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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사냥꾼 (모습을 보이다.)
작가 : 노랑병아리
작품등록일 : 2017.11.21

언젠가부터 사람들 사이에 소문이 돌았다.
힘없고 가진 것 없는 이들을 도와준다는 현대판 홍길동이 존재한다고.
누구는 뱀파이어, 그 누구는 인간의 피를 탐하는 자라 비밀스레 불리 우는 이__

인간이 인간을 헤하는 세상.
인간보다 더 인간 같은 또 다른 이들이 법으로 해결할 수 없었던 수많은 사건들과 힘 있고 빽 있는 권력을 가진 사람들의 매서운 갑질에 당하기만 하는 가난하고 힘없는 자들의 억울함을 풀어주는 이미 죽어버린 심장을 가진 이들이 겪는 단 하나의 사랑과 우정, 그리고 종족이 다른 이들에 서로의 대한 믿음에 관한 이야기다.

 
만남..
작성일 : 17-11-21 20:59     조회 : 39     추천 : 0     분량 : 8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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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깊은 산 속..

 해주가 가방을 둘러메고 조심스레

 내려온다.

 주위를 살피며 많이 지친 듯 숨소리가

 거칠어지고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비틀거리다 순간 발을 헛디뎌 무언가

 잡을 틈도 없이 미끄러져 내려간다.

 소리조차 지르지 못하고 놀라 흙투성이가

 되어 스르르 멈춰서는 곳.

 예상치 못한 큰 바위가 해주를 뒤로하고

 박혀있다.

 간신히 숨을 내쉬며 힘겹게 그 바위에

 기대어 앉는 해주다.

 누구 없냐고 애타게 부르지만

 되돌아오는 건 자신의 똑같은 목소리 일뿐

 인기척조차 들리지 않는 적막함만 해주를

 차갑게 감싼다.

 큰 한숨을 내쉬며 목이 마른 듯 물병을

 꺼내들어 마시는 마지막 한모금의 물.

 해주는 짜증을 내며 괜한 물병에

 화풀이를 하다 이내 자신의 처지가

 어이없는 듯 피식 웃어버린다.

 

 “씨, 몰라.

  이젠 힘들어서 걷지도 못하겠다.”

 

 모든 걸 포기 한 듯 뒤로 기대어

 눈을 감는 해주다.

 

 “벌 받았네. 실컷 남 욕하다 혼자

  이 꼴이 돼서 뭐하는지 몰라. 이래서

  사람은 잘난 척도 때를 봐가며 적당히

  해야 하는 건데.”

 

 잔잔하게 웃던 해주의 웃음소리는

 생각할수록 기막힌 듯 점점 더 크게

 산을 울린다.

 서서히 날이 저물고 나무들 사이 햇빛은

 모습을 지워간다.

 불어오는 바람과 함께 어디선가 들리는

 바스락 소리에 해주는 웃음을 멈추고

 긴장된 얼굴로 주위를 살핀다.

 누구냐고 물어봐도 아무 대답 없이

 숲을 헤치는 소리만 들리다 이내 으르렁

 소리와 함께 천천히 모습을 보이는

 사나운 들개들이다.

 마치 먹잇감을 노리듯 해주에게 날카로운

 이를 드러내며 다가오는 것 들.

 해주는 두려움에 떨며 손에 잡히는 대로

 내던지지만 끔쩍도 하지 않고 더욱

 위협하 듯 소리만 커지는 들개들이다.

 며칠이라도 굶은 듯 해주를 쳐다보는

 눈빛이 살기를 띄운다.

 떨리는 손으로 가방을 집어 품에 안으며

 바르르 떠는 자신의 몸을 감싸는 해주다.

 

 “등을 보이지 마라.”

 

 문득 생각나는 글귀..

 혹여 자신의 나약함을 들킬까 가방을

 안은 두 손에 힘을 주고 천천히 바위에

 기대어 일어난다.

