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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겨우살이왕
작가 : 지놓
작품등록일 : 2018.12.23

30년전,

각지의 점쟁이들이 한데 모인 자리에서 모든 신들의 죽음이 예언되었다.

신을 죽음으로 몰아넣을 예언의 집행자는 과연 누구인가!

살신(殺神)의 운명을 거머쥐고 태어난 아이들 앞에서 지금,

세계의 운명이 들끓기 시작한다!

#동양판타지

 
2. 영신제(迎神祭) (10)
작성일 : 19-01-11 18:25     조회 : 105     추천 : 0     분량 : 4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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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변이 완전히 잠잠해진 것을 확인한 후, 티브리가 천천히 탈루 쪽을 돌아보았다. 그녀의 눈엔 안쓰러움이 가득했다.

 

  “휘토는 아마도 프타 때처럼 빨리 끝나지는 않을 거란다. 강대함을 자랑하는 신일수록 쉽게 움직이지 않는 법이거든. 어쩌면 이난나 이상으로 시간이 걸릴지도 모르겠다. 네겐 쉽지 않은 기다림이 되겠구나.”

 

  “저는 괜찮아요. 정말이에요.”

 

  티브리의 눈이 불신의 빛을 띠자 탈루가 얼른 덧붙였다. 그리고 그것은 진심이었다. 웬일인지 휘토가 나간 이후부턴 몸 상태가 전에 비해 나아진 듯한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메의 요동도 확실히 줄어들어있었다.

 

  “휘토의 메가 꽤나 압박이 됐었나보구나. 그 뛰어난 능력으로도 간신히 억류해두는 게 최선이었겠지. 지금껏 가장 고초가 심했던 것도 아마 저 아이였을 거다. 그 어마어마한 메의 요동은 분명 소유주에게 커다란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을 테니까.”

 

  탈루는 꼬박 하루를 넘게 정좌해있던 휘토를 떠올렸다. 그의 커다란 메가 잘못 날뛰기라도 했다면 자신을 포함한 모두에게 심대한 악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만약 프타의 말처럼 휘토가 까딱 졸기라도 했더라면, 과연 어떤 사달이 났을지 상상만으로도 끔찍했다.

 

  “다행히 네가 있었기에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우리는 애초에 막사를 몇 개 더 설치했어야 했을 거다. 휘토는 물론이고, 이난나의 메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었으니까. 거기다 프타 녀석까지 있었으니…… 나는 그 개구쟁이 녀석이 뭔가 사고를 칠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나…….”

 

  “……제가 있어서라뇨?”

 

  “응?”

 

  “제가 있어서 다행이었다는 식으로 방금…….”

 

  “그렇지. 근데 그게 왜?”

 

  으뜸신녀는 탈루의 물음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듯 보였다.

 

  “그러니까 왜 그렇게 생각하시는 거죠?”

 

  그제야 탈루의 말을 제대로 알아차린 듯, 그녀의 표정이 묘하게 변했다.

 

  “그렇지…… 본인은 모를 수도 있겠군. 아이들이 따로 말해주진 않은 모양이구나. 네겐 뭐랄까…… 특별한 능력이 있단다. 그것은 아마도 네 메에 선천적으로 깃든 능력일거야.”

 

  “……능력이요?”

 

  “너는 다른 이들의 감정이나 메의 떨림을 차분히 가라앉혀준단다. 언젠가부터 내가 소리만 질렀다하면 후르가 너를 찾아 데려왔었지. 혹시 이상하다 생각해본 적 없니?”

 

  “그건…….”

 

  그러고 보면 후르도 종종 저와 같은 말을 하곤 했었다. 함께 있으면 진정이 되는 것 같다느니, 떨림이 멎는 것 같다느니…… 하지만 탈루는 그걸 자신의 능력이라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누구나 함께 있으면 안정이 되는 이가 있지 않은가. 자신에겐 ‘잠든 신’이 그 대상이었고, 후르에겐 바로 자신이 그 대상이 된 것으로만 알았던 것이다.

 

  또 으뜸신녀가 자신을 보며 종종 화를 가라앉히는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그건 자신과 함께 있을 때면 으레 후르의 징징거림이 줄어들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게 자신의 메에 깃든 능력이다니…… 탈루로선 쉬이 받아들이기 힘든 해석이었다.

