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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겨우살이왕
작가 : 지놓
작품등록일 : 2018.12.23

30년전,

각지의 점쟁이들이 한데 모인 자리에서 모든 신들의 죽음이 예언되었다.

신을 죽음으로 몰아넣을 예언의 집행자는 과연 누구인가!

살신(殺神)의 운명을 거머쥐고 태어난 아이들 앞에서 지금,

세계의 운명이 들끓기 시작한다!

#동양판타지

 
1. 불새일족의 아이들(3)
작성일 : 18-12-25 19:24     조회 : 68     추천 : 0     분량 : 5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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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와, 샤다!”

 

  “이 녀석들! 건방지게 ‘샤’라니! 어서 예를 갖추지 못할까!”

 

  티브리 으뜸신녀의 호통은 아이들의 고개를 바닥으로 내려끄는 데엔 성공했으나, 흥미가득한 눈망울을 엄숙함과 존경의 그것으로 바꾸는 데까진 이르지 못했다. 인사를 끝낸 아이들은 여전히 설렘과 놀라움이 가득한 눈으로 그들 앞의 늙은 여인을 바라보고 있었다.

 

  “샤께서 한 번 만나보고 싶다고 하셔서…… 다들 영광인줄 알거라. 아직 신도 받지 못한 아이들에게 일족의 우두머리가 찾아오는 일은…… 그다지 흔치 않으니까.”

 

  탈루는 으뜸신녀의 말투와 찡그린 인상에서 샤에 대한 약간의 불만을 읽어낼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특별대우를 원치 않는 원칙주의 교육자로서의 거부감 때문이라기보다는, 샤의 존재로 인해 프타를 향한 그녀의 분풀이가 억제됐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샤는 그러한 으뜸신녀의 기색을 전혀 눈치 채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그녀는 그저 프타에게 뒤지지 않을 정도의 반짝거리는 눈으로 아이들을 천천히 둘러볼 뿐이었다.

 

  “티브리 이제…….”

 

  “아, 네…… 그렇죠. 그래, 너희들도 일단 저기로 가 함께 서거라.”

 

  으뜸신녀의 말을 들은 두 명의 아이가 차례로 다가와 후르의 곁에 섰다. 이난나와 휘토였다. 그들을 본 후르의 몸이 살짝 움츠러들었다.

 

  “흠…… 그럼 이제 슬슬 수업을 시작해볼까?”

 

  “수업이요? 수업을 한다구요?”

 

  “그럼 학당에서 달리 무얼 하겠니? 응?”

 

  으뜸신녀가 인상을 쓰며 으름장을 놓았음에도 프타는 전혀 아랑곳하는 기색이 아니었다.

 

  “하지만 샤가 와계신걸요?”

 

  “샤께선 그냥 지켜보기만 하실 거다.”

 

  “우리의 메를 보여드려야 하는 건가요? 하지만…….”

 

  “나도 너의 메가 샤께 놀라움을 줄 정도로 대단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단다, 후르. 잠자코 있거라.”

 

  새빨개진 후르의 얼굴을 확인하곤 그제야 만족스런 미소를 지은 으뜸신녀가 천천히 말을 이어갔다.

 

  “오늘은 사냥의 명수로서 일족의 명예를 드높였던 ‘숨어 베는 버마재비‘의 메 운용방식을 배워볼까 한다. 그의 능력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

 

  갑작스런 수업진행에 모두들 어물쩍거리고 있는 사이, 누군가의 손이 빠르게 올라갔다. 언제나와 마찬가지로 이난나였다.

 

  “의태(擬態)요.”

 

  “맞아. 그는 대개 바위나 나무의 모습으로 사냥감을 기다리곤 했었지. 다른 것의 형태로 자신의 모습을 바꾸는 것. 그것이 바로 그가 메를 쓰는 방식이다. 바위, 나무, 꽃…… 물론 그는 훨씬 더 복잡한 형태로의 의태도 가능했단다. 이를테면…….”

 

  “샤?”

 

  프타의 답이 썩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으뜸신녀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네가 뭘 상상하고 그 질문을 했든지 간에 그것은 결코 옳지 않은 일이라고 말해주고 싶구나, 프타. 물론 그는 자신을 다른 사람처럼 보이게 할 수 있었지. 하지만 그는 결코 장난을 치기 위해서라거나 누군가를 속이기 위해 그 능력을 사용하지는 않았다. 또한…….”

 

  “장난도 많이 치고 했지 뭘.”

 

  줄기차게 이어지던 으뜸신녀의 훈계는 갑작스레 끼어든 쾌활한 음성에 의해 중단되었다. 음성의 주인공은 한쪽 구석에서 가만 미소 짓고 있던 늙은 여인이었다.