 해주가 움직이는 것만큼 그 만큼 점점

 더 조여 오는 들개들.

 그 순간 우렁차게 들리는 늑대의 힘찬

 울음소리와 함께 멈춰서는 들개들이다.

 그 소리가 너무나 가까이 들려 해주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들고 가픈 숨소리로

 천천히 뒤를 돌아본다.

 늑대다.

 빨간 눈빛으로 자신을 노려보는 분명

 거대한 늑대인 것이다.

 놀라 힘없이 주저앉는 해주..

 얼이 빠진 듯 몸이 굳은 체 움직여

 주질 않는다.

 등줄기에 싸늘함이 스쳐간다.

 늑대는 바위 꼭대기에 올라서 마치

 자신이 왕이라도 되는 듯 회색 빛 털을

 곧게 세워 보이며 큰 몸짓으로 노려본다.

 어떻게 이곳에, 아니 지금 자신의 눈앞에

 책에서나 볼법한 늑대 한 마리가 서 있다.

 무서움과 두려움도 잠시 해주는 자신도

 모르게 늑대 모습에 반한 듯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다.

 곧이어 들개들의 울음소리..

 잠시 멈칫하던 모습도 이내 사라지고

 금방이라도 달려 들 듯 더욱 더 사나워지는

 소리다.

 그와 함께 해주에게 달려드는

 들개들 중 한 마리,

 그리고 바위에서 뛰어내리는 늑대..

 해주의 비명소리만 깊은 산에

 울려 퍼진다.

 

 따스한 햇살이 작은 창을 통해 누워있는

 해주의 얼굴을 비춘다.

 나무로 만들어진 아담한 거실 창가

 소파에 해주는 정신을 잃은 체 하얀 얼굴만

 내보이고 누워있다.

 무슨 악몽이라고 꾸는 듯 한번 씩 얼굴을

 찌푸리고 가쁜 숨을 몰아쉬다 이내 또다시

 조용해진다.

 이때 조용히 다가와 식은땀을 흘리는

 해주의 이마를 조심스레 닦아주며 한참을

 빤히 바라보다 자리를 떠나는 남자..

 설찬 이다.

 그리고 그 빈자리를 채우는 늑대 한 마리

 아니 자세히 보니 늑대와 닮은 회색 갈기가

 참으로 잘 어울리는 몸짓이 제법 큰 개

 한 마리가 웅크리며 앉는다.

 

 “네가 미안해 할 필요 없어.

  네 잘못 아니야.”

 

 슬쩍 개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문을 나서는 설찬 이다.

 또다시 해주는 몸을 움츠리며 악몽을

 이어간다.

 

 나무 사이사이를 빠르게 달리는 설찬.

 바람과 같이 아니 그보다 가볍게 그리고

 빠르게 뛰어 오르며 빛나는 눈으로 무언가

 찾고 있다.

 큰 나무들로 가려진 햇빛은 설찬에게

 그늘을 만들어주고 서서히 불어오는

 바람은 시원함을 안겨준다.

 이때 빨갛게 번쩍이던 눈이 가리키는 곳,

 재빨리 뛰어내려 다가선다.

 노란 꽃이 이끼들 사이에 작은 무리를

 만들어 숨어있다.

 설찬은 기분 좋은 듯 피식 웃으며

 작은 꽃 한 송이를 낚아채 다시 세차게

 뛰어올라 그곳을 빠르게 벗어난다.

 

 허물어져 가는 작은 식당.

 외관은 볼품없이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이 이곳저곳 성한 곳이 없다.

 그래도 한때는 이 집의 음식을 찾아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며 기다리던

 곳이었는데 언젠가부터 쓸쓸한 바람만

 스치는 텅 빈 식당이 되어버렸다.

 주인으로 보이는 연세가 지긋하게 드신

 할머니 한분이 주방에서 여전히 국밥을

 끓이며 손님들을 기다리고 그 냄새에

 들어오는 이, 지나가는 노숙자 김씨와 박씨

 두 명뿐이다.