 

  “그럼 이제껏 제가 으뜸신녀님의 분노도 가라앉혀왔다는 건가요? 후르가 그걸 알고 저를 데려갔던 것이고?”

 

  “그렇지, 그것이 바로 너의 능력이란다. 굉장한 것이지.”

 

  하지만 탈루는 티브리의 자랑스러워하는 기색이 다소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하지만 저는…… 제가 무슨 대단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어요. 저는 그냥 평범할 뿐인데…… 샤도 그렇고, 으뜸신녀님도 그렇고 저를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잘 모르겠어요. 또 휘토도…….”

 

  “응? 휘토?”

 

  탈루는 그녀에게 좀 전에 있었던 휘토와의 일을 들려주었다. 으뜸신녀는 탈루가 들려준 이야기에 꽤나 충격을 받은 기색이었다.

 

  “휘토의 말과 생각을 우리가 온전히 다 이해할 순 없단다. 그 애가 네게 그 이야기를 들려준 까닭은…… 글쎄, 휘토는 자신이 불새 신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었나보구나. 그건 물론 그럴 수 있단다. 그 분께선 초대 샤를 제외한 그 누구에게도 자신의 힘을 허락지 않으셨으니까. 결코 확신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겠지. 하지만 그렇다고 자신이 ‘그’ 메의 주인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까지 했을 줄은 정말이지 몰랐구나. 정말로 몰랐어…….”

 

  그러고 으뜸신녀는 잠시간 말을 멈추었다. 생각을 정리하는 것 같기도 하고, 정리되지 않는 생각에 넋을 놓은 것 같기도 했다.

 

  “우리가 휘토를 불새의 후계자로 여긴 데는 사실 여러 이유가 있단다. 비단 그 애의 메가 어마어마하게 컸기 때문만이 아니야. 휘토는 메를 다루는데 있어 천부적인 재능을 지니기도 했고, 또 불꽃을 다루는 신들께 대대로 사랑받아온 ‘누마’의 핏줄이기도 하지. 그러나 무엇보다도 우리를 확신하게 만들었던 건, 10년 전 동쪽일대의 하늘을 찢어발기며 등장했던 바로 그때 ‘그’ 메 때문이었단다. 세계를 뒤흔들 운명의 ‘메’가 별의 모습을 빌려 세상에 떨어졌었던 거지. 그래, 바로 너희들이 태어난 그 해에 말이다.”

 

  으뜸신녀의 이야기는 이제껏 단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놀라운 것이었지만, 탈루가 보인 반응은 오히려 실소에 가까운 웃음이었다. 탈루로선 누가 봐도 명실상부한 이 놀라운 이야기의 주인공이 갑작스레 자신을 주인공 후보에다 올려두고 갔다는 사실이 무척이나 어이없게 느껴졌던 것이다.

 

  “그렇다면 휘토는 뭔가 단단히 착각을 한 게 틀림없어요. 아니, 그 애가 아니면 도대체 누가 ‘그’ 메의 주인이겠어요? 애초에 휘토만한 메의 크기를 지닌 사람이 또 어디 있다고…… 이난나와 우리 셋을 합쳐도 그 애 하나만 못한 걸요?”

 

  탈루의 말에 티브리가 묘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물론 메의 크기가 한 사람에게 어떠한 운명이 주어졌는가를 짐작케 하는 척도가 될 순 있단다. 주어진 운명을 수행하기 위해 창조신에게 양도받은 힘이 바로 메니까 말이야. 하지만 그렇다고 메의 크기가 전부를 의미하는 건 아니란다. 메의 크기는 고작해야 한 가지 요소일 뿐이야. 주어진 운명을 수행하는데 필요한 것은 메 이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단다. 그래, 개인의 기질이나 의지와 같은 것들 말이다. 한 번 생각해보렴. 여기 한 쪽엔 그 옛날 요란(妖亂)의 시절, 초대 샤와 함께 대요괴들을 척살하고 다녔던 ‘요괴 잡아먹는 푸른매’가 있다. 그리고 또 다른 한 쪽엔 요란이 진정된 이후, 초대 샤의 뒤를 이어 동쪽의 일족들을 규합해 평화를 정립시킨 2대 샤 ‘어디에나 있는 황금제비’가 있지. 누구의 메가 더 컸을 것 같니?”

