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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나의 사랑 악마님
작가 : 정블루
작품등록일 : 2016.8.12

본격 로맨틱 서스펜스. 칙칙한 어둠이 가라앉던 하얀 밤, 소녀에게 다가온 아찔한 남자. "나 여기 있어도 돼?", "안돼.", "왜?" 반듯한 곱슬, 짙은 눈동자. 그리고 악마 같던 소년. "나랑 있으면 위험하니까." "위험하다고?" 저주스런 숙명에 맞서 복수하려던 재열, 어느 날 유진이 위험에 처하다? 유진을 사수하기 위한 한 남자의 전쟁이 시작되는데......"지금 데리러 갈게."

 
나랑 있으면 위험해
작성일 : 16-08-24 03:13     조회 : 340     추천 : 11     분량 : 4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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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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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 한 달여의 시간이 재빨리 흘러갔다.

 

 시험 기간 때문이었는지 유진의 몰골이 잔뜩 초췌해져 있었다.

 

 다행인 것은 오늘에서야 시험의 대장정의 막이 끝났다는 것이다.

 

 성적에 대한 압박감과 시험이 끝났다는 안도감이 동시에 밀려들었다.

 

 “야, 하유진!”

 

 유진이 눈을 돌려 자신을 주저 없이 부르는 상대를 발견했다.

 

 크림색 조끼를 걸친 민희는 힘이 넘치다 못해 발산하지 않고는 못 참겠는지 성큼성큼 다가와 유진의 어깨를 팔로 힘차게 둘렀다.

 

 “응.”

 

 “유경아, 진희야. 유진이랑 떡볶이 콜?”

 

 조금 더 멀리 보니 민희의 뒤에서 다가오는 진희와 유경이 보였다.

 

 “콜!”

 

 그러나 떡볶이에 기뻐했던 음성은 금세 무너졌다.

 

 “성적표......하.”

 

 “야, 이유경. 넌 공부도 원래 못하면서 성적표 타령이야.”

 

 “지도 못하는 주제에, 내기할래?”

 

 “하아...... 매점 내기 한달 자유이용권?”

 

 “좋아. 너네 증인이야.”

 

 가만히 있던 유진과 진희가 움찔했다.

 

 일단 내기는 내기였고 욕구는 욕구였다.

 

 “떡볶이!”

 

 “8시에 모여.”

 

 상관없었다, 시험은 끝났으니까.

 

 *

 

 잠시 후.

 

 달콤한 떡볶이와 튀김,그리고 어묵들이 먹음직스럽게 줄지어 네 명의 소녀들에게로 쏟아져 나왔다.

 

 “우와!”

 

 “잘 먹겠습니다!”

 

 젓가락들이 저절로 빨라진다.

 

 "역시 이곳이 제일 맛있어.”

 

 “이 맛에 떡볶이를 못 끊지 암.”

 

 “너무 사랑한다니까.”

 

 “우리 커서 성인되어서도 꼭 오기!”

 

 “민댕 표정 봐. 웃겨!”

 

 “풉, 하하하.”

 

 다 먹고 낙서는 필수였다.

 

 -민댕.유갱.진히,유징징 왔다 감.

 

 민희가 유진과 진희의 사이를 파고들어 팔짱을 끼며 물었다.

 

 “너네, 더 놀다 갈거야?"

 

 “콜!”

 

 “나는 가봐야 될 것 같아.”

 

 “왜?”

 

 “아, 하유진 통금. 얘 얼마 전에 새벽에 몰래 나갔다가 걸렸대, 풉.”

 

 “밤에 뭘 하고 다니는 거야 유징징?”

 

 “난 알ㅈ......읍!”

 

 민희가 나긋나긋하게 고자질하듯 속삭이려 하자 유진이 민희의 입을 틀어막았다.

 

 이걸 그냥.

 

 “하하, 나 갈게. 내일 봐.”

 

 그 악마 얘기를 하려는 것일까, 황급하게 민희를 막아 섰지만 소용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냥 놓아주기로 한다. 어차피 숨길 이야깃거리도 아니었으니까. 궁색하게 막는 것보다는 차라리 놀림을 받더라도 떳떳한 것이 좋을 것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단지 황재열에 대한 생각이 가끔 머릿 속을 가득 지배했었다.

