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준은 뚝섬 예술원 관리 사무실 밖 의자에 앉아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프랑스만큼은 아니지만 국가나 지자체들이 예술가들을 위한 복지사업에 조금씩 관심을 가져주는 것 같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술원에 입주만 하면 당장의 생활고를 해결할 수 있고, 무엇보다 본격적으로 작품 활동과 홍보를 할 기회가 주어졌기 때문에 예준은 지원서에 꼼곰하게 자신이 입주해야 할 이유를 적었다.
“다음 들어오세요.”
예준은 숨을 크게 한번 들이마시고 사무실 안으로 들어갔다.
“서류 챙겨 오셨죠?”
“예, 여기.”
“지원서, 작품 사진, 주민등록등본은 됐고, 다른 부가서류는 없나요? 추천서나 전시회 카탈로그 같은 것도 괜찮은데.”
“아, 예. 다른 서류는 준비 못했는데 대신 지원서에 자세하게 적어 놨습니다.”
“음, 일단 됐습니다. 결과는 다음달 25일쯤 저희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하구요. 합격하신 분들께는 개별적으로 연락이 갈 겁니다.”
“예, 감사합니다.”
“예. 안녕히 가세요. 다음 분 들어오세요.”
같은 시각 우진은 예술원 원장실을 찾았다.
“박사과정까지 이어서 하지 않고?”
“그 동안 공부한다고 작품 활동을 많이 못해서요. 기회가 되면 여기서 3년 정도 작품 활동을 해 보고 진로를 결정할 계획입니다.”
“회화 전공이라고 했지?”
“예.”
“대학 다닐 때 남들 평생 받을 상 다 받았다고 김 교수님이 입이 마르도록 칭찬하시던데.”
“아니, 과찬이십니다. 대학 다니면서 그냥 경험삼아 출품해 본 건데.”
“아무튼 대단하네. 꼭 입주해서 우리 예술원이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열심히 해 주게. 그래, 서류는?”
“예 조금 전에 접수하고 왔습니다.”
“그래, 김 교수님께 안부 전하고. 한 달 후에 꼭 보세.”
“예, 안녕히 계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