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판타지/SF
가면의 기사들
작가 : 스와디아
작품등록일 : 2019.9.2

가면을 쓴 두명의 소년 이야기

 
2. 로크의회상(2)
작성일 : 19-09-03 20:57     조회 : 31     추천 : 0     분량 : 4605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2.

 

 

 

 집에 돌아오니 어머니께서 계셨다. 집에 아버지는 없다. 아버지께선 오래전에 돌아가셨던 것으로 알고 있다. 기억 속에서 조차 아버지의 얼굴이 떠오르지 않으니 아마 거의 내가 태어나자마자, 어쩌면 태어나기도 전에 숨을 거두신 것일 지도 모른다.

 

 

 여하튼 우리집은 어머니와 나, 그리고 라그나 이렇게 세 명이서 살고 있었다. 라그나는 친가족은 아니었다.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는 아끼시는 어머니였지만, 라그나에 대한 이야기는 몇 번 들은 적이 있다.

 

 

  어머니는 원래 화전민의 마을에 계셨다고 한다. 어느날 5살도 되어보이지 않는 아이가 화전민의 마을 밖에서 울고 있었다고 한다. 생활이 풍족하지 않기도 했고, 산 속에서 혼자 다니는 아이가 꺼려졌던 마을 사람들은 아이를 내쫓을 생각을 했지만, 어머니께서 그 아이를 거두었다고 했다. 물론 그 아이가 라그나다.

 

 

 “이제 들어오니?”

 

 

 반갑게 나를 보시며 웃어주시는 어머니. 지금은 40을 조금 지나셨다. 그러나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 어머니는 정말 동안이셨다. 우리 집은 하루하루 중노동에 시달리면서 살아왔다. 그럼에도 어머니는 세월의 풍파를 피하셨다.

 

 

  대단하시다. 반대로 나와 라그나는 어머니께서 맞으셔야 했던 세월의 풍파를 대신 맞기라도 한 듯 늙어보였다. 햇빛을 피하지 못해 피부는 검게 그을렸고, 자외선에 그대로 노출되어, 나이에 맞지 않은 주름도 조금씩 보인다. 다른 사람들이 본다면 분명 누나와 동생을 연상시킬 것이다.

 

 

 “네, 어머니. 라그나는 조금 늦는데요. 이유는 비밀. 그래도 금방 올 거에요. 어머니께서 감자를 가지고 오셨다는 얘기를 했거든요. 지금쯤이면 발바닥에 불이 날 정도로 뛰고 있을 거에요”

 

 

 “호호 그러니. 늦지 않았으면 좋겠구나. 오랜만에 보는 감자인데 언제까지 참을 수 있을지 모르겠어. 참 오늘 일은 힘들진 않았니?”

 

 

 “말도 마세요. 오늘은....”

 

 

 농노 탈출에 대해서 얘기할 순 없어도 어머니와 있으면 이런저런 얘기가 계속 나온다. 아마 라그나가 헐떡거리며 문을 여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면, 감자 먹는 것도 잊고 이야기를 계속 이어나갔을 것이다.

 

 

 “라그나도 왔구나. 어서 오렴 아직 감자에는 손도 안 대었어.”

 

 

 “먼저 드시지 그러셨어요. 저는 괜찮은데..”

 

 

 말과 행동이 따로 놀았다. 말은 사양을 하고 있지만 몸은 그러지 못하고 있다. 눈은 감자에서 떨어지지 않았고, 뛰어 오느라 참을 수 없는 가뿐 숨이 그의 말이 거짓임을 증명하고 있었다.

 

 

 저녁 식사 시간은 즐거웠다. 풍족한 것은 절대 아니었지만, 지금 이 평화로운 시간이 가는 것이 아까웠다. 창문 밖에는 매미 소리가 끊이지 않았고, 하늘에는 날카로운 모양의 초승달과 별들이 떠있었다.

 

 

  초승달의 밑에 별들이 일렬로 떠 있는 것이 달을 기울이자 그 안에 있던 별들이 쏟아지는 것 같은 모양이었다. 아니 그것이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달이 별을 쏟아내는 이 밤이 나에게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달과 별이 주는 추억, 나는 하늘을 볼 때마다 오늘을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

 

 

 “어머니 저 밖에서 바람 좀 쐬다가 오겠습니다. 오랜만에 풀벌레들 소리를 밖에서 듣고 싶네요.”

 

 

 “좋은 생각이다만 라그나. 어미는 잠이 너무 오는구나. 먼저 자고 있을테니 로크와 함께 갔다 오도록 하렴. 늦은 밤이니 꼭 조심해야한다.”

 

 

 “네 어머니.”

