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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가면의 기사들
작가 : 스와디아
작품등록일 : 2019.9.2

가면을 쓴 두명의 소년 이야기

 
13. 라그나의 회상(6)
작성일 : 19-09-18 02:06     조회 : 22     추천 : 0     분량 : 46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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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13.

 

 

 

 촌장님께서 돌아가셨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마치 움직이는 시체와 같은 모습이셨기 때문일까 별로 놀랍지는 않았다.

 

 

 관 속에 있는 촌장님의 모습은 정말 어울렸다. 마치 그 자리가 원래 자리였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였다.

 

 

 그리고 그 뒤를 이어 촌장님의 아들이 촌장님의 자리를 맡게 되었다. 촌장님께서 나이가 지긋하셨으니 아들이라고 해도 거의 나의 아버지 나이는 되어보였다.

 

 

 다만 신경이 조금 쓰이는 것은 어머니께서 촌장님의 제안을 거절하셨다는 것이다. 어머니께서 마녀임을 알게 된 그 날, 나는 분명히 들었었다.

 

 

 ‘마을에 다시 들어오렴.’

 

 

 촌장님의 마지막 제안이셨다.

 

 

 촌장님께서는 왜 어머니를 마을로 불러들이려고 하셨을까? 촌장님과 어머니의 관계는 식량을 약속 받는 대신 몬스터의 접근을 차단하는 것이었다. 적절한 거래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때까지도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 촌장님의 위치를 아들이 대신한다고 한들 변하는 것은 없을 것이다.

 

 

 변한 것은 촌장님에서 아들로 바뀌었다는 사실. 그렇다면 촌장님께서 어머니를 마을로 불러들이려고 했던 것, 어머니께서 그 제안을 거절했던 것. 두 사실 모두 그 아들과 관련이 있을 테다.

 

 

 어머니께서는 아마.... 촌장님의 아들을 믿지 못하는 것일테고. 촌장님께서는 도대체 왜지?

 

 

 답을 찾을 수 없는 물음이다. 생각을 접기로 했다.

 

 

 생활은 바뀌지 않았다. 촌장님께서 살아 계실 때나 지금이나 똑같이 식량을 받아 생활을 하였다.

 

 

 다만 어머니의 외출이 잦아지셨다. 평소에도 외출을 자주하시던 편이었다면 눈에 띄지 않았겠지만, 어머니께서는 원래 외출을 자주하시지 않으셨다. 그래서 이상하다. 아니 일부러 이상하다고 생각하게 만드시는 것 같다. 그것이 어머니의 방식이었으니.

 

 

 이럴 때는 직접 물어보는 것이 좋다. 이것도 어머니의 방식이다.

 

 

 “잠시 나갔다 올테니 로크를 잘 보고 있어 주렴 라그나.”

 

 

 “어머니 어디를 그렇게 자주 나가시는 거에요?”

 

 

 “그냥 집 주위에 몬스터를 쫓아내주는 돌들을 손보려고 나가는 거란다.”

 

 

 “가끔은 저희랑도 놀아주세요 어머니. 로크랑 둘이 노는 거는 심심하단 말이에요.”

 

 “요 녀석. 아까까지 같이 놀지 않았니. 그래 이제 슬슬 시간이 되긴 했구나. 좋아. 오늘은 같이 나가는 걸로 하자꾸나. 단 로크는 빼고.”

 

 

 “엥? 왜요 엄마. 같이 가요 혼자 방에서 뭐하고 있으라고요?”

 

 

 “조금 험한 곳으로 가려고 하거든. 왜 저번에 네가 발목을 삐끗했던 바위산 있잖니. 거기에 벌집이 있는 것을 엄마가 보았단다. 우리 보석같은 로크가 또 다치면 엄마가 슬프잖니. 힘든 일은 형한테나 몰아주자꾸나.”

 

 

 “에이 뭐야 그런 거에요? 좋아요. 오랜만에 벌꿀이라.. 헤헤, 형. 기대하고 있을께. 많이 들고와야 해.”

 

 

 하며 웃고 있는 로크의 모습은 살짝 얄밉다. 형에게 고생을 떠넘긴다니. 흥. 그래도 오늘은 괜찮다. 원래 어머니와 둘이만 있고 싶었으니까.

 

 우리는 집을 나섰다.

 

 로크에게 했던 말과는 달리 어머니께서는 바위산 쪽으로 가지 않으셨다. 대신 언제나 했듯이 주위에 돌을 잠깐 들었다가 다시 놓는 것만 반복하셨다. 물론 이제 그것이 미신이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다.

