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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아티스트로 살아남기 위한 기막힌 방법
작가 : 백점토끼
작품등록일 : 2019.11.5

화가, 소설가, 웹툰작가 등 세상의 모든 창작자들의 꿈을 그려봅니다.

 
제6화
작성일 : 19-11-05 11:08     조회 : 14     추천 : 0     분량 : 32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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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술학원 창문 밖으로 봄비가 오고 있었다. 생활비가 급해서 한두 달 정도만 아르바이트 삼아 하려고 시작한 일인데 어쩌다 보니 벌써 5개월이 흘렀다. 아이들 하교시간이 다 되어갈 즈음 예준은 전화기를 들었다.

 “방법이 전혀 없나요?”

 “그럼요. 항상 페어가 끝나면 바로 다음 해 예약을 받거든요. 이제 두 달도 안 남았는데 남은 부스가 있을 리가 없죠.”

 “예.”

 “내년 계획 나오면 저희가 연락을 한 번 드릴게요. 전화번호가 0104764…….”

 “아니, 정 선생! 애들 이렇게 놔두고 수업시간에 전화하고 있으면 어떡해요?”

 원장의 목소리에 놀란 예준은 급하게 전화기를 끊고 일어섰다.

 “아, 예. 이제 거의 다 마쳐서요.”

 “안 그래도 애들 자꾸 떨어져 나가서 속상해 죽겠는데. 요즘 엄마들이 얼마나 예민한지 아세요?”

 “예, 조심하겠습니다.”

 “비가 와서 기사아저씨가 좀 늦는다고 하니까 이번 반 애들 집에다 좀 데려다 주고 퇴근하세요.”

 “예.”

 원장이 투덜거리며 나가자 예준은 허둥지둥 아이들의 작업을 마무리하기 시작했다. 가끔 학원에 일이 있으면 예준이 아이들을 학원 승합차에 태워 하교를 시키기도 했는데 오늘은 비가 와서 더 마음이 바빴다.

 “다훈이는 어디 갔지?”

 “화장실요.”

 “어. 그래. 자기 물건 잘 정리해서 사물함에 넣고 문 앞에 순서대로 줄 서요.”

 “예.”

 아이들을 대강 추스린 후에 예준은 화장실로 향했다.

 “다훈아!”

 “예.”

 “쉬 다했어?”

 “아니요. 똥 싸고 있어요.”

 한 칸짜리 작은 화장실 안에 똥냄새가 진동했다. 예준은 인상을 찡그리며 말했다.

 “응, 그래. 비가 와서 빨리 가야 되니까. 어서 싸고 나와.”

 예준은 다시 밖으로 나와 화구를 정리하고 6세반 아이들을 문 앞에 나란히 줄을 세운 후 다시 화장실로 들어갔다.

 “다훈아! 아직 멀었어?”

 “다 쌌어요.”

 “그런데 왜 안 나와?”

 “똥을 못 닦겠어요. 선생님이 닦아 주세요.”

 예준은 한 숨을 쉬고 문을 열었다. 아이들이 워낙 어리다 보니 학원에서 옷에 오줌을 지리거나 똥을 싸고 뒤처리를 못하는 경우가 가끔 있었다. 처음엔 미술 수업을 하러 와서 이런 일까지 해야 되나 하는 자괴감이 들었지만 어린아이들의 미술수업은 이런 일까지 포함된 것이라는 것을 직접 경험해 보고 알았다. 예준은 숨을 꾹 참은 채 휴지를 손에 돌돌 말아 다훈이의 똥꼬를 문질렀다. 언젠가 자식을 낳아도 이런 일이 즐거울 것 같지는 않았다.

 “됐다. 옷 입고 빨리 나와.”

 예준은 아이들을 인솔하여 1층으로 내려갔다.

 

 “아니 지금 시간이 몇 시예요?”

 “비가 와서 차가 많이 막혀서 그렇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영어 학원 가야 되는데 벌써 20분이나 지났잖아요. 어떡할 거야. 정말.”

 서두른다고는 했지만 아이들의 귀가 시간은 점점 늦어지고 있었다.

 “어휴, 학원을 옮기든지 해야지. 한두 번도 아니고.”

 비 오는 날 학원 아이들 귀가시키는 일은 정말 전쟁 같았다. 자신의 몸이 비에 흠뻑 젖는 것은 둘째 치더라도 산만한 아이들의 안전에 신경 쓰고 배려라고는 눈꼽만큼도 없는 학부모들의 원성에 일일이 대답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강사는 아이들만 잘 가르치면 될 터인데 생각지도 못한 다른 일들이 예준을 지치게 했다. 엄밀히 따져 운전은 자신의 일이 아니라고 말할 수도 있었지만 이런 변두리 학원에서 그런 일을 명확하게 구분해 줄 원장은 많지 않은 것 같았다.