 

  그리 어려운 질문은 아니었다. 전설처럼 내려오는 ‘요괴 잡아먹는 푸른매’의 강력함은 수업시간에도 자주 언급된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푸른매요.”

 

  탈루의 대답에 티브리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어디에나 있는 황금제비’의 운명이 푸른매의 것보다 초라하다고 할 수 있을까? 혹은 세계의 운명에 미친 영향이 더 적은 것 같니?”

 

  탈루는 천천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티브리의 미소가 조금 더 짙어졌다.

 

  “단순히 메의 크기가 운명의 중요도를 나타내는 것은 아니란다. 또한 운명이라는 것 자체가 애초에 어느 누구에게 가늠될만한 종류의 것이 아니지. 내 말이 무슨 말인지 알겠니?”

 

  “하지만…….”

 

  “그래, 탈루. 어쨌거나 나 역시 휘토가 아닌 네가 ‘그’ 세상을 뒤흔들 운명의 메의 주인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단다. 적어도 아직까진 말이다. 하지만…….”

 

  그 순간 티브리의 눈이 번쩍 하고 빛을 뿜어냈다.

 

  “너 역시 휘토만큼이나 특별하단다. 그래, 휘토가 그렇게 생각하게 된 데엔 분명한 이유가 있어. 그 애의 생각을 정확히는 모르겠다만 아마 내가 느끼고 있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을게다. 탈루, 너는 네 생각보다 훨씬 더 특별한 아이란다.”

 

  아마 후르였다면 티브리의 이 말에 감동하여 울컥 눈물을 흘렸을지도 모른다. 그 애는 언제나 다른 사람들의 인정을 갈구했으니까. 하지만 탈루는 달랐다. 탈루는 자신이 평범하다는 것에 절망하지도, 분통을 터뜨린 적도 없었다. 자신은 그저 그게 사실일 뿐이고, 자신에게 괜한 기대를 하여 실망하게 될지도 모를 사람들을 염려했을 뿐이다.

 

  그렇기에 저렇게까지 눈을 반짝이며 용기를 주려는 티브리의 행동은, 물론 감사한 것이긴 하나 조금쯤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었다.

 

  “어…… 으뜸신녀님 고마워요, 그렇게 말씀해주셔서. 그렇긴 한데…….”

 

  “내 말을 믿지 않는구나.”

 

  그 순간 낮게 깔린 티브리의 고요한 음성은 움직거리려던 탈루의 입을 단번에 막아 세우는 것이었다.

 

  “너희에게 오기 전에 누군가에게 질문을 받았단다. 특별할 것 없는 흔하디흔한 질문이었지. 나더러 너희들의 신을 예측해보라고 하더구나.”

 

  탈루는 묘하게 단호함이 서린 눈으로 자신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으뜸신녀의 얼굴에서 자신의 할아버지를 떠올렸다. 무뚝뚝하기 이를 데 없는 그는 언제나 입 대신 눈으로 자신의 감정을 전달하곤 했다. 그의 눈길에서 탈루가 가장 많이 느껴온 감정은 다름 아닌 신뢰였다.

 

  “너의 신에 대해 떠올리려 했을 때 나는 그만 깜짝 놀라고 말았단다. 왜냐면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거든. 그건 분명 기이한 일이었지. 한 번도 경험해본 적 없는 일이었어. 학당관리자 정도가 되면 굳이 떠올리려 하지 않아도 아이들의 신이 대충은 다 보이는 법이거든. 물론 그게 다 맞는다는 건 아니지만 말이다.”

 

  티브리가 눈을 한 차례 찡긋해 보인 후, 재차 말을 이어갔다.

 

  “하지만 그보다도 더욱 이상하게 느껴졌던 건, 너의 신이 떠오르지 않았음에도 그다지 불길하다거나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지 않더라는 것이었단다. 왜 그랬을까?”

 

  “음…… 글쎄요?”

 

  “심지어 그때 나는 내가 너의 신에 대해 이제껏 단 한 번도 궁금해 해본 적이 없었다는 걸 깨닫기도 했단다. 웃기지 않니? 내가 왜 그랬을까?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탈루는 으뜸신녀의 물음은 물론이거니와, 그녀가 저처럼 함박웃음을 띠우고 있는 이유조차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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