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판타지/SF
겨우살이왕
작가 : 지놓
작품등록일 : 2018.12.23

30년전,

각지의 점쟁이들이 한데 모인 자리에서 모든 신들의 죽음이 예언되었다.

신을 죽음으로 몰아넣을 예언의 집행자는 과연 누구인가!

살신(殺神)의 운명을 거머쥐고 태어난 아이들 앞에서 지금,

세계의 운명이 들끓기 시작한다!

#동양판타지

 
1. 불새일족의 아이들(2)
작성일 : 18-12-25 19:19     조회 : 91     추천 : 1     분량 : 4221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샤가 와계셔.”

 

  고개를 들어 앞을 바라본 탈루는 자신이 으뜸신녀의 거처 앞에 도착해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샤? 샤께서 왜?”

 

  “무슨 일인지는 나도 몰라. 같이 들어가고 싶었는데…… 샤께서 안 된다고 했어.”

 

  분한 표정을 짓는 이난나를 보니 탈루는 으뜸신녀의 방에서 ‘샤’와 함께 있는 다른 이가 누군지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럼 혹시…… 휘토와 함께 계신 거야?”

 

  이난나는 말없이 고개만 끄덕거렸다. 그러곤 곧 다시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또 한 번 휘토에게 밀렸다는 사실이 어지간히도 분한 모양이었다.

 

  탈루는 문득 안쪽의 상황이 궁금해졌다.

 

  신을 받지 않은 어린아이들이 샤와 대면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더욱이 샤와 아이의 일대일 상황이라면 말할 것도 없다. 이는 아이들에게 격려차 말을 걸어주는 것 이외에도 일족의 우두머리가 해야 할 일이 무궁무진하게 많다는 이유 때문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그들이 아직 일족의 구성원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신을 받고 난 이후에도 별도의 수행기간을 거친 뒤, 몇 가지 시험을 통과해야만 일족의 일원으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

 

  탈루는 그 극히 드문 상황을 가능케 한 휘토에 대해 생각했다.

 

  누마 휘토.

 

  ‘불 뿜는 도마뱀’ 누마 메토의 아들이자, 불새일족이 낳은 불세출의 천재. 다섯 살에 이미 전반적인 ‘메’ 활용법을 모두 터득했으며, 여덟이 되기 전 하급 신들의 목소리를 들었던 아이. 또한 그에게 깃든 ‘메’의 잠재력으로 보아 누구도 짐작할 수 없는 운명의 크기를 지녔다 일컬어지는 소년.

 

  그에 대해 떠올리니 샤의 방문이 이해되는 걸 넘어 당연하다 생각될 정도였다. 불새일족과 같이 오래된 신들을 섬기는 이들에겐 휘토와 같은 기대주가 어느 때보다 소중해진 요즈음이었다. 그처럼 또래에게 영향력이 뛰어난 이들이 자칫 헛바람이라도 들어 남쪽의 정령이나 서북쪽의 돌멩이라도 섬기는 날엔, 일족의 앞날을 걱정해야 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인재관리 차원에서라도 샤의 방문은 필수적이었으리라.

 

  “계속 여기 있을 거야?”

 

  갑작스런 말에 놀라 상념에서 벗어난 탈루는 목소리의 주인공을 천천히 돌아보았다.

 

  “넌?”

 

  “난 있을 거야. 어쩌면…… 다음이 내 차례일지도 모르니까…….”

 

  이난나의 말에 탈루는 고개를 끄덕였다.

 

  휘토에 의해 가려지는 면이 있긴 했으나 이난나 역시 대단한 재능을 가진 아이였다. 그녀의 신기에 가까운 기억력은 몇몇 늙은 신녀들로 하여금 일족의 부흥을 이끈 12대 샤, ‘깊이 보는 올빼미’를 떠올리게 할 정도였으니. 오히려 이렇듯 함께하고 있지 못한 모습이 더 의외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그럼 나가볼게. 밖에 후르와 프타가 기다리고 있거든.”

 

  말을 마친 탈루가 몸을 돌려 걸어가려는 순간, 이난나가 나직이 중얼거렸다

 

  “……그 애들과 함께 다니다간 너 역시 개구리나 돼지…… 뭐 그런 신들을 받게 될지도 몰라. 차라리…….”

 

  이난나의 말은 더 이상 이어지지 못했다.

 

  “난 그 애들이 좋아. 개구리 신이나 돼지 신도…… 뭐 그리 나쁘진 않을 것 같고. 그럼 나중에 보자.”

