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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내겐 너무 소중한 그대
작가 : 카렌
작품등록일 : 2017.10.30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마술사학교'의 최종우승자 마술소녀 윤제이. 한달 전에 교통사고로 돌아가신 아빠의 죽음에 무언가 숨겨진 음모가 있는 게 분명하다며, 제이의 주변 사람들을 차례차례 의심하는 수상한 그놈이 나타났다. 그놈의 정체는 사생활이 철저하게 비밀에 휩싸여 있는 독일에 국민마트 CEO 강철수. #티격태격, #알콩달콩, #로맨틱코미디, #츤데레 남주, #당찬 여주 habilis21@naver.com

 
12.눈을 뗄 수 없는 여자
작성일 : 17-11-01 23:55     조회 : 12     추천 : 0     분량 : 7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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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연장을 빠져나온 제이는 집으로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정류장이 있는 큰 길로 나왔다.

 

 오늘따라 집으로 가는 길이 멀게만 느껴졌다. 길을 걷는 내내 제이의 머릿속은 여러 가지 생각으로 복잡했다.

 

 망쳐진 마술 공연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앞으로 수조 탈출 마술을 할 수 있을까, 대기실에 도착한 편지는 누가 보낸 것일까, 왜 철수 씨는 편지를 보고 인상을 구긴 것일까, 편지 안에는 무슨 내용이 쓰여 있었던 걸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길을 걷고 있는데, 불쑥 나타난 검은색 차가 제이의 앞을 가로막았다. ……누구지?

 

 창문이 지이잉, 하고 열리고 나타난 사람은 바로 철수였다.

 

  "저기, 잠깐만요. 윤제이 씨."

 

  "……네?"

 

  "잠깐 타요."

 

 어리둥절한 제이가 머뭇거리자, 철수가 진지한 목소리로 그녀를 재촉했다.

 

  "밤늦었잖아요. 내가 집으로 데려다주겠습니다. 그러니까 어서 타요."

 

 잠시 망설이던 제이는 생각에 생각을 거듭한 끝에 얼른 철수의 차에 올라탔다.

 

  "감사합니다."

 

 제이를 차에 태운 철수는 그녀의 전용 운전기사가 된 것처럼 묵묵히 도로를 내달렸다.

 

 힐끔 바라 본 철수의 표정은 함부로 말을 붙이기에도 어려울 정도로 살벌했다. 뭐가 저렇게 화가 난 거야.

 

 괜히 어색해진 분위기에 제이는 창밖을 내다보며 손장난만 쳤다.

 

  ‘그런데 어째 철수 씨가 가는 방향은 우리 집 반대 방향인 것 같은데.’

 

 이 다리를 건너면 우리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그러면 시간이 엄청 오래 걸리는데. 혹시 여기가 지름길인가?

 

 고개를 갸웃거리던 제이는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저기, 철수 씨, 지금 길을 잘못 든 것 같은데요?"

 

  "……."

 

  "여기로 가면 우리 집이랑 정반대 방향인데……."

 

  "오늘 집에 들어가지 마요."

 

  "네?"

 

 놀란 제이가 커다랗게 눈을 떴지만, 철수는 딱딱하게 굳은 표정을 풀지 않고 덤덤한 어조로 말했다.

 

  "내가 H 호텔에 룸 하나 잡아줄게요. 당분간 거기에서 지내요."

 

 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어쩐지 그의 표정이 너무나도 심각해 보여서, 제이는 쉽게 일을 열지 못했다. 지금은 침묵할 때인 것 같았다.

 

 조용히 고개만 끄덕이다 문득, 제이는 대기실에 있던 편지를 읽고 나서 철수의 표정이 무섭게 변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대체 뭐라고 쓰여 있었길래, 철수 씨 표정이 이렇게 무거운 걸까. 잠시 고민하던 제이가 조심스럽게 입술을 달싹였다.

 

  "그런데 철수 씨, 아까 편지에 뭐라고 쓰여 있었어요?"

 

  "……."

 

  "그거 원래 제 편지인데, 저한테 다시 돌려주시면 안 될까요?"

 

 철수는 여전히 묵묵부답이었다.제이는 살짝 입술을 삐죽거렸다.

 

 내 편지인데 왜 안 돌려주는 거야.

 

 말없이 질주한 철수가 H 호텔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호텔 프런트 앞으로 제이를 데려갔다.

 

 프런트 직원이 입꼬리를 위로 한껏 들어 올리고 철수를 맞이했다.

