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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빌런이 너무 약해서 내가 빌런이 되기로 했다.
작가 : 하얀유령
작품등록일 : 2017.10.31

히어로와 빌런,초능력자란 말이 아무렇지 않게 들리게된 근미래.

'최강의 빌런'이 목표인 글러먹은 소년 '임태성'은 부친의 추천으로 히어로 전문육성학교 '개벽'에 입학하게 되는데...

 
Chapter.4 질풍의 옥상난투극(6)
작성일 : 17-11-29 05:47     조회 : 31     추천 : 0     분량 : 9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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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한참을 냅다 달린 끝에 태성은 외진 골목에 위치한 한 컨테이너 창고에 다다랐다.

 

 평소 어지간해선 사람의 발길이 잘 닿지않는 곳이었고 날도 저문 터라 주변에 인기척이라곤 전혀 찾아볼수 없었다.

 

 '여기가 놈들이 있다는 그 창고인가….'

 

 짐짓 속으로 중얼대던 태성은 곧장 예리한 눈으로 창고의 정문을 바라보았다.

 

 꽤나 오래전에 버려진 곳인지 정문에는 그 흔한 쇠사슬이나 자물쇠 하나 보이질 않았고 보안카메라들도 오래전에 작동을 멈췄는지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 끼익.

 

 곧바로 정문 앞에 다가간 태성은 낡은 문고리를 붙들고 침착하게 문을 열었다.

 

 낡고 닳은 문의 경첩이 육중한 쇳소리를 흘렸고 내부에는 칠흑같은 어둠만이 온통 그득했다.

 

 '불필요한 시선을 피하기 위해 일부러 불을 꺼둔건가? 제법 머리 좀 굴렸군.'

 

 중얼거리던 태성은 이내 어둠 속으로 한발짝씩 저벅저벅 발을 내딛었다.

 

 태성이 어느정도 걸음을 옮기자 문득 머리 위에서 형광등 하나가 팟하고 켜졌고 그와 동시에 태성의 머리 위로 거만한 남학생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후하핫! 설마 진짜로 찾아올줄이야.대단한걸? 보아하니 쌍권총도 두고온듯한데..'이하생략'의 악명이 울겠군!"

 

 딱 봐도 비꼬는듯한 남학생의 음성에도 태성은 여전히 예리한 안광을 빛냈다.

 

 "주접떨지 말고 면상이나 얼른 드러내! 뭔 세기의 악당씩이라도 되는 양 개폼잡지 말고."

 

 "크크큭.그렇잖아도 보여줄 참이었으니 너무 재촉하지마.난 바로 니 앞에 있으니까."

 

 "내 앞이라고? 아무 것도 안 보이는데 대체 무슨 개소리를..?"

 

 곧바로 반문하는 태성의 주변으로 문득 스멀거리며 새하얀 물안개가 끼기 시작했다.

 

 저절로 바닥에서 피어오른 안개는 곧장 태성의 눈앞에서 한데 뭉쳐졌고 이에 시선을 집중한 태성의 앞으로 음침한 기운을 풍기는 깡마른 남학생이 스륵 모습을 드러냈다.

 

 "..니 녀석.개벽의 학생이로군? 방금 보여준 안개는 니 능력으로 일으킨거냐?"

 

 "뭐 그렇지.내 이름은 유희상이다.보는 바대로 안개를 자유롭게 다루는 것이 내 능력인 '미스트 마이스터'지."

 

 얄궃게 씨익 웃은 희상이 곧바로 한손에 안개를 뭉쳐 공 형태로 만들었다.

 

 "니 하찮은 능력따위엔 관심없어.신나현은 어디다 쳐박아놨냐?"

 

 "오~너무 걱정하지 말라고.그 여자애라면 이 공장 위층의 사무실에서 유나가 잘 돌봐주고 있으니까."

 

 낄낄대며 대꾸하는 희상에게 태성은 슬쩍 미간을 찌뿌리며 팔짱을 꼈다.

 

 "대체 나한테 원하는게 뭐야? 뭘 위해 이런 짓을 하는거지?"