 

  쾌활히 답하는 탈루를 말없이 쳐다보던 이난나는 이윽고 피식 웃으며 그에게 손을 흔들어주었다.

 

  “그래.”

 

  누구에게도 말 한 적 없으나 이난나는 늘 또래의 아이들이 받게 될 신에 대해 상상해보곤 했다.

 

  후르는 십중팔구 돼지의 신을 받게 될 것이다. 그 애가 겪게 될 운명이 어떻든 간에 그 애의 기질과 의지가 그를 돼지의 신에게로 인도할 것이니까.

 

  프타는 아마도 원숭이 신들 중 하나일 것이다. 아니면 여우 신이라든가. 그 애는 모든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다섯 배는 더 똑똑하고 열 배는 더 괴상했다. 사실 개구리 신 정도로는 그 애를 감당하기 벅찰 것이다.

 

  그리고 휘토. 그래, 저 대단한 누마 휘토. 그 녀석이라면 아마도 용…… 아니, 어쩌면 정말로 불새의 신을 받게 될지도 모른다. 불새일족의 시조였던 초대 샤, ‘세상을 토해낸 불새’를 제외하곤 그 누구도 받지 못했다는 그 강대한 신을 말이다.

 

  마지막으로 호아 탈루…….

 

  이난나는 탈루가 걸어간 쪽을 뚫어져라 응시했다.

 

  탈루는 다른 아이들과는 달랐다. 자신이나 휘토와도 달랐다. 탈루에 대해 생각할 때 이난나는 그들의 오래된 신들을 떠올리기 힘들었다. 호랑이 신, 오소리 신, 날다람쥐 신, 두루미 신…… 동물계 신들 뿐만 아니라 버드나무 신이나 느릅나무 신, 으름덩굴 신과 같은 식물계 신들도 그랬다. 어떠한 신도 탈루와는 맞지 않았다.

 

  이는 비단 동쪽의 신들에게만 국한된 일은 아니었다. 일족의 어른들이 알면 경악할 만한 일이나 때때로 이난나는 탈루의 신을 찾기 위해 머나먼 남쪽의 정령들까지도 동원했었다. 불의 신, 물의 신, 땅의 신, 바람의 신…… 그나마 바람의 신 정도가 탈루와 어울리는 것 같았으나 그조차도 완벽히는 아니었다.

 

  ‘사실…… 어떤 신이라도 별 상관없을지 모르지. 너라면 누구와도 잘 지낼 테니까.’

 

  운명과 기질, 그리고 의지. 이난나는 탈루의 신이 타고 올 것을 끝내 상상해내지 못했다.

 

 

  *

 

 

  학당 뒤편의 야외 ‘메’ 수련장.

 

  불안해하는 후르를 달래려 마지못해 수련장으로 따라가게 된 둘은,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들의 행동이 얼마나 멍청하고 경솔한 것이었는지를 깨닫게 되었다. 그를 달래기 위해선 수련장으로 올 게 아니라 아예 그완 전혀 상관없는 곳으로 갔어야 했다. 여전히 자신이 어떠한 ‘메’의 움직임도 일으키지 못한다는 걸 자각한 후르는 곧바로 스스로를 비난하기 시작했고, 그것은 그와 함께 나고 자란 친구들이라 할지라도 쉬이 참아주기 힘들 만큼 지겨운 것이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너의 메는 이미 충분히 느껴지고 있어.”

 

  “탈루 말이 맞아. 네가 먹어대는 양을 생각해봐. 그게 메의 작용이 아니라고는 절대로 말 못할걸?”

 

  “……놀리지 마. 난 지금 진지하다고! 이대로라면 기껏해야 굼벵이나 하루살이, 겨우살이 같은 신들이나 받게 될 거야. 제대로 된 신을 받지 못할 거라고! 아니, 아예 신이 나타나지 않을지도 몰라…… 어쩌면 그들에게조차 버림받을지도 모르고.”

 

  탈루는 신이 아예 나타나지 않는 것과 자신을 보자마자 침을 탁 뱉고 돌아서는 것, 둘 중에서 무엇이 더 끔찍할지를 생각해보았다.

 

  “휘토나 이난나는 말할 것도 없고, 솔직히 너희 둘도 걱정 없잖아.”

 

  “아냐, 후르. 나도 사실 너와 다를 바 없는…….”

 

  “난 오늘도 봤어. 네가 잠든 신 근처에서 넋 놓고 있을 때마다 풀꽃들이 호위하듯 네 주위를 떠다닌단 말이야. 신을 받지도 않은 아이의 메가 그렇듯 주위에 영향을 끼친다는 게 얼마나 대단한 건지는 나도 잘 알고 있어. 그리고 프타 저 녀석도…….”