 

 H 호텔에서 제일 비싼 로열 스위트룸에서 장기 투숙한다는 손님이 철수라는 걸 안 모양인지, 프런트 직원은 유달리 그에게만 친절한 미소를 보였다.

 

  "여기 계신 아가씨한테 스위트룸 하나만 주세요."

 

 ……스위트룸?

 

 철수는 마치 카페에 가서 커피 한 잔 달라고 주문하듯이 자연스럽게 말했다.

 

 ‘저기요, 여기 아메리카노 한 잔만 주세요’라고 말하듯이.

 

 하지만 기껏 해봤자 만 원 이하인 아메리카노와 다르게 철수가 주문한 건 하루 숙박비가 최소 100만 원이 넘는 스위트룸이었다.

 

  ㅡ 우와, 스위트룸이 이렇게 비싼가요?

 

 제이는 예전에 우연히 스위트룸의 가격에 대해서 듣고 기함을 한 적이 있었다.

 

 그냥 하루만 있는 건데 최소 100만 원이 넘어가다니.

 

 그때. 예능 프로그램 스튜디오에 나왔던 호텔전문가는 덤덤한 목소리로 말했다.

 

  ㅡ 그래도 여긴 싼 편입니다. 남산 근처에 있는 H 호텔의 스위트룸은 최소 100만 원부터 시작합니다.

 

 100만 원 이라니……! 프런트 직원이 스위트룸 카드키를 주려고 하자, 제이는 얼른 입을 열었다.

 

  "아뇨, 스위트룸 말고요, 여기에서 제일 싸고 작은 방 주세요."

 

  "그럼 스위트룸 대신 스탠더드(Standard)룸으로 드릴까요?"

 

  "아니, 내가 스위트룸을 잡은……."

 

  "네! 스탠더드룸으로 주세요."

 

 미간을 좁힌 철수가 매서운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봤지만, 제이는 그의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고, 프런트 직원을 향해 고개를 위아래로 끄덕였다.

 

  "……전 막 넓은 방에서 잠이 잘 안 오거든요. 스위트룸보다 제일 작은 스탠더드룸에서 자는 게 더 좋아요."

 

 제이는 철수가 다시 스위트룸으로 방을 바꿀까 봐, 얼른 호텔 프런트 직원이 주는 카드키를 받았다.

 

 

 

 ***

 

 

 

 지하에 있는 헬스장에서 운동을 마친 철수는 조식을 먹기 위해 1층에 있는 뷔페를 찾았다.

 

  "어때? 가격 협상은 잘 됐어?"

 

 작은 볼에 담긴 샐러드를 집은 철수는 회사 일 때문에 독일에 있는 태오와 통화를 하고 있었다.

 

  - ……일단 그럭저럭?

 

 일단 그럭저럭?

 

  "뭐야, 어떻게 된 건지 상세하게 설명해봐."

 

  - ……후우.

 

 길게 한숨을 내쉬는 소리가 들리자, 본능적으로 일이 잘 안 풀리고 있다는 것을 눈치챈 철수는 이마에 깊은 주름을 잡았다.

 

  - 진짜 다들 말이 안 통해. 어제는 분명히 내가 제시한 가격에 사인하겠다고 하더니, 오늘은 또 말을 바꾸네.

 

 하필 내가 한국에 있을 때, 가격 협상을 요구하다니.

 

 철수는 머리가 아픈 듯 손가락으로 미간을 매만졌다.

 

 철수는 대답 대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가격협상은 원래 철수가 하던 일이었고, 예상치 못하게 길어진 철수의 한국 체류에 태오가 딱히 불만을 표하진 않았지만, 분명히 태오도 그가 독일로 빨리 돌아오길 바라는 눈치였다.

 

  - 형, 형이 독일로 와야겠어. 나하고는 말이 안 통해.

 

  "……."

 

 하지만 철수는 선뜻 한국을 떠날 수 없었다.

 

  - 형, 왜 그래? 형이 한국에 있어야 하는 이유가 있는 거야?

 

  "아니, 뭐, ……그런 건 아니야."

 

 어제 제이의 대기실에 있던 편지를 떠올리며, 짧은 신음을 내뱉은 철수는 입맛이 없는 듯, 크림치즈를 듬뿍 바른 베이클을 접시 위에 내려놓았다.

 

 누가 그런 편지를 보냈을까.

 그저 안티 팬의 짓이라고 치부하기엔 타이밍이 너무나도 절묘했다.

 

 하필 제이가 수조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날에 그런 편지가 도착하다니.

 

 좋게 생각하려고 했지만, 정황상 누군가가 일부러 제이가 들어갈 예정이었던 수조를 망가트린 것이 분명했다.

