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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가면의 기사들
작가 : 스와디아
작품등록일 : 2019.9.2

가면을 쓴 두명의 소년 이야기

 
4.로크의 회상(4)
작성일 : 19-09-05 21:07     조회 : 28     추천 : 0     분량 : 37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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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너희들은 마녀의 지시 아래 농노 지역 탈출을 꾀한 자들이다. 다시 자리에 앉아! 일어나는 자들은 베겠다.”

 

 기사는 호통을 쳤고 농노들은 침묵했다. 풀벌레마저 잠이 드는 밤에도 이러한 침묵은 없을 것이다. 방에 켜져 있는 촛불의 불빛이 흔들리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그곳은 조용했다.

 

 

  그러나 농노들의 머릿속은 그렇지 않을 것이다.

 

 사람이 한번에 처리할 수 있는 정보의 양은 유한하다. 그리고 지금의 상황은 농노들의 한계를 월등히 뛰어넘었다.

 

 

  그저 빵이나 몇 조각 얻어먹으려고 찾아온 곳에서 죽음의 위기를 느끼고 있으니 그들의 머릿속이 이미 새하얘졌다는 사실은 이미 당연하다.

 

 

  그리고 그런 상황에서 사람들은 보통 두가지 선택을 한다. 사고가 정지해서 가만히 있는, 그럴 수밖에 없는 선택.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마.. 마녀의 지시와 농노 탈출이라뇨. 저희는 들어본 적도 없는...”

 

 

 서걱..... 철퍽!

 

 

  공포가 정신을 지배한 나머지 앞에 나서서 행동하는 것이고 그 행동의 결과로 이 농노의 몸은 오랫동안 함께 일했던 머리에게 이별을 고해야했다.

 

 

 비명을 지를 수조차 없었다. 사시나무 떨 듯 몸을 떨어대는 이도 있었고, 다 큰 어른이 부끄러운 줄 모르고 방뇨를 하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 단 그들의 시선은 한 곳에만 몰려 있었다.

 

 

 먼저 나선 농노의 머리를 베었던, 피가 잔뜩 베어있는 롱소드. 기사가 피를 털어내고자 허공에 칼을 휘두르는 모습을 농노들은 마치 어렸을 때의 첫사랑을 다시 대면하듯 얼빠진 표정으로 보고 있었다.

 

 

 “나의 말이 안 들리는가. 자리에 앉아라, 범죄자 녀석들. 그리고..”

 

 

 시선이 우리 쪽으로 왔다. 정확하게는 어머니를 향해 있었다. 그의 시선이 나를 향한 것이 아니고 어머니를 향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나는 무의식적으로 어머니의 얼굴을 보았다.

 

 

  어머니의 눈도 분명 그를 보고 있었다. 다른 농노들의 눈빛과 한치의 오차도 없이 똑같은 눈을 하고 계셨다. 겁에 질린 표정. 백짓장 같았다.

 

 

 “마녀!”

 

 

 “그... 그럴리가!”

 

 

 나는 깜짝 놀라 소리질렀다.

 

 

  어머니께서 마녀인지 아닌지는 나에게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이미 저들은 어머니를 마녀로 낙인을 찍었고, 라그나와 내가 계획한 농노 탈출 계획의 주동자로 알려져 있다.

 

 

  어머니께서 주동자가 아니라는 것을 아는 것은 나와 라그나 뿐이다. 지금 죽음을 눈 앞에 둔 농노들도, 기사들도 모두 어머니께서 선동하신 것으로 알고 있다. 다시 말해, 어머니는 이곳에서 무사히 빠져나갈 가능성이 조금도 없다.

 

 

 나는 지금 이 순간 어머니께서 오히려 마녀이길 바랐다. 지금의 이 상황을 구원하길 바라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간단한 공간이동 마법이라도 쓰거나 해서 몸을 피하실 수만 있기를 바랐다.

 

 

 내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에 농노들은 다시 자리에 앉았다. 어머니께서는 그대로 서 있으셨다. 나도 그 옆에서 가만히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왜 제가 마녀라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애써 지어보인 미소였지만 눈빛은 한없이 흔들리고 있었다.

 

 

 “신고가 있었기 때문이다. 일단 너는 화전민의 마을에서 이 마을로 편입 되었더군. 그리고 그 화전민 마을의 이주가 흑사의 병이 퍼지기 가장 마지막에 이 마을에 들어온 이주자들이다. 즉,”

 

 

 “제가 오고 나서 흑사이 병을 퍼뜨렸다고 생각하시는 거군요,”

 

 

 “그렇다, 그 뿐만이 아니다. 너는 40세가 조금 넘은 나이로 알고 있다. 그런데 조금도 늙어 보이지 않아. 그 옆의 아이가 15살이라고 들었는데, 정말 나이 차이가 얼마나지 않아 보이는군. 그리고 지금 이 모임. 농노 탈출을 목적으로 결성된 모임으로 알고 있다. 혼란한 시기를 틈 타 죄없는 사람들의 영혼을 타락시키고 마을 밖으로 유인해내는 지금 너의 모습이 어떻게 마녀가 아니란 말인가?”

