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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가면의 기사들
작가 : 스와디아
작품등록일 : 2019.9.2

가면을 쓴 두명의 소년 이야기

 
8.라그나의 회상(1)
작성일 : 19-09-09 21:35     조회 : 22     추천 : 0     분량 : 4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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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가장 친한 친구가 죽었다. 슬퍼서 눈물이 날 정도였다.

 

 

  그래서 행복했다. 성취감을 느꼈다. 나의 소중한 것을 내던지고 마을 사람들의 목숨을 살렸다는 것이. 다수를 위해서 소수를 잘라낸 자신이 자랑스러워서 미칠 지경이었다.

 

 

 가슴이 뛴다. 이 때까지 살아왔던 그 어떤 때보다도 열심히 나의 심장을 뛰고 있다. 그 박자는 나를 죄책감으로 옭아 메었다.

 

 

 나는 지금 살아있다.

 

 

 똑똑..

 

 

 손가락으로 가볍게 문을 두드리는 소리. 누군가가 나의 방문을 두드리고 있다.

 

 

 “누구십니까?”

 

 

 “나다, 라그나.”

 

 

 “들어오십시오.”

 

 

 문을 열고 누군가가 들어온다. 멋들어진 수염과 강인한 눈매가 인상적인 남자. 가슴에는 하얀 가면을 쓴 여신이 천칭을 들고 있는 그림이 새겨져 있다.

 

 

  바로크의 수호신으로 불리는 남자, 여명의 기사단장 로버트 경이었다.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성격도 급하군. 그래도 손님으로 온 것인데, 차라도 한잔 대접해주지 않겠는가?”

 

 

 “죄송하지만, 공적인 일이 아니라면 오늘은 혼자 있고 싶습니다, 로버트 경. 오늘은 제가 저의 가장 친한 친구를 잘라낸 날입니다.”

 

 

 “알고 있네. 굳이 이곳에 방문한 이유도 그것과 관련이 있으니 말이야. 생각보다 긴 이야기가 될 거야. 차는 되었네. 여기에 앉아보겠나?”

 

 

 나는 그제서야 로버트 경의 손에 눈이 갔다. 흰색 가면. 그것은 기사단 마크와 함께 기사단을 대표하는 물건이었다.

 

 

  기사단장인 로버트 경이 그것을 들고 있는 것은 당연히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문제는..

 

 

 가면이 하나 더 있다는 것이다.

 

 

 “로버트 경. 혹시 그 가면은..”

 

 

 “역시 자네는 감이 좋군. 일부러 눈치를 챌 수 있도록 내 것과 함께 두 개를 들고온 보람이 있어. 나머지 하나는 당연히 자네의 것이지. 어때, 꽤나 멋진 디자인 아닌가?”

 

 

 아니다. 저렇게 쉽게 이해하고 넘어갈 이야기가 아니다. 기사단의 마크와 가면. 그것은 기사단의 상징. 따라서 기사만이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이다.

 

 

  어머니와 로크, 마을 사람들을 팔아먹고 지금 나의 신분이 견습기사이긴 하지만, 저것은 내가 받아서는 안되는 물건이다.

 

 

 “로버트 경. 저는 견습기사입니다. 저에게 어째서 기사단의 상징을 주시려고 하시는 겁니까.”

 

 

 로버트 경은 나의 말을 듣자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듯 하더니 씨익 웃어보였다. 나는 저 사람을 존경하지만, 그의 웃음만큼은 비열해 보인다고 생각했다.

 

 

 “받지 않겠다고는 말하지 않는군?”

 

 

 “.... 받지 않겠습니다.”

 

 

 “재미없는 녀석. 자네에게는 장난도 못 치겠군.”

 

 

 정말 재미없는 장난. 빠른 속도로 분위기는 식어갔다.

 

 

 “에헴.. 내가 자네에게 가면을 주려고 하는 이유는, 이 가면이 너에게 가장 잘 어울리기 때문이다. 그리고 기사단의 상징을 너에게 준다는 것은 자네를 여명의 기사단의 일원으로 인정하겠다는 의미이기도 하지.”

 

 

 나는 조용히 그의 눈을 응시했다. 손이 허전한게 뭔가 아쉽다. 로버트 경의 말대로 차라도 한잔 내 앞에 있었다면 이렇게 무안하지도 않았겠지.

 

 

  그리고 로버트 경도 나의 눈을 마주 보았다. 장난을 치던 때와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정도의 위압감이 나를 엄습해왔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할 수가 없었다. 묻고 싶은 것은 산더미였지만, 그의 눈은 나의 질문을 허락하지 않았다.

 

 

 “기쁘지 않은 것인가. 마녀, 아니 너의 어머니께서 돌아가시고 해가 30번도 넘어가기 전에 너는 농노에서 기사의 신분이 된다는 것이야.”

 

 

 “기뻐할 일이란 건 그만큼 어려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마녀의 반란을 저지한 공로로 견습기사가 되었고, 그 이후에는 아무런 일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어째서 제가 기사가 될 수 있다는 말입니까. 여명의 기사단원들도 도시의 귀족들도 인정하지 않을 것입니다.”

 

 

 “반발이 있을 것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겠군. 너의 가장 친했던 친구라는 작자가 너를 폐륜아 새끼라고 몇 번이나 소리친 덕분에 네가 어머니와 동생을 팔아먹고 견습기사 자리를 꿰어차고 있다라는 소문이 돌고 있으니 기사단 내부에서의 소음도 있을 것이고, 귀족들의 반발은

 

 뭐.. 당연하겠지.”

 

 

 “틀린 말은 아니군요. 진실입니다.”

