법은 어렵지 않죠."

 "어떻게 만들지?"

 

 카쟝의 물음에 금정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사장님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똑같으시네요. 몸이 바뀌어서 정신도 바뀌었을 줄 알았는데, 신체가 몇 십 년을 거슬러가도 역시나 마인드는 그대로네요."

 "그게 무슨 소리야?"

 "단물만 쏙 빼먹고 버리려는 수작을 누가 모를 줄 알아요?"

 

 금정은 더 이상 대화가 필요 없다는 투로 퉁명스레 대했다.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였다. 금정은 다시 들어가고자 하는 마음을 들썩이는 엉덩이로 표현했다. 하지만 카쟝은 팔목을 붙잡았다.

 

 "어떤 조건이면 알려줄 수 있지?"

 "어떤 조건이든 간에 제가 이 안에 갇혀있으면 아무 것도 못 도와드립니다."

 "교도소 밖으로 나오면 치료제를 만들 수 있다는 소리인가?"

 "조건만 충족된다면야, 제 능력이면 일주일만 줘도 치료제를 만들고도 남지요."

 

 카쟝은 깔린 목소리를 더욱 낮췄다.

 

 "자유를 원하나?"

 

 금정은 대답 대신에 말없이 창밖을 바라봤다. 카쟝은 소매에 손가락을 넣더니 구슬 비슷한 물체를 꺼냈다.

 

 "이걸 줄 테니 지금 목으로 넘겨."

 

 큰 알약이었다. 금정이 알약을 손에 들자 카쟝이 설명을 덧붙였다.

 

 "이걸 지금 삼키면 3시간 뒤에 발작이 시작될 거야. 당신이 교도소 밖 병원으로 옮겨지면 거기서 데려가도록 하지."

 

 금정은 알약을 다시 카쟝의 손바닥에 올렸다.

 

 "대놓고 탈옥을 권하시네요?"

 

 금정의 반응에 카쟝은 당혹스러웠다.

 

 "사장님, 아니, 변호사님. 전 1년만 버티면 자유에요. 그런데 굳이 탈옥수 신분을 가지고 싶진 않거든요. 도주죄가 얼마나 중죄인지는 아시죠?"

 

 카쟝의 미간으로 주름이 잡혔다.

 

 "도대체 뭘 원하는 거야? 돈이 필요한 거야?"

 "교도소에 갇힌 신세인데 돈이 무슨 소용이람."

 "그 말이랑 탈옥을 시켜달라는 말이랑 뭐가 다른 거야?"

 "말했잖아요. 난 1년 후면 자유의 몸이라고요. 변호사님이 오지만 않았어도 이런 귀찮은 대화 자체가 필요 없었어요."

 

 수수께끼 같은 금정의 말에 카쟝은 슬슬 짜증이 뻗쳤다.

 

 "그럼 내가 어떻게 하면 되지?"

 "치료제가 얼마나 필요하길래 변호사님이 이렇게까지 나오실까?"

 

 금정은 선심을 쓰듯 조건을 댔다.

 

 "흠, 그러면 제가 조건을 드리지요. 같은 말만 되풀이하는 것 같은데, 전 1년만 버티면 자유입니다. 이 점은 누누이 강조하고 있고요. 근데 4년 동안 갇혀있다 보니까 밖으로 나가고 싶은 마음도 간절하죠. 하지만 한 번 탈옥을 했다가는 1년이 아니라 100년형에 처할 지도 모르는 신세에요. 제 입장에선 뭐랄까... 휴가, 그래 휴가. 휴가를 좀 가지고 싶네요. 들를 곳도 몇 군데 있고요. 말이 길어졌는데 제 조건은 이겁니다. 저를 일주일동안만 여기에서 꺼냈다가 일주일 뒤에는 도로 여기로 집어넣어 주세요. 대신 아무도 몰라야 해요. 그래야 1년 뒤의 자유도 만끽할 수 있으니까요. 전 둘 다 놓치기 싫습니다."

 

 금정은 스핑크스도 혀를 내두를 아리송한 조건으로 카쟝을 당황시켰다.

 

 "쥐도 새도 모르게 꺼냈다가 아무도 모르게 넣어 달라고?"

 "이제야 제 말을 이해하셨네요."

