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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악동 카쟝: 세상을 바꾸는 도둑들
작가 : 꾸마네
작품등록일 : 2022.2.18

부유 도시 '마루'와 빈곤 도시 '달구'.
고위인사들의 욕망과 탐욕으로 빈부격차는 점차 심해지고, 달구 시민들의 불만도 최고조에 이른다.
도둑계의 악동 '카쟝'과 그의 동료 '리브'. 그들이 원하는 것은 '부(富)의 재분배'다.
세계 최고 회사 '명장제약회사'의 사장 '백민관'. 그는 언제나 '젊음'을 갈구한다.
도적단 중 가장 악랄한 '흑사단'과 그들의 수장 '흑사'. 그의 목적은 언제나 '돈'.
진짜 도둑은 누구인가? 도둑을 뛰어넘는 도둑이 계속해서 나타난다.
ii858@naver.com

 
임명식
작성일 : 22-02-26 22:59     조회 : 67     추천 : 0     분량 : 7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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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셨습니까, 사장님."

 

 한 팀장은 젊어진 사장에게 인사했다. 일호는 최대한 느긋하게 대화를 받았다.

 

 "그래. 연구는 잘 마무리되고 있나?"

 "별 탈 없이 진행 중입니다. 이제 식용으로 먹을 수 있도록 경구용으로도 만들고 있습니다."

 "그냥 수액처럼 놓으면 더 효율이 좋지 않나?"

 

 일호의 질문에 환기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입을 열었다.

 

 "네. 이미 수액용으로는 만들었습니다. 근데 사장님께서 저번에 경구용 약으로도 제조해보라고 조언해주셔서 만들고 있었습니다."

 

 먹는 약이 소비자 입장에서는 간편했기에 백민관이 이전에 지시를 내린 모양이었다.

 

 "아, 내가 깜빡했네."

 

 환기는 알겠다며 끄덕였지만 마음속에서는 걱정이 앞섰다.

 

 '한 번도 이런 일을 깜빡하신 적이 없는데, 이게 신기술의 부작용인가?'

 

 일호는 4층 연구실을 쓰윽 둘러보고는 3층으로 내려갔고, 곧 2층까지 내려갔다. 다행히 순회하는 동안 일호의 정체를 알아챈 이는 아무도 없었다.

 

 "이제 사장실로 올라가 볼까?"

 "네, 사장님. 30분 뒤에 비서 면접이 준비되어있습니다."

 

 일호는 다시 30층으로 올라갔다. 그가 사장실로 들어가 문을 닫자마자 주머니에서 벨소리가 들렸다.

 

 띠리리링-

 

 벨소리도 백민관이 애용하던 벨소리 그대로였다.

 

 "네. 백민관입니다."

 "백 사장님!"

 "누구시죠?"

 "서운하시게 왜 이러십니까? 저 은섭입니다. 심은섭."

 

 '심은섭? 외교부 장관?'

 

 바로 외교부 장관을 떠올릴 수 있었던 이유는, 이런 식으로 일호에게 전화를 걸어온 장관이 벌써 3번째였기 때문이었다. 연락 오는 빈도로만 보면 백민관이 장관들 사이에서 인기가 좋은 모양이었다.

 

 "아, 심 장관님!"

 "장관이라뇨. 평소처럼 은섭이라고 불러주십쇼. 편하게."

 "그래. 은섭 씨. 무슨 일이야?"

 "저는 형님이 성공하실 줄 알았습니다."

 

 심은섭은 목소리를 높여 RB project 성공을 축하했다. 그는 자신이 처음부터 백민관을 믿고 있었으며 민관이 해온 사업마다 항상 투자해왔음을 상기시켰다.

 

 "공장은 잘 만들어지고 있습니까?"

 "진행이 한창이지."

 

 은섭은 기다렸다는 듯이 투자가 필요하면 언제든 연락하라고 전했다.

 

 "형님이 하시는 일이라면 제가 두 발 벗고 나서겠습니다."

 "그래. 알겠네."

 "그런데 말입니다. 카쟝은 정확히 어떻게 된 겁니까? 죽었다고 했는데 맞는 겁니까?"

 "어. 죽은 도적 중에 섞여있었나 봐. 무리해서 회사로 들어오려다가 화를 입은 거지."

 "그렇군요. 속이 시원하네요. 아무쪼록 잘 지내십쇼. 그리고 형님 도움 필요하시면 언제든 이 번호로 연락주세요. 전에 쓰던 번호는 카쟝 녀석한테 해킹 당하고 나서 지웠거든요."

 "알겠네."

