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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그녀는 독신주의
작가 : 서도
작품등록일 : 2020.8.26

N포시대에 많은걸 포기하고 살아가는 요즘, 지담은 악바리 근성으로 다행히 취업에는 성공...그러나 연애니 결혼이니 하는 건 관심이 없을 뿐 아니라 안하는 그녀다. '그래, 사랑따위만 하지 않는다면 연애니 결혼이니 하는건 평생 없을 일이야'라고 다짐하며 일에만 집중하는 지담에게 두명의 남자가 나타났다.
한명은 오랜친구 다른한명은 새로운 남자! 과연 지담의 다짐은 지켜질 수 있을까?

 
3. 술이 웬수(3)
작성일 : 20-08-27 18:36     조회 : 35     추천 : 0     분량 : 3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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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술이 웬수(3)

 

 밖으로 나온 강현은 대리기사가 올 때까지도 웃음을 참지 못했다.

 

 선호와 조용히 술 한잔하고 싶어 갔던 곳에 조용할 줄 알았던 바에 난데없이 봉변 아닌 봉변을 당했는데도 조금도 화가 나지 않고 웃음이 자꾸만 났다.

 

 평소에 그 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안 들으래야 안 들을 수 없는 두 여자의 대화...이건 뭐 포장마차도 아니고.. 그리고 그 여자...친구의 실연이 자기 일 인냥 부어라 마셔라하는... 예쁜 얼굴과는 달리 입이 거칠은 그 여자는 강현에게 호기심을 자극했다.

 

 제일 배꼽 잡은 일은 고개를 숙이고 죄송하다며 그 자세 그대로 자는 모습이었다.

 큭큭큭...이렇게 웃어본 적이 얼마만 인가..

 

 자꾸만 큭큭 대는 강현일 의아한 듯 쳐다보면서,

 

 "뭐가 그리 재밌냐?"

 

 선호가 젖은 바지가 못마땅한지 얼굴을 찌푸리며 물었다.

 

 강현과 오랜 친구인 선호는 남의 일은 신경도 안 쓰고, 특히 오늘 같은 일은 화를 내야 정상인 강현이, 이렇게 대놓고 웃는 모습을 보니 참 낯설었다.

 

 "그 여자 너무 웃기지 않냐? 어떻게 그 자세로 잘 수가 있냐고~크크크"

 

 겨우 진정된 강현은 그의 팔에 안겼던 그녀의 잠든 얼굴을 생각하며 다시 입가에 웃음을 지어보였다.

 

 ***

 

 도윤은 인사불성이 된 세윤이를, 수훈은 지담을 데리고 도윤 차에 올라탔다. 그리고 제일 가까운 세윤의 집으로 향했다.

 어차피 가게는 직원에게 맡겼고 도윤이 혼자 두 여자를 감당할 수 없기에 같이 가기로 했다.

 

 "이 자식 만나기만 해봐, 가만 안 둔다, 젠장~"

 

 도윤이 몸을 가눌 수 없을 정도로 취한 세윤을 보며 화를 냈다.

 수훈은 도윤이가 세윤을 좋아한다는 걸 알기에 그 누구도 아닌 도윤을 가게에 부른 것이다.

 

 "이제는 세윤이에게 고백해, 다른 놈에게 상처받게 하지 말고~"

 

 자신의 어깨에 기대고 있는 지담을 감싸 안으며 수훈은 도윤에게 차분히 말했다. 도윤은 다짐한 듯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일요일 늦은 아침, 부산스러운 소리와 화창한 날씨가 지담을 깨웠다.

 

 -여기가 어디지?-

 

 여기저기 눈으로 휙 둘러본 결과 세윤의 집인 걸 알았다. 일어나 물부터 마셔야겠다고 방문을 여는 순간 낯익은 두 남자가 부엌에서 뭔가를 만들고 있었다.

 

 "일어났냐? 콩나물국 끓였으니까 빨리 와서 아침 먹어.. 세윤이도 깨우고.."

 "너희들 언제 왔냐? 세윤이가 문 열어 줬어?"

 "우리 여기서 잤어"

 "뭐..뭐라고?"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수훈에게 무서운 눈으로 쳐다보니,

 

 "오해는 하지마, 어제 너네 둘, 너무 마셔서 걱정돼서 있었던 것 뿐이니까... 우린 거실, 너흰 방 오케이? 알아들었으면 세윤이 깨워, 아침 먹게..."

 

 -지금 무슨 상황인 거지?-

 

 지담은 세윤을 빨리 깨워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세윤아 일어나...애들이...애들이 아침 해놨데.."

 "음~음 알았어~5분만~~"

 "일어나라니까 밖에 도윤이랑 수훈이 있다니까~"

 "뭐? 뭐라고? 누가 있다고?"

 

 세윤이 깜짝 놀라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거실에 나가보니 정말로 두 남자가 식탁에 앉아 있었다.