 

 

 나는 군말 없이 어머니의 말씀을 따랐다. 우리 마을의 밤은 조금 위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흔치 않지만 가끔씩 고블린들이 바로크 산맥에서 내려온다. 목책이 있어 문제가 생길 것이 없겠지만 그래도 라그나 혼자 보내기에는 영 마음에 걸리는 것이 사실이다.

 

 

 뚜벅뚜벅.

 

 

  “로크, 만약 우리가 그냥 몰래 이 집을 빠져나와 도망치면 어떻게 될 것 같아?”

 

 

  집을 나서자 라그나는 나에게 질문을 던졌다. 나는 크게 고민하지 않았다. 그런 전례는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우리가 도망치면 세금이 더 오를 테니 다른 농노들이 가만있지 않을 거야. 농노들이 영주에게 신고할테니 아마 십중팔구 영주의 귀에 들어가게 되지 않을까?”

 

 

 “맞아, 그 경우에는 운이 정말 안 좋으면 영주의 기사가 따라붙겠지. 말보다 빨리 뛸 순 없을 테니 우리는 잡힐거고 다른 농노들이 도망칠 생각도 못하도록 본보기로 보여지겠지. 사지를 절단 당하고 똥 대신 거름으로 쓰일지도 몰라. 확실한 건 죽는다는 것이지.”

 

 

  운이 안 좋으면이라는 표현을 썼지만 내 생각에는 거의 백퍼센트 기사가 따라붙을 것이다. 전쟁이 없는 이 때에 기사의 주된 임무는 탈출한 농노들을 붙잡아 본보기로 삼음으로써 다른 농노들에게 경각심을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맞는 말이긴 하지만, 겨우 그런 식으로 겁주기 위해서만 말을 꺼낸건 아니지?”

 

 

 “응. 사실 한 가지 방법이 생각났어. 아니 원래 알고 있었다고 생각하는 게 맞아. 단지 이 방법을 사용하지 않으려 했던 이유는 사람이 반드시 죽어야 하기 때문이야.”

 

 

 나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 그러나 티가 거의 나지 않았다.

 

 

 “그 계획. 설명해줄 수 있겠어?”

 

 

 “우리는 반란을 일으킬거야. 반란이라고 해봐야 도망가는 것뿐이지만.”

 

 

  라그나의 눈빛이 바뀌었다.

 

 

 “영주는 농노가 몇 명이든 같은 양의 세금을 내라고 하고 있어. 무거운 세금, 우리가 여기서 탈출을 해야 하는 이유도 그것 때문이고. 하지만 우리가 탈출을 반드시 해야 되는 이 상황에서는 오히려 좋아. 영주는 10명이서 100의 세금을 내든 5명이서 100의 세금을 내든 영주는 신경을 안 쓰고 있기 때문이야. 다시 말해 영주가 농노의 수가 몇 명인지 정확하게 알고 있을 리가 없어. 한 두명이 개인적으로 사라진다면 주위의 다른 농노들이 영주에게 신고하겠지만. 몇 십, 몇 백명이 도망치다가 죽는 와중에 우리 두 명이 사라진다면?”

 

 

  “다른 농노들은 우리도 도망치다 죽은 줄로 알겠구나? 음... 무작정 도망치는 것보다 좋은 생각인 것 같지만, 사람들을 어떻게 모을 생각이야? 목숨이 걸린 일인데 사람들이 모일까? 그리고 이 계획, 무엇보다 우리들도 죽음을 각오해야 해”

 

 

 “그러는 너는 죽음이 두렵지 않아?”

 

 

 순간의 정적이 찾아왔다. 낙엽 하나가 땅에 떨어질 정도 밖에 안되는 시간이었으나 영원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두렵지 않을 리가 없잖아. 하지만 여기에 남아 있을 수는 없어. 당장 옆집의 덕켄 아저씨도 흑사의 병에 걸렸으니 여기에 있는 것만으로도 우리가 병에 걸릴 지도 몰라. 그리고 흑사의 병 우리 마을에 찾아온 것은 5년도 안되었고 그 짧은 시간에 내가 알고 있는 것만 10명이 넘는 사람들이 병에 걸렸어. 여기는... 있으면 죽어 반드시”

 

 

  사실이었다. 농노들의 수가 많지만 나와 라그나가 알고 지내는 사람들은 100명이 채 안된다. 그 중 10명이 흑사의 병에 걸려 죽거나 죽을 위기에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있다가는 병에 걸려서 죽든, 세금에 짓눌려 죽든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좋아. 그리고, 그 계획에 있어서 너에게 부탁이 있어.”

 

 

 “뭔데?”

 

 

 “사람들을 모아줘.”

 

 

  나는 놀랐다. 계획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 생사를 각오한 사람들을 모으는 것이다. 누구에게든지 목숨을 귀중한 것이니까. 그럼에도 이렇게 당당하게 나에게 그러한 과제를 주는 것인지 궁금했다.