 

 일호가 귀에서 전화기를 떼기 무섭게 문 밖에서 노크소리가 들렸다. 빡빡한 일정의 연속이었다.

 

 "사장님,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어. 들어와."

 

 경호원이 들어왔다.

 

 "면접 지원자들이 왔습니다. 바로 진행할까요?"

 "그래. 한 명씩 들어오라고 해."

 

 면접 대기자는 5명. 원래 지원자 수는 세 자릿수였지만 인사부에서 사흘에 걸쳐 지원자를 세세하게 걸러냈다. 이제 최종적으로 사장의 면접만이 남은 것이었다.

 

 백민관의 비서라고 크게 다를 건 없었다. 업무 자체는 다른 비서들과 하나도 다를 바가 없었다. 그저 백민관의 최측근으로서 일할 수 있다는 점이 큰 메리트였다.

 

 "첫 번째 면접자 들어갑니다."

 

 일호는 지원자 한 명 한 명 직접 면접을 봤다. 한 명당 배정된 면접시간은 15분 남짓. 쟁쟁한 지원자들이 들어와 일호에게 자신을 어필했다. 일호도 그들과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며 나름의 기준대로 순위를 매겼다. 일호가 서둘러 진행한 덕분에 점심시간이 끝나기 전에 마지막 지원자를 받을 수 있었다.

 

 "마지막 면접자 들어갑니다."

 

 사장실로 한 사내가 들어왔다. 키는 평균보다 조금 작아 보였고 몸집도 왜소했다. 얼굴도 앳되어 보여 아직까지 학생 티가 났다.

 

 "어디 보자. 이름이 성민석 씨 맞나요?"

 "네, 맞습니다."

 "음. 학교도 좋은 곳 나오셨고. 공부도 잘하셨네요."

 

 성민석은 졸업기준을 넘기고 졸업식만 기다리고 있는 졸업예정자였다. 그는 학력부터 수상경력, 외부활동까지 이력이 화려했다. 특별한 점은 민석도 일호처럼 약학대학 출신이었다. 다른 지원자들은 전부 인문계열 출신이었다.

 

 "이번에 면접 보러 온 사람 중 유일하게 의약계열 출신이시네요."

 "네. 그렇습니다."

 

 민석의 이력서를 가만히 읽다 보니 연구원 지원자로 봐도 무방할 정도였다. 일호는 그가 비서라는 직업이 아닌, 백민관 자체에 흥미가 있어 지원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일호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력서를 더 읽어 내려갔다. 민석의 이력서에 눈에 띄는 이력이 있었다.

 

 "경찰청에서 표창장을 받았네요?"

 "네. 대학생 때 강도를 잡은 적이 있습니다."

 "강도를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잡았죠?"

 "어떤 아주머니의 핸드백을 소매치기하고 도망가는 강도를 직접 쫓아가서 잡았습니다."

 

 일호는 민석을 봤다. 왜소한 체격이라 강도를 잡는 모습이 상상이 가지 않았다.

 

 "위험했을 텐데, 다치진 않았나요?"

 "제가 어렸을 때부터 유도를 배워서요. 어렵지 않게 제압할 수 있었습니다."

 "아, 여기 취미로 유도를 한다고 기재했네요."

 "네. 그렇습니다."

 "정말 훌륭한 일을 하셨네요."

 

 민석의 어깨가 한 마디 올라갔다. 일호는 고개를 내려 이력서 하단까지 스윽 내려갔다.

 

 "'세상이야기'에 가입하셨어요?"

 

 '세상이야기'는 재원대학교의 신문동아리였다. 동아리 특성 상 인문계 위주로 구성된 동아리였다. 약학대학에 다니는 학생이 가입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네. 글 쓰는 것을 워낙 좋아해서요."

 

 일호가 아는 지인 중에도 세상이야기의 회원이 있었다.

 

 "우리 회사에 계신 한환기 팀장님도 여기 회원이셨는데."

 "네. 면접 자리에서 언급하면 안 될 것 같아 말은 안 했지만, 잘 알고 있는 선배님이십니다."

 "여기가 약대랑은 크게 관련 없는 동아리라고 알고 있어요. 많고 많은 동아리 중에 이 동아리에 가입했던 이유가 있나요?"

 "실은 전공이랑은 맞지 않게 신입생 시절에 '정의'에 관심이 생겨서요. 진정한 정의를 실현하는 방법을 찾다가 우연히 신문동아리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많은 선배님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글로 정의를 실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여기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가입했고요."

 "정의감 때문에 신문동아리에 들어갔다?"