 그래도 반가운 얼굴로 그들을 맞이하며

 큰 그릇에 듬뿍 부어 상을 차리는 할멈이다.

 

 “뜨거우니 조심히 드시구려.

  많이 있으니 부족하면 말하고.”

 

 미안한 마음에 눈도 제대로 쳐다보지

 못하는 그들에게 인자한 미소를 보이는

 할멈은 그들의 마음을 아는 듯 주방으로

 자리를 비켜준다.

 

 “우리가 뭐 도울게 없나..

  이러면 안 되는데 염치도 없이 자꾸

  오게 되네 그려.”

 

 김씨가 수저를 들며 혹여 들릴까

 속삭이듯 말한다.

 

 “우리 주제에 도울게 뭐 있어? 마음은

  굴뚝같지만 돈이 있나, 빽이 있나 나눠줄

  것 하나 없는데 무슨 수로 도와드려?

  그래도 이렇게 얼굴이라도 한 번씩

  보고가야 마음이 편하니 염치라도

  어쩔 수 없이 오는 거지.”

 “세상이 참으로 못됐어. 나쁜 사람

  투성이야. 신이 있다면 괜한 사람

  억울하게 만들지 말고 양심 없는

  나쁜 인간들이나 쳐 잡아가지

  뭐하는지 몰라.”

 

 끝까지 말을 잇지 못하고 억울한 듯

 냅다 물을 마시는 김씨다.

 어느새 주인 할멈은 가게 앞으로 나와

 쪼그리고 앉아있다.

 햇빛에 비추는 눈가에 눈물이 맺혀

 할멈은 누가 볼세라 손으로 급히

 닦아내며 아무 일 없듯 다시 가게

 안으로 들어간다.

 

 해주의 놀란 비명소리.

 자신 앞에 웅크리고 앉아 쳐다보는

 개를 보고 소파에 쪼그리고 앉아 이불을

 끌어당긴다.

 여기가 어딘가..

 주위를 살필 틈도 없이 그저 자신 앞에

 앉아있는 개를 늑대라 생각하며 아무말도

 못하고 떨고만 있다.

 그때 안으로 들어서는 설찬..

 해주를 향해 수건을 냅다 던진다.

 

 “땀 좀 닦아. 냄새 난다.”

 

 인상을 찌푸리며 차갑게 말을 건네는

 설찬을 보며 해주는 그제야 주위를

 살핀다.

 아담한 거실, 나무 향이 해주 코끝을

 스치고 작은 창가로 들어오는 햇살은

 자신을 따스하게 감싸주며 이름도 모를

 남자가 건네는 찻잔을 자신도 모르게

 받아들이며 그제야 자신 앞에 웅크리고

 있는 덩치 좋은 늑대는 자세히 보니

 아주 근사한 개인 것이다.

 

 “하랑, 자리 좀 비켜.

  손님이 너보고 또 기절할라.”

 

 피식 웃으며 놀리 듯 말하는 설찬을

 보며 하랑은 말길을 알아듣는 듯 조심스레

 일어서 거실 구석으로 가 해주를 쳐다보며

 앉는다.

 찻잔을 들고 있는 떨리는 해주의 손이

 천천히 멈추고 그와 동시에 해주의 눈길이

 하랑을 향해 멈춘다.

 

 “당신 목숨 구한 은인. 들개들한테 물려

  죽을 걸 지 몸 받쳐 구해준 은인.”

 “은인?”

 “그럼 짐승이라 해야 하나?”

 “아, 아니, 그런 뜻이 아니라.”

 

 해주는 당황한 듯 말을 더듬거리고

 설찬은 그런 해주가 마음에 들지 않은 듯

 인상을 찡그린다.

 하랑은 해주의 눈빛을 한참 쳐다보다

 조용히 자리에 누워 얼굴을 숨기며

 햇빛을 가려준 커튼을 그늘삼아 잠을

 청한다.

