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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천사는 울지 않는다
작가 : 소설부부
작품등록일 : 2017.7.15

영겁의 세월동안 고독과 마음의 평온만을 추구하던 천사 프라.
그가 복잡한 관계로 뒤얽힌 지구의 삶에 뛰어들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

...팽팽한 긴장의 줄을 싹둑 잘라 먹었다.

모두가 소리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세라는 잔뜩 힘주어 숨을 참고 있던 참이었었다.

에이씨. 지지려면 빨리 지질 것이지. 할랑 말랑 하는 게 더 고문인 거 모르나.

키가 보통 명마보다 큰 흑마는 구경꾼들을 당당하게 가르고 장교 앞에까지 왔다. 떠오르는 태양을 등지고 검은 후드망토를 길게 늘어트린 존재가 말 위에 앉아 있었다.

 
세라 vs 금속이빨용병
작성일 : 17-07-15 14:29     조회 : 27     추천 : 0     분량 : 84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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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렌카는 세라가 자신 쪽으로 오는 것을 보고 만면에 미소를 지었다.

 

 남자의 표정은 남자가 안다고 기사의 태도를 보아하니 빨리 세라를 데리고 이 자리를 뜨는 것이 상책이지 싶었다.

 

 후렌카의 의기양양한 꼴을 확인하고 싶지 않은지 돌아선 채로 서 있는 것이 분명 무력을 써서라도 세라를 데려갈지 고민하고 있으리라.

 

 그는 말을 탄 채로 세라에게 다가갔다. 손을 뻗어 내밀고는,

 

 

 “세라, 시간이 없소. 일단 나와 함께 탑시다. 가면서 자세한 것은 이야기하고.”

 

 “후렌카님, 저를 국외으로 보내 주실 수 있겠죠?”

 

 “걱정 말아요. 내가 함께 하겠소. 당신이 가자는 곳으로 갈 거요.”

 

 

 자신의 손을 잡지 않은 채 그대로 서 있는 세라가 불안하게 느껴졌다. 후렌카는 말에서 내렸다. 기사 쪽을 힐끗 보고는 그녀의 손을 감싸 쥐며,

 

 

 “세라, 난 이미 모든 것을 당신에게 걸었소. 자, 서두릅시다.”

 

 “제게 필요한 건 잠시 잠깐의 도움이에요. 이대로 당신을 따라 나선다고 해서 당신의 여자가 되지 않아요.”

 

 “세라, 내게 이러지 마시오. 여기까지 찾아온 내게.”

 

 “당신의 정부가 되고 싶지 않아요.”

 

 “세라,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데 그게 무슨 상관이오.”

 

 

 후렌카는 세라를 놓지 못하고 있었다. 눈빛이 배려나 동정을 넘어서 정념에 사로잡혀 가는 것을 읽을 수 있었다.

 

 

 “내 자존심이 허락 못해요.”

 

 “세라……지금 당신의 처지는.”

 

 “그래요 제 처지가 이렇다고 제 정신까지 노예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다이아몬드 주머니를 도로 내밀며, 세라의 목소리가 다소 커졌다.

 

 기사가 뒤돌아섰다.

 

 

 “그래서 미치광이 카라스 영주한테 죽으러 가겠다는 거요.”

 

 “당신은 제 도주만을 도와 줄 분이 아니잖아요.”

 

 “…….”

 

 

 기사가 손에 가죽장갑을 꽉 끼었다. 그가 그들 쪽으로 움직이기 시작했지만 둘은 알아채지 못하고 있었다.

 

 후렌카는 세라를 바짝 끌어당기며,

 

 “이대로 너를 보낼 수 없어.”

 

 

 후렌카에게 향하는 기사의 낌새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낀 수행원들이 저지시키려고 달려오고 있었다.

 

 

 “후렌카님, 제가 당신의 소유욕을 모를 리가 있을까요?”

 

 

 세라의 차가운 말에 후렌카의 표정이 거칠게 바뀌었다.

 

 

 “소유욕이든 뭐든, 당신을 데려가야겠어.”

 

 

 후렌카가 그녀의 팔을 억세게 잡고 자신의 말 쪽으로 끌어당겼다.

