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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천사는 울지 않는다
작가 : 소설부부
작품등록일 : 2017.7.15

영겁의 세월동안 고독과 마음의 평온만을 추구하던 천사 프라.
그가 복잡한 관계로 뒤얽힌 지구의 삶에 뛰어들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

...팽팽한 긴장의 줄을 싹둑 잘라 먹었다.

모두가 소리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세라는 잔뜩 힘주어 숨을 참고 있던 참이었었다.

에이씨. 지지려면 빨리 지질 것이지. 할랑 말랑 하는 게 더 고문인 거 모르나.

키가 보통 명마보다 큰 흑마는 구경꾼들을 당당하게 가르고 장교 앞에까지 왔다. 떠오르는 태양을 등지고 검은 후드망토를 길게 늘어트린 존재가 말 위에 앉아 있었다.

 
살고 싶거든
작성일 : 17-07-21 16:50     조회 : 17     추천 : 0     분량 : 70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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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의 사랑, 세라 파갈.

 

 카라스 영주가 당신을 안전히 그곳에 데려갈 줄 알았지.

 

 그의 실력이면 그건 당연한 일이니까.

 

 영주의 얼굴을 보고 꽤나 놀랐을 당신이 그려져.

 

 아론도 카라스의 후손이었겠지. 한 혈통에선 닮은 자들이 종종 나오니까.

 

 영주한테 당신을 보내는 심정을 상상이나 할 수 있으려나.

 

 지금쯤이면 당신때문에 시끄럽겠군.

 

 당신이 언제나 내편이 되어 준 것에 늘 감사한다오.

 

 당신이 숙녀로 성숙하면서 내 마음을 빼앗았듯이 영주의 마음을 빼앗아 주시오.

 

 아스란 제국의 미래를 위해.

 

 나를 사랑하라는 것보다 이편이 훨씬 쉬운 요구가 될 것 같아 씁쓸하군.

 

 

 

  라시스 아스란-

 

 

 

 

 

 라시스황제!!!!

 

 이 종이는 그녀를 첩자로 만들고 있었다.

 

 세라는 누가 보기 전에 떨리는 손으로 종이를 구겨 입에 넣었다.

 

 요동치는 심장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리는데, 보고 있는 눈이 있었다.

 

 쿵! 심장이 추락했다. 정말 첩자가 돼버린 것처럼.

 

 그녀의 시선은 다시 한 번 본성으로 가는 수많은 계단을 오르고 3층 영주의 집무실에 달린 발코니에 닿았다.

 

 그곳에서 내려 보고 있는 검은 눈동자. 미동도 없이 그녀를 응시하고 있었다.

 

 전부 본 걸까?

 

 둘은 한참동안 서로를 향해 멀리서 마주하고 있었다.

 

 뭘 그리 급히 입에다 감춰 버렸냐고 물어보면 뭐라 말해야 할까?

 

 영주도 그녀가 황제의 첩자로 의심 받고 있다는 것을 이미 알 텐데. 거기다 대고 나는 뭐라 변명하지.

 

 영주의 마음을 빼앗으라고?

 

 이미 빼앗겨 버린 마음으로 무얼 빼앗을 수 있을까?

 

 몸도 마음도 저 남자의 노예가 된 것이, 너무나도 안심이 되고 행복하다고 느끼며 잠이 들었는데.

 

 내 존재는 당신에게 무슨 위협이 돼 길래, 라시스가 이곳으로 보낸 걸까?

 

 예전처럼 날 이용해 내 남자를 옭아매려는 수작인가?

 

 내 남자……?

 

 미치광이 카라스 영주, 내가 당신을 ‘내 남자’라고 표현하고 있어.

 

 이제 어떡하지?

 

 아카드가 먼저 둘 사이의 긴장을 끊고, 오라는 손짓을 보냈다.

 

 세라는 정신을 가다듬고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다리가 후들거렸으나 치마가 가려주니 다행이었다.

 

 두어 번 계단을 손으로 짚어가며 결국 다 오르는 모습을 아카드는 그대로 서서 지켜보고 있었다.

 

 입 안에 든 종이를 조금씩 찢어 삼켰다.

 

 본성 입구로 들어 설 때까지도 그녀를 내려 보고 있는 그.

 

 성내로 들어서 다시 3층까지 중앙계단을 오르는 동안, 브르노와 마주쳤다.

 

 세라는 정중히 인사하고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어, 세라. 상처가 밤사이 몰라보게 나았군. 어떻게 된 건가?”

