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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신기루
작가 : 대방
작품등록일 : 2019.6.1

생기지 말아야 할 것을 얻은 자의 목표는 오로지 하나.
행복을 좇는 그의 뒤에는 불행만이 따라오고
질서를 위한 노력은 그 불행을 지우는 것에서 시작된다.

 
2화.
작성일 : 19-06-05 00:26     조회 : 31     추천 : 0     분량 : 5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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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못 봤다고요?”

 

 다니엘레는 되물을 수밖에 없었다. 몇 번이나 같은 대답에 그의 말에는 신경질이 묻어났다.

 

 

 ‘말이 안 되잖아. 단 한명도 못 봤다는 게 말이 돼?’

 

 쉽게 풀릴 줄 알았던 부분부터 삐걱거리니 그는 어이없음에 실소를 흘렸다. 그는 속으로 마을을 그리며 자기가 가보지 않을 곳을 짚어봤다. 가장 왼쪽부터 과일가게, 향신료 가게와 육류점을 지나 여관. 중앙 분수대를 지나 옷가게와 마을 이장의 집까지. 가보지 않은 곳이 없었다.

 

 

 애초에 있을 수가 없다. 정해둔 순서대로 돌기도 했거니와 애초에 마을이라고 부르기에는 규모가 작았다. 제일 밀집된 가게들이 있는 대로에도 많지 않은 사람들. 이곳을 들르지 않고 지나갔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고 확신했다.

 

 “혹시 여기서 떨어진 집은 없어요?”

 

 길을 가다 붙잡힌 사내는 손가락으로 북동쪽을 가리키며 조금은 귀찮다는 듯한 얼굴로 대답했다.

 

 

 “집은 아니고 저쪽에 수도원이 하나 있기는 해요. 거기 말고는 없어요.”

 

 말을 끝내며 사내는 자신이 몸을 돌려 가던 길을 다시 갔다. 저기가 마지막…. 그는 속으로 중얼거리고는 알려준 방향을 바라봤다. 언덕 너머에 있는지 건물은 보이지 않았다. 그는 문득 생각난 듯 주머니에서 꺼내 펜을 확인해 봤지만, 깃털은 잠잠했다. 이미 연락을 보내기로 한 시간이 지났음에도. 마을에 도착했다는 말을 전해 받은 이후로 끊겨버렸다. 찜찜했던 기분은 부풀어 올라 불쾌하게 끈적였다.

 

 

 다니엘레는 걷는 속도를 올려 사내가 알려준 방향으로 속도를 내었다. 도적의 습격을 받았다거나, 갑작스럽게 몸에 이상이 생겼을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그는 하나의 수를 염려해 주고 있었다. 정해진 시간에 연락이 오지 않았다는 것의 다른 이유.

 

 

 ‘혹시나 그자에게 당했을까?’

 

 마티아에게 처음 왔던 내용을 다시 떠올렸다. 확실히 이런 일은 없었다. 애초에 밀림에서 사람이 나온 건수는 몇 건 없었고, 그마저도 말을 제대로 하지도, 듣지도 못하는 상태였고 치료를 위해 데려가는 도중 다 죽어버렸다.

 

 

 “멀쩡하다라….”

 

 주변의 눈치를 살핀 그는 구석진 골목으로 들어가 그늘을 이용해 자신을 가렸다. 펜을 꺼내 곧장 마티아에게 연락을 보냈다. 안드레아와의 연락이 끊겼으니 뒷조사를 부탁한다는 짤막한 내용을 남긴 뒤 다시 골목에서 빠져나왔다.

 

 

 일단 수도원에 가야 한다는 생각이 머리를 지배했다. 멀리 떨어져 있어 봤을 거란 기대는 크지 않았지만, 유일하게 남은 곳이기도 했기에 그는 남자가 알려준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 안드레아의 일은 이 정도면 충분하다 생각했다.

