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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빌런이 너무 약해서 내가 빌런이 되기로 했다.
작가 : 하얀유령
작품등록일 : 2017.10.31

히어로와 빌런,초능력자란 말이 아무렇지 않게 들리게된 근미래.

'최강의 빌런'이 목표인 글러먹은 소년 '임태성'은 부친의 추천으로 히어로 전문육성학교 '개벽'에 입학하게 되는데...

 
Chapter.4 질풍의 옥상난투극(2)
작성일 : 17-11-21 14:06     조회 : 26     추천 : 0     분량 : 5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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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성 오빠! 오빠도 참! 눈 좀 떠보라니까요?!"

 

 다급히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태성은 곧바로 눈을 떴다.

 

 어느새 책상 앞에 다가온 나현이 그의 어깨를 잡아 뒤흔들고 있었고 이내 고개를 들어올린 태성이 귀찮다는듯 나현에게 입을 열었다.

 

 "끄응..뭐야? 뭔일인데 잘자는 인간 깨우고 난리야?"

 

 "지금 자고있을 때가 아니란 말이에요! 옥상에서 명희 언니가 왠 한복입은 오빠랑 싸우고 있다고요!"

 

 곧바로 튀어나온 나현의 대답에 태성은 슬쩍 고개를 갸웃거렸다.

 

 싸우는 것이야 평소 명희의 불같은 성격을 보았을때 충분히 이해할수 있는 일이었다.

 

 조금이라도 시비가 틀리거나 비위에 거슬리는 언행을 보이면 그 자리에서 칼부터 뽑고 달려드는 무식하리만치 다혈질인 그녀였다.

 

 "그 한복입은 남자란건 또 누구야? 뭔데 그 미치광이 년이랑 싸우고 자빠졌어?"

 

 "모르겠어요.저도 좀전에 살짝 문틈으로 보고 온거라…."

 

 말 끝을 흐리며 난처해한 나현이 우으하고 고개를 축 늘어뜨렸다.

 

 "그 남자..살아있긴 하냐? 명희가 진심으로 달려들었으면 100% 칼 뽑고 닥돌했을텐데…."

 

 "그렇긴 한데..그 잘생긴 오빠도 엄청 잘 싸우더라고요.명희 언니가 휘두를때마다 꼭 춤추는 것처럼 휘청대면서 피하는데 무기같은건 전혀 들고있지 않았어요."

 

 이어지는 나현의 대꾸에 태성은 문득 한 손으로 턱을 짚었다.

 

 아무 것도 들고있지 않은 맨손으로 검을 두 자루나 든 검사를 상대하는건 보통 문제가 아니었다.

 

 기본적으로 리치 차이도 차이였고 암만 문제의 남자가 격투의 달인이라 해도 조금이라도 잘못 맞았다간 그대로 치명적인 부상을 입을 수 있었다.

 

 '게다가 명희 년은 검귀(劒鬼)라 불릴 정도로 칼 솜씨 하나는 빼어나지.근데 그 년의 검을 전부 피해냈다고?'

 

 짐짓 흥미가 치솟은 태성은 자리를 딛고 일어나 즉시 복도로 빠져나왔다.

 

 두 사람을 말리려는 목적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명희와 대등하게 싸우고 있다는 그 맨손의 한복 남자에게 부쩍 호기심이 발동했다.

 

 '어디 얼마나 준수한 실력인지 한번 구경하러 가볼까?'

 

 씨익 웃어보인 태성은 곧바로 나현을 이끌고 본관의 옥상으로 걸어 올라갔다.

 

 - 빠캉!!

 

 막 철문을 열고 들어선 태성의 귀로 거친 쇳소리가 터져나왔다.

 

 거의 전쟁터나 다름없이 폐허로 변한 옥상 위에는 이미 몇명의 구경꾼들이 몰려있었고 걔중에는 명희의 싸움 소식을 가장 먼저 듣고 찾아온 명호도 섞여있었다.

 

 "어라? 태성 동생! 왜 이렇게 늦었어?!"

 

 힐끔 고개를 돌린 명호가 곧바로 태성을 발견했다.

 

 "낮잠자고 있었수.것보다 아저씨야말로 왜 구경만 하고 있어? 싸움 말리러 온거 아니야?"

 

 "그러려고 올라온건 맞는데..도저히 끼어들수가 없어.정식 버서스도 아닌데 둘다 진심으로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애써 차분하게 대꾸하는 명호에게 태성은 혀를 걷어차며 짧게 탄식했다.