 

 

 “아니야, 라그나. 다른 것은 몰라도 자신을 속여서는 안 돼. 그것은 틀린 말이야. 혹시, 여명의 기사단을 도시에서 뭐라고 부르는지 알고 있나?”

 

 

 기사단들은 기사단들마다 여러 가지 이명이 붙어 있다. 공포와 위압감을 주기 위해 가고일, 악마와 같은 이름이 붙기도 하였고, 드물게 사슴과 같은 초식동물들도 이명으로 붙어있는 기사단들도 있었다.

 

 

  내가 알기로 여명의 기사단의 이명은 팔라딘이었다.

 

 

 “팔라딘입니다.”

 

 

 “팔라딘. 숭고한 기사. 신이 이 세상에 내려주신 균형을 부수지 않고 이어나가는 명예로운 기사라는 뜻이다.”

 

 

 “제가 마녀를 죽였기 때문에 명예로운 기사가 될 자격이 있다는 말씀이 하고 싶으신 겁니까?”

 

 

 나는 로버트 경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았고, 그의 눈동자 속에서 나의 눈동자를 보았다. 그도 나를 직시하고 있는 것이다.

 

 

 “마녀, 몬스터, 악마”

 

 

 “예?”

 

 

 “아직도 너에게는 팔라딘의 존재가 겨우 마녀, 몬스터, 악마와 같은 같잖은 것들과 싸우는 사람들 따위인 것인가.”

 

 

 “...”

 

 

 “여명의 기사들이 죽인 마녀의 수와 인간의 수 중 어느 것이 많을 것 같나. 사냥한 몬스터와 인간의 수 중 어떤 것이 많을 것 같나. 마녀? 몬스터? 아니다. 여명의 기사단은 그 두 가지를 합한 것보다도 인간을 많이 죽였다. 왜 일 것 같나?”

 

 

 “하고자 하시는 말씀이 무엇입니까?”

 

 

 “잘라내야 할 썩은 살이 반드시 죄인일 이유는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죄인이면 아무런 부담도 없지. 죄인이 강하다면 우리쪽의 기사가 죽을 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죄책감에 시달릴 이유는 없으니까. 그러나 세상은 그렇지 않아.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서 잘라내야 했던 썩은 살은 죄인보다 무고한 사람들인 경우가 많았고, 무고한 사람이 죽어 균형이 유지될 수 있다면 우리는 무고한 사람을 죽여야 했다. 그리고 그렇게 해 왔다. 그것이 균형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저에게 무슨 말씀이 하고픈 것입니까.”

 

 

 “너에게는 누구보다도 팔라딘의 자질이 뚜렷하다는 말이란다, 라그나. 너와 나는 꽤나 오랫동안 알고 지냈지. 촌장을 대신해 영주님께 세금을 내려고 찾아온 너를 우연히 발견한 그 때부터 지금까지 말이야. 그 오랜 시간동안 느꼈던 것은 너의 어머니께 대한 너의 사랑은 진심이었다는 것이다. 나는 아직도 네가 네 어머니를 죽일 계획을 내게 말하며 흘리던 너의 눈물을 잊을 수 없어. 그리고.... 너는 어머니에 대한 사랑, 너에 대한 믿음. 그것들을 잘라내고 어머니를 죽였다. 마을 사람들을 위해서, 다수를 위해서, 사회를 유지시키기 위해서, 균형을 위해서. 그것은 팔라딘이다.”

 

 

  역시. 로버트 경의 말대로 차를 타왔어야 했다. 지금 이 순간 나는 후회하고 있었다. 지금의 정적이 나에게는 너무나 무겁다. 무엇이라도 손에 잡혔으면 했다.

 

 

 “팔라딘은 자신이 아무리 소중히 여기는 것이더라도 세계를 지키기 위해서 그것을 부셔야 한다면 부셔야 하는 자들이다. 그것에는 감정이 없지. 여명의 기사단이 가면을 쓰는 것은 그런 이유에서다. 인간인 이상 감정을 죽일 수는 없다. 그러나 적어도 겉으로 들어나선 안되는 것이지. 가면 안의 우리가 눈물을 흘리고 있더라도 그것이 세상 밖에 비추어져서는 안되는 것이야. 네가 내게 보여주었던 모습처럼.”

 

 

 “너는 이미 이 가면이 필요 없어. 너의 모습 그 자체가 이미 가면이기 때문이지. 그저 내가 너에게 가면을 건네는 이유는 세상에 알리기 위해서야. 진정한 팔라딘의 탄생을 말이야. 가면이 어울린다는 이야기는 진심이란다, 라그나.”

 

 

 “...”

 

 

 “생각해볼 시간도 주지 않고 주책 맞게 내 얘기만 계속했군. 강요하려는 생각은 아니었는데 말이야. 나이를 먹다보니 이젠 나도 예전같이 않아서 말이지. 허허.. 가면은 여기 놓고 가겠네. 부디 신중히 생각하고 선택하기를 바란다네.”

 

 

 로버트 경은 가면을 탁자 위에 놓고 유유히 방을 빠져나갔다. 나는 그저 멍하니 그를 바라보는 수밖에 없었다.

 

 

 팔라딘이라..

 

 

 나는 눈을 감았다. 저 늙은이는 나에게 자질이 있다고 말했지만, 그것을 판별할 수 있는 능력은 저 자에겐 없다. 판단은 오직 내가 할 수 있었다. 나는 팔라딘이 될 자격이 있는가.

 

 

 아마 그렇기에 로버트 경도 마지막 선택을 나에게 맡기고 나가신 것이겠지.

 

 

 눈을 감았다. 빛을 잃은 시각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그곳에는 5살의 내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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