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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이벤트 호라이즌
작가 : 서린
작품등록일 : 2017.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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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 곳곳이 쓰레기장처럼 보였다.
길거리는 너무나 고요했다.
이동하는 동안 들리는 거라곤 연규의 발걸음 소리뿐이었고, 보이는 건 무너진 건물과 크레이터로 인해 중간중간 끊겨있는 도로뿐이었다.
하늘은 여전히 붉은색이다. 모든 게 어색했다.
바로 어제까지만 해도 이곳을 오갔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만큼 변해버렸다.
이 모든 게 하룻밤 사이에 일어난 일들이었다.


- 본문 중 발췌

 
5. 난민 (3)
작성일 : 17-07-31 22:18     조회 : 65     추천 : 0     분량 : 4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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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난민 (3)

 

 재빨리 앞을 막아서는 예수머리 남자를 몸으로 밀치고 민머리 남자에게 주먹을 휘둘렀다.

 퍽.

 "억!"

 보자마자 달려드는 연규에 미쳐 대비를 못 하고 얼굴을 맞아 넘어진다. 넘어진 민머리 남자 위로 올라타 주먹을 높게 들어 내리쳤다.

 퍽. 퍽.

 튕겨 나갔던 예수머리 남자가 연규의 팔을 붙잡고 늘어진다.

 "이봐, 잠깐…."

 놈들이 하는 말을 들어줄 생각은 없다. 팔을 힘껏 당겨 내지르자 예수머리 남자가 휘청거리며 꼬꾸라진다. 자신이 만든 광경에 눈이 커졌다.

 손을 붕 돌리는 것만으로 자신과 비슷한 체격의 남자가 중심을 잃고 꼬꾸라지다니. 도대체 언제부터 이렇게 힘이 세진 건지 알 수 없었다. 여태껏 홀로 떠돌다 며칠 전 카터와 에스더를 만났을 뿐이라 비교할 대상이 없다.

 늘어난 힘에 적응할 계기가 필요한 것도 아니었다. 평상시 행동하던 대로 움직이고, 힘을 줘왔다. 순간 여기 사람들이 유난히 힘이 없어서 그런가도 생각해 봤지만, 한 손으로 70kg 정도 되는 사람을 튕겨냈다는 건 자신이 강해졌다는 것 말고 다른 방법으로 설명할 수가 없다.

 연규가 당황하는 사이 정신을 차린 민머리 남자가 몸을 들썩인다. 하지만 올라탄 연규의 체중에 쉽게 벗어나지 못한다.

 민머리 남자가 정신을 차린 것을 느끼고 다시 주먹을 휘둘렀다. 그가 화들짝 놀라 팔로 얼굴을 틀어막고 외쳤다.

 "잠깐만! 사… 살려주세요. 크윽."

 "짐승 새끼 말 따위 들어 줄 생각 없어!!"

 민머리 남자가 들어 올린 팔 위로 주먹을 내리쳤다. 한 번, 두 번. 가드가 있든 말든 상관 하지 않았다. 무작정 내리치며 소리쳤다.

 "사람이!"

 퍽.

 "사람다워야, 사람대우를 해주지!"

 퍽.

 "짐승새끼만도 못 한 짓거리를 하면서!"

 퍽.

 "사람대우를 받길 바라는 거냐!"

 퍽.

 "이 개새끼야!"

 퍽.

 민머리 남자의 팔이 부러진다. 접히지 않아야 할 곳이 접히며 고통에 몸부림친다. 병신이 된 이상 성폭행은 함부로 하지 못할 것이다. 머리끝까지 차올랐던 화가 그제야 조금 가라앉았다. 연규가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민머리 남자가 부러진 팔을 붙잡고 서럽게 운다. 기분이 잡친다. 뭘 잘 했다고 저렇게 우는 걸까. 민머리 남자의 복부에 신경질적으로 발길질을 한다. 퍽. 몸이 기역자로 휜다.

 "우욱."

 "대장!"

 예수머리 남자가 민머리 남자를 부축한다. 그리고 덜렁거리는 팔을 보고선 기겁한다.

 "느… 능력자?"

 예수머리 남자가 중얼거린다. 연규가 그에게 다가가 말했다.

 "한 번만 더 그 짓거리 하는 게 내 눈에 띄면 이걸로 안 끝날 줄 알아라."

 연규가 낮게 으름장을 놓자 예수머리 남자가 민머리 남자를 끌고 부리나케 도망갔다. 달아나는 그들의 뒷모습을 보고 가래를 끌어모아 뱉는다. 그리고 뒤를 돌아 배식대를 보자 돌멩이가 날아와 발치에 떨어진다.

 배식대에 있는 사람들이 너도나도 돌을 던진다. 개중에는 서럽게 우는 사람들도 보인다. 하나로 시작한 돌멩이는 점차 숫자가 늘어났다. 연규의 잔인한 모습에 차마 직접 맞추지는 못하고 위협한다.