 

 일호의 머리속으로 잠깐 강상일보가 스쳐갔다.

 

 "네. 그렇습니다."

 "특이하긴 하지만 좋은 동기군요."

 "감사합니다."

 

 일호는 민석의 이력서를 정리하며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났다.

 

 "수고하셨습니다. 면접 끝났습니다."

 "벌써 끝났나요?"

 

 민석은 실망한 눈치였다.

 

 "기본적인 정보는 이미 숙지하고 있었고 오늘은 잠시 대화를 나눠보고 싶어서 부른 겁니다. 오늘 안으로 결과가 나올 테니 집으로 돌아가셔서 기다리시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민석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

 

 

 웨에에에엥-

 

 사이렌 소리가 선내 전체에 울려 퍼졌다. 고막을 찢는 소리에 카쟝은 억지로 눈을 떴다. 그는 객실 침대 위였다.

 

 "도착했나?"

 

 카쟝은 시계를 보았다.

 

 [AM 06:12]

 

 "뭐야. 도착시간이 지났잖아?"

 

 원래 일정대로라면 입국 수속을 밟고 있어야 했다. 하지만 그도, 우 박사도 아직껏 선박 안이었다.

 

 웨에에엥-

 

 카쟝이 상황을 파악하는 동안에도 사이렌 소리는 멈추지 않고 계속 울렸다. 우 박사도 자리에서 일어나 눈을 비볐다.

 

 "무슨 일이야?"

 "저도 잘 모르겠어요. 나가서 알아봐야겠어요."

 

 곧이어 사이렌이 끊기고 스피커에서 사람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긴급상황입니다. 현재 해상에 도적단이 출현했습니다."

 

 도적단이라는 말에 카쟝과 우 박사의 귀가 곤두섰다.

 

 "지금 우리 선박에 접근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현재 갑판 위에 계신 승객 분들은 신속히 선내로 들어가 주시길 바랍니다."

 

 선장은 목소리를 가다듬고 다시 공지했다.

 

 "한 번 더 말씀드립니다. 우리 선박을 향해 도적단으로 추정되는 배가 접근하고 있습니다. 모든 승객 분들께서는 자신의 객실로 들어가 계시길 부탁드립니다."

 

 새벽이라 다들 자고 있었을 거라고 여겼지만 그렇지도 않은 모양이었다. 복도에서 사람들이 우왕좌왕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어서 들어가세요!"

 

 선내 경비원들의 목소리도 이따금씩 들렸다. 그들은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사람들을 안내하고 있었다. 선장의 목소리도 그들 못지않게 다급했다.

 

 "선내에 있는 경비원이 선박을 지키고 있습니다. 방금 전 해상경비대에게도 구조요청을 했으니 아무 문제없이 해결될 것입니다. 여러분들은 객실로 들어가 기다려주시길 바랍니다."

 

 선장과 경비원들의 신속한 대처 덕분인지 1분도 지나지 않아 복도의 소란은 줄어들었다. 카쟝은 문을 살짝 열었다. 다 객실로 들어간 줄 알았지만 아직 갈피를 못 잡고 뛰어다니는 승객이 몇 있었다. 자신의 아이가 사라졌다며 경비원을 붙잡고 있는 부모부터 객실 번호를 잊었다는 할아버지까지, 그들은 경비원들을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침대에 앉아있던 우 박사가 물었다.

 

 "나가려고?"

 "상황만 보고 올게요.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거예요."

 "경비원이 지키고 있다고 하잖아. 네가 나가도 도움이 안 될 거야. 만에 하나 흑사단이 널 쫓아온 거면 어쩌려고 그래?"

 "그런 이유라면 더더욱 제가 나서야죠."

 

 카쟝은 호기심을 품은 채 복도로 슬그머니 나갔다. 선장의 방송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었다.

 

 "해상경비대가 5분 내로 도착할 예정입니다. 걱정하지 마시고 객실로 들어가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카쟝은 소리를 죽이며 조심스럽게 복도를 걸었다. 복도 끝에서 사람들이 뛰어다니는 소리가 들렸다. 카쟝은 기둥 뒤에 숨어 동태를 살폈다.

 

 '경비원들이군.'

 

 경비원들이 출구를 향해 뛰어가고 있었다. 밖에서는 이따금씩 총소리도 들렸다. 경비원들은 도적단에게 정신이 팔려 바로 옆에 서있던 카쟝도 발견하지 못했다.