 해주는 안정이 된 듯 차를 마시며 하랑 옆

 의자에 앉아있는 설찬을 바라본다.

 핏기라곤 볼 수 없는 창백한 얼굴..

 웃음이 가려진 꽉 다문 입술..

 눈 까지 내려온 새까만 머리칼이

 그 모습들을 더욱 차갑게 만든다.

 어디선가 본 듯한 아니 자신과는 너무

 동떨어진 것 같은 그 외모가 해주에게

 은근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자신의 눈길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며

 아니 꼭 쏘아보듯 쳐다보는 설찬의 강한

 눈빛에 얼굴을 피하지도 그렇다고 똑바로

 쳐다볼 수 없는 상황에 어쩔 줄 몰라 하며

 그새 자신도 모르게 얼굴이 빨개진다.

 

 “뭐야? 뭘 그렇게 빤히 쳐다 봐.

  사람 민망하게 시리.”

 

 속으로 혼잣말을 삼키며 헛기침을 하고

 고개를 돌리는 해주.

 그 모습에 슬쩍 입 꼬리가 올라가는

 설찬이다.

 

 “여기가 어디에요?”

 “산”

 

 조심스레 묻는 해주의 질문에 의외로

 설찬의 답은 짧았다.

 

 “아니, 산인 거 몰라 묻나?

  제 말은 지금 이 곳이 어디냐고..”

 “산. 산속 내 집이라고 말해야 알아듣나?”

 

 자신의 말을 끊으며 짤막하게 답을 하는

 설찬의 모습에 어이없어하며 말을 잇지

 못하는 해주다.

 

 “당신이 있는 곳은 깊은 산속, 여기까지

  어찌 왔는지 모르겠지만, 뭐 알고 싶지도

  않고. 어찌됐든 죽을 목숨 때마침 하랑이

  구해줬고 이렇게 내 집에서 정신을

  차린거지. 인간들은 다 그런가? 우선

  고맙단 말 정도는 해줘야 하는 거 아닌가?”

 “인간들? 마치 당신은 인간이 아니라는

  듯 말하네요.”

 “모르지.. 내가 인간일까?

  아니면 귀신일까?”

 

 해주를 놀리는 재미에 설찬은 어느새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치, 미안하지만 귀신같은 거 믿지 않는

  인간 중에 한명이거든요. 놀릴래면 좀

  그럴 싸한 말을 하던가. 한두 살 먹은

  애도 아니고 귀신은 무슨. 개뿔.”

 

 만만치 않게 꼬박꼬박 말대꾸하는

 해주의 모습에 하랑은 슬쩍 머리를

 돌려 쳐다본다.

 설찬은 오묘한 표정으로 팔짱을 끼며

 뒤로 기대어 앉는다.

 

 “미안, 시과가 늦었어.

  구해줘서 고마워.”

 

 살짝 손을 흔들어 보이며 입가에

 미소가 번지는 해주다.

 하랑은 무심한 척 머리를 돌리고

 다시 자신의 품속에 얼굴을 감춘다.

 

 “자식, 차갑네.”

 

 혼잣말을 하며 차를 마시는 해주..

 설찬은 그런 그녀를 의미심장하게

 쳐다본다.

 

 어느새 따스한 햇살이 구름에 가려져

 금방 비라도 내릴 것처럼 온통 회색빛이

 도는 공원이다.

 점심의 여유를 즐기던 사람들의 발걸음이

 점점 빨라지며 공원을 벗어난다.

 커피를 마시며 의자에 앉아 있는

 김씨와 박씨는 그들을 부러움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며 서로 말없이 커피만

 마시다 김씨가 조심스레 말을 꺼낸다.

 

 “그 소문 들어봤어?”

 “소문?”

 

 아무것도 모르는 듯 멀뚱하게 쳐다보는

 박씨에게 또 다시 말을 이어간다.