 

 "하! 그걸 몰라서 묻는거냐 지금? 당연히 널 제거하고 너에게서 신나현을 해방시키는거다!"

 

 "오, 그래? 굳이 그러겠다면 뭐 말리진 않겠는데..너 혹시 그 애 좋아하냐?"

 

 "그야 당연하지! 그 애를 향한 내 마음은 언제나 한결같다고! 단지 니가 방해물로 자리잡고 있을 뿐이야!"

 

 단숨에 손가락을 겨눈 희상이 태성을 향해 비릿한 조소를 지었다.

 

 "얼마 전..난 그 애에게 정식으로 내 마음을 고백했다.하지만 단숨에 걷어차였지.이유를 묻는 내게 나현인 이렇게 대답했다."

 

 "자기는 이미 마음에 둔 사람이 있다거나 하는 뻔한 전개?"

 

 "그래! 그 사람의 이름은 '임태성'.바로 너였다고!"

 

 "쩝..그거 참 안됐네.그래서 날 어떻게든 제거하고 나현이 녀석 맘을 돌려보겠다?"

 

 심드렁히 대꾸하는 태성에게 희상은 부득 이를 갈았다.

 

 "니 녀석만 없어지면..나현이의 마음도 자연스럽게 내게로 돌아올꺼다! 그러니 넌 여기서 얌전히 죽어주면 되는거다! 알겠어?!"

 

 "싫은데? 애초에 나랑 나현이 그 애는 애인도 뭣도 아니거든? 근데 내가 뭐하러 너랑 싸우냐 귀찮게."

 

 "닥쳐! 이제와서 거짓말치면 내가 속을 줄 알아?! 얌전히 맞아죽을 준비나 해라!"

 

 단숨에 일갈한 희상이 곧장 안개로 변해 온 사방을 뒤덮었다.

 

 가뜩이나 어두운 창고 내부에 자욱한 안개까지 끼자 태성의 사야는 더욱 좁아졌고 곧 주위를 둘러보던 태성의 뒤통수로 난데없이 주먹이 날아들었다.

 

 - 훅!

 

 안개를 뚫고 나온 주먹을 태성은 너무도 가볍게 피해냈다.

 

 되려 손목을 붙잡은 태성은 보기좋게 끌려나온 누군가의 복부에 옆차기를 꽂아넣었다.

 

 - 뻑!

 

 "커헉!!"

 

 단숨에 비명을 토한 누군가가 배를 움켜쥐며 태성의 앞으로 쓰러졌다.

 

 슬쩍 발밑을 바라본 태성은 씨익 조소를 짓더니 금세 교차로 날아드는 펀치와 니킥을 피해내더니 양쪽을 연달아 후려찼다.

 

 - 퍽! 빡!

 

 또 한번 울려터진 타격음에 두명의 남학생이 추가로 바닥에 드러누웠다.

 

 여전히 주위에는 안개로 가득 휩싸여있었지만 태성의 눈빛에는 한점 흐트러짐이 없었고 되려 지금의 상황을 즐기는듯 이가 드러나도록 조소를 띄우고 있었다.

 

 "뭐..뭐야 저놈?! 총만 없으면 X밥 아니었어?"

 

 문득 안개 속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태성은 낮게 혀를 차며 중얼거렸다.

 

 "이런 미안.나 중삐리 때까진 나름 태권도 전국대회까지 올라갔던 놈이거든? 그리고 난 총만 잘쓴다고 한적 없다?"

 

 음산하게 중얼거린 태성은 곧바로 안개를 뚫고 들어가 순식간에 모습을 감춰버렸다.

 

 본래라면 시야가 불리한 태성이 일방적으로 얻어맞아야하는 처지였으나 시야가 제한된 것은 희상이 비밀리에 고용(?)한 다른 남학생들도 마찬가지였다.

 

 "으악!!"

 

 "크학!!"

 

 희뿌연 안개 속에서 태성은 흡사 맹수처럼 희상이 고용한 남학생들을 휩쓸었다.

