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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네트레시아 : 이계의 방문자
작가 : 지나다가
작품등록일 : 2017.10.30
네트레시아 : 이계의 방문자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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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변을 앞둔 네트레시아를 방문하게된 현실의 주인공. 그의 귀환은 이 이상한 세계의 앞날과 밀접하게 연관이 되어 있다. 과연 주인공은 이 이상한 세상에서 만난 새로운 사람들과 함께 자신에게 주어진 숙제를 해결하고 다시 돌아오는 길을 찾을 수 있을까.

 
18. 파브리치 상회
작성일 : 17-11-22 16:19     조회 : 19     추천 : 0     분량 : 4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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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스트리드에 며칠 동안 소낙비가 쏟아졌다.

 

 천둥번개가 이따금씩 하늘을 찢어 놓았고, 빽빽이 들어찬 건물사이 골목길에 구정물이 넘쳤다. 구정물에서는 준석에게 익숙한 하수도 냄새가 났다. 준석이 어릴 적에도 큰 비가 올 때 마다 하수도가 역류해서 넘쳐 올랐고, 거기에서도 같은 냄새가 났었다.

 

 준석과 베르나르는 드미트리가 내어준 집에서 빗소리를 듣고 있었다. 널빤지로 세운 벽에서는 빗물이 세어 나왔고, 거리에서 넘치는 하수도는 입구의 문틈을 따라 집안으로 들어왔다.

 

 준석은 시궁창 냄새는 금방 익숙해졌지만, 습기를 머금고 올라오는 곰팡이 냄새는 참기 어려웠다. 준석은 집안의 물기를 말린다고 마법으로 불을 피웠다. 여름날 뜨거운 불길과 수증기에 둘은 곧 땀범벅이 되었다. 이것이 불길로 인한 땀인지 비로 인한 습기인지 알 길이 없었다.

 

 처음 온 날 베르나르가 보여주는 십자문양을 드미트리는 한 눈에 알아보았다.

 

 - 라데온 수도회 문양일세.

 

 - 라데온 수도회? 거긴 뭐하는 집단인가?

 

 - 점성술, 의학 등 잡다한 것을 연구하는 가르시아 왕실 소속 수도회라고 들었네. 그들은 항상 한 곳에 틀어박혀 연구를 했고, 자신들이 알고 있는 것은 국왕이 아닌 다른 사람들에게는 절대 나누지 않았지. 예전에 한번 다녀온 적이 있네. 엄청 거만하고 싸가지 없는 놈들이었지.

 

 - 그 수도회가 아직도 남아 있는가?

 

 - 글쎄. 그 때 이후로는 그 수도회에 대하여 들어본 적이 없네. 아마도 가르시아가 망할 때 같이 없어지지 않았겠나?

 

 - 드미트리, 오랜만에 만나서 이런 부탁을 하긴 미안하지만 꼭 도와주어야 할 것이 있네.

 

 드미트리는 베르나르가 무엇을 도와달라고 하는 지에는 별로 관심이 없는 듯 준석을 쳐다보며 말했다.

 

 - 저 사람은 누구인가.

 

 베르나르는 우물쩍 대답했다.

 

 - 얼마 전에 만난 마법사이네.

 

 드미트리는 차갑게 웃으며 일어났다.

 

 - 베르나르, 내 도움이 필요하면 나에게 모든 것을 제대로 이야기하게. 그렇게 하지 않는 다면 난 자네를 도울 수 없어.

 

 집을 나가려는 드미트리를 베르나르가 붙잡아서 다시 자리에 앉히었다.

 

 - 알았네. 알았어. 그는 새로운 방문자일세.

 

 드미트리가 정색을 하며 베르나르에게 말했다.

 

 - 실버포트를 작살냈다는 그 방문자 인가?

 

 베르나르는 고개를 흔들었다.

 

 - 아니야. 아닐세. 실버포트를 도륙한 건 방문자가 아니네.

 

 - 그럼 누구인가?

 

 - 우리도 그 자를 찾고 있는 중일세.

 

 베르나르는 결국 에리스 평원에서 방문자와 프린공작을 만난 것에서 부터 아스트리드에 오게 된 것까지 다 털어놓았다.

 

 - 아스트리드의 가르시아 사람들 중에서 라데온 수도회에 대해서 알고 있는 자를 찾아주게.

 

 - 네가 한번 알아 볼 테니 자네들은 꼼짝 말고 숨어있게. 실버포트의 방화범이 아스트리드에서 배회하고 있다는 것을 왕실에서 알게 되면 도시가 발칵 뒤집어 질 것이야.

 

 드미트리가 그렇게 말하고 돌아간 것이 벌써 나흘 전이었다.