 

 “요즘 우리같이 빽 없고 힘없는 사람들

  억울함을 풀어주는 이가 있다는데. 몰러?”

 “아, 소문은 그저 소문일 뿐이야. 홍길동도

  아니고 요즘같은 세상에 남의일이 선 뜻

  나서는 사람이 어딨어? 그것도 만만치

  않은 일인데.”

 “왜, 얼마 전 사건도..”

 “뭔 말이 하고 싶은 겨?”

 “아니, 주인 할멈 불쌍 찬아.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건 아니지 싶어서. 가진 게 없으니

  도울 수도 없고 그냥 넘기자니 그동안

  얻어먹은 밥이 목에 탁 걸려서 자꾸 신경

  쓰이네. 정말 그 홍길동 같은 이 좀 있음

  찾아볼까 싶어서 그러지.”

 

 한숨을 크게 내쉬며 억울한 듯 다 마신

 종이컵을 구겨 되는 김씨다.

 어떤 말을 해도 서로에게 도움조차 줄 수

 없는 자신들의 신세가 더욱 초라함을

 안겨주는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다.

 때마침 그들 앞을 지나가는 큼직한

 개 한 마리, 잠시 멈칫하며 김씨와 박씨를

 쳐다본다. 하랑이다.

 

 “허 참, 뉘 집 갠지 꽤 탐나게 생겼네 그려.”

 “개 팔자가 상팔자라고 딱 맞는 말일세.

  우리보다 더 난 놈이야. 내 생전 지나가는

  개를 부러워하기는 또 첨일세.“

 

 부드럽고 풍성한 털이 온 몸을 감싸 안아

 딱 봐도 멋스러움을 자아낸다.

 김씨와 박씨는 그런 하랑을 보고 서로

 푸념하듯 투덜댄다.

 어느새 비가 올 것 같은 어두운 하늘은

 또 다시 구름사이로 햇살이 모습을

 보이고 바람이 찰랑인다.

 그사이 하랑은 그곳을 벗어나 모습을

 감춘다.

 

 잔잔하게 비가 내리는 밤이다.

 꼭 빗소리가 자장가처럼 들리며

 조용한 집 안 창가에 앉아 있는 해주의

 마음을 차분하게 만든다.

 졸리듯 큰 하품을 하며 쪼그리고 앉아

 있던 해주는 다 귀찮다는 듯 뒤로 벌러덩

 누워 천장만 바라본다.

 말없이 나갔던 설찬은 하랑과 함께 들어와

 자기 집 인양 꼼지락거리는 해주를 보며

 어이없어하다 이내 자신도 모르게 피식

 웃어버린다.

 인기척소리에도 일어나지 않고 뒹굴

 거리며 몸을 뒤척이는 해주 눈앞에

 설찬은 작은 종이봉투를 내려놓는다.

 

 “이게 뭐에요?”

 

 그제야 천천히 일어나 앉는 해주다.

 

 “해가 짱짱한 대낮에 나가서 뭘 하다

  왔는지 말도 없고, 어라? 우산은 준비 했나

  보네요? 비 한 방울 안 맞았네. 괜히

  걱정했잖아.”

 

 슬쩍 설찬을 스치듯 쳐다보며 그를

 신경쓰지 않은 채 혼자서 자신의 말만

 하는 해주..하지만 내심 걱정이 됐는지

 자신도 모르게 설찬의 모든 걸 눈에

 새기고 있던 그녀였다.

 

 “여긴 내 집이야. 내 구역이라고.

  내가 내 집에서 뭘 하든 내 구역 어디를

  가든 당신한테 일일이 말해야 하나?”

 “아니, 뭐 그건 아니지만.”

 

 뭔가 못마땅한 말투지만 맞는 말이기에

 뭐라 답 할 수도 없는 해주의 얼굴이

 뽀로통해진다.