 

 곧장 학생들 사이로 비집고 들어간 태성은 금세 맨 앞으로 튀어나왔고 이내 태성의 앞으로 주욱 밀려난 명희가 살벌한 조소를 띄우며 다시금 앞으로 뛰어나갔다.

 

 "으아..명희 언니 완전히 뚜껑 열렸네요."

 

 "저 상태면 그냥 미쳐날뛴다고 봐야지.아무튼 저대로 두면 여기가 남아나질 않을꺼야."

 

 "그렇겠죠? 근데..어떻게 저 둘을 뜯어말리죠?"

 

 걱정스런 얼굴로 반문하는 나현에게 태성은 잠시 명희와 싸우고 있는 한복입은 남자를 바라보았다.

 

 분명 나현의 말대로 훤칠한 인상에 큰 키를 지닌 호리호리한 체구의 남자였다.

 

 양팔을 걷어붙히고 있던 그는 아무런 무기도 들고있지 않았지만 온몸에 시퍼런 무형의 기운이 감돌고 있었고 무자비하게 휘두르는 명희의 검을 능청스런 특유의 움직임으로 모두 피해냈다.

 

 '호오..제법 봐줄만한데? 회피할때마다 취하는 스텝이나 자세가 확실히 인상적이야.'

 

 짐짓 의문의 남자를 유심히 바라보던 태성은 남자가 취하는 자세 하나하나에 묘한 호기심이 일었다.

 

 사뭇 진지한 표정을 짓고있던 남자는 검의 궤적에서 벗어남과 동시에 명희의 온몸을 손바닥과 손날로 후려쳤고 그때마다 명희는 잔뜩 표정을 일그러뜨리며 뒤로 주욱 밀려났다.

 

 "하앗!"

 

 일순간 기합성을 지른 명희가 칼을 아래로 내린 채 순식간에 남자에게 달려들었다.

 

 쾌속으로 파고든 명희는 곧장 한복입은 남자의 양 다리를 노려 칼을 휘둘렀고 그 순간 공중에 훅 뛰어오른 남자가 급격히 몸을 회전시키며 명희의 턱을 걷어찼다.

 

 - 빡!!

 

 "크학?!"

 

 순간 공중에 붕 떠오른 명희가 처참할 정도로 요란하게 바닥에 추락했다.

 

 곧장 검을 땅에 박은 명희는 머리가 얼얼했는지 세차게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고 이내 그런 명희를 노려보던 한복차림의 남자가 소매에 묻은 먼지를 툭툭 털어냈다.

 

 "검을 다루는 솜씨가 제법 빼어나구려.허나 그렇게 저돌적으로 공세만 펼치면 간파당하기도 쉬운 법이오."

 

 "젠장..시끄러! 이 정도 맞은 것 쯤이야 아무 것도..!"

 

 곧바로 몸을 일으키려던 명희가 일순간 휘청하며 무릎을 꺾었다.

 

 뜻대로 몸이 움직여지질 않자 명희는 금세 꼴사납게 앞으로 넘어졌고 이를 유심히 지켜보던 태성은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한번 끄덕였다.

 

 "흐음..뇌진탕 효과까지 계산하고 있었군? 보통 실력이 아니야 저 남자."

 

 "네? 그게 무슨 말이에요 오빠?"

 

 "사람의 머리라는건 꽤 단단해서 어지간해선 잘 안 부서지거든? 대신 큰 충격을 받게 되면 그 진동이 고스란히 뇌로 전해지는 구조지…."

 

 짐짓 말 끝을 흐린 태성이 곧바로 말을 이어나갔다.

 

 "복싱에서도 보면 턱을 제대로 얻어맞은 선수가 한방에 다운되는 경우가 있는데 바로 저런 경우야.그냥 주먹으로 턱을 맞아도 정신이 멍한데 그걸 힘 잔뜩 실은 돌려차기로 얻어맞았으니.."

 

 "그..그럼 명희 언니는 어떻게 되는 건데요?"

 

 "어떻게 되긴.아마 몇시간 동안은 균형감각이 무너져서 제대로 서있기도 힘들걸? 그나마 저 년이라 어떻게든 의식은 유지한거지 일반인이었으면 저거 한방에 벌써 혼수상태까지 갔을거다."

 

 이어지는 태성의 설명에 나현은 마치 자기가 얻어맞은 것마냥 머리를 붙들고 오들오들 떨었다.

 

 나현이 겁에 질려 떠는 사이 태성은 다시 명희와 의문의 남자를 주시했고 이내 태성의 뒤로 슬쩍 다가온 명호가 주먹을 부릅 쥐며 넌지시 중얼거렸다.

