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아침.
슬비가 새벽부터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하느라 바쁘다. 옷장에 있는 옷들을 다 꺼내 나름 정장 분위기가 느껴지는 옷으로 골라보지만 아무래도 느낌이 나지않았다. 이 시간에 옷을 사긴 좀 이르고 결국 옷을 정성껏 다림질해서 핏을 잘 살려 옷을 입고 구두를 신는다. 늘 운동화만 신고 다니다가 갑자기 높은 굽의 구두를 신으려고 하니 어색하긴 하지만 어른이 된 것 같아서 좀 기분이 남달랐다.
대문을 나서고 어색한 걸음으로 힘겹게 골목길을 내려오고 버스 정류장에 서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앞에 차가 선다. 차 문이 내리고 고개를 내민 사람은 다름 아닌 연우였다.
"이슬비"
"연우오빠 아니 뭐라고 불러야 되지"
"호칭정리는 나중에 하고 일단 타 같이 가자"
슬비가 문을 열고 옆자리에 앉는다. 운전을 하는 연우를 의식하면서 힐끗 거울로 자신의 모습을 정리한다. 곁눈질로 그런 슬비의 모습을 보면서 좀 웃음이 나지만 참고 미소를 짓는다.
"그렇게 입으니까 슬비가 아닌 것 같아"
"왜요? 이상하죠. 저도 제가 아닌 것 같아요"
"내 말은 그게 아니라 교복 입은 너의 모습만 보다가 그런 널 보니까 나의 심장이 두근거릴만큼 네가 여자로 보여"
"그럼 반은 성공한 건데 다행이다"
"오늘 나 일에 집중 못하겠다. 슬비 너만 보일 것 같아"
"저 농담도 진담으로 알아 듣는 것 알면서..."
"아! 그랬지..."
"그런데 오늘 어떻게 거기까기 왔어요"
"너 구두 신고 만원버스 타면 힘들까봐 데리러 왔지"
"걱정했는데 오빠가 나타나서 얼마나 고마웠는지"
둘은 행복한 아침을 맞이하며 같이 사무실 안으로 들어갔다. 연우는 먼저 책상에 앉아 오늘 할 일을 체크하면서 본격적으로 일에 임한다. 혼자 남은 슬비는 연우의 눈치를 보면서 서 있다가 사무실 청소를 한다.
"슬비야 이리로 와 봐"
"부르셨어요"
슬비를 자신의 책상 의자에 앉히고 그 뒤에 연우가 서서 컴퓨터 화면에 뜬 서류를 보면서 설명을 한다.
그때 문을 열고 들어오는 치훈이 두 사람의 모습을 보고 다가간다. 조용히 두 사람의 일하는 모습을 보면서 엄지척을 보낸다.
"슬비가 출근하는데 넌 왜 지각이야"
"사장이 무슨 지각..."
"빨리 자리에 가서 내가 보낸 서류 좀 읽고 결재란에 사인해"
"알겠네 도연우사원"
"뭐라고..."
치훈의 말장난에 사무실 분위가 한층 부드러워졌다. 웃음으로 가득한 공간으로 변하면서 잔뜩 긴장을 하고 있던 슬비도 모처럼 웃어 보인다.
사무실의 시간은 빨리 흘러갔다. 일을 가르치는 연우와 치훈 그리고 모든 가르침을 스펀지처럼 잘 흡수하는 슬비의 모습에 후회없는 선택이라면서 두 사람은 만족해한다.
어느덧 퇴근시간이 되고 슬비가 회사에 나온 기념으로 환영회를 하기 위해 세 사람은 문을 닫은 카페로 향한다.
치훈은 먼저 카페로 가서 안주를 만들고 연우와 슬비는 가까운 편의점으로 가서 가볍게 마시기 위해 맥주캔을 사서 카페로 들어간다.
이미 하나의 테이블에 몇 가지의 안주들이 놓여있고 자리에 앉은 세 사람. 각자의 캔을 들고 부딪치며 외친다.
"대박나자 오아시스 블루"
"슬비야 한마디 해 너도..."
"이 자리를 빌어서 다시 한번 치훈사장님과 연우오빠한테 고맙고 감사하단 말을 전하고 싶어요"
"그래 다 최치훈 네 덕분이야"
"그렇게 되는 건가 내가 사람 보는 눈이 좀 있어"
"인정 슬비만큼은 내가 인정한다"
"그래야지..."
"자 다들 캔을 들고 원샷!"
연우의 원샷에 다들 기분좋게 목넘김을 하며 캔을 원샷한다. 하지만 술이 약한 슬비는 맥주도 힘들었다. 그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계속 술을 권한 두 사람 또 거절하지 않고 꾹 참으며 술을 마시는 슬비.
몇 분 뒤 슬비는 테이블에 엎드려 힘들어하고 연우와 치훈은 계속 맥주를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치훈은 대리운전을 불러 집으로 가고 카페에는 슬비와 연우가 남아있는데 엎드려 있는 슬비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다가 붉은 볼에 뽀뽀를 한다.
"슬비야 널 집에 바래다 주어야 하는데 보내기 싫다"
그 말을 하면서 슬비를 자신의 어깨에 기대어 잠들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