 자신도 모르게 한번 씩 불쑥 나타나는

 전직 기자의 궁금증과 상대방 마음을

 꿰뚫어보고 싶은 심리적인 태도는 해주의

 장점이자 단점이 되어 버린 지 오래다.

 한때는 개천에서 용 났다며 온 동네를

 떠들썩하게 할 만큼 집안의 자랑이었다.

 누가 뭐라 하지 않아도 스스로 아르바이트

 를 하고 공부를 하며 악착같이 버텨 남들이

 부러워할만한 좋은 대학에 들어갔고

 그와 동시에 부모님의 기대를 받는 딸이

 되었는데 어느 순간 모든 걸 버리고

 심리학에 빠져들더니 그 마저도 오래

 못가고 다시 기자가 된다고 야단이더니

 3개월을 버티지 못한 채 이제는 놀고먹는

 백수신세가 됐다.

 자랑스러운 딸, 기대가 컸던 딸에서 지금은

 부모님 눈칫밥 얻어먹는 딸이 되어 하루

 하루를 동네 아줌마들 수다에 얘깃거리가

 되었다.

 그래도 기죽지 않고 절대 고개 숙이지 않는

 아니 오히려 더 뻔뻔스러운 딸이 되어

 아무 일 없었듯 전보다 더 떠들썩하게

 부모님 속을 뒤집고 다니는 해주다.

 

 “놀랐을 때 달여 마시면 좋은 약초야.

  가져가 마시라고.”

 

 불쑥 내뱉는 설찬의 말에 그제야 해주는

 정신을 차리며 설찬을 바라본다.

 

 “뭔 생각이 많은 지 몇 번을 불러도 멍해.”

 

 툴툴대며 뒤돌아서는 설찬을 보며

 해주는 자신도 모르게 피식 웃는다.

 그리곤 하랑을 향해 손을 흔들지만

 눈길도 주지 않고 구석으로 가 얼굴을

 숨기며 앉는다.

 

 “꼭 사람 쳐다보는 눈길이 뭔가 아는 것

  같단 말이지.”

 “알아, 다 알아 듣는다고. 아마 당신 속내까지

  다 알고 있을 걸.”

 

 혼잣말 하는 해주의 말에 또 다시 말을

 건네는 설찬 이다.

 

 “귀도 밝아.”

 “어, 다 들려. 그것도 아주 크게.

  그러니까 입을 다물고 있던지, 좀 낮춰

  말하던지. 정신없어, 시끄러워."

 

 혼잣말로 조심스레 말하는 자신과

 멀찍이 떨어져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아무렇지 않게 물을 끓이는 설찬은

 해주가 말하는 모든 소리에 답을 하고

 있었고 해주는 그런 설찬에 당황스러우

 면서도 의외에 모습에 잠시 멈칫하다

 입가에 미소가 스친다.

 그리곤 이내 해주의 궁금증은 다시

 시작됐다.

 

 “여기서 혼자 살아요?

  아무도 없는 것 같은데.”

 

 말이 없다.

 

 “낮에는 너무 예쁜데 밤에는 너무

  적막하고 무섭고 아무런 인기척

  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만큼 아주

  동떨어진 곳 같은데.”

 

 말이 없다.

 

 “이런 곳에서 혼자 살면..”

 “요점만, 뭐가 궁금한데?”

 

 차갑게 내뱉는 설찬의 한마디.

 

 “그냥, 외롭지 않을까 싶어서..”

 

 조심스레 말을 꺼내며 창가로

 더 가까이 앉는 해주다.

 외롭다. 외롭다.

 얼마만의 듣는 말이던가..

 그래, 그 말을 듣는 그 날 설찬은

 인간의 삶을 잃었고 그 말과 함께

 설찬은 절망과 고통에 쪄들어 지금까지

 또 다른 삶을 이어왔다.

 그동안 잊고 살았던 그때를 떠올리며

 자신도 모르게 일그러지는 얼굴이다.