 

 

 보기만 해도 신기하다.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데. 이렇게 하는 것으로 몬스터들이 주위에 올 수가 없어진다니 신기하였다.

 

 

 “어머니 어떻게 하는 건가요?”

 

 

 나는 그냥 대놓고 여쭈어보았다. 어머니와 대화하는 것은 직설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편하다는 사실을 나는 알고 있다.

 

 

 어머니는 싱긋 웃어 보이시며 대답해주셨다.

 

 

 “라그나는 보이지 않겠지만 이 엄마의 몸 속에는 마력이라는 것이 있단다. 그거를 이 돌멩이에 집어넣는 것이지. 몬스터는 지성은 인간보다 떨어지지만 감각은 예민하단다. 그래서 사람들은 돌멩이에서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더라도 몬스터의 감각은 돌멩이 안에 있는 마력을 느끼고, 그것에서 두려움을 느끼는 것이란다. 그래서 몬스터들은 이 돌멩이 주위에 오지 않아. 물론 그 마력이 흐르고 있는 이 엄마에게도 말이야.”

 

 

 “어머니와 함께 다니면 몬스터를 걱정할 필요는 없겠네요.”

 

 

 “어머. 몇 년을 살면서 이제야 그걸 깨달은 거니? 항상 똑똑하던 라그나가 여기서는 눈치가 느리구나.”

 

 

 하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셨다. 왠지 처음 만났던 순간이 기억이 났다. 그 때는 누나였었나. 정말 예뻤었다. 누나는. 그리고 지금의 어머니도 예쁘다.

 

 

 ------------------------

 

 

 계속 돌멩이를 들었다가 놓고, 장소를 바꾸고 하는 과정을 계속하다보니 해는 이미 저물어 가고 있었다. 시간이 많이 흘러간 것이다.

 

 

 “라그나, 보여줄 것이 있단다.”

 

 

 드디어 본론이다. 최근 어머니께서 외출을 자주하셨던 이유. 그것을 이야기 해주실 모양인 것 같다.

 

 

 “네 어머니.”

 

 

 나는 대답을 하며 짐짓 긴장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

 

 

 어머니는 잠시 침묵했다. 그리고 다시 말을 이었다.

 

 

 “역시. 똑똑한 아이. 촌장님께서도 자주 하셨던 말이지만 8살이라고는 나도 믿기지 않을 때가 많구나. 이미 이 엄마가 라그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는 거를 알고 있었구나?”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했다.

 

 

 “네 어머니.”

 

 

 “이야기는 빠르겠구나. 나를 따라오겠니?”

 

 

 어머니께서는 그렇게 말씀하시고는 앞으로 나아가셨다. 나는 조용히 그 뒤를 따랐다.

 

 

 타박타박..

 

 

 얼마나 걸었을까. 로크는 지금 집에서 우리 걱정이나 하고 있을까하는 시덥잖은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어떤 눈빛이 느껴졌다. 살벌한 눈빛. 어두운 숲 속에서 누군가가 우리를 보고 있었다.

 

 

 식은 땀이 난다. 기억이 난다. 눈은 보이지 않지만, 이 냄새. 소리. 알고 있다. 이 녀석들은 전에 살던 마을을 박살내었던 녀석들. 고블린.

 

 “어머니. 이게 무슨...”

 

 

 “걱정하지 마렴, 라그나. 이 녀석들은 나를 두려워하고 있으니, 내 옆에 꼭 붙어만 있다면 너를 공격하지 않을 것이야.”

 

 

 “보여주고 싶다는 것이 몬스터들이었습니까?”

 

 

 “그렇단다. 네가 오늘 나에게 묻고 싶었던 것은 아마 요새 부쩍 많아진 외출에 대한 것이겠지. 그리고 이것이 그 답이란다.”

 

 

 “몬스터를 모으고 계셨던 것입니까?”

 

 

 “그래, 마치 토끼를 몰이 하듯이. 넓게 돌멩이를 놓았다가 점점 좁히면서 몬스터들이 생활할 공간을 줄이고 있었단다.

 

 

 머리가 빠르게 회전한다. 어째서 어머니는 몬스터를 한곳에 모으셨을까? 이것들이 도대체 무슨 쓸모가 있다는 것인가. 몬스터가 하는 일이라면 인간을 죽이는 것뿐이다. 인간. 지금 여기에는 어머니와 나. 어머니는 장본인이니 제외. 나를 먹이로 던질 분이 아니시니 나도 제외. 당연히 로크도 제외. 남는 것은.

