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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이사님~ 제발 그것만은...
작가 : 라미루이
작품등록일 : 2020.8.1

일년전 사별한 남편이 꿈속에 나타나기만 하면 분위기가 요상해져..이를 어쩌지..잠을 안 잘 수도 없고..남보다 생생한 꿈을 꾸는 시아 엄마
"정이수"의 꿈과 현실을 오가는 처절한 생존 육아 분투기. 얼마 전부터.. 귀가 간질간질.. 아이들 속마음까지 들리는데. 과거 계약연애를 했던 이사님은 늘찬 아빠가 되어 나타나고. 이사님과의 좌충우돌 티키타카는 현실이라네~
#꿈환상공포호러판타지 #여주히어로 #여주사이다 #이사님은엉뚱찌질집착파트너 #무궁무진스토리 #로코물 #재회물 #육아물 #이세계모험물
ramilui5058@gmail.com

 
19. 간질간질, 귓가가 간지러워요.
작성일 : 20-08-16 12:51     조회 : 43     추천 : 0     분량 : 5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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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맥도날드에 들어온 중학생 무리들은 한바탕 웃음을 터뜨리고...

 

 이수는 그들 중 누군가와 눈이 마주친다.

 

 [뭐야.. 저 아줌마는... 재수 없게 꼴아보고 지랄이야!]

 

 "뭐라고??"

 

 이수는 자신도 모르게 벌떡 일어서서 말대꾸를 해버렸다.

 

 "깜짝이야! 갑자기 왜 그래?"

 

 "엄마, 귀신이랑 말한 거야?"

 

 "여기 귀신 있어?"

 

 "당연 없지... 이렇게 사람 많고 밝은 데 귀신 안 나온다!"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아이.

 

 맥도날드와 귀신이라니... 참 안 어울리는 조합이긴 해...

 

 (뭐지... 방금 목소리는... 환청이 들리나?)

 

 그녀는 후비적후비적 새끼손가락으로 귀를 후벼본다.

 

 잠시 그녀를 바라보던 중학생은 관심 없다는 듯 친구들과 수다를 떨며 깔깔거린다.

 

 메뉴판을 보며 잠시 상의하던 아이들은 주문을 쏟아내고...

 

 "빅맥 세트 둘에 상하이 버거 셋 둘이요.."

 "야, 애플파이 하나만 시켜줘!"

 "안 돼! 다 먹는 거.. 아님 시키지 마."

 "흠칫뿡이다!"

 

 

 영수증과 스크린을 번갈아 쳐다보던 시아가 표정이 밝아진다.

 "8321 떴어요.."

 

 자리에서 일어난 이사님은 주문한 메뉴를 가져온다.

 

 아이들은 아이스크림에 먼저 손이 가고, 이수는 감튀를 트레이에 확 쏟더니 구석에 케첩을 듬뿍 뿌린다.

 

 이사님은 커피를 한 모금 마시더니 표정이 밝아진다.

 

 "아, 커피 시원 달달하다~"

 "커피 없음 하루를 어떻게 버티나 몰라.. 크크"

 "보통 하루에 커피 몇 잔 마셔?"

 

 "네에?" 이수는 멍하니 딴생각에 빠져 있다.

 

 "아까는 급놀람 모드더니... 지금은 멍 때리기 모드인가? ㅎㅎ"

 

 그녀는 싱거운 농담에 흐릿한 미소를 지으며 커피를 한 모금 마신다.

 

 "하루에 두, 세 잔 정도 마셔요.."

 "양호하네, 난 요즘 당 떨어지면 커피 타는 게 낙이야.."

 

 "어제 다섯 잔인가 마셨지. 아마두..."

 "음... 카페인 과다 아닌가? 밤에 잠 잘 와요?"

 

 "베개에 머리만 뉘이면 바로 자. 에스프레소 마시면 좀 반응이 오는데... 이건 영..."

 

 얼음이 반쯤 든 플라스틱 컵을 흔들어 달그락거린다.

 

 시아는 줄줄 흘러내리는 초코 콘을 핥아먹고,

 마주 앉은 늘찬은 맥플러리 컵을 연신 긁어댄다.