 

 

 부지런히 걸음을 옮겨 마을 끝부분에 가까워질수록 탁 트인 푸른 언덕이 점점 커졌다. 조금 더 다가가니 끝부분에 수도원으로 추정되는 건물이 조그맣게 보였다. 이제는 뛰다시피 움직이던 다니엘레는 언덕에서 사람이 내려오고 있는 것을 보았다.

 

 

 다니엘레는 벽 쪽으로 몸을 숨기며 언덕에서 내려오는 자를 기다렸다. 키는 그렇게 커 보이지 않았다. 분위기로 보나 걷는 속도로 보나 조급해 보이지는 않았다. 좀 더 지켜보던 그의 얼굴에 의아함이 떠올랐다. 어딘가 모르게 걷는 자세가 어색했다.

 

 

 점점 더 가까워지자 사내의 모습이 좀 더 또렷하게 보였다. 속눈썹이 없어 조금 작아 보이는 눈과 깨끗한 피부, 머리카락은 누가 잘라줬는지 산발에 가깝게 되어 있었지만, 그것을 메꾸기에 충분할 정도로 인상이 강한 사내다. 전달받은 생김새와 동일했다. 다니엘레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스물을 넘겼나? 그보다 더? 아니, 그보다 어려 보이기도 하는데….’

 

 그는 사내의 외모를 보고 나이를 딱 짚을 수 없었다. 앳돼 보이면서도 노안으로도 보였다.

 

 

 조금만 신경쓰면 자신의 존재를 알아챌 정도로 가까워지자, 그는 더 깊게 몸을 숨겼다. 사내의 기척이 희미해질 때쯤에야 다니엘레는 슬며시 고개를 내밀어 동향을 살폈다. 사내는 근처의 여관으로 들어갔고 그 모습을 참을성 있게 기다린 뒤 따라 들어갔다.

 

 

 최대한 눈에 띄지 않게 옷을 다듬고 시선을 아래로 낮추며 문을 열고 들어간 다니엘레는 눈동자를 최대한 움직이지 않았다. 그저 앞만 보고선 뚜벅뚜벅 걸어갔다. 늦은 오후라 그런지 사람은 적지 않았다. 조용히 구석 쪽 탁자에 앉은 그는 메뉴판을 보는 척하며 사내를 쳐다봤다. 사내는 여관주인에게 열쇠를 받고선 이 층으로 올라갔다.

 

 

 ‘돈을 가지고 있을 거라 생각하진 않았는데.’

 

 유심히 지켜보는 그의 앞에 어린 종업원이 다가왔다.

 

 

 “주문하시겠어요?”

 

 “오늘 추천 음식으로 줘.”

 

 시선을 떼지 않고 대충 대답한 그는 머릿속을 펼쳤다. 주민들 하나하나 물어보며 돌아다닌 이 작은 동네의 길과 건물의 대략적인 위치를 머릿속으로 천천히 그려나갔다. 마을의 구조를 따져보니 북쪽으로 자리 잡아야겠다는 판단이 섰다.

 

 

 ‘왔던 길로 되돌아갈 확률은 거의 없고 북동쪽 아니면 서쪽의 입구로 나갈 텐데… 그러면 아까 봐둔 여관이 제일 안전한 선택이다.’

 

 음식을 대충 먹으며 그는 시간을 세었다. 최대한 천천히 먹으며 삼십 분을 보내고 맥주 두어 잔을 마시며 한 시간 반을 보냈음에도 사내는 내려오지 않았다. 좀 더 확실하게 얼굴을 익혀두려고 밥을 먹으러 내려오는 것을 기다렸지만, 끝내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계산을 치르고 나온 다니엘레는 아까 전에 생각해뒀던 여관에 들어가 제일 높은 층의 남쪽 끝 방을 잡았다. 그리고는 창문 쪽으로 탁자와 의자를 옮겼다.