 

 베르나르는 귀가 먹먹할 정도로 시끄러운 빗소리를 들으며 예전에 드미트리의 모습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의 기억 속 드미트리는 항상 실버포트 지하의 어둠속에서 부리부리한 큰 눈에 불을 켜고 책을 읽고 있었다. 그는 본래 은빛그림자회의 서기였고, 실버포트에서 수십 년 동안 베르나르와 함께 먼지 쌓인 책과 씨름하며 젊음을 보냈다.

 

 그때는 네트레시아에 흩어진 지식을 언제라도 활용할 수 있도록 집대성하는 것이 드미트리의 삶의 목표였다. 그러나 그런 꿈은 별 것도 아닌 일에 휘말려 어이없이 무너졌다.

 

 수석서기관이 금서로 지정한 서적 수십 권이 사라지는 일이 발생한 것이었다. 알아보니 서기관 중 한명이 저주마법에 대한 금서를 밤중에 챙겨서 달아난 것이었다. 그리고 그 때 도둑맞은 서고 구역을 담당하였던 서기가 다름 아닌 베르나르와 드미트리였다.

 

 수석서기관은 노발대발하였고 그 둘을 당장 파문하라고 지시하였다. 그날 밤 드미트리가 베르나르 몰래 수석서기관에게 찾아갔고 자신이 모든 잘못을 책임질 테니 베르나르는 그대로 두라고 간청했다. 간청이 통했는지 베르나르는 한 달간 독방에 갇히는 것으로 감경되었고, 드미트리는 파문되었다.

 

 실버포트의 누구도 드미트리가 수석서기관에서 뭐라고 해서 베르나르의 벌이 감경되었는지 알지 못했고, 수석서기관도 드미트리도 그에 대해서는 이후에도 이야기 하지 않았다.

 

 드미트리는 파문된 이후에 자신이 꼭 해보고 싶었던 일을 시작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장사였다. 드미트리는 포도주를 매우 좋아했고 관심이 많았다. 그는 롤스이스트에서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자신이 보기에 좋은 품질을 가진 포도주를 생산하는 농장을 찾아가서 자신이 포도주를 팔아주겠다고 했다.

 

 보통 네트레시아의 포도주 농장의 영주들은 농노를 시키거나 혹은 행상을 통해서 자신들이 생산한 포도주를 이 마을 저 마을로 돌아다니며 팔았다. 그러나 그들은 항상 도적떼들의 표적이 되었고 장기간의 여행에 포도주는 맛이 변하기 일쑤였다.

 

 하지만 드미트리는 아스트리드에서 허름한 창고를 빌려 거기에 포도주를 재어놓고 팔기 시작했다. 포도농장에서 바로 가져온 드미트리의 포도주는 맛과 상태가 뛰어나 아스트리드의 귀족과 상류층에게 날개 돋친 듯이 팔렸다. 드미트리는 계속 창고를 키웠고 거래하는 포도주 농장들을 늘렸다.

 

 포도주 농장들은 드미트리에게 포도주를 팔게 되면 여기저기 팔러 다니거나 도둑맞을 염려가 없어 더 싼값에 포도주를 팔았다. 그리고 서로 드미트리에게 포도주를 납품하기 위해서 줄을 댔다.

 

 규모가 커지자 드미트리는 아예 아스트리드 근교에 포도주 저장고를 별도로 만들고 포도주를 거기서 보관했으며, 지체가 높은 고객들에게는 주문을 받아서 정기적으로 포도주를 배달해주었다. 귀족들 사이로 드미트리의 포도주에 대한 소문이 퍼져나가 매상은 계속 늘어갔고, 급기야 드미트리는 왕실 포도주 납품업자로까지 지정되었다.

 

 드미트리는 아스트리드에 있던 자잘한 포도주 소매상들을 돈으로 규합해서 파브리치 상회라는 길드를 조직했다. 파브리치는 자신의 고향 마을의 이름이었다. 파브리치 상회는 용병들을 고용해서 자신들의 소속이 아닌 자가 아스트리드에서 포도주 장사를 하는 것을 엄격하게 금지했다. 그는 불과 수년 만에 네트레시아 수도 아스트리드의 가장 큰 포도주 상단의 주인이 되었다.

 

 드미트리는 이런 장사 방식을 고대 유렌시아의 상업에 대한 책에서 읽었던 적이 있었고, 항상 베르나르에게 네트레시아에서 포도주를 유통하는 사업에 대하여 떠들어 댔었다. 어느 정도 성공한 이후에도 드미트리는 간간히 베르나르에게 편지를 보내어 아스트리드로 와서 같이 포도주 장사를 하자고 권했지만, 그때마다 베르나르는 번번이 이를 거절했다.