 

 "제길.도저히 못 봐주겠네! 더 험한 꼴보기 전에 나라도 말리지 않으면…."

 

 "워워.진정해 아저씨.아저씨가 함부로 끼어들었다가 저 년 칼에 베이기라도 하면 영영 불구 신세인거 몰라?"

 

 "누가 그걸 모르냐? 일단 누구라도 좋으니 뜯어말려야 될거 아냐!"

 

 단숨에 대꾸하는 명호에게 태성은 피식 웃으며 그의 앞으로 팔을 슥 뻗었다.

 

 "그래서 내가 올라온거 아니야? 꼴에 그래도 반장이니까 일단 가만히 있어봐.저 두 사람은 내가 말려줄테니.."

 

 "태..태성 오빠가 직접이요? 안돼요! 그러다 태성 오빠가 잘못해서 맞기라도 하면..!"

 

 "넌 내가 그렇게 쉽게 쳐맞을 인간으로 보이냐 나현아? 난 뭐 폼으로 능력 가지고있나 보지?"

 

 곧장 우려를 표하는 나현에게 태성은 단숨에 자기 눈을 검지로 툭툭 가리켰다.

 

 잠시 고통에 겨워 헉헉거리던 명희는 이를 부득 갈아대며 간신히 다시 일어섰고 이내 명희가 달려들려던 찰나 곧바로 쌍권총을 뽑아든 태성이 순식간에 둘 사이로 뛰어들었다.

 

 - 탕! 탕!

 

 정확히 두어번 터져나온 총성이 허공을 요란하게 울렸다.

 

 난데없는 총소리에 매섭게 돌진하던 명희가 급히 멈춰섰고 의문의 남자 역시 방어자세를 취하려다 힐끗 고개를 내려 자신의 발치를 바라보았다.

 

 "오케이.둘다 지랄맞게 잘 싸웠다.슬슬 다음 수업 시작할 시간이니까 그쯤들하지 그래?"

 

 둘 사이로 끼어든 태성이 양팔을 겹친 채 둘의 미간에 총구를 겨누었다.

 

 "이건 또 뭐야..? 반장이 여긴 어떻게 알고…."

 

 "어떻게 알긴.이만큼 사람이 모였는데 모르는게 이상한 거 아냐? 그보다도 대체 왜 그렇게 박터지게 싸우는거야 둘다?"

 

 "쳇.저 망할 사극배우 놈이 뭣도 모르고 나한테 훈수질해댔단 말이야! 안 그래도 짜증나는 새끼들 때문에 빡쳐서 죽을라 그랬다고!"

 

 짐짓 분통을 터뜨린 명희가 씩씩대며 태성의 반대편에 서있던 사내를 노려보았다.

 

 "흠~훈수질이라 그거지? 이봐요 거기 형씨! 그쪽은 뭐 할말없수?"

 

 "달리 없소.난 그저 그 소저가 정당하지 않은 폭력을 행하기에 말리려 했을 뿐이오."

 

 "정당하지 않은 폭력? 그게 뭔데?"

 

 "3명의 다른 남자 생도들을 무자비하게 짓밟고 있더군.듣자하니 그들이 자기한테 되도않는 모욕을 했기에 단죄하기 위해 그랬다고 했소."

 

 조곤조곤하고 담담한 남자의 대답에 태성은 곧바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야 그게? 그럼 그냥 그만두라고 말로 잘 타이를 것이지.굳이 이렇게까지 싸울 일도 아니었잖아?"

 

 "그 소저가 먼저 검을 뽑기에 어쩔 도리가 없었소.심성이 심히 거칠고 모질기에 이참에 고쳐줄까하여 조금 공력을 썼소."

 

 "고쳐준다고? 댁이 무슨 권리로 그런 짓을 해? 그쪽은 보아하니 학생회도 아닌 것 같고 그렇다고 교사도 아닌 것 같은데?"

 

 "굳이 지위가 있어야 의(義)를 실천할수 있는 건 아니지 않소?"

 

 단숨에 반문하는 남자에게 태성은 코웃음을 치며 곧바로 대꾸했다.

 

 "지위에 관계없이 의를 실천한다..그래.확실히 틀린 말은 아냐.근데 그거 알아? 명분은 좋아도 결국 그쪽이 저지른 것도 어찌보면 폭력이거든? 진짜로 댁이 의롭게 행동할 거였으면 끝까지 말로 저 년을 설득하던가 아니면 선생한테 꼰지르기라도 했어야돼."