 

 

 가죽 주머니에 든 깃털 펜을 꺼내 탁자에 올려놓고 팔짱을 낀 채 지금까지 받은 내용을 머릿속으로 조합했다. 멀쩡히 밀림에서 나온 이름도, 나이도, 그리고 출신지도 모르는 정체불명의 남자. 다니엘레는 그자에게 다가가야 하는 것에 망설였다.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짜증을 삭히려 그는 손가락을 탁자에 두드렸다. 속으로 국왕을 원망했다. 언젠가 마티아에게 말했던 불만이 지금 다시 피어올랐다. 그는 그때 뱉었던 말을 입속으로 중얼거렸다.

 

 

 “비밀스럽게 운영한다는게 힘이 없다는 게 아닌데. 밀림에 대해서는 그렇게 엄격히 관리하라 하면서 의심스러운 사람조차 조사차 함부로 데려가지 못하게 하는 게 말이 되는 건지….”

 

 그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애초에 그런 권한만 쥐여줬어도 이렇게 돌아다니며 인력 낭비, 시간 낭비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대충 병 같은 거로 둘러대서 조사차 데려가면 금방 끝날 일일 텐데.’

 

 그는 팔짱을 풀고는 펜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는 마티아에게 현 상황을 보고하며 접선을 시도할지 계속 지켜볼지 결정해 달라는 말을 덧붙였다. 시계를 흘깃 쳐다본 그는 잠깐 눈 붙일 겸 자리에서 일어나 침대에 대충 누웠다. 한숨을 다시 내쉬었지만, 이상한 기분은 여전했다.

 

 

 **************************************************

 

 어느새 굽어졌던 허리를 펴고 어깨를 움직여 잠을 쫓아낸 다니엘레는 가볍게 하품을 뱉었다. 새벽 다섯 시부터 창가에 놓은 의자에 앉아 여관을 바라보는 그는 졸린 것도 문제였지만 지루한 것이 그를 더 괴롭혔다. 그는 시계를 쳐다봤다. 시침은 이제 어느새 일곱 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그가 다시 눈동자를 돌려놨을 때, 여관에서 한 명이 문을 열고 나왔다. 그자였다.

 

 

 마을 밖으로 나가는 것을 확인하며 그도 동시에 여관을 빠져나왔다. 북동쪽임을 확인하며 그는 자기 생각대로 흘러간다는 듯 고개를 약간 끄덕였다. 주변 지리를 손바닥 보듯 훤히 꿰고 있는 그로서는 그자가 갈 곳이 한 곳밖에 없을 걸 알고 있었다. 그곳은 큰 도시로 가는 길이다.

 

 ‘그렇다는 건 자기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는 알고 있다는 얘기가 되겠군.’

 

 제정신이 아닐 거라고 생각했던 일말의 의심을 그는 철회했다. 다니엘레는 사내가 보일 듯 말 듯한 거리를 유지한 채 걸었다. 만약의 상황을 대비해 최대한 짐 가방을 부풀려 여행객처럼 보이게 했다. 그리고 모자까지 눌러써 얼굴을 최대한 가렸다. 덕분에 안그래도 더운 날씨가 더욱 그를 괴롭혔다.

 

 

 좁은 시야로 사내를 쫓던 다니엘레는 순간 멈칫했다. 사내가 뒤를 돌아본 탓이다. 사내는 잠깐 이상으로 그를 바라봤고 다니엘레는 자연스럽게 걷는 것에 집중했다. 눈동자는 움직이지 않고 시선을 멀리 던져 신경 쓰지 않는 척했다.

 

 

 짧은 시간이 지나자 사내는 다시 몸을 돌려 걸어가기 시작했다. 다니엘레는 아주 천천히 속도를 줄이며 다시 거리를 벌렸다. 그는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랐다. 그냥 뒤를 돌아봤다기에는 길었고 의심하기에는 짧은 시간이었다.

 

 

 그를 쫓아 걷는 게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꼬박 지났다. 완전히 지칠 대로 지친 그는 힘없이 털썩 주저앉았다. 그리고는 모닥불을 바라보며 실소를 머금었다. 이윽고 고개를 숙이며 머리를 쓸어 넘겼다.

 

 

 ‘말이 안 되잖아…….’

 

 다시 생각해도 소름이 돋았다.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납득이 되는 문제가 아니었다.