 

  ㅡ 이상하네요, 누군가가 수조 안의 잠금장치의 핀셋이 잘 빠지지 않게 고정을 해놨어요.

 

 철수는 시윤에게 단순한 사고로 사건을 덮자고 했지만, 이상한 편지까지 온 이상 이건 단순한 사고가 아닌 것이 분명했다.

 

 분명 대기실을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는 사람이 한 짓이 분명한데, 어제 대기실에 들어왔던 사람들을 곰곰이 생각해 봐도, 누가 그랬는지 알 수가 없었다.

 

  "형, 제발 부탁이니까 독일로 와 줘. 이러다가 우리 망할지도 몰라."

 

  "그렇게 심각한 거야?'

 

  "그럼, 당연하지 이러다간 우리 매장에서 영업 못 할 수도 있어."

 

  "알았어, 얼른 독일로 돌아갈게."

 

 무심코 고개를 돌리다가 어디론가 급하게 발걸음을 옮기고 있는 제이를 발견한 철수는 자연스럽게 눈으로 그녀를 쫓아갔다.

 

 조식 뷔페에서 아침을 먹으려고 오는 걸까. 철수는 얼른 자신의 옆자리에 있던 옷을 치워버렸다.

 

  - 언제쯤? 이번 주말에 올 수 있어?

 

 그녀는 수영가방으로 보이는 비닐 가방을 들고, 호텔 헬스장 옆에 있는 수영장으로 들어가는 통로로 향했다.

 

 저 여잔 여기로 안오고 또 어딜 가는 거야. 하여튼 눈을 뗄 수 없는 여자라니까.

 

  "이번 주말에는 좀 그렇고, 다음 주에는 독일로 갈 수 있을 것 같아.“

 

 태오와 전화를 하면서도 철수는 물가에 내놓은 어린아이를 보듯이 제이에게 시선을 떼지 못했다.

 

  ”그럼 다움주 까지 네가 시간 벌어두고 있어."

 

 통화를 마친 철수는 제이의 뒤를 따라서 수영장이 있는 지하로 내려갔다.

 

 

 

 ***

 

 

 

 약간의 소독약 냄새가 나는 호텔 수영장 물은 오늘따라 유달리 맑고 투명해 보였다.

 

  ‘……흥, 그래 봤자 세제 물이지.’

 

 차마 물에 들어가진 못하고 무릎만 담그고 있던 제이는 괜히 심술이 난 듯 발로 물장구를 일으켰다.

 

 가만히 있다가 제이가 만든 물장구에 봉변을 당한 옆 사람이 제이를 노려보자, 그녀는 얼른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수영장에 오면 그녀는 제일 먼저 물에 들어가서 물찬 제비처럼 뛰어놀았다.

 

  '……이상해.'

 

 하지만 오늘은 물에 들어가는 것이 망설여졌다.

 

  '오늘따라 이상하게 물이……."

 

 두렵고 무서웠다.

 

 다시는 수조 탈출 마술을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한 제이는 쉽게 잠자리에 들지 못하고, 아침 동이 트자마자 호텔에 있는 수영장으로 향했다.

 

 수조 탈출 마술은 관객들이 가장 좋아하는 마술인데…….

 

 제이는 평소처럼 수영하려고 했지만, 이상하게도 수영장에 가득 차 있는 물이 무섭고 두려웠다. 물이 무서웠던 적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래도 이겨내야 해.'

 제이는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하나, 둘, 셋!'

 

 양껏 숨을 들이마신 후, 물속에 들어가자 시끄러웠던 주변이 조용해졌다.

 

 그런데 숨을 쉬지 못하도록 콧속으로 집요하게 파고드는 물 때문에, 결국, 제이는 물속에서 몇 초도 버티지 못하고, 손잡이를 잡고 벌떡 일어서서 밖으로 나왔다.

 

 물 밖으로 나온 제이는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무서워.'

 

 예전에는 물속에 있는 것이 편안하게 느껴졌는데, 지금은 물속에서 일 초도 버틸 수 없었다.

 

 정말 왜 이러는 거야.

 

 속상해진 제이의 눈에 그렁그렁 눈물이 맺혔다.

 

  "윤제이 씨, 지금 뭐합니까?"

 

 목부터 발목까지 온몸을 감싸는 전신 수영복을 입은 철수는 사다리를 타고 물 안으로 들어왔다.

 

  "철수 씨가 여기는 웬일이에요?"

 

  "내가 먼저 물어봤잖아요. 이번에는 제이가 먼저 대답해요."