 

  “시도 때도 없이 여탕에 침입하려드는 통에 얼마나 난처한 일이 많았는지…….”

 

  “샤…… 분명히 부탁드렸을 텐데요…….”

 

  어금니를 꽉 깨문 으뜸신녀의 모습에 샤가 황급히 웃음을 거둬들였다.

 

  “아아, 미안해요 티브리. 계속해요.”

 

  “……어쨌거나 그의 메 운용방식은 꽤나 복잡한 편이다. 단순히 사물의 형태를 본뜨는 것을 넘어 보다 본질적인 측면에까지 파고들어 모사하는 것이지. 색, 온도, 감각…… 심지어는 몸에 새겨진 기억에 이르기까지. 당연지사 그 작동방식 또한 몇 배는 더 까다로울 수밖에 없다. 이는 개인의 개성이 강하게 반영된 결과로서, 샤의 말마따나…… 음침한 곳에 숨어 훔쳐보길 좋아하던 그의 기질이 능력을 배가시켰던 것이지.”

 

  으뜸신녀는 생각만 해도 몸서리가 처진다는 듯 몸을 부르르 떨었다.

 

  “덧붙여 말해두자면, 기본적으로 그의 능력은 메 자체를 변형시키는 쪽이다.”

 

  메의 운용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메 그 자체를 조작·변형시키는 것과 메를 통해 내 몸을 조작·변형시키는 것.

 

  탈루는 모사하려는 대상을 따라 내 몸이 변하는 것을 어째서 몸이 아닌 메가 변형되는 것이라고 말하는지 도통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럼 같은 의태라도 ‘현혹시키는 꽃나비’의 것과는 다른 방식이라는 소리인가요?”

 

  다행히 으뜸신녀의 설명을 곧바로 이해하지 못한 게 탈루 하나만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좋은 질문이구나, 이난나. 맞아. 간단히 말해 꽃나비가 실제 자신의 몸을 변형시키는 쪽이라면, 버마재비는 변형된 메로 자신을 덮어 위장하는 쪽이지. 대충들 알아들었으면 이제 한 번 연습을 해보도록 하자. 방법은 이제까지와 같다. 자신의 메를 느끼고, 원하는 메의 흐름을 상상한 뒤, 거기에 의지를 실을 것.”

 

  거기까지 말한 뒤, 으뜸신녀는 어째선지 곧장 입을 닫고는 뒤로 한 발짝 물러섰다. 지루한 설명을 끝낸 뒤엔 언제나 불친절한 시범이 한 차례 이어졌었던 까닭에, 모두들 의아해하는 기색으로 그녀를 쳐다봤음에도 으뜸신녀는 불만스럽게 인상을 찡그린 것 외엔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그런 그녀의 태도가 당황스럽긴 했으나 탈루는 별 말 없이 자신의 ‘메’를 의식하는데 치중했다. 티브리 으뜸신녀는 평소에도 그리 친절한 선생이라곤 할 수 없었고, 자기 말에 토를 다는 학생을 끔찍이도 싫어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물론, 모든 학생이 탈루와 같이 모범생인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으뜸신녀님! 이렇게 매번 유명한 사냥꾼들이나 신녀님들의 특기를 흉내 내는 게 의미가 있는 일인가요?”

 

  웃으며 말을 꺼낸 이는 으뜸신녀의 천적과도 같은 존재였다.

 

  “그들의 메 활용법을 배운다고 해서 우리가 그 능력들을 쓸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신의 개성이 우리 메에 덧씌워지지 않는 이상엔 죄다 실체 없는 허상에 불과한 것 아닌가요? 지금 연습이라고 하는 것도 사실 메를 요리조리 움직여보는 게 다인걸요. 어차피 우리의 능력도 우리가 받게 될 신에 따라 결정될 텐데…… 완전히 시간낭비 같아요!”

 

  일족내의 일반적인 평가와는 달리, 프타는 결코 바보가 아니다. 간혹 어느 누구도 쉽게 해석할 수 없는 행동을 벌이긴 하나, 탈루는 그조차도 사람들이 그녀의 재치를 곧바로 이해할 수 있을 만큼 명석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왔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탈루는 그가 평소 생각해오던 프타의 대한 평가를 대폭 수정해야 하는 게 아닌가 하고 심각하게 고민했다. 정말로 바보가 아닌 이상에야 저토록 인정사정없이 구겨진 으뜸신녀의 얼굴을 대놓고 무시할 순 없는 것이다.

 

  “고맙구나, 프타. 이제껏 네게 베풀어온 수년간의 교육들을 모조리 다 시간낭비로 만들어 주어서. 하지만 똑똑한 네가 놓치고 있는 게 한 가지 있는 것 같구나. 네가 어떤 신을 받을지 누구도 알지 못하는 만큼, 미리미리 훌륭한 선례들을 학습해두는 게 이후 너의 메 능력을 개발하는데 있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것이란 걸 말이다. 나도 당연히 네가 저 ‘숨어 베는 버마재비’의 의태를 곧장 따라할 수 있으리라곤 생각하지 않는단다.”