 잠시 숨죽인 채 해주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급히 거실을 나서는 설찬이다.

 하랑은 머리를 들고 설찬이 나간 자리를

 쳐다보다 해주에게 눈길을 건넨다.

 그제야 설찬의 빈자리를 알게 되는 해주는

 하랑과 눈이 마주치자 피식 웃어 보이지만

 하랑은 전혀 반기지 않는다.

 

 “네 주인은 뭐가 그리 바쁘다고 말도 없이

  툭하면 나가니? 집안에 알지도 못하는

  사람을 혼자 놔두고 신경도 안 쓰이나 봐.”

 

 하랑은 해주의 말이 듣기 싫다는 듯

 자신의 품에 얼굴을 숨긴다.

 해주가 조심스레 하랑에게 다가가지만

 이내 자신을 향한 하랑의 적개심에 슬쩍

 물러나 앉는다.

 

 “너도 똑같아.”

 

 한숨을 내쉬며 창가에 기대어 밖을

 내다보는 해주다. 그새 비는 그치고

 세찬 바람만 자신을 반긴다.

 

 정신없이 집을 뛰쳐나와 다다른 곳..

 어느새 밤하늘과 가장 가까운 산 정상에

 올라서 있는 설찬이다.

 빨간 눈빛으로 산 아래를 내려다보며

 숨을 몰아쉬는 설찬의 표정이 점점

 백지장처럼 창백해지며 이내 힘없이

 털썩 주저앉는다.

 바르르 떨리는 두 손은 무언가 갈망을

 했고 그 갈망을 채워줄 수 없는 현실이

 설찬을 고통스럽게 만들었다.

 혹여 해주에게 들킬까 재빠르게 벗어

 났지만 오랜만의 오랜 시간을 함께한

 인간의 피 냄새는 설찬에게도 견디기

 힘든 곤욕이다.

 이제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 생각했는데

 가끔 인간의 피 맛이 그리울 때가 있다.

 그리움이란 인간과는 다르게 설찬에게

 또 다른 뜻을 보이는 감정이 되어버렸다.

 

 “언젠가는 너도 피 맛이 그리울 거야.

  얼마나 견딜 수 있는지 두고 볼 거야.

  언제까지 네가 인간들 속에 썩여 살 수

  있는지.. 아마 너도 나와 같다는 걸 곧

  인정하는 날이 오겠지. 난 그때를 기다려.

  아주 환하게 웃으며 널 반길 날을."

 

 그 옛날 누군가 설찬에게 말 했다.

 우리 같은 이들은 절대 한번 본 피 맛을

 잊을 수 없다고.

 시간이 흐를수록 설찬은 더 고통에 못 이겨

 자신도 모르게 고함을 질러댄다.

 그 고함은 비명과 같이 어둠 속 깊은 산에

 울려 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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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또 다른 종족 2017 / 11 / 23 23 0 3900   
14 ..... 2017 / 11 / 23 23 0 3011   
13 ...... 2017 / 11 / 23 16 0 3977   
12 사랑은 시작되고 또 사랑은 끝이 났다. 2017 / 11 / 22 21 0 6160   
11 ... 2017 / 11 / 22 20 0 7095   
10 다시 시작된 사건. 2017 / 11 / 22 24 0 8206   
9 ..... 2017 / 11 / 22 24 0 6077   
8 ....... 2017 / 11 / 22 31 0 4569   
7 유란.. 2017 / 11 / 21 31 0 6419   
6 찬기의 비밀.. 2017 / 11 / 21 40 0 6354   
5 ...... 2017 / 11 / 21 28 0 5097   
4 시작되다.. 2017 / 11 / 21 38 0 5661   
3 만남.. 2017 / 11 / 21 40 0 8412   
2 모습을 보이다. 2017 / 11 / 21 62 0 4568   
1 프롤로그... 2017 / 11 / 21 271 0 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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