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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조선 귀변사
작가 : 내가너를
작품등록일 : 2017.7.7

조선땅을 어지럽히는 요귀들을 없애기 위해
사도세자가 죽지도 않고 나섰다.
뒤주를 벗어난 몽한이여, 도깨비 방망이를 휘두르라!

 
뒤주 세자
작성일 : 17-07-07 13:05     조회 : 66     추천 : 1     분량 : 32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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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62년 윤 5월 15일 영조 38년

 

 "할바마마, 아비를 살려 주시옵소서!"

 

 삼복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무더운 여름날.

 창경궁 문정전 앞뜰은 세손의 울부짖음으로 가득 찼다.

 

 아비가 갇혀있는 뒤주 앞에서 애걸복걸하기를 이미 두시진이 넘어가 탈진 직전의 상태가 된 세손의 꼴은 말이 아니었다.

 

 관모를 벗어던진 얼굴은 붉게 그을렸고 땅바닥을 비벼댄 옷가지는 헤지고 손톱 역시 성한 곳이 없었다.

 

 뒤늦게 소식을 전해 듣고 나타난 그의 조부를 보자 마지막 목청을 울리던 중이었다.

 

 "세손을 데리고 나가라."

 

 아비의 목숨을 구걸하는 손자를 바라보기가 애처로울 법도 하건만 할아버지이자 조선의 왕인 영조는 차디차게 외면할 뿐이다.

 

 좌우의 신하들은 무례하지 않게 적당한 힘으로 어린 세손을 일으켜 끌고 나감에도 영조는 부족했다 싶었는지 재차 명을 내렸다.

 

 "또다시 세손이 이곳에서 보이거든 그날로 네놈들의 목을 칠 것이다."

 

 어린 나이에 지나치게 무리한 세손은 기력이 쇠하여 더 이상 저항도 하지 못하고 눈물 가득한 눈으로 연거푸 뒤돌아 볼 뿐이었다.

 

 이윽고 이들이 모습을 감추자 문정전은 다시 고요한 일상으로 돌아왔고 안으로 들어간 영조는 한숨을 내쉬었다.

 서슬 퍼랬던 조금 전과 달리 수심 가득한 얼굴로 영의정 홍봉한을 찾았다.

 

 뒤주에 갇힌 세자의 장인이자 영조의 신하이기도 한 홍봉한이 이내 들어와 앉으니 영조가 물었다.

 

 "그대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이곳 문정전에 들지 말라고 한 명을 의심하는 자는 없는가?"

 

 홍봉한은 주위에 아무도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주변을 다시금 살피고는 조심스레 아뢰었다.

 

 "노론의 영주인 저만이 허락받은 것을 두고 일부의 소론들이 불만을 가진듯하나, 그 일 자체를 두고 의심 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래...다행이군."

 

 영조는 무겁게 고개를 떨어트리며 말을 이었다.

 

 "정녕 이 방법밖에는 없단 말인가?"

 

 "종묘사직을 위한 길이옵니다. 전하께서는 너무 심려치 마시옵소서."

 

 "그래도 나는 역사에 자식을 죽인 아비로 남을걸세. 그것도 전례가 없던 잔악한 방법으로 말이야."

 

 왕가의 일원이었으나 미천한 어미로부터 태어나 이복동생의 단명으로 운 좋게 왕위에 오르기까지 많은 자격지심을 가지고 있던 영조였다.

 

 이에 세상의 평판을 두려워해 평생을 조심하고 또 조심하였다.

 

 그런 영조를 잘 알고 있는 홍봉한이었고 일이 이 지경이 된 지금에도 왕이 무슨 걱정을 하고 있는지 금세 눈치 챘다.

 

 "이것은 고작 후세의 평판을 걱정해서는 아니 될 일입니다."

 

 다소 황망스런 단어로 왕을 자극하며 눈치를 살피고 말을 이었다.

 

 "비록 후세에 전해질 수 없어 대조의 진의를 헤아릴 수도 없고, 진실도 사라지겠지만 그러하기에 오직 높으신 뜻을 가진 진정한 군주만이 행할 수 있는 결단입니다."

 

 왕이 일을 진행함에 있어 흔들리지 않을 절묘한 문체로 그의 특성을 잘 아는 홍봉한만이 할 수 있는 화법이었다. 눈을 지그시 감은 왕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지금 이 일을 알고 있는 자가 또 누가 있는가?"

 

 "전하께 제일 처음 이것을 아뢴 영빈 마마(사도세자의 친모)만이 알고 있을 뿐입니다."

 

 "그래도 처에게는 알려야 하지 않겠는가?"

 

 세자의 처라면 홍봉한의 딸인 혜경궁 홍씨를 가리키는 것이다. 자신의 손으로 키운 딸인지라 여인답지 않게 대담하고 일면 냉정함까지 갖춘 것을 알지만 지금의 일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확신이 안섰다.

