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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벽속의 남자
작가 : 탁지원
작품등록일 : 2017.12.18

기술의 진보가 심화되면 그것은 마법과 같게 됩니다.
지금 인류는 인류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의 기술 혁명의 초입에 와 있습니다.
이제 AI는 여태까지 인류가 축적한 지식보다 몇십만년을 앞서 갈 것이고
생명공학과 나노공학은 인간의 생태적 특성을 근본적으로 바뀌어 놓을 것입니다.
이는 곧 기술을 선점한 인간들중에서 신이 출현한다는 것입니다.
새로운 인류의 출현 앞에 현생 호모 사피엔스들은 어떠한 선택의 여지가 있을까요.

이제 주인공은 신이 될지 인간으로 남을지에 관하여 자신이 운명을 선택해야만 합니다.

 
6. 공포스러운 6월 모의고사 성적표
작성일 : 17-12-18 17:28     조회 : 19     추천 : 1     분량 : 3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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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날 이후, 6월말에 모의고사 성적표가 나오기 전까지 민변구는 별 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마치 그 날 아무런 일도 없었던 것처럼.

 

 어떻게 남한테는 그런 공포감과 모멸감을 안겨주고는 자신은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저렇게 신이나서 즐겁게 행동할 수 있을까. 보통사람이라면 절대 저렇게 할 수 없을 것이다. 그것은 뻔뻔한 민변구와 V4이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1학년 1학기부터 이런 고행의 연속이라니. 나는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하여 세가지 방법을 생각했다. 세가지 중에 <자퇴>와 <전학>은 어머니 때문에 이미 포기한 방법이고 남은 것은 <케익과 봉투>를 담임에게 주고 나를 보호해달라고 부탁하는 것인데 이 놈의 담임은 도대체 얼마나 더 처먹어야 나를 위해 움직이겠다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아니, 애초에 민변구와 V4 패거리 앞에서 돈으로 어떻게 해보겠다는 것 자체가 틀려 먹은 생각이었다.

 

 성적표가 나오던 날, 난 내 눈을 의심했다. 3등급 이라니…대충 치뤘던 3월 모의고사에서도 한국사는 기본으로 2등급은 받았는데 어떻게 더 성적이 떨어질 수 있단 말인가. 거의 전교에서 꼴찌 수준이였다. 더불어 과탐도 형편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생각해보니 4,5교시가 전부 다 엉망으로 나왔다. 내가 가장 자신 있어 하는 과탐도 마찬가지로 폭탄을 맞은 수준이였다. 정확히 민변구가 날 갈구기 시작한 4교시 이후부터 제대로 된 정신으로 시험을 치루지 못한 것이다.

 

 슬쩍 뒤를 고개를 돌려서 민변구쪽을 바라 보았다. 그 놈은 성적표에 관심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 옆에 놈하고 신이 나서 떠들고 있었다.

 

 ‘혹시 별로 신경 안쓰는 건지도 몰라’

 

 나는 작은 희망을 가졌다. 그리고 다음 날 점심시간이 되었다.

 

 그날도 나는 단짝 맹기남 뒤에 붙어서 마치 좀비처럼 힘없이 식판을 들고 줄을 서 있었다. 맹기남은 나의 기분에 아랑곳하지 않고 평소때처럼 정신없이 수다를 떨고 있었다. 그때 반장 신영귀가 나한테로 다가왔다.

 

 “야! 심장. 너 좀 보잰다. 민변구가.”

 

 난 놀라서 하마터면 식판을 떨어뜨릴 뻔 했다.

 

 ‘올 것이 왔구나’

 

 끌려가는 나의 뒤통수에 아이들의 호기심스럽고도 걱정스러운 시선이 동시에 날아오는 것을 느꼈다. 그 중에 분명 선영이도 있으리라.

 

 사형장에 끌려가는 죄수처럼 신영귀의 뒤를 따라 학교 뒤 쓰레기 소각장으로 끌려 갈 때 난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나를 어떻게 할 것인가? 죽일까? 고문을 할까? 돈을 뺏을까? 성적이 안나온 건 뭐라고 변명을 하지?’

 

 벌벌 떨면서 어느새 소각장까지 끌려 갔다. 거기에는 민변구와 차동팔이 담배를 피면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이 심장! 너 나한테 뭐 할 말 없냐?”

 

 민변구가 먼저 이렇게 말하면서 나한테로 천천히 다가왔다. 그리고는 갑자기 친근한 척하면서 나한테 슬쩍 헤드락을 걸었다. 차동팔은 심드렁하게 쳐다 보고 있었고 심부름을 한 신영귀는 소각장 앞에서 망을 보기 시작했다.

 

 “한국사가 아주 환상으로 나왔드라…이 씨뿔롬이 일부러 시험을 망쳐!”

 

 난 일부러 시험을 망친 적이 없었다. 내가 미쳤는가. 너 같은 놈 때문에 내가 자살골을 넣게. 하지만 민변구는 나의 생각에 아랑곳 하지 않았다. 그는 헤드락을 건 팔뚝에 힘을 주었다. 나의 머리통은 점점 깨질 듯이 조여왔다.

 

 “어이 심장. 넌 친구의 간절한 부탁을 요렇게 싸가지없게 외면하고도 잠이 잘 오냐?”

 

 난 한번도 민변구를 친구라고 생각해 본적이 없다. 나는 그저 그가 생태계 피라미드에서 나보다 높은 위치에 있는 포식자라고 생각했을 뿐이다.