 

 한치 앞도 안 보이는 안개는 희상의 의도와는 달리 아군의 시야를 더욱 가리는 역효과를 내었고 태성이 어디있는지를 가려주어 그의 공격이 더욱 용이하게끔 만들었다.

 

 - 퍽! 빡! 빠각! 우지끈!

 

 둔탁하게 울려퍼지는 온갖 파열음이 남아있던 남학생들을 서서히 패닉 상태로 몰고 갔다.

 

 뒤늦게 사태를 파악한 희상이 안개를 거두어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아왔지만 이미 몇명을 제외한 대부분의 남학생들이 태성의 발길질에 넉다운되어 온통 주변에 널브러져 있었다.

 

 "대..대체 이게 어떻게 된거야? 니 녀석..어떻게 내 안개를 꿰뚫어 볼수 있는거지?!"

 

 "뭐, 하도 쳐맞다보니 반사신경이 발달해서 그런 것도 있고..뭣보다 귀는 쓰라고 달려있는 거거든? 안개로 모습은 감출 수 있어도 소리까지 감출 순 없는 법이지."

 

 곧바로 한쪽 귀를 톡톡 두드린 태성이 정면의 희상에게 피식 조소를 지었다.

 

 "내가 총만 잘 쏘는 머저리인줄 알았나 본데 단단히 잘못 짚었어.확실히 총이 내 주무기는 맞지만 그게 없으면 못 싸우는 병신은 또 아니라고."

 

 "그..그럼 총을 순순히 두고 온것도 설마..?"

 

 "굳이 들고 올 필요가 없었으니까.게다가 넌 총을 두고 오랬지.주먹으로 싸우거나 다른 걸 들고오지 말라는 소린 안했잖아?"

 

 피식 웃으며 비아냥대던 태성은 악마같이 낄낄대며 희상의 얼굴을 노려보았다.

 

 깨름칙한 표정을 지은 희상은 곧바로 분노가 치솟았는지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빌어먹을!! 이제부턴 거기서 한 발자국이라도 움직이지 마라! 조금이라도 움직였다간 바로 유나한테 나현이 목을 졸라버리라고 할테니까!"

 

 "호오..이제서야? 뭐 그것도 좋지.저딴 쭉정이들이 때려봤자 뭐 얼마나 아플런지는 또 모르겠지만."

 

 "큭..! 언제까지 그렇게 쳐웃나 어디 두고보자고! 밟아!!"

 

 마지막으로 일갈한 희상의 말에 벌벌 떨며 서있던 소수의 학생들이 곧바로 태성에게 달려들었다.

 

 가뜩이나 태성이 다른 학생들을 무참히 유린하는 꼴을 봐서인지 남은 학생들은 인정사정없이 태성에게 주먹과 발길질을 퍼부었다.

 

 - 퍽! 빡! 빠각!

 

 살이 떨릴 정도로 묵직한 타격음이 창고 내부로 쩌렁쩌렁 울려퍼졌다.

 

 입술이 터져 피가 나오고 복부를 제대로 걷어차이는데도 태성은 꿈쩍도 하지 않았고 이에 더더욱 필사적이 된 남은 학생들은 거의 걸레짝이 되도록 태성을 미친듯히 구타했다.

 

 '후후훗.제법 잘 버티고 있지만 슬슬 저 놈도 지치겠지? 이참에 아주 얼굴도 못들고 다니게끔 철저히 밟아주겠어!'

 

 음산하게 속으로 중얼거리던 희상은 느긋히 팔짱을 낀채 구타당하는 태성을 바라보았다.

 

 이미 수십번씩 얻어터졌음에도 태성은 무릎 한번 꿇지않았고 되려 태성을 구타하던 학생들이 제 풀에 지쳐서 숨을 몰아쉬는 지경이었다.

 

 '젠장..너무 맘대로 때리게 놔뒀나? 슬슬 눈앞이 흐릿거려….'

 

 애써 견디고는 있었지만 태성의 상태도 슬슬 한계에 치닫고 있었다.

