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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인코그니토
작가 : BD번
작품등록일 : 2019.9.1

추기경 살해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은 귀족 청년 에드먼드. 무죄를 증명하고 원래의 생활로 돌아가기 위한 그의 이야기.

 
6. 완숙(1)
작성일 : 19-10-20 12:01     조회 : 53     추천 : 0     분량 : 74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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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두컴컴한 방 안에는 한 남자가 홀로 있었다. 커튼으로 가려둔 창문 사이로 아침 햇빛이 새어 들어오고 있었다. 남자는 누군가에게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은 듯, 그 빛을 피해 그림자 속에 있었다.

  테이블에 앉아 웅크린 남자는 무언가에다 열중이었다. 마치 중요한 일인 듯 조심스럽고 섬세한 손동작. 남자가 하던 일은 다름 아닌, 삶은 계란의 껍데기는 벗기고 있는 것이었다.

  그늘에 덮여 실루엣밖에 보이지 않는 남자의 손이 조금 떨리고 있었다. 잘게 깨진 껍질 조각들을 조심스럽게 떼어내고, 뒤이어 보다 큰 조각을 하나 벗겨냈다. 떨어진 껍질에는 그만 흰자가 붙어있었다.

 

 "이런, 오늘은 아무래도 운수가 좋을 것 같지 않군."

 

  남자는 독특하게도 아침 일찍부터 삶은 계란의 껍데기를 벗기며, 하루의 운세를 점치고 있었다. 결국 껍질을 모두 벗겨낸 달걀은, 쥐가 파먹은 것 마냥 듬성듬성 피어 있었다. 오늘 계란은 아무래도 어지간한 불운을 가져오려나 싶었다.

  남자는 계란의 절반을 베어 물었다. 잘 익다 못해 조금 더 익어버린 노른자의 테두리가 푸르게 변해 있었다.

 

 "완숙이라기엔 조금 지나쳐 버렸구먼."

 

  남자는 차를 한 모금 들이켜고는, 남은 계란을 입에 넣었다. 계란과 달리 남은 차는 천천히 향기를 음미하며 즐겼다. 성인 남성이 먹기엔 조금 부족해 보이는 식사량이었지만 이 남자는 충분히 만족스러워 보였다. 그의 마음에 들지 않는 건, 오직 계란의 상태 하나뿐이었다.

  식사를 마친 남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문 옆의 옷걸이에 걸려있던 롱코트를 몸에 걸쳤다. 중절모도 잊지 않고 꾹 눌러쓴 남자는, 코트의 주머니 안쪽에서 양철로 된 작은 케이스 하나를 꺼냈다.

  케이스의 안에는 잘 정돈된 얇고 긴 시가릴로가 줄지어 있었다. 남자는 그중 한 개비를 꺼내어 입에 물고는, 케이스에 같이 넣어놓은 성냥에 불을 붙였다.

  성냥불이 시가릴로에 불을 붙였다. 성냥불이 밝지는 않지만, 어째선지 그 불빛은 남자의 모습은 실루엣 말고는 비추지 못했다. 그저 남자의 손목에 찬 특이한 디자인의 손목시계만이, 성냥불 사이로 선명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그럼, 일을 하러 가보실까."

 

  남자는 특이한 모양의 그의 손목시계에 반대쪽 손을 가져갔다. 남자가 시계에 장치된 무언가를 건드리자, 남자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버렸다.

  그가 사라지고 난 뒤의 방안에는, 그저 담배 연기만이 천천히 퍼지고 있었다.

 

 

  * * *

 

 

  킹스가든의 북쪽을 감싸는 소니힐 강을 동쪽 다리를 따라 건너면, 그곳엔 랭커튼에서 가장 젊은 행정구역인 러스트베인이 있었다. 불과 2, 30년 전에는 이곳에 숲과 들밖에 없었다는 사실을, 지금의 젊은이들이 과연 믿을 수나 있을까?

  사실, 이 지역의 발달은 러스트베인 북부지역 서쪽에 위치한 햄필드에선 비극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래도 한때의 햄필드는 랭커튼을 대표하는 산업발달의 중심지였다. 하지만 국가의 산업구조 변화와 러스트베인 지역의 발달과 함께, 지금처럼 슬럼화되고 말았다.

