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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슈퍼비틀
작가 : 백점토끼
작품등록일 : 2019.8.31

슈퍼비틀이라는 사슴벌레에서 발견한 당뇨병 완치제(GLP-K2 유사체)를 강탈하려는 일본과 한국 정보기관의 흥미진진한 대결이 펼쳐집니다.

 
제2화 - 창정의 집
작성일 : 19-09-02 07:40     조회 : 29     추천 : 0     분량 : 5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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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괜찮아~ 잘 될 거야~ 너에겐 눈부신 미래가 있어~ 괜찮아~'

 어디하나 빈틈없이 완벽한 백점토끼. 수영이다.

 "백점토끼 어디야?"

 "응, 아빠! 여기 제과 학원요. 방금 마쳤어요."

 "그래? 아빠가 데리러 갈까?"

 "아뇨, 시내버스 타고 갈게요. 대신 아빠 표 김치찌개 해 줄 거죠? 나 너무 배고파요"

 아빠 표 김치찌개 맛의 비결은 식초, 설탕, 돼지고기이다. 창정이 언젠가 식당에서 판매하는 김치찌개 맛을 내보려고 온갖 인터넷을 뒤져 찾은 비법이다. 굴 국밥이나 굴 짬뽕에 조미료가 함유된 굴 소스가 들어가지 않으면 '대중이 좋아하는 맛'이 나지 않는 것처럼 재료 자체의 맛으로는 감칠맛을 내기 힘들다. 김치찌개의 핵심은 신맛인데 신 김치만으로는 그 신맛이 충분치 않다. 식초를 이용해 신맛을 강하게 하고 그 신맛을 잡아주는 설탕을 가미하면 그야말로 밥도둑 업소용 김치찌개가 완성된다.

 딸 수영은 창정을 많이 닮았다. 아내는 요리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이다. 아내가 차린 밥상을 보면 저렇게 감각이 없을까 하는 생각이 절로 났다. 밥 차리는 게 제일 힘들고 무섭다고 하니 이미 기대를 버린 지 오래다. 창정은 요리할 때가 제일 즐거웠다. 손이 빨라서 후닥닥 조금만 움직이면 번듯하고 맛깔스러운 요리가 나온다. 식칼을 들고 주방에 서기만 하면 뭔가 새로운 것을 계속 시도해 보고 싶은 욕망이 넘쳐난다. 가끔은 이 맛도 저 맛도 아닌 제3세계 요리가 나오기도 하지만 끈질기게 재료를 넣고 빼고를 반복하면 아빠 표 김치찌개나 양은냄비 계란찜, 걸쭉한 된장찌개 등 이미 딸 수영에게는 명품의 반열에 오른 음식들이 탄생한다.

 "당근이지! 아빠가 돼지고기 팍팍 넣어서 최고로 맛있게 끓여 놓을게. 어서 와라"

 "오예! 빨리 갈게요"

 "그래. 참, 수영아! 학교는 다녀왔어?"

 "응, 내일 갈 거예요. 선생님하고 카톡 했어요."

 "야, 전화를 해야지 선생님께 문자를 하면 되냐? 너 많이 응원해 주셨는데"

 "어휴! 구식, 괜찮아요. 요즘은 카톡으로 다 통해요. 걱정 마."

 수영은 고등학교 검정고시를 쳤다. 학교에 적응을 못해서가 아니라 요리, 제과제빵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이다. 학교 정규 교육과정 안에서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나 공부를 마음대로 할 수가 없었다. 물론 창정도 다른 진로를 제안한 건 맞지만 수영이 스스로 흔쾌히 그 길을 가고자 하였다. 친구들이 학교를 다니는 동안 독학으로 열심히 검정고시 공부를 했고, 영어와 요리 학원을 다니며 알찬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이제 곧 꿈에 그리던 호주 요리학교로 유학을 떠날 것이다. 수영이 2년제 전문대학교 과정인 그 학교로 유학을 가려는 이유는 엄청난 등록금과 생활비 그리고 자격증에 불과한 우리나라의 대학졸업장을 따는 것보다 비용도 적게 들고 더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수영이 제일 하고 싶어 하는 공부였다. 수영은 자신이 그리던 미래를 위한 첫 발을 성공적으로 내디뎠다. 창정은 자신이 하지 못한 일을 수영이 대신 해 준 것 같아 늘 고마웠고 대견했다. 수영을 보고 있으면 창정은 자신도 분명 성공 유전자가 있을 것 같은데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아내와 수영이가 도착할 시간에 맞춰 서둘러 저녁 준비를 했다. 김치찌개가 나오는 날은 밥상 위에 다른 반찬이 거의 없었다.