 

 “……아, 안 그래도 감사하다는 인사드리려고 했는데…….”

 

 

 세라는 고개를 들고 브르노를 바라봤다.

 

 브르노는 두툼한 목도리에 얼굴절반 이상을 파묻은 채였다.

 

 

 “선생님의 연고 덕분이에요.”

 

 “정말?”

 

 

 브르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것 외에 다른 치료를 한 것은 아니고?”

 

 “아뇨.”

 

 

 브르노는 믿기 힘들어 하는 눈치였다. 하긴 세라도 연고의 냄새를 맡았을 때 싸구려 동물 기름정도로 생각했는데, 의외의 효험에 놀랐었으니까.

 

 뚜벅, 뚜벅. 발소리가 들려왔다. 위를 쳐다보니 아카드가 난간에 나타났다.

 

 

 “흑, 그래. 그럼, 수고 해.”

 

 

 브르노가 목도리에 얼굴을 묻고 도망치듯 서둘러 1층 약방으로 사라졌다.

 

 세라도 다시 계단을 올랐다.

 

 마중이라도 나온 듯 그녀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고 있었다.

 

 3층까지 올라 그 앞에 서니.

 

 차가운 검은 눈빛이 마치 그녀가 먼저 자백할 기회라도 주는 듯 침묵하고 있었다.

 

 세라 또한 그가 얼만큼 알고 있는지 가늠이 되지 않아 시선을 내리고, 그가 먼저 입을 떼기를 기다렸다.

 

 

 “이렇게 오래 걸릴 줄 알았으면, 내가 내려 갈 걸 그랬군.”

 

 

 비록 싸늘한 투지만 추궁이 아니어서, 세라는 어리둥절했다.

 

 그가 찬찬히 그녀의 얼굴을 살폈다.

 

 

 “걷는 거 보니까 발목도 많이 좋아졌고, 얼굴은 거의 다 나았어.”

 

 

 차가운 표정에 순간 흐뭇함이 스치고 지나간 듯 보였다.

 

 안도와 불안 사이에 놓인 다리를 왔다 갔다 하는 기분이었다.

 

 

 “가지.”

 

 

 그가 돌아서서 집무실의 반대편 방향으로 앞장섰다.

 

 어디로 가는 걸까?

 

 복도에 서서 추궁할 수는 없으니 어디 골방으로 데려가 고문이라도 하려는 게 아닐까?

 

 세라는 조용히 뒤따랐다.

 

 어느 문 앞에 다다르니 그가 문을 열어 세라가 들어갈 수 있게 잡아 주었다.

 

 한 달 사이에 뼛속까지 노예가 된 것인가? 누군가 그녀를 위해 문을 잡아 준다는 것이 왜 이리 어색한지.

 

 안으로 들어가 보니, 고문도, 추궁할 분위기의 장소도 아니었다.

 

 카라스성의 전체 분위기가 그렇듯이, 화려함 보단 단순하고 강한 남성미가 느껴지는, 그러나 고귀한 기품과 쓸쓸함이 느껴지는, 귀족손님들을 접대하기 위한 방이었다.

 

 아라늄(빛이 나는 돌)으로 만든 커다란 샹들리에가 유일한 장식이었다.

 

 한쪽 벽면은 다른 방들처럼 검은 바위의 거친 면들을 날 것 그대로 살려 두었다.

 

 단순한 디자인의 긴 검은 테이블과 등이 높은 의자.

 

 테이블 끝자락에 차려진 간소한 식사.

 

 그가 의자를 빼 놓고, 멍하니 서 있는 그녀를 기다렸다.

 

 그의 의도가 어찌 되었든 세라는 설레기 시작했다. 데이트처럼.

 

 그러자, 방이 화려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초라한 그녀의 행색이 도드라지게 느껴졌다.

 

 지금이라도 옷을 갈아입고 올까?

 

 참, 갈아입을 마땅한 것도 없구나.

 

 세라가 앉자, 맞은편에 그도 앉았다.

 

 그가 식사를 시작했다. 세라는 영문을 몰라 그를 지켜 볼 뿐이었다.

 

 둘만의 식사라…….

 

 좋긴 한데, 불안했다. 화산폭발이 일어나기 직전처럼.

 

 

 “먹어.”

 

 

 접시를 응시한 채 고기를 자르며 그가 말했다.

 

 고기…….