 

  탈루는 이글거리는 으뜸신녀의 눈을 저토록 여유 있게 넘길 수 있다는 것이 프타의 가장 불가사의한 점이라고 생각했다.

 

  그때였다.

 

  “맞아! 완전히 시간낭비지!”

 

  작게 웃음지다 못해 배를 움켜잡으며 낄낄대는 이는 다름 아닌 일족의 늙은 우두머리였다. 하지만 프타와는 달리, 그녀는 으뜸신녀의 눈길을 받아치는데 익숙지 않은 듯 보였다.

 

  “미안, 미안해요 티브리. 나도 모르게 웃음이…… 그래, 네가 프타란 아이구나. ‘꾀돌이 붉은여우’ 네마르 유타의 딸. 네 어머니도 너랑 마찬가지로 굉장한 개구쟁이였지. 그래 프타, 그럼 너는 시간낭비인 수업대신에 무엇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달리 하고 싶은 게 있는 게야?”

 

  샤의 물음에 프타가 장난스럽게 웃었다.

 

  “그건 지금부터 생각하면 되죠! 음…… 잠깐 고민 좀 해볼게요.”

 

  그러곤 그대로 생각에 잠겨버린 프타를 어이없게 쳐다보던 으뜸신녀가 곧 분노의 눈길을 샤에게로 돌렸다.

 

  “샤…… 분명 아무 말 않기로……!”

 

  그 순간 샤는 놀랍게도 프타의 불가사의한 능력을 그대로 복제해냈다. 화가 난 으뜸신녀를 그대로 내버려둔 채 천천히 아이들에게로 다가갔던 것이다.

 

  “우리의 개구쟁이가 시간을 가치 있게 쓰는 방법을 궁리해낼 동안 다 같이 얘기나 좀 나눠보는 게 어떻겠니? 거기 배불뚝이 아이야, 이리로 조금만 더 가까이 오렴. 네 이름은 뭐니?”

 

  놀랍도록 다정한 어투로 자신의 치부를 들춰낸 샤에게 후르가 수줍게 대답했다.

 

  “……후르요.”

 

  “그래, 후르. 후르라…… 혹시 하타리 호르의 아들이니? ‘포효하는 회색 곰?’"

 

  “어…… 아니에요. 저희 아버지는…….”

 

  “그렇구나! ‘억센 코끼리’ 가루다 파르의 아들이지? 그렇지?

 

  탈루는 점점 더 붉어지는 친구의 얼굴을 보고 있기가 힘들었다.

 

  “샤, 저 애의 아버지는 ‘달음박질치는 토끼’입니다. 일족의 인원 중 가장 조그마한 남자지요.”

 

  으뜸신녀는 후르가 그의 아버지의 음식까지 죄다 뺏어먹은 못돼먹은 자식이란 걸 말하고 싶은 듯 보였으나, 샤의 반응은 그녀의 기대완 사뭇 달랐다.

 

  “아하, 재빠르기로 유명한 달리기 명수의 아들이로구먼! 그는 단 한 번도 사냥감의 꽁무니를 허용한 적이 없었지. 그래, 그에게 거인의 발톱만한 아들이 있는지는 몰랐구나. 반갑구나, 후르.”

 

  “네…… 저도요, 샤.”

 

  후르의 입가에 엷게 퍼지는 미소를 보니, 탈루는 그가 자신을 배불뚝이라 불렀던 저 늙은 여인을 굉장히 마음에 들어 하기 시작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이제 이쪽이…….”

 

  자신에게로 얼굴을 돌리는 샤를 보며 탈루는 약간의 거북함을 느꼈다. 일족의 우두머리는 대상을 인식하는데 있어 그의 윗세대를 확인하려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탈루의 경우, 그것은 꽤나 난감한 일이었다.

 

  “탈루, 호아 탈루로구나.”

 

  “……안녕하세요, 샤.”

 

  샤는 탈루에게 온화한 미소를 한 차례 지어보인 후, 곧바로 이난나와 휘토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탈루로선 샤가 이미 그의 이름을 알고 있었다는 사실과 별다른 부언 없이 고개를 돌렸다는 사실이 전혀 새삼스럽지 않았다. 그것은 어렸을 때부터 일족의 유명인사였던 탈루에겐 지독히도 익숙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북쪽에서 내려온 버림받은 자들의 아이.

 

  세상에 태어나자마자 수군거림의 대상이 되어야했던 탈루의 또 다른 이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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