 

 흩어진 감튀를 하나둘씩 입에 넣으며 아이들을 바라보는 이수...

 입가에 허연 크림이 묻은 늘찬과 눈이 마주친다.

 

 [역시 맥플러리가 짱이야! ]

 전혀 입을 열지 않고 먹는 것만 집중하는 아이...

 

 [아빠한테 또 사달라 하면 야단맞겠지?]

 [시아가 먹는 콘도 맛있어 보이네..]

 

 (오 마이 갓... 늘찬이 생각이 "그대로" 들리잖아!)

 (마치 이어팟과 연결된 것처럼 생생하게 들려...)

 

 (그럼 시아 생각도 들릴까?)

 

 "시아야~" 옆에 앉은 엄마를 바라보는 아이...

 "왜? 엄마~"

 "뭐가 묻었네.."

 

 냅킨으로 입가에 묻은 초콜릿 자국을 닦아준다.

 

 (얘는 생각을 안 하나? 아무 소리도 안 들리네...)

 

 아이를 계속 바라봐도 아무 반응이 없다. 인풋이 아예 없는 건지.. 아니면 듣지를 못하는 건지...

 

 맞은편에 앉아 얼음을 우드득 깨 먹으며 감튀를 털어 넣는 "인간"을 바라본다.

 

 "왜? 내 얼굴에 뭐 묻었어?"

 "괜히 못 본 척하지 말고 닦아주라고.. "

 

 폰을 들어 거울처럼 이리저리 얼굴을 비춰보는 이사님...

 

 "늘찬이 날 닮아서 이리 핸썸한 거지?"

 능글능글한 웃음을 날리며 동그란 아들 머리를 쓸어내린다.

 

 재수 없다는 이수의 표정과 자신만만한 그의 표정이 대비되는데...

 

 (이 인간은 아무런 생각이 없는 건가? 노이즈도 없고 그냥 깨끗해...)

 

 와드득! 입안에서 얼음을 굴려가며 깨뜨리는 소리...

 

 "이사님은 아직 젊은가 봐요? 겁도 없이 얼음을 부숴 먹는 걸 보니.."

 

 "얼음? 아... 이래 봬도 건치라고... 지금까지 크라운 하나 씌운 게 전부야."

 

 자랑스러운 듯 승리의 "V"를 그리는 그의 손가락...

 

 "옛날 생각하다 한 방에 가는 수 있어요.. 한번 고생해야 깨달으려나.."

 

 "그럼 아빠 닮은 나도 이빨 걱정 없는 거야?"

 

 기대에 찬 얼굴로 아빠를 바라본다.

 

 "... 넌 아쉽게도... 엄마 닮아서 충치 조심해야 돼.."

 "치과 가기 무서운데... " 입가에 덕지덕지 크림이 묻은 채 시무룩해진 아이...

 

 "괜찮아.. 우리 아들~ 단 거 줄이고... 칫솔질 잘하면 되지."

 "아까 학교에서 밥 먹고 양치질 잘했어.."

 

 "엄마, 나도 양치질 잘했다!"

 "그래, 우리 딸, 칭찬 열매 먹고 싶구나?"

 

 아암~ 하고 열매를 받아먹는 아이...

 

 "그나저나.. 늘찬아, "콧구멍"은 괜찮니?"

 

 "네, 괜찮아요.." 양쪽 콧구멍을 번갈아 벌름거린다.

 

 "솔직히.. 이모가 걱정 많이 했는데.. (속으론 많이 웃었어... 미안해.. ㅎㅎ)"

 

 "한 번은 그냥 넘기는데.. 다시는 그러면 안 된다!"

 "병원 문 닫으면 응급실 가야 될 수도 있어.."

 

 "그럼 늘찬도 119 앰뷸런스 타는 거야? 울 엄마 그거 탈 때 나도 같이 타 봤다."

 

 [우왕... 부럽다. 나도 타보고 싶어.. 애앵애앵~ 로보카 폴리 "엠버"]

 

 (왜 이리 귀여워~ 얘네들...)