 

 "참담한 심정을 금할 수 없겠으나 아직 알려서는 안됩니다. 때가 되면 제가 직접 말하겠습니다."

 

 영조는 품에서 호리병을 꺼내 홍봉한에게 건넸다. 안에는 미숫가루 푼 물을 가득 채워 두었다.

 

 "아비로서 자식에게 주는 마지막 식사네. 눈에 안 띄게 잘 전해주게."

 

 홍봉한은 잘 받아 품에 감추었다.

 

 "세자마마를 대신할 사람을 구했습니다. 마마께도 전해 올리겠습니다."

 

 "앞으로 그 아이는 어디로 간단 말인가?"

 

 "그것은 아무도 모르옵니다. 오직 세자마마의 길이고 능히 해내실 것이라 믿는 수 밖에 없습니다."

 

 영조의 얼굴은 한층 근심 어려졌다.

 

 "벌써 뒤주에 갇힌지 3일째인데 기력은 충분해 보이는가? 안에서 먹은 거라고는 물과 가끔 주는 미숫가루가 전부였을 터인데."

 

 "물론 힘드시겠지만 출궁하시기에 충분할 것입니다. 너무 심려치 마시옵소서."

 

 한 호흡을 쉬고 말을 이었다.

 

 "지나치게 오래 머물면 의심하는 무리가 나올까 두렵습니다. 이제 소신은 물러가 후사를 준비하겠습니다."

 

 말을 마친 홍봉한은 걸음을 물려 빠져나갔다. 둘이서도 적적한 문정전은 혼자가 되자 적막하기까지 했다.

 

 사실 세자의 비밀스런 출궁계획을 세울 때 영조는 뒤주를 둘 장소로 옛 왕비와 계비들의 혼을 모셨던 문정전을 일부러 택했다.

 

 궁의 가장 서쪽에 위치한 문정전은 담만 넘으면 종묘 너머로 탈출하기가 수월하거니와 알 수 없는 힘에 기대고 싶은 희망도 있기 때문이었다.

 

 ‘밤이 되면 그쪽의 경계는 허술 할테니 능히 달아날 수 있을 거야......’

 

 영조는 쓸쓸함에 빠져 삼일전 일을 되짚었다.

 

 후세에 임호화변이라 알려진 사건이 일어나던 5월13일 영빈 이씨는 왕을 찾아가 울면서 말했다.

 

 "세자에게 신이 내려 질병이 깊어진지 오래입니다. 이는 모두 어미의 부덕함으로 병을 미워하되 어찌 자식을 미워 할 수 있겠습니까. 세자를 궁에 두면 둘수록 근환이 깊어질 것이니 부디 헤아리시어 차라리 세상을 유랑하게 하소서."

 

 부인이 들려준 그간의 일은 충격적이었다. 정상적인 인간으로 보기 어려운 세자의 기행이 모두 알 수 없는 존재의 영향으로 생겨난 것이며 이미 앓은지 오래되어 되돌리기 어렵다고 했다.

 

 영빈이 각고의 노력 끝에 고명한 고승에게 알아낸 바에 의하면 방법은 오직 하나. 출궁시켜 왕자의 신분을 숨긴 채 덕을 쌓는 것 뿐.

 

 만약 그러할 수만 있다면 조선의 종묘사직에 크나큰 복이 되리라.

 

 부인의 말을 들은 왕은 자신도 어지러워 생각을 추스르기 어려웠으나 이내 어린 세손을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가득 찼다.

 

 귀신들린 아비의 아들로서 살아가게 할 수는 없다. 자신의 출신성분에 대해 열등감이 강한 영조에게 장차 세손이 겪어야 할 험난한 세상이 보이는 것만 같았다.

 

 ‘죽음으로서 위장해야 한다!’

 

 기민한 영조의 머리는 사돈이자 신하인 홍봉한과 향후의 일을 빠르게 계획했고 세자에게 앞으로 벌어질 일들과 대처 그리고 아비로서 절절한 마음을 담아 마지막 교지를 내렸다.

 

 마침내 계획대로 세자와 신하들을 대동하여 선언전에 나아가 절을 올렸다.

 

 ‘부디 조상의 덕을 빌어 저 불쌍한 아이를 도와주시옵소서.’

 

 그리고 일행이 문정전 앞뜰에 이르자 세자를 향해 소리쳤다.

 

 "여러 신하 역시 신의 말씀을 들었는가! 세자는 관을 벗고 자결하라!"

 

 자신의 운명을 서글피 여긴 세자는 머리를 땅에 박으며 대성통곡을 했고 곧 왕이 내온 뒤주에 갇히게 되었다.

 

 고요한 가운데 멀리 신시(申時)를 알리는 종소리가 들려왔다.

 

 "군왕이 될 아이었거늘 어찌 귀(鬼)가 내려 어미는 죽음을 청하고, 아비는 죽음을 명하고, 장인은 죽음을 돕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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