 

 입술을 잘근 깨물며 잠시 망설이던 제이가 천천히 말문을 떼었다.

 

  "그냥…… 수영장에 수영하려고 왔죠."

 

  "근데 왜 여기서 가만히 있어요? 수영 못 합니까?"

 

  "아뇨, 그런 건 아닌데……."

 

 이런 걸 철수 씨한테 털어놓아도 될까. 잠시 고민하던 제이가 천천히 입술을 달싹였다.

 

  "수조 탈출 마술은 관객들의 반응이 제일 좋은 마술이에요."

 

  "……그런데요?"

 

 철수가 표정을 살짝 찌푸렸지만, 제이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이번 공연에서 응급실에 실려 간 저를 보시고 관객들이 얼마나 놀라셨겠어요."

 

  "……."

 

  "지나간 일은 어쩔 수 없지만, 다음 마술 공연 무대에서는 꼭 수조 탈출 마술에 성공하는 모습을 관객들에게 보여드리고 싶어요."

 

  "그래서 아침부터 수영장을 찾았던 거군요."

 

  "……네."

 

  "그런데 막상 수영장에 와보니 물이 무서워서 못 들어가고 있던 겁니까?"

 

 어머, 그걸 어떻게 알았지.

 자신의 마음속에 들어갔다 나온 것처럼 속마음을 훤히 꿰뚫고 있는 철수를 보고 제이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하긴 철수가 자신의 속마음을 꿰뚫어 본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한쪽 눈썹을 위로 추켜 올린 철수가 삐딱한 시선으로 제이를 쳐다봤다.

 

  "마술이 그렇게 중요해요?"

 

  "……네?"

 

 당황한 제이가 눈꺼풀만 깜박거리자, 철수가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제이 씨, 물속에 빠져서 죽을 뻔했습니다. 그런데 또 수조 탈출 마술을 하겠다고요?"

 

  "전 마술에 대해선 열정이 넘치……."

 

  "그건 열정이 아니라 어리석은 겁니다."

 

 뭐라 딱히 할 말이 없어진 제이는 입을 일자로 꾹 다물었다. 사실 제이도 알고 있었다.

 

 자신의 행동이 얼마나 어리석고 바보 같은 건지. 하지만 마술은 유일하게 자신을 지탱해주는 버팀목이었다.

 

 철수 씨는 내가 어떤 마음으로 마술을 시작했는지 알고 있을까.

 

 어머니가 돌아가신 것이 자신의 탓이라고 여겼던 제이에게 마술은 직업 그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물속에서 가만히 있자 몸에 한기가 돈 제이는 밖으로 나가기 위해 사다리 손잡이를 잡았다.

 

  "잠깐 나가지 말아요. 도와주겠습니다."

 

  "……뭘요?"

 

  "일단 물에 대한 공포심을 없애기 위해선 잠수 연습부터 해야 합니다. 도와줄게요."

 

  "……됐어요."

 

 제이가 사다리를 타고 밖으로 나가려고 하자, 철수가 그녀의 팔을 잡아당겼다.

 

  "새로 산 수영복도 시험해 볼 겸 도와줄게요."

 

 아까까지만 해도 버럭 화를 내더니, 이제는 선뜻 자신을 도와주겠다고 말하는 철수의 행동에 제이는 정신이 없었다.

 

 ……치, 누구 약 올리는 것도 아니고.

 

 철수가 양손을 제이에게 내밀었다.

 

  "자, 내 손을 잡아요."

 

 철수는 거칠고 미운 손을 제이에게 내밀었다. 어렸을 때부터 고생을 많이 했던 철수는 거칠어진 손이 콤플렉스라서, 다른 사람들에게 손을 보여주는 것을 싫어한다고 말했었다.

 

 잠시 망설이던 제이가 철수의 손위에 자신의 손을 조심스럽게 올려두었다.

 

  "내 손을 잡고 음, 하면 물속으로 들어가고, 파, 하면서 물 밖으로 나와요, ……알겠죠?"

 

 본격적으로 잠수 연습을 하기 위해, 단단히 수경을 고정한 제이가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음."

 

 제이가 물속으로 머리를 집어넣자, 철수도 따라서 물속으로 들어왔다.

 

 제이와 눈을 마주친 첲수가 다 괜찮으니까 걱정하지 말라는 듯이 고개를 위아래로 끄덕였다.

 

 철수와 물속에서 시선을 교환하자, 무서웠던 물이 편안하게 느껴졌다.

 

  "파."