 

 내색을 안할 뿐이었지 잘못 얻어맞은 얼굴이 크게 부어올라 시야를 확보하기 어려웠고 전신이 물먹은 솜마냥 무거워서제대로 자세를 유지하기도 쉽지 않았다.

 

 '앞으로 몇대나 더 버틸 수 있을까? 미련하게 계속 쳐맞는다고 저 망할 놈이 나현이를 풀어주진 않겠지..쳇.하여튼 사람 귀찮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니까….'

 

 속으로 계속 되뇌이던 태성은 슬쩍 고개만 돌려 건너편의 희상을 바라보았다.

 

 계속되는 구타에도 여전히 서있는 자신이 못마땅했는지 희상은 그야말로 똥 씹은 표정으로 애꿏은 바닥만 툭툭 두들기고 있었다.

 

 '빌어먹을..누가 이하생략 아니랄까봐 더럽게도 오래 버티는군.하지만 얼마 남지않았어! 저놈도 결국 무너질테니까!'

 

 답답하고 초조한 희상의 속마음을 태성은 누구보다 잘 꿰뚫어보고 있었다.

 

 분명 그의 생각대로 자신의 체력은 한계였고 자칫 명치라도 제대로 맞으면 그대로 털썩 쓰러질지도 몰랐다.

 

 - 후욱!

 

 간신히 의식만 유지하고 있던 태성의 면전으로 겨우 숨을 돌린 남학생의 펀치가 날아들었다.

 

 하필이면 인중을 얻어맞은 탓에 태성의 몸이 휘청하며 기울었고 간신히 손으로 바닥을 짚은 태성의 머리 위로 다른 남학생의 내려차기가 곧바로 쇄도했다.

 

 - 텅!!

 

 찰나의 순간 태성의 등뒤에 있던 건물의 정문이 느닷없이 굉음을 터뜨렸다.

 

 난데없는 굉음에 곧바로 태성을 둘러싼 남학생들과 희상의 시선이 정문으로 향했고 그 순간 우지끈하는 외마디 굉음과 함께 합금으로 된 철문이 뒤로 슝 날아갔다.

 

 "뭐..뭐야?! 갑자기 왜 문이..?!"

 

 문득 코앞에까지 날아온 철문을 바라보던 남학생이 뭔가에 얻어맞아 뒤로 훅 날아갔다.

 

 남학생의 가슴팍엔 마치 도장을 찍은 듯 선명한 손바닥 자국이 남아있었고 뒤쪽 벽까지 날아간 그는 비명도 못 지른채 스르륵 무너져내렸다.

 

 "시..시바! 대체 뭐야?! 어떤 새끼가..!"

 

 단숨에 날아간 학생을 돌아보던 또다른 남학생이 쩍하며 뭔가에 턱을 얻어맞았다.

 

 금세 남학생의 앞으로 달려온 장신의 사내가 정확히 그의 턱을 한번 더 걷어찼고 지붕까지 솟구쳤다가 떨어진 학생을 사내는 가차없이 돌려차버렸다.

 

 - 빠각!!

 

 뼈가 부러지는 묵직한 소리와 함께 또다른 남학생이 뒤쪽 벽까지 날아가 그대로 고꾸라졌다.

 

 순식간에 두 사람을 날려버린 의문의 사내는 정확히 태성의 앞을 막아섰고 이내 태성의 가물거리는 눈동자에 사내의 옆얼굴이 슬쩍 비춰졌다.

 

 "어라..? 뭐야? 형씨가 왜 여기에 있어?"

 

 "미안하오 도령.예의가 아닌 걸 알지만 도령의 뒤를 몰래 밟았소이다.모쪼록 용서해주시오."

 

 꽤나 익숙하고 중후한 하오체에 태성은 금세 눈앞의 사내가 누구인지 알아차렸다.

 

 펄럭거리며 흩날리는 팔소매와 품이 넓은 붉고 검은 철릭,곧고 길쭉한 두 다리와 시원시원한 인상의 얼굴은 도무지 잊을래야 잊을 수 없는 한 남자를 곧바로 떠올리게 만들었다.