 

 

 “아악! 후렌카님, 이러지 말아요.”

 

 

 퍽! 기사가 후렌카를 세라에게서 떼어내고 얼굴을 가격했다. 그가 멀찌감치 나가 떨어지더니 움직이지 못했다.

 

 놀란 눈을 하고 어깨를 웅크린 세라를 기사가 내려 보았다.

 

 

 “얘기 끝난 거 같은데, 가지.”

 

 

 기사는 세라가 뭐라 하기도 전에, 손에 들린 비단 주머니를 잡아채어 쓰러진 후렌카에게 내던졌다.

 

 그는 어느새 다가와 있는 시갈 위에 올라 탄 후, 그녀가 말에 타기를 기다렸다.

 

 말에 오르자, 널브러져 있는 후렌카의 수행원들이 눈에 들어왔다.

 

 이럇, 기사가 세라가 탄 말을 출발시키자, 시갈도 달리기 시작했다.

 

 세라는 바닥에 쓰러진 후렌카의 생사가 궁금해 뒤 돌아보려 했지만 기사가 의도적으로 그녀의 시야를 가렸다.

 

 

 “죽, 죽은 건 아니죠?”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 이후로 쭉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침묵 속에 여정이 이어졌고 그는 그녀와의 어떤 접촉도 거부하는 듯 일정거리를 두고 움직였다.

 

 

 

 

 

  * *

 

 

 

 카라스성을 향해 8일째.

 

 

 

 계속해서 용병들과 맞닥뜨렸다.

 

 기사는 점점 구석으로 몰리는 형국이었다. 가까스로 버텨내던 그가 결국 철퍼덕 바닥에 엎어지고 용병들의 검이 그의 목을 겨누고 있었다. 검 끝이 그의 피부를 파고 들려는 찰라였다.

 

 그 장면을 가슴조리며 보고 있던 세라는, 기사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무엇이라도 해야 했다.

 

 이걸 또 해야하다니.

 

 세라는 벼랑 위에 다가섰다. 용병 하나가 보고,

 

 

 “여자가 떨어지려나봐!”

 

 

 기사가 눈을 들어 그녀를 보았다. 그의 온 몸은 용병들에게 짓눌린 채였다.

 

 

 “으흐흐흐흐하하하하하!! 흐아하하하하하하하하!!!!”

 

 

 기사가 미친 듯이 웃어댔다. 그러다가 뚝 멈추고, 부릅뜬 눈으로,

 

 

 “제발! 떨어져! 떨어져 보라고!!! 내 눈에서 사라져버려어어어어어!!!!!!!!”

 

 

 목에 핏대를 세우고 미친듯 절규하며 소리 지르는 기사의 모습에 그녀는 당황했다.

 

 가슴이 아팠다. 그나마 남아있는 작은 희망들이 어둠속에서 녹아내리는 듯했다.

 

 길 잃은 어린 양처럼, 침 흘리는 야수들 속에서 오직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삶에 대한 희망 없는 도전 뿐.

 

 세라는 절벽에서 몸을 날렸고 급류는 기다렸다는 듯 그녀의 몸을 휘감았다.

 

 수영을 할 수 있었지만 약해진 체력이 감당해 내긴 버거운 거친 물살이었다. 폐 속으로 물이 자꾸 들어왔다.

 

 저항하지 않고 흐름에 맡기려 했지만 숨이 찼다.

 

 살려줘.

 

 

 ‘제발! 떨어져! 떨어져 보라고!!! 내 눈에서 사라져버려어어어어어!!!!!!!!’

 

 

 그가 비록 사라져버리라고 했지만 그녀는 사라지길 원하지 않는다.

 

 죽으려고 뛰어든 것이 아닌데, 저 기사가 알까?

 

 

 ‘죽고 싶으면 죽어! 내 알바 아냐.’

 

 

 그는 그녀의 생사 따위 관심도 없었고, 하기 싫은 임무를 어떻게서든 종결내고 빨리 돌아가고 싶어 하는 사람이었다.

 

 

 ‘호송 중에 예기치 못한 일로 하사품이 죽었다고 하면 돼.’