 

 고기 완자는 아니지만 어쨌든 고기였다. 한 달 만에 처음 보는 통고기.

 

 

 “내가 먹던 육포를 덥석 입에 넣을 때 고기 맛 본 지 오래 됐겠구나 했지. 그러고 보니 내 침이 잔뜩 묻은 육포에도 끄떡없었던 걸 잊었었군. 흥미로운 현상이야. 내가 놓친 기억들이 있다니.”

 

 

 그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의 타액에도 멀쩡했던 그녀가 당연히 그의 키스에도 큰 문제가 없으리라는 것을 생각지 못했던 것이다.

 

 불안과 달리 분위기가 좋았다. 세라는 고기를 잘라 얼른 입에 넣었다.

 

 흐음~ 이 맛이야.

 

 라시스 황제의 첩자가 되라는 편지 따위는 뱃속에서 고기와 함께 소화나 돼라지.

 

 그녀 스스로가 첩자가 아니면 떳떳할 수 있지 않을까?

 

 세라는 온 몸으로 이 고기가 주는 기쁨을 느끼고 있었다.

 

 입안에 채워지는 육즙과 식감, 신선한 채소의 향, 목을 타고 넘어가는 부드러움. 뱃속에 착착 쌓여가는 포만감.

 

 

 “살고 싶거든, 앞으로 혼자 돌아다니지 마.”

 

 

 세라는 고개를 들어 영주를 보았다. 그는 이미 그녀를 뚫어져라 직시하고 있었다.

 

 

 “식당이나 사람들이 모인 장소도 피하고.”

 

 

 세라는 갑자기 자기가 뭘 씹고 있는지 잊어버리고 말았다.

 

 

 “널 건드리지 말라는 경고를 요란하게 해놨지만, 여기 사람들은 대다수 일정부분 편집증을 앓고 있어. 나를 포함해서.”

 

 

 세탁방 노파의 금화사건 때 그의 판결이 요란한 경고였겠지.

 

 

 “나를 두려워하면서도, 결국 명령을 어기게 될 거야. 못 견디도록 싫은 게 있다면 목숨을 걸고 라도 그것을 제거해 버려야 속이 시원한 족속들이거든.”

 

 “…….”

 

 “가급적 내 가시권 안에 있어. 살고 싶다면.”

 

 

 그녀는 포크를 내렸다.

 

 이곳 사람들과 잘해 보려 했는데, 여지가 보이는 것 같았는데, 사람들은 왜 극단적으로 그녀를 몰아 부칠까? 첩자라는 증거도 없는데.

 

 그는 대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 걸까?

 

 

 “왜……절 도와주세요? 한낮 노예일 뿐인데.”

 

 

 그는 이 거대한 검은 성의 주인답게 어둡고 싸늘하게 그녀를 마주하고 있었다.

 

 

 “아직은…… 증거가 없으니까.”

 

 “그럼…….”

 

 “증거가 나오면, 널 죽일 거야.”

 

 

 세라의 손끝이 잘게 떨렸다.

 

 그의 입에서 그녀를 죽이겠다는 말을 처음 들은 것도 아닌데, 검은 기사 노릇을 할 땐 수시로 내뱉던 말이었지만, 지금은…… 가슴에 대못이 박혀드는 것 같았다.

 

 

  “그때까지 살고 싶다면, 내 가시권 안에 있는 게 좋겠지.”

 

 

 세라는 다시 고개를 숙였다. 그의 노예가 되는 것이 행복하다고 생각했던 자신이 비참하고 어리석게 느껴졌다.

 

 

 “쫓아다니기 힘들면 내 방에 있어. 그나마 제일 안전할 테니.”

 

 

 따뜻하고 설렘을 주는 그의 방이 감옥으로 순식간에 변해버리고 말았다.

 

 노예보다 더 자유롭지 못한 존재가 죄인이라는 것을 실감해야 했다.

 

 

 “누구도 믿어 주지 않으면, 당신도 믿지 않으면, 제 결백은 어떻게 증명 하죠?”

 

 

 그는 냉소를 짓고 있었다.

 

 세라는 그의 대답이 절실한데 비웃고 있다니.

 

 

 “네가 걱정 할 일은 아니잖아. 넌 결백하지 않으니까.”

 

 “무슨……뜻이에요?”

 

 “억울해?”

 

 “무슨 뜻이냐고요?”

 

 “결백해?”

 

 “…….”

 

 “그래. 지금은 결백하다고 믿고 싶다면 마음대로 해.”