 "역시 아빠 표 김치찌개가 최고야."

 수영이가 쩝쩝 소리를 내며 김치찌개 국물을 계속 떠먹는다.

 '진작 작은 식당을 차려서 김치찌개 장사나 할 걸 그랬나?'

 지금은 배추 한포기도 마음 놓고 살 돈이 수중에 없다. 그리고 자금이 있고 의욕이 넘쳤던 때에는 김치찌개 밥 장사는 체면에 걸맞지 않는 아이템이라 사업계획서 어디에도 낄 수가 없었다.

 "엄마! 라면사리 오케이?"

 "콜!"

 창정이 밥숟갈을 놓자마자 수영이가 라면사리 이야기를 꺼냈다. 창정은 어릴 때부터 혼자 생활하면서 워낙 라면을 많이 먹었기 때문에 결혼을 한 후로는 라면을 거의 먹지 않는다. 심지어 옆집에 라면 냄새가 나는 것도 싫어할 정도였다.

 "뭐 좋다고 라면을 먹어?"

 "어휴, 아빠는? 김치찌개에 라면사리 해서 먹으면 얼마나 맛있는데요? 맞지 엄마?"

 "매 끼 라면만 먹어봐라. 그런 말이 나오나. 라면이 몸에 얼마나 안 좋은데……."

 창정은 유년시절 그렇게 라면을 많이 먹고도 무척 건강했지만 부모로써 자식에게 라면을 먹지 말라고 말을 하는 건 당연하게 느껴졌다.

 "저런 건 또 뭐 하러 사왔어?"

 아내가 장을 봐 온 비닐봉투 아래에는'새우탕 컵라면'이라고 적힌 상자가 놓여 있었다.

 "아빠 없을 때 먹을 거니까 걱정 마셔요? 외할아버지가 그랬잖아요. 먹는 건 아무렇게나 먹고 잠은 가려서 자야 건강하다고. 근데 아빠는 왜 라면을 못 먹게 해요?"

 "너희 아빠는 평생 먹을 라면을 어릴 때 다~ 먹었다더라."

 "그 봐! 아빠도 어릴 때 실컷 먹었으면서."

 "그 때는 먹을 게 없으니까 라면을 먹었지. 요즘은 좋은 음식 많은데 뭣하러 안 좋은 걸 찾아서 먹냐고요."

 창정은 얼른 밥상에서 일어났다. 그래야 아내와 수영이가 편하게 라면을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커피 타줘요?"

 "응"

 아내는 라면 끓일 물을 올려놓은 후 커피믹스를 하나 뜯어 찻잔에 부었다. 창정은 살아오면서 가족에게 못난 모습을 많이 보였다. 하지만 가족은 항상 자신의 편이었고 자신을 절대로 흉보지 않았다. 창정은 그 동안 아내를 힘들게 한 게 너무 미안해서 오히려 아내를 대하는 게 서먹서먹했다. 아내 앞에서 맘껏 웃고 까부는 모습을 도저히 보일 수 없었다. 걸핏하면 '나만 믿어봐', '이번에는 무조건 돼', '이게 진짜 마지막이야'라는 말로 안심시켜 놓고는 항상 실패하는 모습만 보여 주었다. 사업해서 성공만 하면 아내에게 번듯한 외제차도 사주고, 60평 아파트도 해줄 거라고 다짐을 했는데 모두 허황된 꿈이었다. 철면피가 아닌 이상 아내 앞에서 맘 놓고 웃을 수 없었다.

 식사를 다 마치고 아내와 수영이 유학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아내는 자신의 커피를 준비하면서 창정의 것도 한잔 더 내어 왔다.

 "뭔 커피를 그렇게 급하게 마셔요?"

 아내가 커피 한 모금 맛을 보는 동안 창정은 커피를 다 들이켜 버렸다. 창정은 커피를 조금씩 음미하며 먹는 게 잘 안 되는 성격이다. 오히려 향이 좋다며 입만 살짝살짝 대다가 늘 커피를 남기는 아내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여보! 수영이 꼭 보내야 돼요? 월급 받아서 연금이랑 주택대출 갚고 보험금 넣으면 생활비 30만원도……."

 "아니 그럼 어떡하잔 말이야? 애가 그거 하나보고 지금까지 준비했는데……."

 창정은 답답한 표정을 지으며 아내의 말을 끊었다. 돈도 돈이지만 아내가 그나마 수영이가 곁에 있기 때문에 고달픈 하루하루를 견뎌내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창정은 아내의 의견을 들어줄 수 없었다. 둘은 이미 좌절을 겪어 본 사람들이었지만 창정은 수영에게 까지 그런 고통을 안기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보내더라도 다음 학기부터가 문제잖아요."