 

 

 결국 이렇게 폐에 물이 들어차 죽을 운명이었나?

 

 아론…….

 

 넌, 내게 수영을 가르쳐 줬지.

 

 네가 가르쳐 준 수영이 무용지물이 되고 말겠어.

 

 

 

 *

 

 

 

 

 ‘너, 컸다고 유세하는 거지?’

 

 ‘못마땅하신가 봐요, 아가씨보다 키가 커지고 힘도 세지니까 .’

 

 ‘뭐?’

 

 ‘앞으로 더 커지고 세질 텐데……기대하세요.’

 

 ‘너, 지금 나를 뭘로 보고 이러는 거야? 같이 차 마시고 수업하니 막 대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거니?’

 

 ‘…….’

 

 ‘다른 부드러운 방법도 얼마든지 있는데 꼭 호수 한가운데 빠트려야 했어?’

 

 ‘아가씨가 수영하고 싶어 하는 열망은 큰데 절박함이 없으니 진척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런 무리수를 두었습니다. 아가씨 목숨 가지고 장난 치냐고 하셨을 때 저도 화가 났습니다. 목숨을 걸고, 살려 낸 여자인데……어떻게 그러겠습니까!!!’

 

 ‘진척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런 무리수를 두었습니다. 아가씨 목숨 가지고 장난 치냐고요?’

 

 ‘목숨을 걸고, 살려 낸 여자인데……어떻게 그러겠습니까!!!’

 

 ‘어떻게 그러겠습니까!!!’

 

 ‘어떻게 그러겠습니까 !, !, !’

 

 

 

 

 *

 

 

 

 

 

 아론의 외침이 고막을 찢을 듯이 날카롭게 세라의 의식을 찔러왔다.

 

 어느덧 심연 속에 가라앉고 있던 자신의 몸을 인식했다. 그 후로부턴 정신없이 팔다리를 휘저어 수면으로 올라왔다.

 

 크게 숨을 몰아쉬고는 천천히 강가로 헤엄치고 휘청거리다가, 기어서 빠져나왔다.

 

 몸뚱이가 바윗덩이처럼 무겁게 느껴졌다.

 

 철퍼덕, 자갈밭 위에 엎어졌다. 속이 뒤집힐 것 같은 기침이 몸 밖으로 물을 빼냈다. 가슴 속이 한결 나아졌다.

 

 돌아누워 하늘을 바라보았다.

 

 하얀 뭉게구름이 탐스러울 정도로 깨끗하고 부드러워 보였다. 새들이 그 아래로 자유롭게 날아가고 바람은 그들에게 더 높이 날아오를 수 있는 힘을 보태주고 있었다.

 

 세상은 이토록 평화로운데 그녀의 삶은 매순간이 긴장상태고 처절해야 하나?

 

 호흡이 점차 안정되자 소거상태였던 청력도 돌아오기 시작했다.

 

 잔잔히 흐르는 물소리, 새소리, 바람에 사부작거리는 숲의 소리 그리고 거친 숨소리(?).

 

 그녀의 호흡은 제법 안정 된 상태였다.

 

 그렇다면 이 숨소리는 뭐란 말인가?

 

 세라는 다시 밀려드는 위기감에 눌려 숨을 몰아쉴 수밖에 없었다.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물을 짓밟고 서 있는 용병하나가 지척에서 숨을 고르고 서있었다.

 

 그녀의 공포에 찬 눈과 마주치자 힘겨운 숨고르기를 멈추고 그가 금속으로 된 치열을 드러내며 삿된 웃음을 만면에 지어 보였다.

 

 그가 물귀신처럼 세라를 향해 접근하기 시작했다.

 

 세라는 바윗덩이처럼 무거운 몸을 일으킬 수가 없었다.

 

 

 “흐흐……홀딱 젖으니 더 예쁘네.”

 

 

 가까스로 몸을 굴려 엎드려 기기 시작했다. 모난 돌들이 살을 긁어 대었지만 신경 쓸 여유 따위가 없었다.

 

 다리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하자 무릎으로 기기 시작했다. 하지만 느릿느릿 여유부리며 다가오는 추격자 보다도 속도가 나지 않았다.