 

 "너..넌 뭐하는 작자야?! 뭔데 멋대로 남의 처형식에 함부로..?!"

 

 곧장 사내를 돌아본 희상에게 사내는 곧바로 매서운 안광을 쏘아보냈다.

 

 "내 일찍이 살아오면서 여럿이 저항도 하지 않는 한 사람을 몰매주는걸 본적이 없소! 임 도령은 그대들에게 아무런 해코지도 하지 않았건만 어찌하여 이리 흉악하게 구는 것이오!"

 

 별로 대단할 것 없는 사내의 호통 한방에 희상은 마치 놀란 강아지마냥 흠칫하며 어깨를 떨었다.

 

 "니..니가 뭔데 참견이야?! 뭔 웃기는 놈인지는 몰라도 얼른 꺼져! 아니면 그쪽도 같이 얻어맞고 싶은가 보지?!"

 

 "뭐요?! 이런 천하의 몹쓸 자를 보았나!! 임 도령을 이 지경으로 만든 것도 모자라거늘..! 내 도저히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

 

 "핫! 할수있으면 어디 해보시지?!"

 

 곧바로 희상이 눈짓을 주자 우물쭈물대며 머뭇대던 다른 학생들이 유사범에게로 달려들었다.

 

 태성에게 그러했듯 유사범의 사방에서 주먹과 발길질이 동시에 날아들었고 그 순간 기마자세를 취한 유사범이 엄청난 괴성을 터뜨렸다.

 

 "갈(喝)!!!"

 

 순식간에 터져나온 엄청난 괴성이 컨테이너 창고 전체를 우릉거리며 뒤흔들었다.

 

 인간의 몸에서 터져나온 거라 믿기지 않는 가히 천둥벼락같은 소리였다.

 

 '무..무슨 저딴 기술이 다 있어?! 어우! 귀 멍멍해..!!'

 

 슬쩍 귀를 부여잡은 태성이 지끈거리는 머리를 흔들며 곧바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유사범이 터뜨린 괴성 한방에 그에게 달려들려던 학생들 서넛이 그대로 의식을 잃고 혼절했고 겨우 괴성을 버텨낸 희상은 머리를 붙들고 식은 땀을 질질 흘리고 있었다.

 

 '으..음파 능력자인가? 아냐..그럼 아까 전에 그 장풍 비슷한 건 뭘로 설명할건데?'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리기 시작한 희상은 이내 등골이 오싹해져 고개를 치켜들었다.

 

 어느새 그의 코앞까지 다가온 유사범이 일말의 동정심 하나없는 눈으로 그를 지그시 노려보고 있었다.

 

 "귀머거리로 만들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여기거라.니 놈에겐 일절의 자비도 베풀고 싶지 않지만 지금이라도 임 도령에게 용서를 구한다면 관대하게 처분해주겠다."

 

 "크윽..지랄하고 자빠졌네! 겨우겨우 얻은 기회를 나더러 걷어차란 소리냐?!"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군..그럼 나 또한 자비를 베풀지 않으리라!"

 

 단숨에 희상의 목을 움켜쥔 유사범이 그를 허공으로 냅다 집어던졌다.

 

 단지 힘껏 힘을 실어 던졌을 뿐이었는데도 희상은 로켓마냥 슝 솟구쳐 올라갔고 곧바로 위협을 느낀 희상은 급히 몸을 안개로 변화시켰다.

 

 '크크큭.머저리같은 새끼! 지가 암만 대단한 능력자라도 안개를 때릴 순 없다고!'

 

 속으로 중얼대던 희상은 그대로 몸을 내빼기 위해 뻥 뚫린 정문으로 안개화된 몸을 이동시켰다.

 

 그러나 희상이 미처 몸을 빼기도 전에 그의 안개가 어디론가 순식간에 빨려들기 시작했다.

 

 '뭐..뭐야?! 갑자기 몸이 말을 안듣는..?!'

 

 "비기(秘技)..흡기공(吸氣功)!"

 

 유사범의 일갈이 떨어지기 무섭게 희상의 안개화된 육신이 유사범의 두 손 안으로 무섭게 빨려들어갔다.