 "알았다고!"

 화를 낸 건 아니지만 무뚝뚝하게 아내의 말을 끊었다. 사업만 잘 되었다면 수영의 유학은 전혀 걱정하지 않았을 것이다. 잘 나가던 직장에 사표를 내고 퇴직금으로 쇼핑몰 사업을 시작했다. 사업을 시작할 당시만 해도 2, 3년 후에는 뭔가 이루어져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온라인 쇼핑몰 시장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질 것이라는 예측, 큰 돈 들이지 않고 오픈마켓의 셀러가 될 수 있는 현실, 성공한 1인 기업들의 사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할 수 있는 든든한 아내의 직장, 그리고 손에 든 성공비법이 담긴 마법 같은 자기 개발서들. 창정은 모든 성공 요소들을 가득 장전한 채 세무서에서 자신의 이름으로 된 사업자등록증을 발급받았을 때 얼마나 뿌듯하고 설렜는지 모른다. 인생은 도전하는 자의 것이라며 의기양양하게 시작한 사업은 폐업신청서 한 장만 남기고 대한민국에서 사라졌다. 그 과정에서 창정에게 남은 것은 다양한 종류의 채무관련 서류와 개인회생신청서가 전부다.

 사업을 시작한 이후 한 번도 제대로 수익을 본 적이 없었던 것 같았다. 하지만 처음엔 별로 신경이 쓰이지 않았다. 통장에 잔고가 있었고 급할 경우 대출을 할 수 있었으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대박이 터질 것이라는 희망이 있었으니 충분히 견딜 만 했다. 하지만 사업을 시작한 지 채 2년도 지나지 않아 자금은 바닥이 났다.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할 수 있다는 믿음만 있으면 뭐든 해낼 수 있다는 부자들의 성공비결을 암송하며 열심히 일했지만 당장 직원 월급을 못 주고 사무실 월세가 밀리기 시작하자 긍정이 부정으로, 믿음이 불신으로 바뀌는 데는 단 하루도 걸리지 않았다.

 사업 손실을 만회하려는 조급한 마음에 있는 돈 없는 돈 끌어 모아 주식투자를 시작했으나 그럴수록 창정의 삶은 빛의 속도로 황폐해져 갔다. 소상공인대출 5,000만원, 마이너스통장 3,000만원, 카드론 1,500만원, 현금서비스 600만원, 제2금융권 대출 1,500만원, 거기다 자신인 부은 생명보험을 담보로 보험회사로 부터 받은 희한한 대출금 1,200만원. 암 같은 중병이 걸렸을 때 수술비가 없을까봐 유일하게 적립해 둔 생명보험까지 대출로 돌변하여 자신의 목을 겨누고 있었다. 그것뿐이면 다행일지도 모른다. 아내 이름으로 된 아파트를 담보로 8,000만원이나 대출을 받았다. 현금서비스로 다른 빚을 막고, 제2금융권 대출로 현금서비스를 막는 진짜 막장 같은 인생의 암흑기를 다음 주에 수영을 유학 보내고 개인회생신청을 하는 것으로 끝내려고 했다. 창정은 40대의 창창한 나이에 자본주의 체제에서 실패자로 낙인이 찍히는 신세가 된 것이다.

 "내가 어떻게든 해볼게. 그리고 거기 학교에서 아르바이트 자리도 소개해 준다고 하잖아. 일단 시작을 하면 방법이 있겠지."

 "애가 공부를 해야지 거기까지 가서 아르바이트를 어떻게 해요?"

 "난 더한 것도 하며 살았는데 왜 못해. 수영이는 충분히 하고도 남는다. 너무 걱정하지 마. 그리고 다음 주부터 병식이 사육장에서 일하잖아. 사업이 잘 된다니 학비 정도는 충분히 벌 수 있을 거야."

 사업이 잘된다는 말. 뱉어 내고 나니 참 민망했다.

 "내가 이제 잘 할 테니까, 너무 걱정 마."

 "빚도 너무 많고, 이제 좀 무서워. 갑자기 돈 쓸 일이라도 생기면 어쩌나 갑갑하고……. 엄마, 아빠한테 명절에 마음 놓고 용돈도 못줘요."

 자신을 무조건 믿었던 아내도 생활고가 현실이 되면서 부터 걱정스러운 말을 많이 하기 시작했다. 탈출구가 없는 지옥 같은 삶에 왜 가족까지 끌어들였는지 후회가 되었다. 창정은 이미 다 마셔버린 빈 커피 잔을 일부러 소리 내어 후루룩 들이켰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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