 

 

 그의 냉소가 천천히 지워졌다. 그리고 칠흑처럼 검은 눈이 날카로운 검처럼 그녀를 향해 찔러 들어왔다.

 

 

 “결국, 네 스스로 라시스황제의 충견임을 인정하고 말테니까. 그렇게 네 입으로 인정하고 말아서 어쩔 수 없이 내 손으로 널 죽이게 만들 테니까.”

 

 

 뭐라고 반박을 하려고 입을 열었지만 도통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왜 저런, 억지를……내가 당신한테 뭘 잘못했기에, 이미 죄인 취급이란 말인가?

 

 

 “아, 알아듣게 말해줘요. 도무지 이해가 안 되니까.”

 

 “그래, 지금처럼만 해. 무조건 잡아떼는 거야. 무슨 일이 있어도 네 스스로 자백하지 마. 그러면 적어도 내 손에 죽지는 않을 테니까.”

 

 

 동요 없는 차가움. 일관되게 흐르는 냉기.

 

 그것이 조금씩 다르게…… 따뜻하기도 하고, 친절하게도 느껴졌던 것은 그저 그녀가 만들어낸 상상에 지나지 않았던 것일까?

 

 

 “조급할 것 없어. 세라 파갈. 너도 곧 보게 될 거야. 네가 어느 쪽을 선택할지.”

 

 

 마치 비극적인 결말을 모두 알고 있다는 투였다. 그는 일어섰다.

 

 

 “아직 일이 남았어. 식사가 끝났으면 가지.”

 

 

 이런 기분으로 그 옆에 붙어 있고 싶지 않아.

 

 

 “……전 방으로 갈게요.”

 

 “데려다 줄게.”

 

 “필요없어요. 영주의 에스코트를 받는 노예라니, 그래서 사람들이 더 나를 미워하는 거 아닐까요? 내가 뭘 결정하기도 전에.”

 

 

 그녀는 일어나 그보다 먼저 문을 나섰다.

 

 5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오르는 동안 그가 나왔고, 그녀가 그의 방에 도착해 문을 닫는 소리를 듣고, 집무실로 향했다.

 

 

 

 

 **

 

 

 

 

 “브르노 선생님, 걱정이 돼서 와봤어요.”

 

 

 아카드의 수행기사 두 명이 약방으로 들어섰다.

 

 세라를 윈터포인트에서 마차를 태워 카라스 성에 데리고 온 장본인들이었다.

 

 덩치 크고 기분파인 선임 야쿠, 최근 기사 작위를 받은 젊고 쾌활한 발락.

 

 

 “저도 영주님이 그렇게 장기를 잘 두시는 줄 몰랐거든요.”

 

 “그러게. 나랑 둘 때만 해도 계속 지시더니, 자네랑 둘 때 갑자기 그리돼서 전술에 능해서 빨리 배운다고만 생각 했지.”

 

 

 목도리를 걷어 낸 브르노의 얼굴은 만신창이가 되어 있었다. 거울을 보며 세라에게 발라주었던 싸구려 사슴기름을 덕지덕지 바르고 있었다.

 

 

 “우리하고 장기 좀 둬 보자고 할 때부터 브르노 자네를 염두하고 계셨던 게 분명해.”

 

 “그쵸. 장기하면 브르노 선생님이 최고니까요. 한 참 열이 오르면 당연히 브르노 선생님을 저희가 부를 거라 다 계산 되었던 거예요. 와우~ 우리 주군 뒤끝 작렬이에요.”

 

 “휴가 내기에서 갑자기 싸다구 떼리기로 바뀔 줄 누가 알았겠나?”

 

 

 브르노는 아무 말도 없었다.

 

 

 “이봐, 브르노. 난 자네가 너무 마음에 담아두지 않길 바라네.”

 

 “그래요 선생님, 사실 전, 주군이 이러는 거 괜스레 기분이 좋아요. 사람 같잖아요. 야수 아니면 얼음마왕 같던 분이 이러는 거 처음이잖아요.”

 

 

 브르노는 연신 냄새를 맡는 둥, 점성을 확인하는 둥 하며 연고에 신경 쓸 뿐 대꾸하지 않았다.

 

 그 모습이 수행기사 둘의 눈엔 화가 잔뜩 난 것으로 보여 질 거란 걸 알면서도 가만 두었다.

 

 

 “이봐, 자네가 어디 쉬이 화내고 그런 사람인가. 얼마나 언짢았으면 이럴까. 이해하네.”