 

 "말로 해결할만한 상황이 아니었소.저 소저가 방금 내게 검을 휘두른걸 전혀 보지 못한거요?"

 

 "물론 봤지.확실히 말로 해결될만한 상황은 적어도 아니었어.그치만 암만 그랬어도 옥상을 다 때려부숴가면서까지 싸우는건 정도가 좀 지나쳤잖아? 안 그래?"

 

 태성의 대답에 사내는 그제서야 자신의 주위를 둘러보았다.

 

 명희 또한 뒤늦게 고개를 돌려 주변을 둘러보았고 이내 둘 사이에 서있던 태성은 여전히 총구를 겨눈 채 마지막으로 입을 열었다.

 

 "계속 지랄맞게 싸우겠다면 나도 말리진 않겠어.그치만 이번엔 날 상대해야 할테니까 생각 잘하라고.설마 내가 무슨 능력을 쓰는지 둘다 모르는건 아니겠지?"

 

 "하! 너까지 끼어들겠다고? 그거 좋네! 이참에 여기서 결판을 내버리자고!"

 

 "나대지마라 진명희.니가 무슨 사정으로 이 형씨랑 붙었는지는 몰라도 넌 일을 너무 크게 벌렸다고.모의전 때처럼 나한테 또 쳐발리고 싶으면 말리진 않겠어."

 

 짐짓 싸늘하게 반박한 태성이 곧장 명희의 눈을 정면으로 노려보았다.

 

 뭔지모를 한기를 느낀 명희는 짐짓 읏하며 움찔하더니 이내 혀를 차며 들고있던 칼을 칼집에 집어넣었다.

 

 "자알 생각했어.자, 그럼 남은 건 그쪽의 웃긴 형씨인데..어쩔꺼야? 어디 저 미친 칼잡이 년 대신 나랑 한판 붙어볼래?"

 

 "그럴 생각은 추호도 없소.오히려 도령 덕에 내가 과오를 범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구려."

 

 의외로 순순히 수긍하는 사내의 대답에 태성은 단숨에 씨익 미소를 지었다.

 

 "보기보단 말이 잘 통하는데? 좋아.그럼 여기까지! 둘다 얌전히 반으로 돌아가라고.알아들었겠지?"

 

 "쳇..어디 두고보자고.반장만 아니었으면 넌 나한테 죽었어!"

 

 곧바로 혀를 걷어찬 명희가 투덜대며 태성에게서 등을 홱 돌렸다.

 

 금세 그녀에게 꿀밤을 먹인 명호가 명희를 이끌어 아래층으로 내려갔고 모여들었던 다른 학생들도 때마침 울려나온 종소리에 황급히 각자의 교실로 흩어져 내려갔다.

 

 "자아~그럼 나도 내려가볼까? 나현아~우리도 그만 내려가자."

 

 "아, 네! 고생하셨어요 태성 오빠! 역시 오빠가 나서니까 한방에 해결되네요!"

 

 단박에 쪼르르 달려오는 나현의 말에 태성은 피식 웃으며 나현의 이마에 알밤을 박아넣었다.

 

 느닷없이 한대 얻어맞은 나현은 금세 울상을 지었고 이에 곧바로 나현을 이끌고 내려가려던 태성의 뒤로 의문의 사내가 넌지시 입을 열었다.

 

 "잠깐 기다려주시오.도령의 활약상은 나 역시 들은 적이 있소.A급 셀렉션 한유리 소저와 검귀,철귀 남매를 모의전에서 격파했다는 전설의 [이하생략]이..바로 도령 아니오?"

 

 사내의 물음에 태성은 슬쩍 한쪽 귀를 후비고는 힐끗 남자를 돌아보았다.

 

 "그래그래.그 이하생략남 '임태성'이 바로 나다.그럼 알아서 잘 돌아가라고."

 

 단답으로 대꾸한 태성은 곧바로 옥상을 내려가 사내의 시야에서 사라져버렸다.

 

 짐짓 옥상에 우두커니 서있던 사내는 이내 무슨 영문인지 피식 미소지었고 잠시 하늘을 올려다본 그는 혼잣말로 나지막히 중얼거려나갔다.

 

 "과연 반장은 반장인게로군.졸지에 가르침을 얻었으니 마땅히 사례를 해야할터…."

 

 중얼거리던 의문의 사내는 곧바로 소매자락을 끌어내린 뒤 계속해서 먼 하늘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 다음 편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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