  그나마 러스트베인과 접경한 햄필드 동쪽 지역은 그나마 사정이 나았다. 록센 호텔을 비롯하여 나름 괜찮은 상점들이 늘어선 거리도 있어, 슬럼이라고 하기엔 어느 정도 경제도 활성화되어 있었다. 인근의 주택가는 임대주택 위주긴 해도, 너무 늦은 시간만 아니라면 아이들도 낮엔 맘대로 뛰어놀 만큼, 치안도 적당히 유지되고 있었다. 물론 근래의 사건들은 특별한 경우긴 했다.

  하지만 서쪽으로 갈수록 사정은 악화하여갔다. 라나가 이끄는 자유혁명군 조차도, 그 지역에는 전혀 손을 뻗지 못하고 있었다. 한낮에도 강도살인이 일어나고, 어린애들은 학교가 아닌 돈을 벌기 위해 불법적인 일을 하러 뛰어다니는 그런 동네였다.

  어쨌거나 햄필드를 지금의 모습으로 만드는데 한 몫 거든, 러스트베인은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유흥의 도시였다. 가장 최근에 생겨난 지역인만큼, 그곳에 있는 모든 건 전통이란 단어와 거리가 멀었다. 건물의 모습도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도. 그 모든 게 최신이라는 단어만 모아놓은 장소였다.

  해가 지고 난 뒤에야 비로소 이 도시의 진짜 모습이 시작되었다. 밤이라는 사실을 잊게 만들 정도로, 거리는 온통 형형색색의 네온 불빛이 비치고 있었다.

  패터슨 경감은 이런 장소와 도통 어울리지 않았다. 이 거리의 모든 것들이 그의 정신을 어지럽게 만들기만 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그가 들어선 다이아몬드 클럽이란 이름의 주점은, 바깥의 요란한 풍경과는 달리 그나마 차분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패터슨은 목발 대신 지팡이를 짚으며 절룩이는 걸음으로 가게 안에 들어갔다. 그곳의 카운터에는 붉은 머리를 단정히 묶은 한 여성 바텐더가 서 있었다. 카운터의 뒤로는 여러 가지 메뉴들이 나열된 복잡한 메뉴판이 걸려 있었다. 패터슨은 그것을 찡그린 얼굴로 살펴보다 지쳐선, 그냥 대충 주문을 끝내버렸다.

 

 "그냥 흑맥주로 한 잔 주시오."

 

  가게를 두리번거리던 패터슨에게 바텐더가 내민 건, 맥주잔이 아닌 얼음통에 담가뒀던 맥주병 하나였다. 그래도 금방 맥주 통에서 뽑아낸 생맥주를 기대했건만, 역시나 이 거리는 자신과 맞지 않는다는 것 새삼 느꼈다.

 

 "여긴 맥주는 잔으로 팔지 않아요."

 "뭐, 이거라도 됐소."

 

  바텐더가 병뚜껑을 따서 패터슨에게 건넸다. 병을 받아 든 패터슨은 어쩐지 맥줏값이라고 하기엔 제법 많은 지폐 뭉치를 내밀었다. 바텐더는 별말 없이 돈을 받아선, 자연스레 자신의 주머니로 가져갔다.

 

 "그에게 전하고픈 의뢰는 뭐죠?"

 "그자와 직접 얘기하고 싶소만."

 "전 그와 함께 일해요. 그리고 손님은 저를 통해서만 그와 연락을 주고받죠. 그게 규칙이에요."

 

  바텐더는 주머니에서 넣었던 돈을 도로 꺼냈다. 그리고 맥줏값을 제외한 나머지 돈을 도로 내밀어 버렸다.

  패터슨은 조용히 바텐더가 내민 돈을 쳐다봤다. 그는 그 돈을 다시 받는 대신에 안주머니에서 경찰 수첩을 꺼냈다. 금색으로 빛나는 그의 경찰 배지는 방패 모양을 한 보통의 경찰 배지와 달랐다. 왕관을 쓰고 있는 별 모양을 한 킹스가든 경찰서만의 배지였다.