 

 

 “마을에 이 몬스터들을 몰고 가실 생각이신가요?”

 

 

 “...똑똑하구나, 라그나. 그 이유도 알 수 있을 것 같은데?”

 

 

 마을에 변한 것이라고는 촌장님의 죽음. 그로인해 촌장님의 아들이 촌장의 자리를 맡고 있다는 사실. 어머니께서 마을로 다시 가자고 했던 촌장님의 제안을 거절했던 것을 떠올려보면 이유도 분명 촌장님의 아들에게 있겠지.

 

 “촌장님의 아들. 그 사람을 죽이는 것이 어머니의 목표군요?”

 

 

 “맞단다, 라그나.”

 

 

 “어째서죠?”

 

 

 사람을 죽인다는 것에 반감을 느껴서 물어본 것은 아니다. 사람이 죽는 것은 당연히 끔찍하긴 하지만, 피할 수 없다면 그럴 수밖에. 지금 내가 궁금한 것은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무엇인지였다. 어머니는 항상 쓸 데 없는 일은 하지 않으셨다. 이번에도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것이 그저 궁금했다.

 

 

 영원과 같은 침묵이 다가온다. 어둠 때문에 눈에 보이는 것이라고는 고블린 놈들의 눈빛과 바로 앞에 있는 어머니의 모습. 소리가 들리지 않으니 있는 감각은 냄새와 식은 땀이 흐르는 피부밖에 없다. 끝나지 않을 것 같다.

 

 

 그리고 그 침묵을 깬 어머니의 말은 정말 작았지만, 나에게는 천둥보다 큰 소리로 들린다.

 

 

 “마녀는 사람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단다. 물론 읽고 싶다는 의지를 가지고 집중을 해야 가능한 것이야. 맹세코 너와 로크에게는 이 능력을 쓰지는 않았단다.”

 

 

 “하고 싶은 말씀이 무엇인가요 어머니.”

 

 

 “촌장님의 아들은 위험하단다. 그 사람은 도시와 영주에 대해 알고 있어. 나를 영주에게 넘기고 보상을 받으려고 하고 있다.”

 

 

 납득이 되는 이유다. 그러나 나의 답변은 내 생각과 다르게, 내 의지와는 다르게 움직였다.

 

 

 “..... 그건. 이유가 되지 못해요 어머니.”

 

 

 나의 말에 어머니의 안면이 살짝 굳었다. 그러나 그것은 번개보다 빠르게 사라졌다.

 

 

 상식적으로 나를 죽이려는 상대를 죽이는 것은 합당하다. 당연하다. 내가 어머니였어도 그럴 것이었다. 그런데 그러면 안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왜지? 뭐가 문제지?

 

 나는 나 자신에게 답을 알 수 없는 물음을 던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점점 어머니의 말과 겹쳐졌다.

 

 “왜? 왜 그런거니, 라그나?”

 

 어머니께서는 나에게 물음을 던지셨다. 꽤나 다급한 목소리다. 마치 나를 이곳에 데리고 온 목적이 지금의 질문인 것처럼 다급하다. 주위에 그 말이 맴돈다. 왜지? 왜 나는 그렇게 생각한 거지?

 

 나는 어머니의 눈동자를 들여다 보았다. 그리고 그곳에는 내가 있었다. 그리고 그의 눈동자에는 다시 나의 어머니가 있었고 그 어머니의 눈동자에는 또 내가 있고...

 

 머리가 어지럽다. 토가 나올 것 같다. 왜지? 왜 나는 그런 생각을 했을까?

 

 

 띵.

 

 

 ‘저울을 재어라. 눈을 가리고, 코를 막고 귀를 막고. 중요한 것은 균형.’

 

 내 목소리가 아니다. 어머니께서 말하시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그것이 중요한 것도 아니다.

 

 균형.

 

 그 한마디 말이 복잡하던 나의 머리를 싹 씻어내는 것처럼 느껴졌다.

 

 “네, 어머니. 그거는 말이에요. 나, 어머니, 로크는 세명이지만 마을 사람들은 우리보다 많은 걸요?”

 

 풀썩.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다. 내가 마지막에 무슨 말을 지껄였는지도 알 수 없었다. 나는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그리고 내가 눈을 뜬 다음날에 촌장님의 마을은 없어졌다. 살아남은 사람은 없는 것 같다. 몬스터들의 소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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