 

 카쟝은 소리가 잠잠해지자 다시 복도를 걸었다. 객실을 따라 직진하다 보니 선내 외곽에 있는 복도로 나왔다. 넓은 복도가 좌우로 쫙 뻗어있었고 갑판으로 난 창문이 길게 줄지어 있었다. 창밖으로는 바다가 보였다. 아직 해가 뜨기 전이라 바깥은 남빛이었다. 카쟝은 입을 다물고 출구로 향했다.

 

 툭.

 

 갑자기 복도에 있던 모든 불들이 꺼졌다. 도적단이 끈 건지 선장이 끈 건지는 알 길이 없었다. 복도가 어두워지니 시각이 점차 어둠에 익숙해졌다. 상대적으로 창밖이 더 뚜렷하고 밝게 보였다.

 

 "이런...."

 

 갑판에는 경비원들이 쓰러져있었다. 심한 상처를 입은 사람도 있었다. 이미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던 모양이었다. 더 이상 싸우는 소리가 안 들리는 것을 보니 상황은 벌써 종료된 듯했다.

 

 "그럼 도적들은 물러난 건가?"

 

 그때 카쟝의 시야로 사람의 형상이 들어왔다. 사람 셋이 배의 뒤편에서 앞쪽으로 접근하고 있었다. 그들은 창문에 바짝 붙은 채 한 발짝씩 전진했다. 선박으로 들어갈 입구를 찾고 있었다.

 

 '경비원? 도적단?'

 

 그들은 모두 동일한 옷을 입고 있었다. 남색 상의에 검정색 하의. 얼굴엔 코부터 턱까지 가리는 검은 복면을 쓰고 있었다. 누가 봐도 도적의 복장이었다.

 

 '흑사단은 아니야.'

 

 흑사단은 그런 단체복이 없었다. 카쟝은 걸음을 멈추고 그들을 유심히 관찰했다. 맨 앞사람은 총을 들었고 중간에 있던 사람은 앞사람에게 뭔가를 소곤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에 있던 사람은... 카쟝과 눈을 마주쳤다.

 

 '젠장!'

 

 마지막에 있던 사람은 카쟝을 발견하자마자 쇠파이프를 꺼내들었다. 그는 파이프로 창문을 사정없이 내려쳤다.

 

 쿵!

 

 카쟝은 유리파편을 막기 위해 양팔을 얼른 올렸다. 하지만 창문은 강화유리로 되어있었다. 파이프로 때렸음에도 금만 갈 뿐 쉽게 깨지지 않았다.

 

 쿵! 쿵! 쿵!

 

 앞에 있던 두 남자까지 카쟝을 발견하고 합세하여 창문을 두들겼다. 총과 둔기로 창문을 두들기자 창문 자체가 대번에 떨어져 나갔다. 그들은 창문을 통해 뛰어들었다.

 

 카쟝은 오던 방향의 반대로 발을 움직였다. 세 도적은 늑대 무리처럼 카쟝의 뒤를 쫓았다. 아직까지 복도 불은 들어오지 않았고 카쟝은 자신의 위치도 모른 채 그저 앞으로 달렸다. 카쟝의 손은 본능적으로 허리춤에 있던 연막탄으로 갔다. 하지만 이내 손을 뗐다.

 

 '지금은 안 쓰는 게 낫겠어.'

 

 우선 연막탄 자체가 그 도적들에게 흥분을 유발시킬 수 있었다. 게다가 이제 곧 해양경비대가 도착했다. 경비대가 선내로 들어와 현장을 조사하면 연막탄을 발견할 게 분명했다. 카쟝의 연막탄과 흡사한 연막탄이 선박에 굴러다니고 있으면 카쟝도 난처해졌다.

 

 카쟝의 다리는 더 빠르게 교차를 반복했다. 다행히 도적들과 거리는 점차 벌어졌다. 큰 길을 따라 달리다 보니 카쟝은 어느새 로비에 도착했다. 카쟝은 선박의 구조를 몰라 어디로 도망쳐야 할 지도 몰랐다. 그때 머리 위에서 짧은 휘파람 소리가 들렸다.

 

 "휫!"

 

 카쟝은 고개를 들었다. 샹들리에 위에 누군가 있었다.

 

 '누구지?'

 

 어둠 탓에 그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그 사람이 적인지 아군인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그는 샹들리에로 올라오라며 손을 까딱거렸다. 카쟝은 주위를 둘러봤다. 샹들리에로 올라갈 도구는 없었다. 벽을 차고 올라가자니 샹들리에가 심하게 흔들거릴 수 있었다. 카쟝의 속마음을 읽었는지 위에 있던 사람은 몸을 수그려 손을 뻗었다. 도적들의 뜀박질소리는 점점 가까워졌다. 이제 샹들리에의 그림자가 적인지 아군인지 분간할 여유는 없었다. 카쟝은 손을 뻗어 그의 손을 맞잡았다. 그는 카쟝의 손목을 잡자마자 무를 뽑듯 쑥 끌어올렸다.