 

 

 라그나는 내가 그런 의문을 품고 있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만약 상황이 반대였다면 라그나는 나보다 훨씬 더 놀랐을테니 내 반응 정도는 이미 예상하고 있었을 것이다.

 

 

 “내가 너에게 이런 부탁을 하는 이유는 간단해. 네가 그 역할에 어울리기 때문이야. 나는 지금 영주의 세금을 거두는 역할을 하고 있어. 그 세금을 내가 쓰는 것은 아니지만 마을 사람들의 입장에서 나에게 호감이 있을 수가 없지. 더구나 영주의 사자와 같이 보이는 내가 사람을 모은다는 것은 불가능해.”

 

 

 “그래서 내가 어떻게 하면 되는 거야?”

 

 

 “농노들한테 현재의 상황을 알려줘.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농노들은 현재의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깨닫지 못하고 있어. 흑사의 병에 옮을 수도 있다는 점, 운이 좋아 흑사의 병이 빗겨나가더라도 세금 때문에 현재보다도 삶이 더 힘들어질 것이라는 점 이 두가지만 강조해서 얘기하면 될거야. 그리고 그들을 너희 집으로 불러모아줘. 15살짜리 꼬맹이의 계획이라고 하면 신뢰가 안 갈테니 우리 어머니께서 계획이 있으시니 그냥 한번 오셔서 들어보시기나 한번 해보라고. 마음에 안 들면 바로 나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해서 얘기해줘, 가능한 많은 사람을 끌어들여야 해.”

 

 

 라그나는 말을 이어나갔다.

 

 

 “일시는 내일 해가 뜨는 날을 1일로 해서 7일 후의 해가 지는 날 밤, 우리 집에서 모이는 걸로 하자. 모이기만 하면 그 이후의 설명은 내가 하도록 할게. 그리고 어머니께는 비밀로 해줘. 어머니께서 알게 되신다면 분명 우리를 말리실거야. 어머니께 알리는 것은 모든 사람들이 다 모인 후에 같이 알려드리자.”

 

 

 “그래, 좋은 생각이야. 너도 사람들을 잘 설득할 수 있도록 잘 준비를 해서 와야 해.”

 

 

 “걱정마 일단 모이기만 하면 돼. 오기만 한다면 반드시 모두 설득시킬께.”

 

 

 라그나의 대답을 끝으로 우리는 대화를 끝맺었다. 하늘을 보며 우리는 각기 각오를 다졌다. 그리고 나는 이상하게도 그제서야 살아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누군가에게 강요받는 삶이 아니다. 수많은 사람들을 죽음의 구렁텅이로 빠뜨려야만 하는 계획이고 그 많은 사람들 중 우리가 있을 지도 모르는 계획이었지만, 그것은 우리가 스스로 결정한 일임에 틀림없다.

 

  나는 그 사실에서 생명을 느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그곳에서 생명을 느끼길 바랐다. 밤은 길지 않을 것이다. 너무 많은 이야기를 나눴기 때문이다. 이제는 쉬어야만 했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공지 글에 대하여 2019 / 10 / 10 458 0 -
20 19.현자(3) 2019 / 9 / 27 42 0 4524   
19 18.현자(2) 2019 / 9 / 26 28 0 4581   
18 17.현자(1) 2019 / 9 / 25 26 0 5776   
17 16.가면의 기사들 2019 / 9 / 23 31 0 4911   
16 15.라그나의 회상(8) 2019 / 9 / 23 28 0 4371   
15 14.라그나의 회상(7) 2019 / 9 / 19 30 0 3378   
14 13. 라그나의 회상(6) 2019 / 9 / 18 22 0 4699   
13 12.라그나의 회상(5) 2019 / 9 / 17 21 0 4114   
12 11.라그나의 회상(4) 2019 / 9 / 16 30 0 3247   
11 10.라그나의 회상(3) 2019 / 9 / 11 20 0 3791   
10 9.라그나의 회상(2) 2019 / 9 / 10 24 0 2261   
9 8.라그나의 회상(1) 2019 / 9 / 9 21 0 4036   
8 7.로크의 회상(7) 2019 / 9 / 9 27 0 2763   
7 6.로크의 회상(6) 2019 / 9 / 7 30 0 4853   
6 5.로크의 회상(5) 2019 / 9 / 7 34 0 3263   
5 4.로크의 회상(4) 2019 / 9 / 5 28 0 3796   
4 3. 로크의회상(3) 2019 / 9 / 4 24 0 3556   
3 2. 로크의회상(2) 2019 / 9 / 3 32 0 4605   
2 1. 로크의 회상(1) 2019 / 9 / 3 58 0 3493   
1 0화. 프롤로그 2019 / 9 / 3 227 0 1368   
 1  2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