 

 금세 그녀의 등위로 용병이 덮쳐눌렀다.

 

 

 “자세 좋고…….”

 

 “아아아아아악!!!!”

 

 

 물귀신이 들러붙은 끔찍함에 세라는 비명을 질렀다. 배려 없는 거친 손이 그녀의 옷 속으로 헤집고 들어오려고 했다.

 

 온갖 할 수 있는 모든 발악을 해보지만 힘에 눌리니 소용없는 짓이었다. 그렇다고 물귀신 같은 놈이 마음껏 잡아먹으라고 얌전히 있을 수 없었다.

 

 놈의 손이 세라의 옷과 실랑이를 벌이는 동안, 손에 잡히는 돌을 꼭 쥐고 마구 놈의 머리에 가격을 시도했다. 뒤에서 조여 오는 팔과 다리의 힘에 그녀는 결국 또다시 포박당해 버리고 말았다.

 

 

 “고것, 제법 귀엽게 구네.”

 

 

 용병의 질척거리는 입술이 그녀의 목덜미에 박혔다.

 

 부당한 힘에 굴복당할 위기가 코앞에 닥쳐왔다.

 

 더 큰 권력에 무릎을 꿇었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지만, 이것은……이것은……어떠한 경우에서도 경험하고 싶지 않은 굴복이었다.

 

 굴복할 수 없었다. 차라리…….

 

 힘이 들어간 그녀의 얼굴에 혈관들이 붉어졌다. 핏발이 이내 흰자위를 붉게 만들었다.

 

 제발.

 

 차라리……내가.

 

 이 끔찍함을 기억하지 않게 해줘! ……네가 그랬던 거처럼.

 

 도와줘, 아론!

 

 

 ‘아론은 너무 화가 나서……그날 일을 하나도 기억 못해요.’

 

 

 어린 미하루의 소리가 울렸다.

 

 ……기억 못해요.

 

 갑자기 짓누르던 끔찍스런 무게감이 사라졌다.

 

 세라가 몸을 돌려보니 용병이 저만치 나가떨어져 있었다. 그는 목관절을 이리저리 꺾으며 일어서려던 참이었다.

 

 

 “죽은 줄 알았더니.”

 

 “…….”

 

 “재미 좀 보려던 참인데 왜 이래? 선수들끼리. 기다릴 줄도 알아야지 응?”

 

 

 흠뻑 젖은 검은 형상이 그녀와 용병사이에 서 있었다.

 

 뒷모습이 검은 기사의 것임을 알고 세라에게서 안도의 한숨이 세어 나왔다.

 

 이리도 반가울 수가.

 

 강을 급히 헤엄쳐 왔는지, 그의 거친 호흡에 따라 어깨가 빠르게 오르내렸다. 그의 온 몸에서 강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그녀를 구해주러 서둘러 온 게 분명했다.

 

 고개를 살짝 틀어 세라의 움직임을 확인하는 모습이 고마웠다. 그가 용병을 다시 응시했다.

 

 용병이 일어서 피가 섞인 침을 뱉었다.

 

 

 “이봐, 기사. 나도 이일 끝나면 카라스로 갈 참이었다고. 거기 가면 희한한 것들이 많다는데 정말이야 응?”

 

 

 용병의 금속치열이 햇빛에 발광했다.

 

 

 “내가 좀 취향이 독특해서 말야.”

 

 

 능글맞은 웃음을 지어보였다.

 

 

 “ 정신 나간 영주한테 일자리 좀 얻어 볼 까하고.”

 

 “…….”

 

 “그러니까 서로 적당히 하자고. 어차피 우리는 척만 하면 되잖아, 응?”

 

 “지껄이지 마.”

 

 “……!”

 

 

 기사에게서 살기를 느꼈는지 너스레 떨던 표정이 일순간 굳어버렸다.

 

 

 “너, 저 여자 죽든 살든 신경 안 쓰잖아.”

 

 

 절벽에서 그녀를 보고 떨어지라고 소리 지른 것을 말하는 것이었다.

 

 

 “저 여자 버렸잖아!”

 

 “........”