 

 카쟝은 잠시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

 

 "그래. 알았어."

 

 금정은 그제서야 웃었다.

 

 "역시 말이 통한다니깐. 돈도 많으시니 해결책도 있을 겁니다. 요즘은 돈이면 다 되는 세상 아닙니까?"

 

 금정의 능청스러운 어투에 우 박사도 눈살을 찌뿌렸다. 카쟝은 대꾸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내일 다시 오지.“

 

 

 ***

 

 

 마루경찰서 5층 세미나실은 초상집 분위기였다. 세미나실에 모인 경찰들 모두 오늘의 경찰 회의가 왜 열린 지 알고 있었기에 더욱 저기압이었다. 경찰들은 서로의 눈치만 보며 섣불리 입을 떼지 못했다. 어두워지는 분위기 속에서 오성한 경찰청장이 세미나실로 들어섰다. 그는 곧장 앞으로 걸어갔다.

 

 "그저께는 조평환 법무부 장관, 최언웅 과학부 장관. 어제는 표형구 교육부 장관."

 

 오성한의 분노가 폐에서 기도를 타고 거친 콧바람으로 새어나왔다.

 

 "흑사단이 침입해서 다 털어갔어. 심지어 표 장관님 댁을 불태워버리는 만행까지 저질렀고."

 

 연이은 범죄 사고로 언론과 시민들의 지탄이 경찰에게 향했다. 오성한을 제외한 경찰들은 고개를 숙인 채 눈을 들지 못했다.

 

 "흑사단이 사택만 단독으로 불태운 적은 이번이 처음이야. 도적단이 뭔가를 최초로 저질렀다는 말은 우리가 처음으로 막지 못했다는 뜻이기도 하지. 운 좋게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이번 일로 우리 경찰이 망신살이 제대로 뻗쳤어."

 

 세미나실에는 오성한의 음성과 환풍기 소리만 들렸다.

 

  "우리는 그들이 노리는 게 돈이 아니라는 건 알아냈어. 지금 흑사의 목표는 돈이 아닌 개인인 거야. 우리도 특단의 조치를 내려야 해."

 

 그제야 앞자리에 앉아있던 한 사람도 거들었다.

 

 "맞습니다. 도시와 도시 사이에 병력을 추가한 뒤로 도적단의 침입은 현저히 줄었습니다. 하지만 그건 전체적으로 봤을 경우입니다. 우리도 그 때문에 큰 착각을 하고 있었고요. 많은 도적단의 침입은 줄었지만, 흑사단만큼은 어떤 식인지 몰라도 마루시를 제 집 드나들듯 다니고 있었습니다. 그것 모두 우리의 불찰이고 우리가 책임을 져야 합니다. 지금 다른 장관님들도 흑사단과 경찰에게 분노하고 계십니다."

 "장관뿐만이 아니라 대통령님까지 화가 단단히 나셨어. 이틀 새 적벽관 주위의 군대 병력을 2배로 늘리셨다고 하더군."

 

 적벽관은 대통령이 거주하며 업무를 보는 장소였다. 붉은 벽돌과 하얀 기둥으로 만들어진 건물이었다. 멀리서 보면 벽돌로 인해 건물 전체가 붉게 보였기에 ‘적벽관’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그 주위를 지키던 군인들을 2배로 증원한 것이었다.

 

 "흑사단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흠... 힘들긴 하지만 가능성으로 따져보자면 그나마 지금이 가망이 있어."

 "그 말인즉슨 흑사단과 조만간 싸워보시겠다는 뜻이군요."

 

 오성한은 대답하지 않고 세미나실 뒤쪽을 향해 손짓을 했다. 이윽고 젊은 형사가 앞으로 뛰어나왔다. 오성한은 그에게 자리를 내주며 옆으로 비켜섰다. 곧바로 세미나실의 불이 꺼지고 앞에 큰 화면이 켜졌다.

 

 "흑사단에 대한 브리핑 시작하겠습니다."

 

 ‘브리핑’이라는 단어에 경찰들은 수군거렸다. 보통 한 사건을 맡아 시작하게 되면 경찰들은 범행 관련 브리핑부터 시작했다. 지금 젊은 형사는 흑사단에 대한 브리핑을 개시했다. 즉, 오성한은 흑사단과 진심으로, 정면으로 싸울 작정이었다. 화면에는 흑사단의 소개가 이어졌다.

