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우와 슬비가 회사 정문을 통해 출근을 한다. 좀 묘한 분위기가 느껴지고 그 뒤로 건우가 핏이 딱 맞게 떨어지는 정장 차림을 하며 걸어오는 걸 본 사원들이 일제히 다가가 폴더 인사를 하며 맞이한다. 그런 모습을 고개 돌려서 바라보고 서 있는 연우와 슬비의 모습이 보이고 한참 동안 그렇게 서 있는 두 사람을 향해 건우가 다가간다.
"형 나 오늘 첫 출근인데 어때?"
"어떤 대답을 듣기 원하는 건데?"
"그냥 앞으로 회사 생활은 이렇게 하라는 격려의 말 한마디 정도?"
"넌 내가 말 안해도 알아서 잘 하니까 그냥 지금처럼만 해 도건우답게"
"나답게... 도건우답게... 고마워 형"
"고맙긴 축하한다"
"형도 형답게 도연우답게 알아서 잘 할거라 믿어"
그렇게 둘 사이에 묘한 긴장감이 팽팽하게 맞서고 눈에서 레이저가 뿜어져 나올 것처럼 뜨거웠다. 각자의 사무실을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건우가 사무실에 도착하니 비서실에 텅 빈 의자만 놓여있고 사무실 문을 연 순간 아버지가 소파에 앉아있는 것을 보고 바로 소파에 가서 마주앉아 이야기를 나눈다.
"첫 출근이라 긴장되지 사람들의 시선들도 낯설고..."
"이제는 다 익숙해져야 하는 것들이잖아요"
"그래 회사가 제2의 집이라고 생각하면서 다녀 그럼 마음이 편할 거야"
"연우형과 슬비가 있는 한 그렇게 편하지 않을 것 같은데요"
"그래서 연우를 다른 곳으로 보낼까 생각 중이야"
"해외로 보낸다구요?"
"해외가 될지 아니면 회사를 그만두게 될지는 하는 것 봐서..."
그 말에 건우의 표정이 어두워지고 아버지는 그 표정을 읽고 말없이 앉아 있다가 뭔가 생각이 난 듯 묻는다.
"뭐 더 필요한 인재는 없어도 될까? 너의 일을 도와 줄 사람 말이야"
"아빠가 있는데... 비서나 한 명 채용해 주세요"
"어떤 사람으로?"
"연우형 자리가 정해지면 슬비가 제 비서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넌 곧 결혼 할 사람이야 그런데 아직도... 슬비타령이야"
"결혼이랑 일은 달라요. 일에서 만큼은 능력있는 사람을 내 곁에 두고 싶은 마음에서 슬비를 원하는 것이니까 오해하지 마세요."
"그 여자가 할지 안할지 모르겠지만 암튼 고려해보지"
그렇게 두 부자의 대화는 계속 이어지고 건우의 회사 생활이 시작되었다.
한편 연우가 사무실로 들어서는 순간 문을 쾅 닫고 문에 기대어 서 있는다. 슬비는 그 마음을 이해하기에 그냥 비서실을 지키고 있다.
건우의 사무실에서 나온 건우아버지가 연우 사무실 앞으로 지나가다가 그 앞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그 모습을 본 슬비가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한다. 그 인사를 받으며 안으로 들어서고 묻는다.
"도연우 이사 안에 있나?"
"네. 전해 드릴까요?"
"아니야 오늘은 그냥 가지...조망간 한번 만날 일이 있을 테니"
비서실을 나가는 사장님의 뒷모습을 보고 다시 고개 숙여 인사하는 슬비
이사실 안으로 들어간다. 연우는 심각한 얼굴을 하고 책상에 앉아있다.
"무슨 일이야 노크도 없이"
"방금 사장님이 왔다가셨어요?"
"그래? 근데 왜 안에 안 들어오시고..."
"오늘은 그냥 간다고 조망간 다시 만날 일이 있을 거라고 하며 가셨어요"
"내가 알지 못하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긴 있나보군"
"어떡해요?"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는 거지 뭐"
"그말 뜻은 그럼 이 회사를 나간다구요?"
"왜 싫어?"
"아니요. 그건 아니지만 오빠가 이렇게 물러 나는 건 싫어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야 마음의 준비를 슬슬 시작해 볼까?"
"오빠..."
그렇게 건우의 첫 출근은 이슈가 되었고 바쁜 시간을 보내는 동안 연우는 조용하게 숨만 쉬며 하루를 보내고 있다.
퇴근 시간이 되고 슬비가 이사실 안으로 들어서자 책상에 앉아 심각한 듯 통화를 하고 있는 연우를 본다. 슬비를 보자 잠시 통화를 멈추고
"먼저 퇴근해 난 아직 할 일이 좀 남아있어"
슬비는 불안한 마음으로 이사실을 나왔다. 대충 정리를 하고 나가려는데 그 앞에 건우가 서 있다.
"연우형은 퇴근 안해? 나 오늘 첫 출근인데 축하주 사주려나 해서 왔는데"
"지금 할 일이 좀 있어서 늦게 퇴근한데"
"그럼 비서가 대신해서 나 축하주 사주면 되겠네"
하며 슬비를 데리고 지하 주차장까지 내려가고 차를 타고 같이 퇴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