  때때로 왕명을 핑계로 특권을 행사하는 이 배지를, 평소 패터슨은 그렇게 좋아하진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그 배지가 가진 특권을 조금 행사할 필요가 있었다.

 

 "일단은 그에게 얘기는 해보죠."

 "고맙소."

 

  바텐더는 돈뭉치를 다시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그리곤 카운터 안쪽의 수화기를 들고 다이얼을 돌렸다. 수화기 너머로 규칙적인 신호음이 반복됐다.

  잠깐의 기다림 끝에 중저음의 남자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들렸다.

 

 "스페이드, 저예요. 지금 당신 손님이 와있어요."

 "이런, 레베카. 난 직접 의뢰는 받지 않는다는 걸 당신도 알고 있다고 생각하네만?"

 "당연히 저도 알죠. 하지만 이분, 킹스가든 경찰서에서 왔어요."

 "그 배지를 직접 내밀어도 내 규칙은 바뀌지 않네."

 "알았어요. 손님에겐 그렇게 전할게요."

 

  바텐더 레베카는 유감스럽단 표정으로 수화기를 놓으려 했다. 하지만 곧바로 다시 수화기 너머로 들려온 목소리가 그녀의 행동을 저지했다.

 

 "잠깐만, 레베카. 혹시, 그 의뢰인의 인상착의가 어떠한가?"

 "그요? 일단 콧수염을 짙게 기른 신사분이에요."

 "그리고 신문에서 몇 번 봤을 것 같은 얼굴이겠군."

 "아 네. 맞아요. 분명 어디선가 본..."

 "곧장 그리로 가겠네."

 

  수화기에서 통화를 끊는 소리가 들렸다. 레베카도 수화기를 내려놓고, 패터슨에게 곧 그가 찾는 사람이 온다는 소식을 전해줬다.

  패터슨은 구석진 곳 작은 테이블에 자리 잡고는, 병에 든 맥주를 홀로 들이켜고 있었다. 얼마큼 기다려야 할지 몰랐지만, 무작정 기다리는 것 말곤 딱히 할 일이 없었다.

  그렇게 얼마큼의 시간이 지났을까, 갑자기 어디선가 담배연기가 패터슨의 코끝을 간지럽혔다.

 

 "패터슨 경감. 자네가 날 직접 찾아올 날이 올 줄은 상상도 못했네."

 

  언제부터 있었던 걸까? 경감이 앉은자리 뒤로, 그늘진 자리에 한 남자가 앉아있었다.

  롱코트 차림에 중절모를 눌러쓰고, 애스콧 타이를 멘 모습은 많은 것을 감추고 싶어 하는 느낌이 들었다. 패터슨의 코를 간지럽히던 담배 연기의 출처는, 남자의 손에 들린 불붙은 시가릴로였다. 하지만 그의 왼손에 들린 담배보단 손목에 채워진 독특한 디자인의 시계가 눈길을 끌었다.

  그는 랭커튼에서 또 한 명의 유명인사이자 신비에 싸여있는 인물. 유령탐정이란 별명을 가진 이 남자의 이름은 스페이드 하트였다.

 

 "오랜만이오, 하트 씨."

 "나도 반갑네. 하지만 자네도 잘 알겠지만 난 스페이드라 불리는 걸 더 선호한다네."

 "이거 참 실례했소, 스페이드."

 

  패터슨은 스페이드와 초면은 아니었기에, 굳이 그와 합석을 하려는 실수를 저지르진 않았다. 대신에 패터슨은 반대쪽으로 자리를 고쳐 앉아, 스페이드와 멀찍이 마주 보는 형태를 취했다.

  스페이드의 모습은 여전히 그늘과 담배 연기에 교묘히 가려 실루엣만 드러나고 있었다.

 

 "그래서 킹스가든 경찰서에서 대리인이 아니라 형사가 직접 날 찾아온 이유를 말해주겠나?"

 "당신의 특기인 추리라면 이미 알고 있을 줄 알았소만?"