 

 [흑사단]

 [두목: 흑사]

 

 화면에는 흑사의 사진이 떴다. 아주 멀리서 찍은 사진이라서 선명하진 못했다. 쌍꺼풀의 유무는커녕 얼굴의 윤곽도 흐릿하게 보일 정도였다.

 

 "흑사단은 달구 시민들로 구성된 조직입니다. 창단은 20년 전에 이루어졌으며 20년 간 크고 작은 절도 범죄를 저질렀습니다. 이번 건을 제외하고 범행 목적은 언제나 돈, 보석을 비롯한 귀중품이었습니다. 어제까지 집계한 바로는 공식적인 피해액만 20조 환 이상, 비공식적인 피해까지 합치면 60조가 넘어갈 것으로 여겨집니다."

 

 발표를 듣던 경찰들은 멍하니 화면을 바라봤다. 그들 중 몇몇은 흑사단의 범죄 규모에 침을 꿀꺽 삼켰다.

 

 "달구시의 명장제약이네."

 

 발표자는 다음 화면을 띄우고 설명을 이어갔다.

 

 "주요인물을 설명 드리겠습니다. 흑사, 흑사단의 두목입니다. 남성이고요. 달구시 출신입니다. 나이는 불명이지만 40대 중반으로 추정됩니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키는 190 정도 되고 체격이 상당히 크다고 합니다. 가족이 있고 가족 구성원은 아내와 아들 한 명이 있습니다."

 

 다음 화면으로 넘어갔다. 이번에도 흐릿한 사진이 나타났다. 짧은 머리와 턱수염을 통해 그가 남자임을 간신히 알아볼 수 있었다.

 

 "다음은 청사입니다. 흑사의 오른팔입니다. 남성이고요. 역시 달구 출신입니다. 나이는 30대 후반으로 추정. 키는 180으로 추정되고 흑사 못지않게 덩치가 있다고 합니다. 흑사단의 창단 초기부터 있었던 인물이며, 매 범행마다 앞장서는 등 흑사단에서 행동대장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가족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좋아. 다음."

 

 이번 브리핑에서 유일하게 선명한 사진이 나타났다. 점잖은 중년 남성의 얼굴이었으며 머리가 희끗희끗했다.

 

 "다음은 오황규입니다. 남성이고요. 흑사단에서 보기 드문 마루 출신입니다. 원래 실란대학 교수였습니다. 하지만 학생과의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교수직을 박탈 당했습니다. 현재는 흑사에게 이론적인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흔히 '설계자'라고 하지요. 나이는 47세. 키는 167. 마른 몸의 소유자입니다. 걸을 때 다리를 저는 것이 특징입니다. 마루시에서 사라지고 흑사단에 입단한 지는 5년 정도 되었습니다."

 

 그 뒤로 흑사의 아내와 몇몇 부하들의 설명도 이어졌다. 하지만 사진도 확보되지 않았고 자세한 사항도 알 지 못해 설명은 짧게 끝났다. 브리핑을 마치자마자 옆에 앉아있던 오성한이 물었다.

 

 "분리형 다리는 2주 뒤에 완공이었나?"

 "예정은 그렇긴 한데, 지금 장관들을 비롯한 수많은 마루 시민들이 완공을 재촉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 분위기라면 다음 주중으로 완공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때부터는 좀 조용해지겠죠."

 

 오성한이 돌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니지. 아니지."

 

 세미나실의 모든 눈동자가 오성한에게로 향했다.

 

 "그 녀석들이 다리 하나로 쉽게 좌절할 녀석들이 아니야. 다리만 개조한다고 하던 짓을 그만둘 리가 없지. 우리 쪽에서도 더 적극적으로 손을 써야 돼."

 

 발표자는 당당한 눈빛으로 답했다.

 

 "네. 안 그래도 그 점에 대해 말씀드리려 했습니다."

 "그래? 계속해봐."

 "현재 저희 마루시의 경찰병력은 약 2500명, 흑사단의 인원은 약 4500명으로 추정됩니다."

 "흑사단은 다른 도적단들을 흡수하면서 계속 인원을 늘리고 있는 실정이지."