 

  후르가 말을 끝맺지 않은 채 입을 다물긴 했으나 탈루는 그가 무슨 말을 하려 했는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프타는 가끔씩 정말로 개구리들과 대화를 나눴다. 대다수의 어른들은 아직까지도 그것이 프타의 장난인줄로만 알고 있지만, 탈루와 후르는 똑똑히 목격했었던 것이다. 프타의 명령을 들은 개구리가 그 자리에서 꾸벅 배꼽인사를 하는 것을.

 

  “걱정 마 후르. 신을 받지 못하는 경우는 거의 없대. 그러니…….”

 

  “그러니까 더 걱정이 되는 거야! 개구리 똥만큼의 재능도 없는 녀석이라고 소문이 날 테니까. 그냥…… 그냥 지금이라도 차라리 불지킴이나 될까봐.”

 

  불지킴이는 열다섯이 지날 때까지 ‘메’의 발현이 일어나지 않은 이들에게 주어지는 직책이다. 일족의 생명과도 같은 불을 관리하는 것은 물론 자체적으로는 굉장히 중요한 일이나, 그 일을 행하는 자들이 일의 중요도만큼 대우받는 것은 아니었다. 모두가 그들을 신에게서 버림받은 자들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불지킴이들의 거처가 철저히 구분되어있기에 마을 안에서 그들을 볼 기회가 많은 것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가끔씩 눈에 띈 그들은 하나같이 다 불행해보였다. 탈루는 그것이 안타까웠고, 그의 친구가 그와 같은 길을 가는 걸 원치 않았다.

 

  그래서 다시 한 번 후르의 기를 북돋아주기 위한 말을 준비하고 있을 때였다.

 

  “때때로 신들께서는 우리의 재능보다도 의지에 좀 더 높은 점수를 주곤 하시지. 그러니 걱정은 잠시 접어두고 있는 게 좋을 것 같구나, 아이야. 그들을 부를 땐 한 치의 의심도 없어야 한단다.”

 

  갑작스레 들려온 온화한 목소리에 뒤를 돌아본 탈루는 그야말로 깜짝 놀라고 말았다. 얼굴 가득 인자한 미소를 띤 채 걸어오고 있는 저 늙은 여인이야말로 불지킴이에 비할 바 없이 보기 힘든 존재였던 것이다.

 

  붉은 깃털로 수놓아진 멋들어진 모자를 착용한 여인은 그의 추종자처럼 보이는 또 다른 여인 하나와 두 명의 아이를 대동한 채 천천히 그들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19 2. 영신제(迎神祭) (12) 2019 / 1 / 25 93 0 4976   
18 2. 영신제(迎神祭) (11) 2019 / 1 / 18 83 0 4506   
17 2. 영신제(迎神祭) (10) 2019 / 1 / 11 102 0 4936   
16 2. 영신제(迎神祭) (9) 2019 / 1 / 4 85 0 4923   
15 2. 영신제(迎神祭) (8) 2018 / 12 / 31 89 0 4198   
14 3. 영신제(迎神祭) (7) 2018 / 12 / 30 80 0 5406   
13 2. 영신제(迎神祭) (6) 2018 / 12 / 30 76 0 5331   
12 2. 영신제(迎神祭) (5) 2018 / 12 / 29 82 0 4431   
11 2. 영신제(迎神祭) (4) 2018 / 12 / 29 68 0 4817   
10 2. 영신제(迎神祭) (3) 2018 / 12 / 28 78 0 4298   
9 2. 영신제(迎神祭) (2) 2018 / 12 / 28 81 0 4362   
8 2. 영신제(迎神祭) (1) 2018 / 12 / 27 80 0 4253   
7 1. 불새일족의 아이들(6) 2018 / 12 / 27 94 0 5926   
6 1. 불새일족의 아이들(5) 2018 / 12 / 26 72 0 4394   
5 1. 불새일족의 아이들(4) 2018 / 12 / 26 69 0 4758   
4 1. 불새일족의 아이들(3) 2018 / 12 / 25 69 0 5105   
3 1. 불새일족의 아이들(2) 2018 / 12 / 25 92 1 4221   
2 1. 불새일족의 아이들(1) 2018 / 12 / 24 103 1 4328   
1 0. 서(序) 2018 / 12 / 23 305 0 9283   
 1  2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세자마마의 은밀
지놓
더럽(The Love)
지놓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