 

 희상은 어떻게든 몸을 빼내려 안간힘을 썼지만 이미 반 이상 빨려들어간 몸은 유사범의 손 안에서 회전하며 더욱 빠르게 빨려들어갔다.

 

 '위..위험해! 얼른 다시 돌아가지 않으면..!'

 

 "비각술(飛脚術)..용오름!!"

 

 거칠게 외친 유사범이 아직 안개의 형태인 희상을 냅다 수직으로 올려찼다.

 

 미처 피할 겨를이 없었던 희상은 시퍼런 빛을 띄는 회오리에 뒤섞여 지붕을 뚫고 날아갔고 그의 만신창이가 된 몸이 다시 떨어진 곳은 공장의 정문 바로 앞쪽이었다.

 

 "커헉!! 크학! 마..말도 안돼!! 어째서..어째서 이런 말도 안되는 능력이..!!"

 

 온몸이 뒤틀린채 신음하던 희상이 쿨럭대며 피섞인 침을 토해냈다.

 

 곧바로 태성을 부축한 유사범이 그의 뒤로 다가왔고 유사범이 다가서자 희상은 히익하며 자지러지는 신음소리를 흘렸다.

 

 "몸을 안개로 뒤바꾼다하여 니놈의 기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나의 능력은..모든 생명체가 가진 기(氣)의 흐름을 조종하고 그것을 조화롭게 사용하는 기공(氣功)의 능력이다!"

 

 "기..기공 능력이라고? 말도 안돼! 그런 능력이 있다는건 들어보지도 못했는데..!"

 

 처절하게 절규한 희상이 잘 움직이지도 않는 몸을 틀려다 그대로 엉덩방아를 찧었다.

 

 여전히 희상을 무섭게 노려보던 유사범은 짐짓 태성을 돌아보았고 이에 태성은 슬쩍 유사범에게 귓속말로 질문을 던졌다.

 

 "대체 무슨 짓을 하는거야 형씨? 이놈 지금 나현이를 인질로 잡고있단 말이야."

 

 "걱정하지 마시오 도령.진즉에 학생회의 이 도령에게 PDA로 이곳의 좌표를 송신한지 오래라오.지금쯤이면 이미 도착해서 무사히 신 낭자를 구해냈을거요."

 

 "하? 이 도령? 게다가 학생회라니..그게 대체?"

 

 - 슈우우~

 

 태성이 반문하기가 무섭게 느닷없이 공장의 중앙 천장이 연기를 내뿜으며 녹아내렸다.

 

 난데없는 매캐한 연기에 태성은 곧장 입을 가리며 연거푸 기침을 뱉었고 곧 그런 태성의 뒤로 검은색 휘장을 두른 작은 키의 남학생이 슬쩍 모습을 드러냈다.

 

 "유 사형! 요청하신대로 신나현이 구조 완료했습니다!"

 

 "오오.때마침 잘되었구려! 수고많았네 이 도령!"

 

 '뭐..뭐야 저게? 저놈 품에 나현이가 안겨있잖아?'

 

 단숨에 자신의 앞으로 걸어나온 '이 도령'을 태성은 멍하니 바라보았다.

 

 자신과 똑같은 1학년 교복을 입고있던 그는 건틀렛을 낀 두 팔에 곤히 잠든 나현을 공주님 안기 자세로 들고있었다.

 

 "이야~사형이 한바탕 사자후 질러주신 덕분에 저도 무난히 2층 벽 뚫고 돌입완료했습니다! 김유나라는 여학생은 진작에 제압해서 묶어놨고 지금쯤 다희가 신명나게 데리고 놀고있을 겁니다."

 

 "하하핫.다희에게 찍혔다니 그거 안되었군.신 낭자의 상태에 이상은 없던가?"

 

 "예! 잠이 깊게 든것 뿐이지 아무런 상처도 없었습니다.다 사형이 힘써주신 덕분이죠!"