 

 숨을 쉬기 위해 밖으로 나오자 철수도 함께 따라 나왔고, 제이는 다시 한 번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음."

 

 철수도 그녀를 따라서 숨을 들이마시고 물속으로 들어왔다.

 

 그녀가 물속을 무서워하지 않게끔 철수는 맞잡은 손을 아프지 않게 그러쥐었다.

 

 제이는 철수와 함께 계속해서 물속과 물 밖을 왔다 갔다 하면서 잠수 연습을 했다.

 

  "파."

 

 이번에는 꽤 오랜 시간을 물속에 있다가 밖으로 나온 제이가 활짝 미소를 터트렸다.

 

 이제 정말 하나도 물이 두렵거나 무섭지 않았다.

 

  "이제 괜찮습니까?"

 

  "……네."

 

 제이는 수줍게 미소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고마워요. 이제 철수 씨 덕분에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오늘은 여기까지만 합시다. 괜히 무리하지 말고."

 

 착하게 네, 하고 대답한 제이가 생긋 미소를 짓자, 철수도 따라서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철수 씨는 수영장에 왜 온 거예요?”

 

  “그냥 몸이 찌뿌드드해서 왔습니다. 원래 호텔 수영장에서 자주 수영하거든요.”

 

 ……어? 이상하다. 아까는 분명히 새로 산 수영복이라고 한 것 같았는데.

 

  “아까 새로 산 수영복이라고 하지 않았어요?”

 

  “내가요?”

 

  “네, 분명히 새로 산 수영복이라고…….”

 

 철수는 단호한 목소리로 제이의 말을 끊었다.

 

  “글쎄요, 난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는데요.”

 

  “아닌데, 분명히 새로 산…….”

 

  “잠수 연습 다 했으면 얼른 나갑시다. 계속 여기 있을 거예요?”

 

  “아뇨, 저도 나갈 거예요.”

 

 먼저 사다리를 타고 물 밖으로 나간 철수가 제이에게 손을 내밀었다.

 

  “자요, 내 손 잡아요.”

 

  “……고마워요.”

 

 그의 손을 잡고 수영장 밖으로 나온 제이는 탈의실로 들어가기 위해 철수와 나란히 걸었다.

 

 수영복을 입고 있던 제이는 괜히 부끄러워져서, 팔을 X자로 교차시켜 몸을 가렸다.

 

 철수 씨가 날 몰래 훑어보는 것 같은데…….

 

 왠지 철수의 시선이 자신의 온몸을 전체적으로 훑고 있는 것 같아서, 제이는 온몸이 타오르는 것처럼 뜨거워졌다.

 

 제이는 발걸음을 재촉하며 철수보다 앞서 걸었다.

 

  “조심해요, 수영장 미끄러우니까.”

 

  “네? ……네.”

 

 그는 아무렇지 않은 것 같은데, 괜히 자신만 그를 의식하고 있는 것 같았다.

 

  ‘진짜 이상하게 ……되게 부끄럽네.’

 

 낯부끄러워진 제이는 철수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재빨리 걸음을 옮겼다. 빨리 탈의실로 가서 수영복 대신 평범한 옷으로 갈아입자.

 

 미끌.

 

  “……꺄악!”

 

 물이 고여있는 곳을 정확하게 밟은 제이가 몸을 비틀거리자, 쏜살같이 나타난 철수가 제이에게 다가가 그녀의 허리를 낚아챘다.

 

  "고마워요. 철수 씨 아니었으면 큰일날 뻔했어요."

 

 하마터면 넘어져서 머리가 깨질 뻔했던 제이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데 갑자기 제이의 허리를 잡고 있던 철수가 얼른 팔을 빼내고, 제이를 멀찌감치 옆으로 밀어버렸다.

 

 철수의 얼굴은 불타는 듯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고, 엉거주춤한 걸음으로 재빨리 걸어갔다.

 

  "철수 씨, 그렇게 빨리 걸어가면 아까 저처럼 넘어질 수도 있어요."

 

 뒤를 돌아보지 않고 손만 들어 보인 철수는 순식간에 남자 탈의실 안으로 들어갔다.

 

 

  "철수 씨가 갑자기 왜 저러지?"

 

 아직 남자의 신체 변화에 대해서 자세히 알지 못했던 제이는 어리둥절해 하며 고개만 갸웃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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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9.혹시 나 좋아해요? 2017 / 10 / 31 18 0 8653   
8 8.불안한 사각관계 2017 / 10 / 31 13 0 8381   
7 7.당신과 나 사이에 있는 것 2017 / 10 / 31 20 0 82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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