 

 처음 독립해서 이 아파트에 이사한 후 친구들 초대는 집들이 할 때가 다였다. 지담만 몇 번 자고 간 게 고작인데... 이 녀석들은 어떻게 들어온 거지?

 

 -이건 도대체 무슨 상황인거냐고~~~~- 세윤은 자기 머리를 두 손으로 움켜쥐고 어젯밤 일이 도통 기억나지 않는 자신을 원망했다.

 

 지담과 세윤은 세수만 대충하고 식탁에 앉았다.

 

 "일단 밥부터 먹자, 설명은 이따가 할께"

 

 도윤이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웬지 그 모습이 더 서늘하게 느껴지는 두 여자였다.

 

 어젯밤 상황을 들은 지담과 세윤은 당황과 경악을 금치 못했다.

 낯선 사람에게 민폐는 물론 친구 가게에서 그런 난동을 부렸으니 이 친구들을 앞으로 어떻게 봐야 할지 부끄럽고 쪽팔려서 얼굴을 들 수가 없었다.

 

 진짜 술이 웬수라고 주먹으로, 자신의 머리를 쥐어박는 세윤을, 도윤은 그 손목을 잡아채 방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그 모습을 본 지담은 당황 한 듯, 무슨일이냐고 수훈을 쳐다봤지만 아무 말이 없었다.

 

 방으로 들어온 세윤은 도윤에게 손목이 아프다고 놔달라고 했다.

 그러나 도윤은 물끄러미 세윤을 쳐다보기만 할 뿐이었다.

 잘못한 건 알지만 세윤은 오히려 도윤의 손을 뿌리치며 더 큰소리를 쳤다.

 

 "술이 과했던 건~그..그래 그건 인정해, 근데 네가 뭔데 나한테 이렇게 대해? 그리고 내가 오죽하면 마셨겠냐? 장작 5년이라고...상준씨랑...흑흑"

 

 더듬거리며 이별까지 말하는 세윤이 다시 눈물을 흘렸다.

 

 "그 딴 놈 때문에 울지마"

 

 한참 동안 말이 없던 도윤은 살며시 세윤을 끌어안으며 입을 열었다. 이별의 슬픔인지, 도윤의 품이 따뜻해서인지 세윤은 눈물을 쏟아내고 또 쏟아냈다.

 

 "다른 사람 때문에 더이상 상처 받지마... 그런 네가 울면 난 더 아파. 난 너한테 상처 줄일 없을테니까, 나한테 와...나한테 와라, 이세윤... "

 

 도윤은 이렇게 고백하고 싶지 않았지만 더이상 세윤이 상처받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고백을 해버렸다.

 

 방에서 무슨 일이 있는지 모르는 지담은 안 되겠다 싶어 일어서려는 순간, 이번에는 수훈이 지담의 손목을 잡았다.

 

 "왜? 무슨 일인데?" 지담이 묻자,

 "나중에 말 해줄께."

 

 수훈이 더이상 말을 하지 않자, 지담도 더는 묻지 않았다.

 

 -근데 이 자식 너무 오래 잡고 있는 거 아냐?-라고 생각하고 손목을 빼내려는데 수훈이 더 꼭 지담의 손목을 잡았다.

 

 "뭐야?" 하고 지담이 또 뿌리치려는 순간 이번에는 수훈이 지담의 손목을 자기 쪽으로 끌어 당겨 자신의 입술을 지담의 입술에 포갰다.

 쪽~

 

 "이..이~익~자식 뭐하는거야~이 나쁜xx~

 

 지담이 소리를 꽥 지르며 주먹으로, 발로, 수훈의 등이며, 다리며 거침없이 하이킥을 날렸다.

 

 "하하하~아~미안, 미안~나도 모르게 그 순간 니가 너무 예뻐서~하하하“

 ”이게 웃을 일이야? 너 이거 성추행이야? 알아 이 x자식아!!!“

 ”뭐,뭐?“

 

 -성추행이라니... 대학 들어가서 처음으로 좋아하고 마음에 품었던 여자한테 이런 말을 들으니 수훈은 다른 의미로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성추행!! 못 알아들어? 이 나쁜 놈아!!!”

 지담이 분노를 참지 못하고 입술을 벅벅 닦으며 소리를 질렀다.

 

 도윤과 세윤이 놀라서 밖으로 뛰쳐나왔다.

 

 지담의 거침없는 행동을 도윤과 세윤이 뜯어말리긴 했지만, 여전히 지담은 씩씩댔고, 수훈은 황당한 얼굴을 하면서도 이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내가 너 도장 찍었으니 나한테 시집와라.. 서지담"

 

 이 어이없는 상황에 세윤과 도윤은 어리둥절했고, 지담은 할 말을 잃었다.

 수훈만이 입가에 호선을 그리며 미소를 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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