 

 재치가 넘치지만 딱 부러지게 말을 끊는 '이 도령'에게 유사범은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곧바로 태성을 돌아본 '이 도령'은 짐짓 조소를 띄웠고 이에 인상을 구기는 태성에게 '이 도령'이 먼저 악수를 청해왔다.

 

 "니가 그 소문의 '이하생략'이지? 만나서 반갑다! 1학년 2반이자 학생회 행동대장 '이유정'이라고 한다!"

 

 "이유정..?"

 

 "그래.앞으로 유 사형한테 평생 고마워하라고.사형이 PDA로 위치 전송이랑 대화 녹취를 안해줬다면 넌 진짜로 골로 갈 뻔했으니까."

 

 피식 웃으며 대꾸하는 유정에게 태성은 기도 안 찬다는듯 거칠게 혀를 걷어찼다.

 

 "참나..누가 도와달라고 그랬냐? 사범 형씨가 멋대로 한거지.들고있는 애나 얼른 이리 내! 내가 직접 업고가서 조질테니까!"

 

 "어허.거 몸도 성치않은 사람이 그러면 쓰나? 신 낭자는 이 도령에게 맡기고 도령은 내가 부축해줄테니 어서 학교로 돌아감세."

 

 짐짓 비틀거리는 태성을 부축한 유사범이 곧바로 태성을 만류했다.

 

 또다시 혀를 걷어찬 태성은 잠시 유정의 얼굴을 다시 한번 돌아보았고 이내 유정을 뒤따라온 학생회 소속의 요원(?)들이 벌벌 떨고있는 희상을 포위해 그의 손발을 구속했다.

 

 "어이.학생회 쫄다구.너 혹시 제압용 권총 가진 거 없냐?"

 

 뜬금없이 질문하는 태성에게 유정은 곧바로 고개를 갸웃했다.

 

 "가지고있긴 한데..갑자기 왜? 설마 그 꼴로 허공에 총질이라도 하려는건 아니지?"

 

 "내가 미쳤냐? 다 쓸데가 있으니까 좀 빌려줘봐.꼭 한발 먹이고 싶은 새끼가 있거든."

 

 퉁명스레 대꾸하는 태성에게 유정은 영 못 미덥다는 얼굴로 허리춤에서 권총을 뽑아주었다.

 

 곧바로 총을 거머쥔 태성은 여전히 벌벌 떨고있던 희상의 앞으로 다가갔고 이내 고개를 들어올린 희상에게 태성이 슬며시 입을 열어갔다.

 

 "자아..남의 상판떼기를 이 지경으로 만들었으면 너도 똑같이 될 각오 정도는 하고있겠지?"

 

 "그..그만 둬! 내가 잘못했어! 잘못했다고! 다신 근처에도 얼씬대지 않을테니까 제발!"

 

 "어이구..미안하지만 그건 안되겠는데? 맘같아선 평생 식물인간으로 살게 해주고 싶지만..나도 보다시피 지금 상태가 개판이라서 말이야.특별히 총알 한방으로 참아줄께.어때?"

 

 악마의 속삭임처럼 들려오는 태성의 제안에 희상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씨익 조소지은 태성은 곧바로 희상의 사타구니를 정조준으로 겨냥했고 이에 잠시나마 안도했던 희상의 안색이 시퍼렇게 변해나갔다.

 

 "자..잠깐만! 왜 하필 거기에..?!"

 

 "어디에 쏴준다고는 말 안했다!!"

 

 그날 유정과 유사범은 분명히 보았다.

 

 몇십억의 생명체를 총알 한방으로 고스란히 날려버리는 태성이란 이름의 대악마를.

 

 - 다음 편에 계속 -

 
작가의 말
 

 유정 : 와..쏴도 하필 거기에 대고 갈기냐.그것도 정조준으로..

 

 유사범 : 인과응보이지 않은가? 뭐..보는 순간 나도 아랫도리가 저릿하긴 했네만.하하핫.

 

 유정 : 웃으면서 할 얘기 아니지 않나요 사형?

 

 유사범 : 나는 기공으로 그곳도 보호할수 있으니 상관없지 않나? 하하핫!

 

 유정 : 나만 아니면 된다 이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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