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 가기 전 오피스텔에 들렀다. 지하 주차장에 차를 세워놓고 혼자서 집으로 가서 옷을 갈아입으러 가는 연우와 혼자 차안에 남겨진 슬비.
잠시 망설이다가 폰을 꺼내 전화를 건다. 슬주의 폰으로 전화를 걸었지만 정작 받는 사람은 건우였다.
"여보세요?"
"슬주 목소리가 아닌 것 같은데"
"나야 건우 지금 방에 없어서 내가 받았어"
"알겠어 나중에 전화한다고 전해줘"
"왜 전화 걸었어 내가 걱정이 되서 걸었던 것 아니야"
"아... 아니거든... 아까 발 밟은 것이 걱정되서..."
"거짓말하지마 넌 거짓말할 땐 꼭 말을 더듬더라"
"연우오빠 온다 그만 끊을게"
슬비는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걸어오는 연우를 보고 급히 폰을 꺼버렸다. 그 사실을 알리가 없는 연우는 우유를 건네준다.
"너 아직도 딸기 우유 좋아하니"
"네... 아직도 기억하고 있는 거에요?"
"그럼 너와의 모든 것들은 다 기억하고 있어"
"오빠..."
슬비가 빨대를 꽂아 우유를 마시며 옆에 앉아있고 연우는 마냥 귀여운 듯 운전을 하면서 슬비의 손을 잡는다. 회사에 도착해 앞에 걸어가는 슬비를 뒤에서 안아준다. 걸음을 멈추고 복도에 서 있는 두 사람.
"오빠 누가 보면 어떡해요"
"누가 보면 어때 어차피 사랑하는 남녀가 애정행각 좀 한다는데"
"내가 꼴 보기 싫은데 당장 떨어져 너희 둘..."
그 목소리를 듣고 동시에 뒤를 돌아보면 치훈이 서 있다. 두 사람에게 다가와서 빨리 떨어지라며 둘을 갈라놓는다. 그리고 사무실 안으로 데려간다.
"넌 친구가 아니라 원수야 원수"
"우리 연우가 언제부터 이렇게 사람들 시선 신경쓰지 않고 애정표현 했지 우리 연우가 달라졌어요~"
연우를 놀리는 재미에 치훈은 크게 소리를 내며 웃었다. 슬비는 부끄러워 저 구석에 가서 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고 연우는 소리없이 웃는다.
"이제 적응해 앞으로 더한 애정행각들이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오우~노우~"
그렇게 활기찬 아침을 맞이하며 본격적으로 진지하게 일에 임한다. 반면 또 일에 적응하지 못하고 폰만 붙잡고 있는 슬비를 보고 다가가서 말한다.
"그렇게 걱정되면 불러서 직접 확인해"
"아니에요."
아무렇지 않은 척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지고 소리만 요란하지 모니터에는 외계어가 뜨고 아무것도 알 수 없는 언어들만 줄지어 표시되어 있었다.
몸이 아프긴 하지만 슬주가 등교하는 시간에 같이 집에서 나온 건우는 버스정류장에서 고민한다. 슬비의 회사로 가는 버스와 학교로 가는 버스들이 다 지나가고 있는 정류장에서 혼돈의 시간을 보내고 있던 건우는 결국에는 학교로 가기 위해 버스를 탔다.
강의실 앞에 도착하자 채린이 서 있다. 들어가는 건우를 붙잡는다. 힘없이 복도 벽에 기대서서 채린이 하는 말을 다 듣고 있다.
"뭐하는 거야 내가 왜 너를 기다리고 있어야 하는 건데"
"그럼 내가 뭘 어떻게 해주길 바랬는데?"
"나를 데리러 와야 하는 것 아니야 아니지 적어도 강의실까지 데려다 주고 와야하는 것 아니야?"
"난 그렇게 못해"
"그래 정말 이렇게 날 많은 학생들 앞에서 망신시키겠다?"
"알았어 오늘은 내가 컨디션이 별로라 그랬어 앞으로 원하는 것이 있다면 미리 보고해"
라며 말을 하고 먼저 강의실 안으로 들어가는 건우. 의자에 앉자마자 책상 위에 엎드려 잠들어 버린다. 교수가 들어오고 출석체크를 하지만 대답조차 하지 않는 건우를 보면서 못마땅한 듯 서서 강의를 하는 교수.
강의가 끝이났지만 건우는 여전히 그 모습 그대로 엎드려 있다. 걱정이 된 친구들이 다가와 건우를 건드리지만 신경질내는 건우에게 더이상 어떤 말 조차도 걸지 못하고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어느덧 저녁, 건우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 강의실을 뛰쳐나와 무작정 뛰기 시작했다. 그 끝을 알 수가 없었지만 그냥 무작정 달리는 건우를 본 채린이 차를 타고 따라간다. 뭔가 불안해 보이는 건우가 걱정이 되어 미행이라는 것을 하게 된 채린 자존심이 좀 상하지만 그런 건우를 혼자 두고는 마음이 놓이지 않은 것을 느끼고 계속 따라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