 

 

 

 대답대신 기사가 발을 움직이기 시작하자 용병의 눈빛이 긴장감으로 날렵하게 변했다. 용병이 빠르게 물 쪽으로 뛰어갔다.

 

 비록 기사가 많이 지쳐있기는 하나, 그의 움직임이 얼마나 빠른지 봤던 용병은 혼자서는 지상전에서 승산이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수중전 어때? 물속에선 나도 제법인데.”

 

 

 기사는 서두르지 않았다.

 

 천천히 용병을 따라 다시 물속으로 몸을 담궜다.

 

 

 “그냥 가게 놔둬요!”

 

 

 세라가 외쳤다. 또다시 멀어지는 기사의 뒷모습에 불안이 밀려들었다.

 

 날 혼자두지 말아요. 제발.

 

 그는 힐끗 세라를 쳐다보고는, 헤엄치기 시작한 용병을 쫓아갔다.

 

 이내 따라 잡힌 용병은 기사를 부둥켜안고 가격하기 시작했다. 기사는 용병의 가격을 대부분 피하지 않았다.

 

 세라는 자신이 숨을 쉬지 않고 있는 줄도 몰랐다..

 

 요란한 물보라를 일으키며 뒤엉켰다. 기사는 많이 움직이지 않았다. 용병이 기회를 틈타 헤엄쳐 도망치려 할 때마다 그저 그의 발목을 끈질기게 잡아당길 뿐이었다.

 

 안되겠는지 용병이 물속으로 기사를 끌고 들어갔다.

 

 악어에게 잡힌 맹수는 물속에서 어떻게 싸울까?

 

 그들이 사라진 지점은 고요했다.

 

 세라는 입이 벌어진지도 모른 채 그 곳을 응시할 뿐이었다.

 

 조용했다.

 

 세라는 벌떡 일어섰다. 물가로 휘청거리며 다가갔다.

 

 기포들이 부글거리며 올라왔다. 그들의 마지막 호흡일 텐데.

 

 숨죽이며 한 발 더 다가서는 순간, 하얀 포말를 일으키며 누군가 물 위로 떠올랐다.

 

 거칠게 호흡을 내뱉는 남자의 얼굴을 확인하기 위해 세라는 집중했다.

 

 

 “……안 돼.”

 

 

 숨이 막혔다.

 

 물속도 아닌데. 이토록 신선한 공기가 사방천지로 가득한데.

 

 용병이 유유히 헤엄치기 시작했다.

 

 음흉한 악어가 물가에 서 있는 그녀를 향해 오고 있었다.

 

 강가에 가까워지니 용병이 몸을 세우고 걷기 시작했다. 그의 허리춤에 닿은 수면을 가르며 넋이 빠진 듯 세라를 향해 거리를 좁혀 오고 있었다.

 

 그 표정이 이전보다 더 물귀신 같이 느꼈다.

 

 도망쳐야 하는데 꼭 이런 순간에 자빠지고 정신 못 차리고 그러는지.

 

 시체 같은 용병의 얼굴이 주저앉은 그녀의 시선을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그의 퍼런 입술 사이로 시뻘건 피가 쿨럭쿨럭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피가 멈추지 않고 계속 흘러나왔다. 그의 걸음도 멈추지 않았다.

 

 정말 물귀신이라도 된 건가?

 

 열 발자국 거리까지 좁혀 온 그는,

 

 첨벙!

 

 큰 소리와 함께 거대한 흰 포말이 시야를 가렸다. 그리고는 공포를 말끔히 지워냈다.

 

 용병이 수면 위에 엎어져 있었다.

 

 입에 피를 칠갑하고 다가오던 물귀신이 시야에서 빠지자, 기다리던 얼굴이 그 자리를 대신 채우고 있었다.

 

 기사가 지친 호흡을 하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세라는 믿기지 않아 눈을 꾹 감았다 다시 떴다.

 

 그 자리에 그가 그대로 있는 것을 확인하고 자신도 모르는 힘에 벌떡 일어나 그에게 달려갔다.

 

 참방. 참방. 그를 향해 오는 세라를 응시하며 기사는 걸리적거리는 방해물을 조용히 옆으로 치워버렸다.