 "이런! 난 점쟁이가 아닐세! 많은 사람이 착각들 하지만, 탐정이란 직업은 추리하는 직접이 아니라네. 추리는 어쩌다 나오는 부산물에 불과하지. 어디까지나 나 같은 이들은 증거를 수집하는 게 본업 아니겠나?"

 "여전히 겸손하시군. 당신 말대로 부탁하고 싶은 의뢰가 증거수집인 건 맞지만 말이오."

 

  패터슨은 맥주를 한 모금 들이켰다. 그의 버릇대로 수염을 닦아 내렸지만, 당연히 묻어있는 게 있을 리 없었다. 누구도 신경 쓰지 않겠지만 자신의 의미 없는 손짓에 괜히 무안한 기분이 들었다. 그는 괜히 한 모금 더 들이켜 애써 태연함을 연기했다.

  잠깐동안 생각에 잠겨있던 스페이드는, 패터슨의 짧은 촌극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저 짧아진 시가릴로를 지휘봉처럼 흔들며,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가기 시작했다.

 

 "어쨌거나 자네가 원하는 바에 따라 추리를 해보자면, 직접 내게 찾아온 건 형사로서의 용무가 아니라서겠군. 뭣보다 그대가 근신 중이란 소식은 이미 들은 바가 있다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용무일지, 아니면 형사로서 원래 해서는 안 될 용무인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일세."

 "그걸 알면서도 날 만나준 건 후자 쪽이래도 괜찮다는 의미로 받아들여도 되겠소?"

 

  패터슨은 날카로운 눈으로 스페이드를 바라보았다. 그의 이름을 알고는 있지만, 어딜 봐도 가명에다가 몇 번이나 같이 일을 했어도, 제대로 얼굴 한번을 못 본 비밀스러운 사내였다. 하지만 그만큼 위험하고 은밀히 수행해야 할 일을 맡기기에 제격이었다.

  무엇보다 수많은 어려운 사건들을 해결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었던 이자의 능력 또한 잘 알고 있었다. 아마 이 남자라면 패터슨의 능력 밖이었던 조사도 분명히 가능했다.

 

 "그것보단, 이 도시의 정의를 위해 평생을 바쳐온 남자가, 정의롭지 않은 일을 맡기지 않을거란 믿음 때문이라 생각해주게."

 

  에둘러 말했지만 결국 불법적인 의뢰는 받지 않는다고 못 박는 말이었다. 물론 의뢰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다소 편법이 발생하는 경우는 있었다. 하지만 경찰과도 종종 협력하는 스페이드로선, 의뢰 자체가 범죄와 연루되는 건 피하고 싶은 듯 보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조금 위험한 모험이 따르더라도, 그의 준법정신에 어긋나지만 않으면 승낙할 의향이 있어 보였다. 애초에 탐정이란 직업을 가진 이상, 위험이란 녀석과 떨어져 지낼 수는 없었다.

 

 "내가 부탁하고 싶은 건 페럴 추기경에 대한 뒷조사요."

 "이런, 진짜로 날 점쟁이쯤으로 생각하고 있었나? 사람들이 날 유령탐정이라 부르지만, 나에겐 죽은 이와 대화하는 소질은 없다네."

 "당연히 그녀의 과거 행적에 대한 얘기요. 혹시 추기경과 관련된 추문에 대해선 들어본 적은 있소?"

 "젊은 귀족들과 비밀스러운 만남을 가져왔었단 그 얘기 말인가? 내가 아는 페럴 추기경이라면 당연히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하네만, 그걸 파헤치라니. 그건 고인에 대한 모욕이 아닌가?"

 

  스페이드는 마치 죽은 추기경을 잘 알고 있다는 듯이 대답했다. 패터슨은 생각지도 못하게 자신 있는 확답이 돌아오자, 놀라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조금 긴장되기도 했다.

  만일 스페이드가 그 소문을 터무니없는 가십으로 취급했다면, 패터슨의 생각도 조금은 바뀌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저 남자가 저토록 확신하듯 말을 한다면, 더는 망설일 필요가 없었다. 이제 과감하게 위험한 늪으로 뛰어드는 일만 남았다.