 예준이 운전하는 승합차가 다음 아파트 입구 근처에 멈춰 섰다. 예고도 없이 비가 오는 통에 우산을 들고 나온 학부모들과 학교 시간에 동시에 들이닥친 학원 차들로 한 동밖에 없는 아파트 입구가 뒤죽박죽이었다.

 “여기 내리는 사람 누구지?”

 “슬기요.”

 “그래.”

 운전석에서 내린 예준은 승합차 옆문을 열고 슬기를 안았다.

 “엄마 있어?”

 슬기는 우산을 쓰고 아이들을 기다리는 사람들을 천천히 훑어보더니 고개를 저었다.

 “집이 몇 호야?”

 “304호요.”

 예준은 슬기를 다시 안고 3, 4호 현관 출입구에 내려놓은 후 차로 돌아왔다. 우산을 쓰긴 했지만 아이들을 챙기느라 윗도리가 많이 젖어있었다.

 “다음 어디지?”

 “소망 2차요.”

 아이들은 코스가 익숙한 듯 바로 대답했다. 예준은 시동을 걸고 다음 아파트로 출발했다.

 

 아이들을 모두 귀가시키고 학원으로 향하는 동안 예준은 차를 세워놓을 때 원장과 부딪히지 않기를 바랐다. 조금 전, 아이가 늦게 왔다고 짜증을 낸 학부모가 학원에 전화를 걸었다면 원장이 자신을 향해 불평을 쏟아 부을 것이기 때문이다.

 파트타임으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었지만 예준은 이곳에서 사회생활이란 게 이런 거구나 하는 경험들을 많이 했다. 여러 가지 일들 중에서도 가장 의아했던 것은 미술학원 원장의 면면이었다.

 예준은 미술학원 원장이 당연히 미술 전공자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원장은 미술에 대해 아는 게 전혀 없는 여성이었다. 아이들을 대하는 태도도 그다지 교육적이지 않았고, 가끔씩 아이들의 그림에 조언을 하는 것을 보면 황당하기 그지없었다. 원장은 아이들의 그림에 빈틈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완성이 안 된 작품이라고 했다. 원장 선생님의 지적을 받은 아이들은 도화지의 빈틈을 채우느라 아무 생각 없이 크레파스를 열심히 문질렀다. 원장은 도화지 속의 모든 면이 다 칠해지면 그제야 아이들에게 미술공부를 열심히 잘 했다고 칭찬했다. 여백의 미라는 말의 의미를 모르는 사람 같았다.

 물론 원장에게 배울 점도 있었다. 유들유들하게 학부모를 대하는 태도나 온갖 크고 작은 미술 대회를 찾아내어 아이들이 상을 받게 하는 능력은 정말 탁월했다. 덕분에 원장은 시 외곽에 3층짜리 건물을 소유하고 있었고, 학부모들로부터 능력 있는 원장이라는 말도 들었다. 그런 원장의 모습을 보면서 예준은 자신이 미술학원 강사가 아니라 미술학원 원장을 하는 게 훨씬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장은 120명 내외의 아이들에게서 수강료를 받아 강사 2명과 운전기사 한 명의 급여를 주고 나머지는 자신이 가져갔다. 이런 저런 경비를 뗀다 하더라도 아이들을 가르친 강사가 가져가는 돈에 비하면 과하게 많아 보였다.

 예준은 원장이 자신보다 훨씬 많은 돈을 가져가는 것에 대해 억울한 감정은 없었다. 다만 전공을 하지 않아도 미술학원 원장이라는 이름표를 걸고 떳떳하게 사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의아했다. 예준은 자신이 만약 미술을 전공하지 않았다면 미술학원을 운영한다는 것은 꿈도 꾸지 못할 일이라 생각했다. 물론 당장 학원을 시작할 돈도 없지만 학부모가 아이의 미술 재능에 대해 물어오기라도 하면 도대체 무슨 내용으로 상담을 할 지 눈앞이 캄캄할 것 같았다.

 대학 4년간 자신에게 강의한 어떤 교수도 이러한 현실에 대해 말해주지 않았다. 미술을 전공했으니 학원 강사 하지 말고 학원 원장을 하라는 가르침이 좀 웃기긴 하지만 현실은 현실이니 교수들이 진로교육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은 분명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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