 

 

 “쉬지도 않고, 밥도 안 먹는다고?”

 

 이틀 내내 사내는 그의 말처럼 잠깐의 휴식도 없었고 무엇을 먹는 것조차 없었다. 물 한 모금조차도. 결국 먼저 지친 다니엘레는 위험을 감수하고 어두워진 틈을 타 속도를 내 거리를 좁힌 뒤 어쩔 수 없이 야영을 했다. 그는 이것이 무엇을 시사하는지 알았다.

 

 

 이제 선택지는 두 가지가 됐다. 저자가 밀림에서 나온 존재거나 그곳에 갔다가 멀쩡히 나온 최초의 인물이거나. 그는 일단 전자에 손을 잡아줬다. 풍문으로 어느 경지 이상에 도달하면 인간을 넘어선다는 말이 있지만, 그건 말 그대로 뜬 소문일 뿐 그 이상 이하도 아니라 생각했다. 그저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해주는 옛날옛적 이야기와 다름없는.

 

 

 하지만 그럼에도 아직 확신하지 못했다. 확실한, 좀 더 확실한 무언가가 필요하다 생각했다. 분명 그 밀림에 있는 생물들은 지능이 없는 대신 육체적인 부분이나 감각이 인간의 그것을 훨씬 뛰어 넘는다고 들었었던 기억으로는 현 상황에 납득이 가지 않았다. 근데 저 사내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다니엘레는 그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틀렸다면 전부 틀려야 할 것이고, 맞았다고 전부 맞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 정보가 잘못된 건가? 머릿속 수면을 튀어 오르는 생각을 잠재우자 그는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지금 이 상황은 우리의 정보가 잘못되었거나, 저자가 다른 일종의 돌연변이라는 두 가지의 결과로 봐야 할까?’

 

 그는 고개를 내저으며 다시 되짚었다. 겹쳐 생각했던 것이 서서히 분리되었다. 육체적인 면이 뛰어난 것과 음식을 먹지 않아도 되는 것은 별개의 얘기다. 거기까지 알아냈음에도 제자리는 마찬가지였다. 정보가 잘못된 건지, 저자가 특별한 종인 것에 대해서 결론 지을 수가 없었다. 그는 기억을 좀 더 뒤로 더듬었다.

 

 

 머릿속 시점은 여관으로 향했다. 그는 일단 가정을 하나 세웠다. 현재 그나마 가장 유력한 가설인 돌연변이를. 그것이 전제가 된다면 돈을 가지고 있는 게 말이 되지 않는다 생각했다. 그는 과거로 넘어가 마티아가 해줬던 이야기를 떠올렸다.

 

 

 ‘신기루 속에 사는 한 나라에서 어느 날 섬기던 신이 죽자, 저주를 받고 일대가 오염이 되어 다른 나라에서는 만장일치로 그들을 추방하기로 결정했고, 쫓아낸 나라들의 대표는 국왕과의 거래로 통해 이곳으로 쫓아냈다.’

 

 다니엘레는 그 정보를 추출해 다시 현재로 돌아왔다.

 

 

 ‘화폐는 분명 달라. 그가 이곳의 돈을 가지고 있을 수 있는 방법이라면, 거짓 소문을 타고 밀림에 들어갔다 죽은 바보들에게서 얻은 것이거나….’

 

 불길한 생각이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안드레아를 제압하고 갈취했거나.”

 

 그는 두 가지의 비중을 따져봤다. 어느 것이 더 신빙성 있느냐. 스스로에게 물었지만, 둘 중 하나가 확실하게 아닐거라고는 판단하지 못했다. 지켜보라는 마티아의 답장을 떠올리며 그는 지금의 상황을 적어 그에게 보냈다.

 

 

 힘 빠진 손으로 음식을 허겁지겁 먹어 치운 그는 주변을 대충 정리하고선 대충 아무렇게나 누웠다. 더 고민해봤자 지금 막힌 부분을 뚫을 수 있을 것 같진 않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무리하게 그자를 따라가서 피곤했다. 그는 금세 잠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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