 

 "그렇다면 추기경의 추문에 관한 사실 여부와 그 증거를 수집해주겠소? 그게 아니더라도 가능한 그녀와 관련된 뒤가 구린 것들을 조사해 주시오. 추기경의 죽음 뒤에 감춰져 있던 또 다른 진실을 밝히는데 필요할 거요."

 "이미 재판까지 끝난 사건이 아닌가? 굳이 이제 와서 개인사까지 들춰서 무엇을 바꾸고 싶은 건가?"

 "당신도 에드먼드 모젤이 오컴 교도소로 향하는 배에 오르지도 못했다는 걸 알지 않소?"

 

  패터슨은 괜히 스페이드를 노려보듯이 말했다.

  에드먼드를 자유혁명군 손에 넘어가도록 만든일 자체는, 어지간히도 분했나 싶었다. 하지만 스페이드의 말과는 달리, 그에게 있어서 이 사건은 결코 종결된 사건도 아니었다. 굳이 말하자면 강제로 종결 당한 사건이나 다름없었다.

  이제 와서 에드먼드가 교도소로 도로 붙들려간다 해도, 패터슨에겐 끝나지 않은 사건으로 남을 것 같았다. 그렇기에 그는 이 사건을 제대로 마무리 짓고 싶은 마음이 무엇보다 컸다. 비록 그가 믿던 법이 이를 방해한다고 하여도.

 

 "에드먼드 모젤을 놓친 책임을 되돌리고 싶은 거라면, 그에 대해 조사를 하는 건 이해가 되네만. 어째서 페럴 추기경의 은밀한 스캔들까지 파내려 하나? 혹시 이대로 은퇴하고 신문사에 취직이라고 하고 싶은가?"

 "베크햄 공작이 이 사건과 관련된 모든 걸 은폐하려 하려는 것 같소. 에드먼드 모젤의 추적에 대해서도 킹스가든 경찰서의 모든 권한을 박탈하고, 왕실 자체에서 수사팀을 꾸리겠다 하였소."

 

  얼핏 생각하면 근신에다 수사 권한까지 뺏긴 것에 괜한 앙심을 품고서, 음모론 같은 의심을 한다고 받아들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스페이드는 패터슨의 말을 제법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았다.

  그의 얼굴은 제대로 보이지 않지만, 뭔가 고민에 빠진 모습에서 깊은 고뇌가 느껴졌다. 자신의 손에 들린 시가릴로가 천천히 혼자 타들어 가는 것도 잊고 있었다. 그저 천천히 손끝으로 테이블을 톡톡 두들기며, 패터슨의 말을 곱씹고 있었다.

 

 "그러니까 자네는 추기경의 죽음이 에드먼드 모젤 한 사람이 아니라, 더 복잡한 인물들이 엮여있다고 보고 있는 거군. 그리고 그걸 굳이 밝혀내겠다니... 이보게 패터슨. 지금 자네가 하는 말이 무슨 말인지 알고는 있는 건가?"

 "나는 법과 질서를 수호하기로 맹세한 몸이오."

 

  패터슨의 눈에는 결의와 분노가 가득 담겨있었다. 더는 자신이 믿는 법과 질서가, 특권에 의해 유린당하는 것을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순 없었다. 거기서 눈을 돌리고 참아버리는 것을, 정의를 위함이라 자신을 속이고 산 지 30년이었다.

  사실상 만들어진 거나 다름없는 사법 영웅의 삶에 취해, 자신의 진짜 정의감을 가짜 정의감으로 덮어왔다. 30년 전 정의감과 혈기가 넘치던 젊은 형사 패터슨은, 그저 죽어있는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그의 마음속 깊은 곳에 버젓이 살아 있었다.

  더는 그것을 외면하며 살 수 없었다.

 

 "설령 내가 하는 일이 그 잘난 높으신 분들의 심기를 건드리는 일이라도 난 상관하지 않을거요."

 "내가 자네가 원하는 대로 증거를 모아온다 해도, 그에 따른 결과는 자네가 원하는 결말이 아닐 수도 있다네."

 "상관없소. 난 내가 진짜로 해야 했던 일을 하려는 것뿐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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