 마을의 무법자를 치워준 자신에게 고마워하지는 못할망정 돌을 던지다니. 어이가 없다.

 "허, 왜…?"

 연규가 넋 놓고 내뱉은 말이 누군가에 귀에 들렸는지 소리친다.

 "악마다!!"

 그 외침을 필두로 사람들의 무자비한 욕설이 시작됐다.

 "악마여 죽어라!!"

 "악마는 꺼져라!!"

 "여기서 썩 사라져!!"

 발치에 떨어지던 돌멩이가 몸을 맞추기 시작한다. 제법 매섭게 날아드는 돌 때문에 통증이 느껴진다. 다수의 사람이 몰아세우자 연규가 뒷걸음친다. 불의를 참지 못하고 한 행동에 악마가 되었다. 당황스럽다.

 "미쳤어요? 도와준 사람한테 뭐 하는 짓이에요!"

 천천히 뒷걸음치던 연규는 이곳 사람들의 정신상태에 의문을 던졌다.

 "잡소리 집어치우고 꺼져!!"

 "악마는 사라져라!!"

 "우릴 다 죽여놓고도 그런 소리가 나오냐!!"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 다수의 사람이 내뿜는 기세에 눌려 뒷걸음치는 다리에 속도를 높였다. 사람들을 피해 달아나면서도 왜 달아나야 하는지 이해가 안 됐다.

 이벤트 호라이즌 이후 이해 안 되는 건 많았지만 이건 경우가 달랐다. 에스더에게 종말 이후 새롭게 자리 잡은 지식을 배웠다. 완전히 이해되진 않아도 그런가 보구나 하고 자연스레 받아들였다. 그런데 보편적인 윤리를 지키고자 노력한 자신을 다수의 사람이 매도한다. 이건 도대체 무슨 경우인가.

 에스더를 찾아야 했다. 소녀라면 이곳 사람들이 왜 이런지 알 것이다.

 대학 운동장으로 달렸다. 무작정 쉬지 않고 달렸다. 머릿속에 가득 찬 어이없는 의문은 연규를 재촉했다. 대학 운동장에 도착하자 수많은 텐트가 보인다.

 입구에 있는 텐트를 들춰 본다. 비어있다. 바로 옆 텐트로 이동해 들춰 본다. 없다. 차근차근 하나씩 열어봐도 없다.

 절반쯤 뒤져봐도 아무도 없다. 거기다 과반수가 짐조차 없는 텅 빈 텐트였다.

 "으아아악!!!"

 연규가 신경질적으로 소리쳤다. 답답하다. 아무리 목놓아 소리쳐봐도 가슴은 한없이 엉켜있다. 운동장 텐트에서 에스더 찾기를 포기하고 돌아 나온다.

 연규는 조심스레 상가로 숨어들어 사람들을 살폈다. 자신이 무엇을 얼마나 잘 못 한 건지 알아야 했다. 아직도 왜 비난을 받아야 했나 의문이 든다.

 배식대는 이미 철수했는지 보이지 않았다. 사람들도 한적하니 몇몇 사람만이 돌아다니고 있을 뿐이다. 한참을 관찰해도 별다른 특징을 찾기 힘들었다. 자리를 조금 옮겼다.

 변이체를 피해 다니듯 사람들을 피해 다닌다. 자신의 처량한 모습에 울분이 터진다. 그때 낯익은 휠체어가 보인다. 분명 민머리 남자가 베르가라고 불렀던 사람이다. 휠체어를 끌고 오는 방향을 보니 곧 연규의 앞을 지나간다.

 연규는 건물 벽에 바짝 붙어서 베르가가 자신 앞을 지나가길 기다렸다. 잠시 후 휠체어의 작은 앞바퀴가 눈에 들어왔다. 연규가 상체만 내밀어 휠체어 채로 골목으로 끌어당겼다.

 "으허헉!"

 베르가가 기겁하며 몸을 튕겼다. 그대로 휠체어에서 떨어져 뒹군다. 연규는 뒹굴기를 멈춘 베르가에게 다가가 쪼그려 앉았다.

 "말씀 좀 묻겠습니다."

 "아… 악마! 사람 살… 읍! 으읍!!"

 연규가 급히 한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그 상태로 베르가의 몸을 들어 휠체어에 올려놓는다. 허벅지 아래로 바람에 흔들리는 바지가 베르가의 상태를 알려줬다.

 연규는 베르가의 눈을 직시하며 말했다.

 "소리 지르지 않겠다고 약속하면 폭력은 없을 겁니다. 알겠으면 눈을 깜박이세요."

 낮게 으르렁거리자 베르가의 눈이 잠시 커졌다가 두 번 깜박인다. 그제야 연규가 입을 막던 손을 풀었다. 그리고 베르가의 옷에 묻은 흙먼지를 털며 말했다.