 

 

 “맞습니다, 기사님. 저희는 정말 저 마녀의 말에 속아 이 곳에 왔습니다. 정확하게는 저 마녀의 아들인 저 녀석에게 말입니다. 저희는 아직 아무런 계획도 듣지 못했습니다. 영혼이 타락하기 전에 이곳에 와 주심을 너무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기사가 말을 마치자마자 농노들 중 하나가 말을 덧붙였다. 훌륭한 선택이다. 지금은 나서서 힘이 있는 쪽에 붙어야 하는 때였다. 마녀와 기사의 대립 구도에서 기사의 편에 붙어 목숨을 부지하려는 목적일 것이다.

 

 

 기사가 기분이 좋다는 듯 씩 웃자 다른 농노들도 말을 덧붙이기 시작하였다.

 

 

 “고럼고럼, 저 마녀가 아니었으면 우린 여기에 있지도 않았을거야.”

 

 

 “마녀를 죽여라, 나는 나의 영혼을 타락시키려고 했었던 저 마녀를 용서할 수 없어.”

 

 

 “죽여라, 십자가에 못 박아 저 년을 불구덩이에 집어 넣어버려라! 기사님, 저 년을 십자가에 매다는 역할을 저희에게 주십시오. 아직 저희의 영혼이 타락하지 않았음을 증명하고 싶습니다.”

 

 

 나는 눈물이 났다. 어머니의 죽음은 너무나 명확하다. 바꿀 여지가 없을 정도로. 그리고 그 죽음은 너무나 잔인할 것이다. 나의 생사가 저 기사에게 걸려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다.

 

 

  나는 있는 힘껏 소리 질렀다.

 

 

 “이 계획의 주동자는 저희 어머니가 아닙니다. 저입니다. 그리고 저의 형 라그나입니다. 어머니께서 이 마을에 오신 후에 흑사의 병이 발병한 것은 우연일 뿐입니다. 나이가 어려보이는 것으로 마녀라고 하는 것은 말이 안됩니다. 제발 저희 어머니께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나는 기사의 대답을 기다리며 그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그러나 목소리는 옆에서 들렸다. 어머니였다.

 

 

 “로크, 나의 사랑하는 아들. 아직 지금의 상황이 잘 이해가 가지 않는 거 같구나.”

 

 

 “어머니도 저희가 어머니를 위해 희생한다고 생각하지 말고 모든 죄를 저희에게 뒤집어 씌워 주세요. 저희는 실재로 범죄를 저질렀습니다. 그러고도 우리를 대신해 어머니께서 죽으신다면 저는 죄책감에 살아갈 수가 없습니다.”

 

 

 “아니다 로크, 그런 것이 아니야. 이 어미가 하고 싶은 말은, 이미 우리 둘에게는 선택권이 없다는 말이란다.”

 

 

 “예?”

 

 

 “저들이 이곳에서 집회가 있을 것이라는 것을 어떻게 알았겠니. 또 내가 이곳에 이주한 때가 언제인지 어떻게 알았겠니, 내 나이가 40이 조금 넘어선 나이이고 네가 내 아들이라는 사실은 저들이 어떻게 알고 있는 것일까? 그리고 오늘 있던 집회가 농노들의 탈출을 위한 집회인 것은 어떻게 알고 있는 것일까.”

 

 

 머리가 터져버릴 것만 같았다. 구구절절 모두 맞는 말이다. 한낱 농노의 기록을 영주가 저렇게 치밀하게 알고 있을 리가 없다. 도대체 어떻게 저 기사는 그것을 알고 있는 것일까. 간단하다.

 

 

 “누군가가 저들에게 우리의 정보를 줬다는....”

 

 

 “누군가가 아니다. 오늘의 집회를 기획했던 사람은 실상 너와 라그나밖에 없다. 정보를 준 사람은 당연히... 라그나이겠지.”

 

 

 처음 기사를 대면하고 혼란에 빠져 있던 어머니와는 판이하게 달랐다. 죽음을 앞에 두고도 이렇게 이성적일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믿을 수 없습니다. 라그나가 우리를 배신했을 리가 없습니다. 라그나! 부탁이야 나와서 우리 어머니께서는 마녀가 아님을 증명해줘! 기사님! 저에게는 라그나라고 하는 형이 있습니다. 그는 목숨을 걸고서라도 저희 어머니의 결백을 증명해낼 것입니다. 조금만 시간을 주십시오. 부탁드리겠습니다.”

 

 

 어머니께서는 이미 눈을 감고 계셨고 기사는 나의 고군분투에 진심으로 안타깝다는 표정을 지었다. 적어도 그렇게 보였다. 그는 한참을 골똘히 생각했다. 그리고 머리를 흔들었다. 부정의 뜻인 듯 하다. 그러고 그는 다시 입을 떼었다.

 

 

 “이미 확실한 증인이 있는 사건이다. 시간은 필요 없지. 시엔, 증인을 데려오도록 해라.”

 

 

 기사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어두운 복도 넘어로 친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럴 필요 없습니다, 로버트 씨. 저는 이미 여기에 왔습니다.”

 

 

 뚜벅 뚜벅 뚜벅

 

 

 익숙한 목소리, 익숙한 발걸음이지만 나는 끝까지 그것을 부정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 시간은 길지 않았다.

 

 

 “저 여자는 마녀입니다.”

 

 

 라그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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