 

 잔잔한 물살을 타고 물귀신이 된 용병은 그렇게 바다로 향했다.

 

 세라가 덥석 달려들어 그를 껴안고 흐느꼈다.

 

 달려드는 세라를 그대로 놔두었다.

 

 그는 팔을 축 늘어트린 채 그녀의 어깨에 턱을 내리고 잠시 쉬기로 한 듯 그대로 있었다.

 

 

 

 

 *

 

 

 

 물 밖으로 나온 기사는 찢긴 상의 이곳저곳을 떨리는 손으로 더듬다가 체념했다.

 

 안주머니에 두던 약병을 찾는 듯 했다.

 

 용병과 물속에서 싸우면서 잃어버렸나봐.

 

 그의 상태가 점점 심상치 않았다.

 

 불안 해 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식은땀이 계속해서 맺혔고 양손은 경련이 일어 자주 주먹을 쥐었다.

 

 종종 두통이 느껴지는지 눈가를 찌푸리며 숨을 참곤 했다.

 

 가장 그녀를 불안하게 만드는 것은 그가 시선을 피한다는 것이었다.

 

 

 “그 약……계속 안 먹으면 어떻게 돼요?”

 

 

 그녀의 질문에 그가 빤히 쳐다보았다. 비밀이라도 들킨 얼굴이었다.

 

 

 “그렇게 쓴 약초냄새를 달고 다니는데 모를 리가 있나요?”

 

 “그만 출발하지.”

 

 

 그는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서둘러 앞장 선, 그가 휘파람 신호를 길게 허공에 보냈다. 작은 구릉 하나 넘어가니 시갈이 나타났다.

 

 

 “타.”

 

 

 그가 명령했다.

 

 시갈의 높은 등에 끙끙거리고 올라타지 못하는데도 그는 도와주지 않았다. 결국 시갈이 앞발을 낮춰 주어 올라탈 수 있었다.

 

 검은 기사의 안색이 점점 창백해져갔다. 그렇지 않아도 투명한 피부가 핏기가 가시니 금새라도 관속에 누워야 할 것 같았다.

 

 그가 시갈의 머리를 내려 귀에 대고 뭔가를 말했다. 그리곤 그녀에게 시선을 주지도 않고,

 

 

 “여기서 이틀 정도 더 가면 윈터포인트다. 거기서 카라스 기사들이 기다릴 거고.”

 

 

 시갈을 쳐다보며 말했다. 그의 목소리가 불안정하게 흔들렸다.

 

 

 “같이 가는 거 아녜요?”

 

 “…….”

 

 “같이 가요.”

 

 

 세라는 혼자되는 것이 두려웠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다른 누구보다 검은 기사 옆에 딱 붙어 있고 싶었다.

 

 

 “이편이 서로에게 더 안전해.”

 

 

 시선을 피한 채 고삐를 세라에게 건네주었다.

 

 

 “그럼 거기서 다시 만나는 건가요?”

 

 

 그는 대답이 없었다.

 

 세라는 다급한 목소리로 다시 물었다.

 

 

 “다시 만날 수 있냐고요?”

 

 “…….”

 

 “대답해 주지 않으니 내려야겠어요.”

 

 

 세라가 허리를 비틀어 내리려고 할 때,

 

 

 “일정이 너무 늦어지고 있어. 곧 또 다른 추격자들이 올 거야.”

 

 

 세라가 동작을 멈추고 그를 내려 보았다. 여전히 그는 시갈의 얼굴을 마주한 채였다.

 

 

 “뒤처리 할 테니…… 가서 기사들 만나 지체 말고 카라스로 가.”

 

 

 카라스성에 도착할 때까지 추격자들이 계속 따라붙을 것이다. 지금 상태로 가면 그 말대로 여정이 험난할 때로 험난하면서 수시로 지체 되겠지.

 

 

 “카라스성에 가면 당신을 만날 수 있나요?”

 

 

 카라스 영지는 제국의 영토 중 가장 광활하였다. 그 안에도 성들이 수십 개가 넘을 테니 검은 기사가 있는 곳이 카라스성이 아니라면 만날 일이 흔치 않을 것이다.