 "왜 그러신 겁니까?"

 "우욱… 뭐… 뭐가?"

 머릿속이 복잡하니 내뱉은 말도 정리가 안 됐다. 연규는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다시 물었다.

 "아까 저한테 돌을 왜 던지신 겁니까?"

 "네가 크륄를…."

 베르가의 선한 얼굴에 사색이 짙게 뒤덮였다. 아무래도 연규가 민머리 남자의 팔을 주먹으로 부러트린 모습이 생각난 모양이다.

 "크륄이 누굽니까?"

 "자… 자경대장…."

 "민머리 남자를 말하는 겁니까?"

 "어, 응…."

 "그자가 당신네들 가지고 놀던 거 아닌가요?"

 "무…. 무슨 소리야! 그를 모욕하지 마!"

 연규가 다시 한번 베르가의 입을 막고 말했다.

 "쉿! 조용히 말하세요. 알겠어요?"

 베르가의 눈빛이 매섭다. 눈빛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다면 그는 연규를 죽였을 것이다. 순해 보이는 얼굴로 저런 눈빛을 만들 수 있다는 게 놀라웠다. 거기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공포에 질려있던 사람이 만든 눈빛이다.

 잠시 후, 베르가 진정됐는지 천천히 눈을 깜박인다. 연규가 입을 막던 손을 풀고 그 앞에 쪼그려 앉아 눈높이를 맞췄다. 그러자 베르가는 낮게 으르렁거렸다.

 "네놈 때문에 우리 마을 사람들은 다 죽게 생겼어!"

 "그게 무슨 말이에요? 크륄이라는 자가 복수라도 하는 겁니까?"

 "그를 모욕하지 말라고 했지! 오늘 아침도 그가 구해 온 거다. 크륄이 아니면 여기 사람들은 예전에 굶어 죽었어! 그런 그를 네가 병신으로 만들어 버렸으니 우리는 다 굶어 죽게 될 거라고!!"

 베르가의 높아진 언성, 그리고 내용에 눈살이 찌푸려졌다. 먹을 것을 구해왔다고 난봉꾼을 우상으로 대할 수 있는 건가?

 "네? 고작 식량을 구해왔다고 성폭행범을 옹호하는 거예요? 식량 때문이라면 직접 구하면 되잖아요."

 "장난하나? 이 몸을 하고?"

 확실히 다리가 없는 베르가가 식량을 구하긴 힘들다. 연규는 의도가 잘못 전해졌다는 것을 느꼈다.

 "아니, 제 말은 무조건 밖에서 구해오는 식량에 의존할 필요는 없다는 거죠. 농작물을 키우는 방법도 있을 텐데요?"

 "농사를 지어?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할 거면 썩 꺼져라! 나지도 않는 농작물을 키워서 뭘 먹고 살라는 거냐?"

 연규가 궁금증을 자아냈다.

 "나지 않다뇨?"

 "악마 같은 놈. 날 놀리는 게 틀림없군. 네놈이랑 더이상 할 말 없으니 날 보내줘라!"

 베르가가 입을 꾹 다물고 고개를 돌린다. 더는 대화를 주고받을 생각이 없어 보였다. 연규가 일어서서 뒤로 물러나자 그는 능숙하게 휠체어 바퀴를 돌려 골목을 빠져나갔다. 멀어져가는 베르가를 보며 생각에 잠겼다.

 베르가는 농사를 해도 싹이 피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서 자경대가 구해오는 식재료만으로 마을 사람들이 먹는 것을 해결한다. 그 때문에 마을 여자들이 성폭행을 당하든 말든 신경도 쓰지 않는다는 건가? 고작 먹을 것을 해결해 준다고?

 이 역시 어이없긴 마찬가지다. 제아무리 식량을 공급한다 한들 그것이 윤리를 저버려야 할 만큼 중요한 것인가? 크륄이 식량을 구할 수 있다면 다른 이들도 구할 수 있다고 생각된다. 그런데 왜 이들은 크륄에게만 의지하는 것인가.

 성폭행을 막으려던 자신을 막아선 여자가 생각났다. 자신들이 더 힘들어진다고 그냥 가라던 말. 연규는 크륄 하나의 잘못이 아니라 마을 사람 대다수가 잘못되었다고 판단했다.

 그렇다고 고통받는 마을 사람들을 무시하고 지나치기엔 무언가 마음에 걸린다. 우선 식량으로 자립할 만한 대책이 필요했다. 에스더와 의논하고 싶어도 이들에게 한없이 부정적이던 소녀와 대화가 가능할 것 같지도 않다.

 연규는 고민 끝에 크륄을 찾아보기로 결정했다. 그에게 식량을 조달하던 방법을 듣고 해결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크륄을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그가 있는 곳은 항상 떠들썩했기 때문이다.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그 꼴을 하고도 정신을 못 차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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