 

 '손목은 가는데 힘은 엄청 세네.'

 

 두 사람이 샹들리에에서 중심을 잡자마자 도적단이 로비에 도착했다. 그들은 좌우로 고개를 돌리더니 각기 다른 방향으로 흩어졌다.

 

 '휴, 따돌렸다.'

 

 카쟝은 고마움을 표현하기 위해 자신의 은인을 쳐다보았다. 그 순간 카쟝은 샹들리에에서 중심을 잃을 뻔했다. 그 은인도 복면을 쓰고 있었다. 하지만 아까의 도적들과는 다른, 눈만 내놓은 채 이마와 코, 입을 전부 가린 복면이었다. 게다가 복장도 전신을 덮고 있는 일체형 타이츠였다. 아까 그들이 도적단원이라면 카쟝 앞에는 전문 도둑이 서있었다. 카쟝을 말을 잇지 못했다.

 

 "훗."

 

 그 사람은 인사 대신 살짝 웃고는 샹들리에에서 뛰어내렸다. 그는 고양이처럼 사뿐한 동작으로 로비에 착지했다. 그가 출구 쪽으로 발을 떼자 때마침 복도에 불이 들어왔다. 카쟝의 눈에는 멀어지는 은인의 뒷모습이 보였다. 그의 등에는 좁고 기다란 배낭이 있었다.

 

 삐요오옹-

 

 멀리서 해상경비대의 사이렌이 들려왔다.

 

 

 ***

 

 

 "흑사님 오늘도 7개 도적단들이 찾아와 흑사님께 복종하기로 맹세했습니다."

 

 이제 달구의 도적단이라고 하면, ‘흑사단’과 ‘그 외의 도적단’으로 구분할 수 있었다. 그만큼 흑사단은 물 먹은 죽순처럼 하루가 멀다하고 광대해졌다. 몇 달 사이에 국가도 어찌하지 못할 정도의 규모가 되어버렸다.

 

 "좋은 소식이군. 오늘 임명식은 준비를 마쳤나?"

 "네. 30분 전부터 모든 대장들이 연회장에 도착해 흑사 님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흑사는 알았다며 물을 한 모금 마시고 식장으로 들어갔다. 흑사가 식장의 앞문으로 들어서자마자 환호가 쏟아졌다. 달구 각지에서 모인 도적이자, 지금은 모두 흑사단이 된 단원들이 그에게 갈채를 보냈다.

 

 짝짝짝짝짝-

 

 흑사는 회장을 한 바퀴 둘러봤다. 실내 체육관 크기의 연회장에 사람이 가득 차있었다. 그는 손을 한 번 올리고는 단상 중앙에 섰다. 이윽고 군중들이 잠잠해졌다. 흑사의 입이 열렸다.

 

 "다들 이 자리에 오기까지 고생 많았다. 하지만 앞으로도 고생이 많을 거고, 고생 끝엔 분명히 낙이 올 것이다. 그 낙은 여러분과 내가 공평하게 나눌 생각이다. 그 날이 오기까지 각자에게 책임이 주어지게 된다. 어쩌면 짊어질 책임의 크기는 천차만별일 수도 있다. 누군가는 손톱만 한 책임을 질 거고 어떤 이는 집채만 한 책임을 질 것이다. 하지만 가장 큰 책임, 가장 큰 고생은 내가 맡겠다. 그러니 걱정 마라. 항상 당신들의 짐을 당신들의 뒤에서 내가 함께 짊어지고 있음을 기억해라."

 

 흑사가 말을 마치고 즉시 임명식이 진행되었다. 오늘 모임의 주요한 목적은 대장들의 임명이었다. 흑사단도 예전에 비해 규모가 몇 배나 커졌기에 흑사 혼자서 통솔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흑사는 흑사단을 7개 대대로 나누었다. 나누고 나니 그 일곱 개의 대대를 각각 지휘할 대장이 필요했다. 흑사는 자신이 구상했던 흑사단을 만들기 위해 대장을 직접 선별했다.

 

 그는 뒤편 테이블에 올려져 있던 검은색 술병을 들고 앞으로 나왔다. 그는 대장들을 한 명씩 호명했다.

 

 "1번대 대장 청사, 앞으로."

 
작가의 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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