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 큰일 났습니다!"
오후에 있을 주주모임을 고심하던 원길이 깜짝 놀라 기획상황실장을 봤다.
"무슨 일인가?"
"홍콩현지법인 증권사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대량으로 주식을 사들이던
외국인이 값이 떨어지자 시장에 내놓기 시작했습니다. 주가 폭락이 예상
됩니다."
원길이 신음을 토했다. 펜을 잡고 있던 손이 부들부들 떨려왔다.
은밀한 주주 모임은 SJ프라자 1104호에서 이뤄졌다. 비서를 통해 일일이
연락을 취했고 이 자리에 모일 수 있는 건 대주주들 뿐이었다. 저마다 기
대에 부풀어 곧 있을 발표에 온 신경을 세우고 있었다. 얼마 있어 자신들
이 가지고 있는 주식이 몇 배 폭등해 엄청난 이익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걸 확신했기 때문이었다.
중앙 테이블 앞으로 원길이 앉았다. 모두들 기쁜 듯이 흥분한 얼굴로 그
를 봤다. 하지만 원길도 사람이었으므로 거짓말을 하고도 마음이 편할
순 없었다. 오랜 대면이 있는 상무 진행으로 연구진 발표가 있었다. 연구
진들 역시 불안한 기색을 보였다.
"저희는 지난 95년부터 나노반도체를 연구 진행 했으며 나노 기술을 이용
한 새개념의 반도체는 현재 어디서도 성공사례가 없습니다."
주주들이 허허 거리며 호탕하게 웃었다.
원길은 그저 지켜볼 뿐이었다.
"현재 우리 기술로 보유한 D램 메모리 반도체가 세계 정상을 고수할 것으
로 보아지는 가운데 몇 년 후에나 개발가능한 나노반도체가 저희 연구진
에 의해 성공 개발되었습니다."
말이 끝나마자 박수를 치며 격려했다.
"이는 SJ반도체에 엄청난 수익을 가져다 줄 것으로 전망합니다."
기분 좋게 웃던 주주 한 명이 태클을 걸었다.
"성공 징후도 없이 이렇게 엄청난 발표가 가능합니까? 그동안 실패 원인
분석이 있을 거 아닙니까?"
연구진이 식은땀을 흘렀다. 거짓 발표였으므로 당연히 실패 원인 분석이
라는 것도 없었다.
"그렇게 소소한 것까지는 이 자리에선 미루겠습니다."
원길이 딱 잘라말했다.
그룹 회장이 그렇게 말하는데 주주들도 입을 다물었다.
"이건 대단한 일인데 기자들도 없이 은밀히 진행하는 이유가 뭡니까?"
그 중 여전히 의심을 두고 말을 꺼냈다.
"난 우리 기업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먼저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아시다
시피 이건 기적과 같은 일입니다. 앞으로 삼정 주식에도 큰 영향이 미칠
것이구요. 그동안 우리 기업을 믿고 따라주신 여러분을 위한 선물이라고
생각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원길이 깔끔하게 마무리했다.
상무가 흐뭇하게 바라봤다.
그제서야 주주들도 더 이상 의심할 필요가 없다는 듯 이어지는 연구진의
발표를 경청했다. 그럴수록 원길 얼굴에는 그늘이 짙어졌다.
"Nano Technology는........ 1nm 나노미터...... 기존의 기술력으
로......."
주주모임은 그럭저럭 별 탈 없이 끝났다. 이렇게 기쁜 날 파티라도 하자
고 난리였지만 원길이 다음에 갖는 게 좋다고 일축했다.
긴장을 했던 걸까... 회장실로 돌아온 원길이 피로가 몰려왔다.
"댁으로 모실까요?"
"그러지 말고... 아내한테 연락 좀 넣어주겠나? 밖에서 저녁식사 함께 하
자고...."
"네.. 알겠습니다."
남비서가 나가고 원길은 고개를 뒤로 져쳤다.
끝이구나..... 이 모든 사실이 거짓으로 판명나면...... 삼정은 끝이구
나...... 불현 듯 두려움이 들었다. 그런데 아직도 사이버 수사 대장에
게 소식이 없는 걸까..... 숨어있지만 말고 어서 나와 정면 승부를 하
자.... 원길이 주먹을 꽉 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