 

 세라는 완곡히 대답을 기다렸다.

 

 그의 입술이 다시 열리기까지 잠시 시간이 걸렸다.

 

 

 “……살아남아!”

 

 

 무심히 내뱉어진 그의 대답은 세라를 좌절케 했다.

 

 살아남으라니. 내 힘으로 그게 가당키나 할까요?

 

 노예로 전락한 며칠사이 생사를 넘나드는 상황에서 스스로 위기를 한 번이라도 넘겨 본 적이 있던가?

 

 당신 없이 살아남을 수 있는 시간이 내게 존재하기나 할지.

 

 버려지는 느낌이었다.

 

 눈물 따위, 실망하는 눈빛 따위. 얼마든지 감출 수 있지만.

 

 그녀에게서 흘러나오는 강렬한 회한의 기운을 그녀 자신도 어쩌지 못했다.

 

 어느 새, 이 남자에게 의지하고 만 거야?

 

 그저 황제의 특별하사품을 이송할 책임만을 지닌 남자에게.

 

 그 책임감마저도 알량하기 그지없는 작자인데.

 

 단지, 그 누구보다 아론을 떠올리게 해서인가?

 

 기사가 침묵하고 있는 그녀를 향해 시선을 올렸다.

 

 햇살에 반사 된 그의 검은 눈동자를 보며 세라는 그 기묘한 변화에 잠시 상념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흑암 속에 파란 빛의 파장이 밤하늘의 오로라처럼 일렁이는 눈동자.

 

 마치 이세계로 빨아들이는 마법구슬처럼.

 

 

 “……살아남아……내가 갈 때까지.”

 

 

 그의 묵직한 저음은 마법사의 주문처럼 그녀의 세포 속으로 들어와 구석구석 그녀를 조정하는 느낌이었다.

 

 그의 입꼬리가 살며시 올라갔다.

 

 그가 유혹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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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살고 싶거든 2017 / 7 / 21 17 0 7077   
27 내 소중한 싸다구 2017 / 7 / 21 26 0 5282   
26 개인 시중 2017 / 7 / 21 21 0 7819   
25 미치광이 카라스 영주의 판결 2017 / 7 / 19 22 0 6229   
24 거부할 수 없는 끌림. 2017 / 7 / 19 20 0 8363   
23 회상 - 환각일뿐이야! 2017 / 7 / 19 20 0 5464   
22 회상 - 납치 2017 / 7 / 19 17 0 5961   
21 회상 - 숨박꼭질 2017 / 7 / 19 25 0 5350   
20 그녀는 첩자가 확실합니다. 2017 / 7 / 18 18 0 7070   
19 영주님은 60대 노인? 2017 / 7 / 18 19 0 7228   
18 영주의 퇴폐미 2017 / 7 / 18 18 0 5118   
17 카라스 영주의 귀환 2017 / 7 / 18 19 0 5104   
16 세탁방 하녀가 된 세라 파갈 2017 / 7 / 18 21 0 7059   
15 초식동물에겐 버거운 임무 2017 / 7 / 17 23 0 6450   
14 회상 - 때려주고 싶은 여자 2017 / 7 / 17 17 0 6891   
13 회상 - 진창이 되어버린 머릿속. 2017 / 7 / 17 22 0 6445   
12 회상 - 축제, 감정…질풍노도의 시작 2017 / 7 / 17 18 0 7865   
11 회상 - 결혼할 나이 2017 / 7 / 17 19 0 8341   
10 죽음을 울리는 연주자 2017 / 7 / 15 26 0 7264   
9 세라 vs 금속이빨용병 2017 / 7 / 15 28 0 8469   
8 추격자들. 2017 / 7 / 15 22 0 6837   
7 늑대의 방문 2017 / 7 / 15 25 0 8469   
6 회상 - 귀족스승 노예제자 2017 / 7 / 15 28 0 7133   
5 회상-고통을 삼키는 조우 2017 / 7 / 15 25 0 8816   
4 회상-폭주의 시작 2017 / 7 / 15 27 0 7905   
3 카라스의 검은 기사 2017 / 7 / 15 28 0 94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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