 

 그렇게 헤드락을 당한 채 나는 민변구에 끌려 요리조리 소각장 부근을 개처럼 끌려 다녔다.

 

 “야. 덥다. 대충 하고 보내라.”

 

 담배를 비벼 끄면서 두번째 담배를 꼬나 물던 차동팔이 귀찮다는 듯이 툭 뱉었다. 난 그런 차동팔이 갑자기 너무나 고마워졌다. 하지만 민변구를 차동팔의 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나에게 헤드락을 건채 장난스럽게 말을 걸어 왔다.

 

 “야. 니네 집에 누나 있냐? 이 세키 곱상하게 생긴 게 집안에 여자 있으면 꽤 반반할 거 같지 않냐?”

 

 민변구는 차동팔을 바라보며 낄낄 거렸다. 심심해하던 차동팔도 망을 보던 신영귀도 같이 따라서 낄낄거렸다. 나는 이 잔인한 상황이 어떻게 끝이 날지 아무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저 머리에 전해지는 고통만이 점점 참지 못할 수치심으로 벌겋게 변해만 가고 있었다.

 

 ‘제발 아무도 이 광경을 보지 않기를’

 

 중학교 시절 빵셔틀을 하던 놈을 본 적이 있었다. 그 놈은 나처럼 몸이 안좋은 아이였는데 반 아이들은 돌아가며 그 아이를 괴롭했다. 심지어 그 아이는 여자아이들한테도 발길질을 당했는데 그는 이런 일을 당하고도 그냥 실실 웃으며 참았다. 그것이 상황을 더 악화시켜 그 아이에 대한 따돌림과 괴롭힘은 점점 심해지기만 하였다. 결국 그 아이는 일학년을 마치지 못하고 증학교를 자퇴하였다. 그 아이와 나의 차이라면 난 집에서 돈을 갖다 바쳐 선생들로 하여금 보호를 받았다는 것 뿐이였다.

 

 난 그런 일이 나한테 벌어질 것이 두려웠다. 그 왕따와 놀림, 그리고 끝을 알 수 없는 수치심. 난 도저히 그것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제일 두려운 것은 선영이…선영이가 만일 지금 헤드락에 잡혀 바둥거리는 내 모습을 본다면…난 정말 학교 옥상에서 뛰어내리고 말 것이다. 그것이 제일 걱정되었다. 선영이가 볼까 봐…

 

 민변구에 의해 그렇게 헤드락을 당한채 끌려 다니고 있을 때, 이번엔 누군가 소각장쪽으로 다가 왔다.

 

 ‘선생님…아니면 수위 아저씨라도…’

 

 난 제발 누군가 나를 구해주기를 바랬다. 그러나 그는 정반대의 인물이였다. 나타난 인물은 바로 에릭 방이였다.

 

 ‘하이 에릭, 홧짭!”

 

 차동팔이 되처먹지도 않은 영어로 에릭 방에게 말을 걸었다. 민변구는 좀 덥다는 듯이 나한테 걸은 헤드락을 풀어 줬다. 그에게서 풀려난 나는 어지럼증을 느끼며 씨벌건 얼굴로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다. 도망갈 생각도 소리 지를 생각도 하지 못했다. 그냥 얼어 붙은 듯이 그자리에 서 있을 뿐이었다.

 

 에릭 방은 마치 먹잇감을 감상하듯이 천천히 내 주위를 맴돌았다. 나와 교실에서 눈이 마주칠 때 느껴지던 그 섬뜩함이 그대로 전해져 왔다. 난 그와 내가 같은 열일곱 고등학생이란 것이 밑겨지지 않았다. 어떻게 같은 또래 나이의 남자아이가 이렇게 정반대의 입장에 서 있을 수 있을까.

 

 아무 말 없이 에릭 방이 내 주위를 맴도는 동안 민변구가 툭툭 내 가슴을 치기 시작했다. 난 반사적으로 왼쪽 가슴을 반대편으로 돌렸다.

 

 “어이 심장…너 심장에 기계 달고 다닌다며? 한번 까봐”

 

 민변구…이놈의 아버지가 부두목으로 있는 부산의 팔성파는 대한민국 마약시장의 팔할을 장악하고 있다고 했다. 가끔씩 민변구가 점심시간 이후에 교실에 들어올 때 코에 흰가루가 묻어 있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지금 이 놈은 나한테 무슨 짓을 할지도 모른다.

 

 “어…어떻게 심장을 까봐…그리고 기계 같은 거 없어…”

 

 “까보라면 까봐! 이 세키야!”

 

 민변구는 내 가슴팍에 주먹을 질렀다. 난 필사적으로 내 왼쪽 가슴에 있는 심장을 보호하려 몸을 움츠렸다.

 

 나의 갸날픈 심장…그리고 얇은 판막…그의 주먹질 한방에 내 판막이 찢어져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온 몸이 벌벌 떨렸다.

 

 “아쭈구리…똑바로 안스나…근데 이 시키가…”

 

 그의 치켜든 오른손에 나는 그만 움츠려 들었다. 주인에게 얻어 터져 낑낑 거리는 강아지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지금의 나일 것이다. 난 지금 코너에서 몰려 가드를 내린 채 완전무방비 상태에서 그냥 민변구의 처분만을 바라고 있을 뿐이였다. 그리고 점심시간이 끝나기 전까지는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아 있었다.

 

 나는 나에게 주어진 가냘픈 육체와 하염없이 긴 점심시간을 원망하면서 V4에 둘러 쌓인 채 그냥 그렇게 그 자리에 서있을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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