 늘찬의 귀여운 생각을 엿듣고는 옅은 웃음을 흘리는 이수...

 

 그때 건너편 테이블에 옹기종기 자리를 잡는 중학생 무리들...

 

 "아까 담샘 말하는 거 들었어?"

 "졸라 재수 똥이던데.."

 

 "아이 ㅆ... 드럽게시리... 똥이 머냐.. 똥이..."

 "... 니가 더 드럽거든!"

 

 [최애 버거.. 개맛남.. 냠냠냠..]

 [재수 없는 뇬... 확 뚝배기 깨 버릴라!!]

 

 [... 오늘 급식 진짜 개맛없음.. 노맛탱이야..]

 ... $%^%$^&#%^

 

 이수는 혀 끝으로 얼음의 감촉을 느끼며 생각이 많아진다.

 

 (이게 꿈은 아닐 테고... 차가운 느낌이 이리도 생생하잖아... 혹시 환청??)

 

 (환청이면 이사님이나 시아 생각도 똑같이 들려야 하는 거 아닌가?)

 

 양손바닥으로 귀를 틀어막고는 눈을 감는다.

 

 "뭐야~~ 내 말 듣기 싫다는 거야?"

 

 이사님은 한창 떠드는 중에 귀를 막는 그녀를 보고는 끌끌 혀를 찬다.

 

 "그게 아니라..." 그녀는 황급히 손을 가로젓는데..

 

 그들과 눈이 마주칠 때마다 급식체로 가득한 온갖 잡생각들이 밀려온 탓에

 지끈지끈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한 이수...

 

 "저... 먼저 가봐야겠어요.. 집에 일이 있어서.."

 "시아야, 가자!!"

 

 케첩이 묻은 감튀를 물고, 엉거주춤 일어서는 아이.

 

 "차로 편하게 가지?"

 "괜찮아요.. 집이 멀지 않아서..."

 

 짝꿍아, 잘 가라며 손을 흔드는 늘찬.

 

 "시아 안뇽. 그럼 내일 봐요."

 

 이사님의 인사를 뒤로 하고, 이수는 시아의 손을 잡은 채 두꺼운 유리문을 밀고 밖으로 나가는데...

 

 오가는 사람들과 눈이 마주칠 때마다 밀려오는 온갖 "마음"의 파도들..

 

 유모차에 탄 아기...

 [.. 엄마~ 맘마! 까까!]

 

 엄마와 살짝 떨어져 걸어가는 초등학교 언니...

 [솔직히 말하면 엄청 혼나겠지.. 어떡해..]

 

 횡단보도 앞에서 또래 친구들 사이에 선 누군가..

 [민수랑 사귄다고 커밍아웃해야 되나...]

 

 수업 땡땡이치고 어딘가로 달려가는 고딩...

 [학교 담 타다가 교복 바지 찢어졌어.. 개짜증나!!]

 

 심지어 주인을 앞에서 끌다시피 달려 나가는 숏다리 웰시코기마저도...

 

 [왈왈왈~~ 끼릉끼르릉~ (전방에 발정난 암내가 진동한다. 진격!!)]

 

 (저 아이는 중성화 수술 안 했나 보네.. ㅋㅋ)

 

 어느 새 자신의 새로운 능력에 약간은 적응되었는지 실실 웃음을 흘리는 이수...

 

 하지만...

 장초를 꼬나물고 째려보는 불량한 아저씨...

 [.....]

 

 이상하게도 아니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성인들의 마음은 엿볼 수 없는 듯하다.

 

 미성년자 그러니까 고딩 또래까지 라디오 주파수를 맞추듯 서로 눈이 마주치면,

 그들의 마음이 시원하게 떨어지는 폭포수처럼... 그녀의 고막을 울리는 것이다.

 

 말도 안 통하는 강아지마저 애달은 마음이 어렴풋이 들리니, 길고양이도 눈만 마주칠 수 있다면

 얼마든지... 그 마음을 읽어낼 수 있으리라.

 

 격렬하게 요동치던 그녀의 마음은 점차 알 수 없는 능력에 대한 확신으로 채워지고...