 

 그는 같은 또래의 남자들과는 확연히 달랐다.

 

 탄탄한 체격, 딱딱한 표정에 드러나는 위압감과는 다르게 그만이 갖고 있는 독특한 분위기는 설명하기가 힘들다.

 

 그래서 더욱 황재열을 찾아 헤맸는지도 모른다. 찾아가볼까 생각도 했었다.

 

 민희를 꼬셔 작정하고 무작정 찾아가려 했지만 맨날 실행 단계에서 멈췄다.

 

 그를 찾아가기에는 용기가 없고, 심지어 후유증을 감당할 자신도 없다.

 

 더군다나 그가 다니는 학교에는 수 많은 언니들과, 심지어 거물급 매니저들까지 황재열을 찾아온다고까지 하다니, 실 없는 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

 

 뭔 인기가 전국구야?

 

 가끔 학교 수업이 끝나고 학원을 마치고 난 후에 좋아하는 초코우유를 사러 들렀던 마트를 지나고 있었다.

 

 조금은 선선해진 공기가 귓불을 살짝 스치고 지나갔다.

 

 이런 공기는 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살까?”

 

 남은 동전을 만지작거리다 표정을 굳힌다.

 

 별로 고민거리는 아니었다. 이미 달콤한 초코의 노예가 되어버렸으니까.

 

 “아. 기분 좋아졌어.”

 

 원하던 초코우유를 손아귀에 넣고 흡족한 미소를 짓고는 사거리의 오른쪽을 지나 정면의 인도로 들어섰다. 그 곳에서 조금 걸어가 오른쪽으로 꺾어 조금만 올라가면 자신이 사는 곳이었다.

 

 곧 쓰러질듯한 가로등이 서 있는 곳을 지나치려 할 때였다. 강한 시선이 느껴지자 슬쩍 오른쪽을 보았다.

 

 그리고 경직됐다.

 

 재열의 곤색 단화가 땅을 틱틱 긁고 있었다.

 

 곧 눈이 마주쳤다.

 

 “어?”

 

 “안녕.”

 

 오른쪽 다리를 꼬고 있는 여유로운 자세에서 손짓으로 인사를 하는 재열이 보였다.

 

 얼마나 저기 서있던 것인지.

 

 “안녕. 거기서 뭐하고 있어?”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 노력하며 황재열에게로 재빨리 다가간다.

 

 심장이 고약하게 펌프질한다. 이 소리가 혹시라도 그에게 들릴까봐 걱정부터 든다.

 

 “시간 있어?”

 

 “응? 뭐라고?”

 

 당연히 있지.

 

 일부러 되물었다. 한번 더 들어보고 싶은 충동이 일어났기 때문이었다.

 

 “잠시 자리 좀 옮기자.”

 

 “그래.”

 

 그 이유는 굳이 그가 설명해주지 않아도 내가 안다.

 

 여자 몇명이 쭈구리고 앉아 황재열을 보며 떠들고 있는 것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가 참 피곤하게 산다고 느껴졌다.

 

 “여기. 괜찮지?”

 

 “당연하지.”

 

 조금 걸어 도착 한 곳은 예전에 봤던 그 깡통의자였다.

 

 그 날의 사건 이후로 잘 가지 않는 곳이기도 했다. 밤늦게 다니지 말라는 재열의 말도 묵묵하게 따르고 있었다.

 

 “와, 우리 여기 오랜만이다. 그렇지?”

 

 감탄사가 섞인 말에 재열은 대답 대신 물끄러미 땅만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침묵하던 그의 입이 그제서야 열렸다.

 

 “나 내일 이사가.”

 

 “어!?”

 

 갑자기 이 무슨 사실인가.

 

 오 마이 갓.

 

 엉겁결에 소리를 세게 지른터라 놀란 그에게 황급히 대답했다.

 

 “아, 미안. 너무 놀라서.”

 

 정말 듣기 싫은 소식이다.