 

 “그럼요 그럼요. 이해하죠. 주군의 손맛이 어디 세탁방 노파와 비교할 수 있습니까? 특별 하사품보다 브르노 선생님이 훨씬 큰 고통을 겪고 계신 거지요. 불공평한 처사였죠, 네. ”

 

 "그나마 다행인 건 장갑을 착용하셨다는 거네. 자네를 생각한거지. 맨 손이었으면 지금쯤, 아휴~"

 

 “이건 별 효과도 없는 엉터리 연고인데, 거참 희한하네.”

 

 

 브르노는 연고 생각에 몰입 중이었다.

 

 

 “이봐, 브로노! 사람이 그러는 게 아니야. 우리가 이정도 말했으면 알아들어야지!”

 

 

 야쿠가 코를 벌름거리며 버럭 호통을 쳤다.

 

 

 “자네가 먼저 하늘같은 주군의 지시를 어겼는데도 그 정도로 넘어가 준 걸 감사하게 여겨야지. 그리 꿍 하면 쓰나?”

 

 “아이, 선배님도. 위로 해드리려 왔는데, 그러시……일 줄 알았다니까.”

 

 

 브르노는 그제야 얼굴을 돌려 둘을 응시했다.

 

 

 “특별 하사품은 하룻밤 사이에 얼굴이 다 나았어. 근데 나는 이틀이 지났는데도 마찬가지야. 같은 연고만 썼는데. 왜 일까?”

 

 

 그가 중얼거리는 소리에 수행기사들은 잠시 대답을 생각했다. 회유하고 호통치던 분위기는 온데 간데 없이 추리를 시작했다.

 

 

 “뻔하잖아요.”

 

 

 알겠다는 듯 쾌활한 발락이 먼저 답을 내자, 그에게 시선을 집중했다.

 

 

 “영주님이 손 쓴 거죠, 뭐. 아니 혀를 썼을라나?”

 

 “……?”

 

 “브르노 선생님한테 보복한 거 보세요. 애가 타신 거예요. 그 상처를 가만히 보고만 있었겠어요. 그러니 물고 빨고 막 그랬겠죠.”

 

 

 그렇지. 그 여자, 영주님 때문에 죽다 살아났으니, 영주의 침이 치료제가 될 수 있지.

 

 

 “그러게. 짐승들 보면, 다친 새끼를 핥아 주고 그러잖아.”

 

 “두고 봐요. 주군은 그 여자랑 결혼 할 거니까.”

 

 

 발락의 말에 야쿠와 브르노가 움찔했다.

 

 결혼?

 

 60평생 혼자이기를 고집했던 주군이?

 

 물론 아주 잠시 여자가 있었다고는 하지만.

 

 

 “전문가인 제 눈엔 게임 끝났어요. 주군은 벌써 넘어갔어요. 그러니까 브르노 선생님이 마음 푸세요. 콩깍지가 씌이면 뭔들 못하겠어요.”

 

 

 “이봐들, 나도 영주께서 이정도로 마음이 가신 거에 대해 놀라울 뿐이야. 풀고 말고 할 그런 거 없으니 소란 떨지 말고.”

 

 

 브르노가 그제야 자신의 입장을 말했다.

 

 “다만, 걱정 되는 게 있다면, 여기 성 사람들의 거친 기질 때문에 영주님이 어려운 선택을 하게 될까 싶어 그러지. 영주님께서 그 여자한테 마음이 있다는 것은 확실해. 허나 카라스 영지에 사는 백성들 또한 목숨보다 아끼시니 그래서 쉽지 않을 거야.”

 

 

 

 

 **

 

 

 

 

 방 안에만 있기 답답한 세라는 영주에 대한 산란한 감정들을 잊기 위해 세탁방으로 올 수밖에 없었다. 미친듯이 일했다.

 

 

 "어이, 신참. 곧 있으면 네 라이벌이 뜨겠는데."

 

 

 세라는 동작을 멈추고 점성가를 바라봤다. 금화 사건도 있고 해서 마냥 무시할 수도 없잖아.

 

 

 "오직 너뿐인 줄 알았는데, 영주의 키스를 받을 수 있는 여자가 하나 더 있군."

 

 

 점성가는 허공을 노려보며 읊조리고 있었다.

 

 

 "고년이 지금, 널 잡으러 오고 있어!"

 

 

 그와 동시에 세탁방의 문이 거칠게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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