 "맞습니다."

 "크흠."

 

 세미나실에 불편한 공기가 돌았다. 다들 무슨 말을 꺼내야할지 몰라 했다. 발표자는 조심스럽게 다음 멘트로 넘어갔다.

 

 "그래도 이번 명장제약 사건으로 인해 흑사단에서만 사상자가 2000명 가까이 되는 것으로 집계되었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많아."

 

 오성한은 불쾌한 속내를 겉으로 드러냈지만 발표자는 이쯤에서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저는 자신합니다. 흑사단은 곧 무너질 것입니다."

 "왜지?"

 "학목 바이러스가 달구 내에서 빠른 속도로 퍼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곳곳에서 작은 환성이 나왔다. 실제로 학목 바이러스는 달구에서 산불처럼 번지고 있었다. 흑사단을 약화시킬 수 있는, 허황되지 않은 해결책이었다.

 

 "학목 바이러스가 달구시 전체를 덮칠 때까지 기다리자는 말인가?"

 "흑사단 소탕으로만 본다면 그것도 좋은 방법이죠."

 "달구시에서만 퍼진다면 그렇겠지만 그 전에 어떤 경로를 통해서든 바이러스가 마루시로 들어올 가능성이 더 커."

 “저도 그 점은 생각을 해봤습니다. 현재 명장제약에서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헌데 조사에 의하면 치료제 개발까지는 아무리 빨라도 1년은 걸린다고 합니다.”

 “1년 동안 마루 시민들이 바이러스에 안 걸릴 수 있을까?”

 “1년 동안 바이러스 보균자들의 침투를 막기는 어렵겠죠. 그래서 제 생각은 딱 한 달만 마루와 달구 사이를 완벽히 봉쇄하고 버텨보자는 겁니다."

 "한 달?"

 "그 기간 정도면 바이러스가 마루로 들어오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겁니다. 그 사이 흑사단에서는 감염자가 상당히 나올 것이고 사기도 굉장히 떨어질 겁니다. 그때라면 바람만 불어도 추풍낙엽처럼 쓰러지겠죠."

 "한 달만 버티면?"

 "그때 우리 쪽에서 공격을 하는 겁니다."

 "질문 있습니다."

 

 오성한과 발표자의 대화에 드디어 새로운 화자가 등장했다. 두 사람은 그 질문자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중년의 경찰이었다.

 

 "무슨 질문이시죠?"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백민관이 치료제를 이미 개발했다고 합니다. 근데 일부러 숨기고 있다고 들었는데 이 소문이 사실입니까?"

 “저도 그 소문을 들었지만 정확히 아는 바는 없습니다. 명장제약에서도 금시초문이라고 했고요. 그곳에서 비밀로 하고 있을 수도 있지만 그렇다면 왜 비밀로 하는 지 납득이 안 가기도 합니다. 만약에 그 소문이 맞다면 어찌 됐든 우리에게 더 유리한 상황인 거죠. 마루에 감염자가 나와도 해결할 수 있으니까요.”

 

 이어서 오성한도 질문을 얹었다.

 

 “도시를 봉쇄한다고 치자. 그래도 흑사단은 어떤 방법으로든 들어올 거야. 오늘 당장도 그래. 흑사단이 다른 장관들을 위협할 수도 있어. 그 중엔 바이러스 보균자도 있을 거야.”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흑사단도 단체 생활을 하는 곳이기 때문에 바이러스 감염자가 생기면 분명히 격리를 시킬 겁니다. 안 그랬다가는 병력에 큰 손해를 입히기 때문이죠. 그들의 목적은 오로지 돈이지 바이러스를 퍼뜨리려는 목적은 없습니다. 그렇기에 마루로 침입하는 단원들은 건강한 사람일 거라고 계산했습니다.”

 “그런데 그중에도 알게 모르게 감염자가 섞여있을지도 모르지 않나?”

 "그렇기에 더 봉쇄에 힘을 써야죠. 우리는 학목강 봉쇄에만 치중하고 모든 병력을 마루 진입을 막는데 집중시키면 됩니다. 그 한 달의 방어에서만 밀리지 않으면 됩니다. 이 싸움을 오래 끌수록 흑사단은 점점 쇠퇴할 겁니다."

 
작가의 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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