 

 넋이 나간 채 불안정한 걸음걸이로 보도블록을 내딛던 엄마의 발걸음이 점차 힘이 실린 또박또박한 스텝으로

 바뀌자 나란히 걷는 시아의 표정도 한결 밝아진다.

 

 마치 <유주얼 서스펙트>의 진범, "카이저 소제"가 용의선상에서 풀려난 후 엇박의 절름발이에서

 정상적인 발걸음으로 바뀌는... 그런 극적인 장면이 펼쳐지고...

 

 스치듯 지나가는 아이들과 눈인사하며 이런저런 속마음을 엿보던 그녀는...

 자신을 올려다보는 시아와 눈이 마주치는데...

 

 (... 아이러니하게도... 생판 모르는 아이들 마음은 읽을 수 있어도...

 그렇게 알고 싶은... 피붙이의 속은 알 수 없다니...)

 

 맑은 우물물이 찰랑이는 시아의 눈동자를 깊이 파내려 갈듯

 애타게 바라봐도 라디오 채널은 잡히지 않는다.

 

 "엄마, 내가 비밀번호 누를까?" 도어록에 조그만 손가락을 올리는 시아.. 어느새 집에 도착했다.

 

 ".. 어, 어.. 네가 한번 해봐..."

 

 [삐비삐비.. 삐릭~]

 

 지이잉~ 걸쇠가 풀리고... 현관에 들어서자 발밑을 환히 밝히는 센서등...

 

 (누군지 몰라도... 이런 놀라운 능력을 "선물"한 자는, 내게 핸디캡을 주려고 무지 고심했나 보군...)

 

 구두를 벗고 거실에 올라서자마자 우뚝 멈춰서는 이수...

 

 ".. 선물...!!" 부리나케 욕실로 향하더니 거울을 마주 본다.

 

 "엄마~ 나 오줌 마려워!!"

 

 ".. 좀만 기다려.. 급하면 안방 화장실 가던가?" 문을 꽝 닫아버린다.

 

 세면대의 물을 틀어 눈자위를 훔쳐내고.. 입가를 씻어 내리니...

 

 어지럽고 혼탁하던 머릿속이 서서히 가라앉더니 맑아진다.

 

 직사각 거울에 비치는 욕조의 가장자리... 거기에 걸터앉은 사내의 실루엣...

 

 한 몸이 되어 내뱉는 가쁜 숨마저 하나가 되고... 흘러넘친 욕조의 물은 그녀의 맨발을 간지럽힌다.

 

 

 ***

 [이번 고통을 잘 견뎌내면... 축하하는 의미에서 특별한 "선물" 하나를 준다는군...]

 

 [직접 전해주면 좋은데... "사신"이 바빠서 대신 전해달라네.. 크크크]

 

 [부럽네... 부러워!! 모두가 두려워하는 사신이 총애하는 여자라니...]

 ***

 

 

 "특별한 선물이 이거였나? 대신 전해준다는... 그 선물??"

 

 거울을 바라보며 또 다른 자신과 대화하듯 혼잣말을 한다.

 

 매끄러운 유리면과 입맞춤할 듯 가까이 다가가더니 오른쪽 귓불을 잡아당겨 자세히 살펴본다.

 

 (아까 아침에 뭐가 묻은 줄 알고 그냥 지나쳤지...)

 

 수줍음 많은 거울은 희부예지고... 그녀는 손바닥으로 입김을 닦아낸다.

 

 "누가 일부러 새겨놓은 거야... 평생 지워지지 않는 문신처럼..."

 

 도톰한 귓볼 가장자리에 공들여 먹으로 새긴 듯한 잔글자...

 

 무심히 점찍어 흘려 쓴 획 네 개... 왼쪽 획은 나머지 셋과 살짝 거리를 둔

 "심장"을 닮은 모양새...

 

 

 

 그건 <마음>이었다... <心>

 

 (... 맘, 마음..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다는 건가? 이 거울처럼...)

 

 그녀는 처음 만난 듯한 낯선 표정으로 거울에 갇힌 자신을 바라본다...

 

 

 

 

 

 - 19회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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