 

 일단 아무렇지 않은 척, 기지개를 켜는 시늉을 했다.

 

 “멀리 가?”

 

 “응.”

 

 일개월만의 만남이었다.

 

 근데 고작 듣는 게 이런 빌어먹을 소식이라고?

 

 그러나 가지 말라고 하기엔 자신은 너무 어렸고 결정권도 없었으며 그는, 나와는 다른 사람이었다.

 

 “그럼 여기 또 와?”

 

 대답대신 선선한 가을 공기가 재열의 흩어진 머리칼을 쓸어 넘기고 있었다.

 

 “안 올 거야.”

 

 그의 말에 시선이 힘없이 아래로 추락했다.

 

 그러자마자 자신조차도 설명할 수 없는 용기가 불쑥 치고 올라왔다.

 

 “그럼 그냥 가지, 왜 날 보러 온 거야?”

 

 “그냥.”

 

 “그냥?”

 

 뻔뻔한 표정으로 말하는 그가 얄미웠다. 멍청하게 되묻기나 하는 자신 또한 미워졌다.

 

 “친구니까, 말해주러 왔어.”

 

 지금 그 말이 더 열받아.

 

 그래서 네가 나랑 또 만날 수 있는 거냐고 묻고 따지고 싶었다.

 

 땅을 신경질적으로 내려다 보았다.

 

 잠깐의 침묵.

 

 “반드시 가야 돼......?”

 

 그에게 굳이 이런 말을 해봐야 소용없다는 것을 안다.

 

 이미 답이 정해져 있다는 것도 안다.

 

 그러나 황재열은 침묵했다. 그 침묵이 싫어 내가 뭐라 대꾸하려던 순간이었다.

 

 갑자기 들려오는.

 

 “나랑 있으면 위험해.”

 

 알 수 없는 너의 말.

 

 입가가 슬슬 떨려오기 시작했다.

 

 뭐라고 대꾸하기도 전에 이미 생각이 마비되어 버린다.

 

 재열은 고요하게 유진을 보고 있었다.

 

 어딘지 모를 복잡한 표정이었다.

 

 “내가 더 가기 싫어.”

 

 “안 가면 되잖아.”

 

 대답 대신 재열은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살짝 늘어뜨렸다.

 

 “......그렇구나.”

 

 체념은 생각 외로 간결했다.

 

 짧다면 짧은 인생을 살면서 유진은 남녀의 관계가, 그리고 감정간의 미묘한 줄다리기가 생각 외로 복잡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무렇지 않은 척, 고작 몇 번 만난 게 전부인 상대에게 왜이리 마음이 가는 것인지도 몰랐다.

 

 그러나 그 마음을 표현할 수 없는 건 설렘이란 표면에 감추고 싶은 진득한 어떤 감정이었다.

 

 표현해서는 안될, 어쩐지 다가올 지독한 운명이란 걸 스스로 직감해서였을까.

 

 그래도.

 

 “연락은 할 수 있는 거지?”

 

 “......”

 

 “밥은 잘 먹고 있니, 가끔 궁금해서 연락도 할 수 있는 거잖아.”

 

 “......”

 

 “안돼? 우린 친구......잖아.”

 

 긴 침묵은 긍정을 앞서는 부정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시험문제는 답이라도 있지. 감정은 답도 없었다.

 

 답은 이미 정해져 있지만 나름 흉흉한 표정으로 그에게 대답한다.

 

 “연락 어디로 해야돼?”

 

 “나 휴대폰 없어.”

 

 “없는 사람이 세상에 어딨어?”

 

 “......”

 

 “그래 가버려. 잘 가!”

 

 미련 없이 일어섰다.

 

 독해져야만 했다.

 

 그렇지 않으면 그의 다리까지 붙잡고 놔주지 않을 것만 같았기 때문이었다.

 

 몇 걸음을 떼었을까.

 

 “잠깐만.”

 

 무겁게 걸음을 옮기던 걸음이 뚝 멈췄다.

 

 등 뒤에서 들려오는 간결하고도 짧은 대답이 유진의 뒤통수를 찔렀다.