 

 - 나는 포도주 냄새를 싫어하네.

 

 그것이 베르나르의 거절이유였다. 드미트리 또한 베르나르가 속세의 자질구레한 셈이나 사람을 만나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짐작했다.

 

 베르나르가 옛날의 기억을 더듬고 있던 중에 갑자기 문이 열리고 물에 홀딱 젖은 사람한명이 집안으로 들어왔다. 드미트리였다. 작고 땅땅한 체구의 그는 영락없이 비에 젖은 생쥐 꼴이었다.

 

 - 아스트리드에 이렇게 비가 오는 건 처음이군. 하늘이 실성한 모양이야.

 

 드미트리는 인상을 찡그리고 하늘을 쳐다보며 투덜거렸다. 준석과 베르나르는 드미트리가 찾아왔다는 것은 무언가 찾아내었다는 것이었으므로 자연스럽게 드미트리 주위로 모였다.

 

 드미트리는 긴 호흡을 한번 하고 말했다.

 

 - 이상해. 이상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네.

 

 - 무엇이 이상하다는 말인가?

 

 - 라데온 수도회 사람들 몇몇이 아스트리드에 있었던 것 같긴 하네. 그런데 일 년 전 즈음에 모조리 사라졌네.

 

 - 사라졌다니. 그게 무슨 말인가?

 

 드미트리는 자신이 조사한 것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는 가르시아 출신의 귀족 집으로 포도주를 배달하는 하인들을 시켜 라데온 수도회에 대한 정보를 수집했었다. 라데온 수도회는 가르시아의 해로드왕이 마법사 아주로프에게 죽은 이후에 조직적인 저항활동을 이어나갔다고 한다.

 

 하지만, 그들에 대한 아주로프의 탄압이 심해지자 잔여 세력 일부가 네트레시아로 넘어왔고 그중 대여섯 명 정도의 수도사들이 아스트리드에 있는 가르시아 귀족들의 저택에서 머물렀다고 했다. 그러다 갑자기 일 년 전 즈음에 모조리 행방불명되었다고 했다. 일 년 전이라면 아이린이 자살할 때 즈음이었다.

 

 또 이상한 것은 최근 왕실의 근위대에서도 라데온 수도회의 행방을 찾고 있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 근위대는 수도회를 안다고 고개만 끄덕이면 다짜고짜 끌고 간다고 하더군. 잡혀갔다 풀려난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 수도회 소속 사람들에 대해서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것을 말하지 않으면 절대 풀려날 수 없다고 한다네.

 

 베르나르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 왜 왕실의 근위대가 갑자기 라데온 수도회에 관심을 가지게 됐단 말인가?

 

 - 나도 그것이 궁금하여 왕실에 포도주를 공급하는 애에게 시켜서 알아보니, 수석행정관 발더그린이 모든 것을 지시한 것 같다고 하더군.

 

 발더그린이면 롤스이스트의 프린 저택에서 들었던 이름이었고, 그는 준석과 메이를 찾았던 인물이었다. 그는 준석이 방문자라는 것을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았고, 지금은 준석과 베르나르가 찾고 있는 라데온 수도회를 같이 찾고 있었다.

 

 베르나르는 발더그린과 연관되어 일어난 일에는 무언가 일관성이 있는 것 같았다. 드미트리는 갑자기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

 

 - 그리고 말일세. 얼마 전 왕실의 근위대에서 북문 앞에 있는 포도주 창고를 빌리겠다고 해서 빌려주었는데 말이지. 그 포도주 창고에 사람을 가둬놓은 것 같네.

 

 - 죄인이 있으면 감옥에 가두면 되지 근위대가 굳이 포도주 창고를 빌려서 사람을 가둬놓을 연유라도 있다던가?

 

 - 그러게 말이네. 빈 포도주 창고에 용병으로 보이는 감시병이 두 명이 붙어 있어서 확인해봤더니 한 여자가 잡혀있는 것 같다고 하더군. 그래서 아마도 그 여자가 라데온 수도회와 관련이 있는 여자가 아닌가 생각되네.

 

 - 왜 그렇게 생각하는가?

 

 - 포도주 창고를 빌렸을 때가 왕국 내무부에서 라데온 수도회에 대한 조사를 시작하는 때와 거의 일치한다네. 내 생각에는 단지 라데온 수도회 소속이라는 것만으로 왕실 감옥에 잡아둘 수 없으니 창고를 빌려서 가둬두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된다네.

 

 - 그렇다면, 라데온 수도회에 대한 이야기는 그 여자에게 들어야겠구먼.

 

 - 어찌하려는가?

 

 - 방문자의 능력을 슬슬 사용할 때가 되었지.

 

 베르나르는 준석을 쳐다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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