 

 “주고 싶은 게 있어.”

 

 이미 가는 마당에 주고 싶은 건 뭘까.

 

 사실 받고 싶지도 않은데.

 

 고개를 약하게 돌리자 황재열이 주머니 속에서 뭔가를 꺼내고 있었다.

 

 큼지막한 손에 꾸깃꾸깃한 종이와 가느다란 볼펜으로 숫자를 적고는 성큼성큼 다가왔다. 이내 유진의 앞에 서더니 조심스럽게 그것을 내밀었다.

 

 “이거.”

 

 “이게 뭐야?”

 

 “연락처.”

 

 “네 거야?”

 

 “엄마 거야.”

 

 정말 없었구나.

 

 내가 괜히 오해했다는 생각에 자책감이 든다.

 

 “모르는 사람의 연락은 안 받아, 그러니 네 것도 줘.”

 

 꺼낸 종이에다가 대고 또박또박 적었다. 잘못 적으면 평생 못 볼까 싶어서였다. 그리고 힘을 주어 재열을 쳐다보았다.

 

 “여기.”

 

 아직도 실감이 잘 안난다.

 

 “그리고 이거.”

 

 "뭐?"

 

 그가 느릿하게 주머니에서 반지를 꺼내 로봇처럼 멀뚱히 서 있는 유진의 손을 펴서 그것을 쥐어 주었다.

 

 “이게 뭐야?”

 

 “엄마가 나한테 줬던 거.”

 

 “......이거 나한테 줘도 돼?”

 

 “너한테 주고 싶어.”

 

 “......”

 

 “반지, 잊어버리지 마.”

 

 “응. 절대로.”

 

 “그래.”

 

 낮게 새어 나오는 재열의 음성. 그리고는 어깨를 틀었다.

 

 진짜 가는구나.

 

 “잘 있어, 유진아.”

 

 가지 말지.

 

 억누르던 입가가 그제서야 떨리고 있었다.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너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너랑 나, 친구 맞지?”

 

 억지로 힘을 주어 그를 올려다 보고 있었다.

 

 그가 내 질문에 어이없다는 듯이 웃었다.

 

 “당연하잖아.”

 

 "그래. 또 보자."

 

 황재열이 손을 흔들며 웃었다. 그리고는 자연스럽게 멀어져 갔다.

 

 내가 생각하던 악마는 멀어져 갔다.

 

 친구로 맺은 너, 긴 팔다리와 나를 숨겨주던 너른 어깨와 너의 품. 사람이라면 모두를 현혹할 정도의 아찔한 외모와 매력을 가진 너.

 

 너는 내게서 끝내 웃는 모습으로 멀어져 갔다.

 

 그렇기에 나 또한 웃을 수 있었다.

 

 그러나 너의 씁쓸해 보였던 미소는 뭐였을까.

 

 무엇을 숨기길래 그렇게 복잡한 눈으로 씁쓸함을 담고 떠나가야만 했을까. 나의 쓸데없는 생각이었을까?

 

 알 수가 없었다.

 

 차라리 너와 내가 네 컷 짜리 짤막한 만화 속의 주인공이었으면 좋겠어.

 

 혼자였고, 우린 만났으며, 웃으며 헤어지게 돼. 그래서 서로는 각자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라고 말이야.

 

 간결하게 그려낸 만화였으면 좋겠어, 수천 가지 수만 가지 감정과 차마 하지 못한 말들이 이토록 치밀어 오르지 못하게 말이야.

 

 단지 엔딩에 나오는 장면은 웃으며 행복하게. 라는 표현이 반드시 들어가야 돼.

 

 언젠가 예쁘고 멋진 모습으로 보자, 친구야.

 

 나는 한참 동안을 그렇게 서 있었다.

 

 그렇게.

 

 11년이란 긴 시간이 지났다.

 
 
자신만의 이미지를 등록해보세요
선717 16-08-31 23:44
 
빠져듭니다~~~
     
자신만의 이미지를 등록해보세요
임형준 16-10-24 14:43
 
선717님 고맙습니다.ㅎㅎ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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