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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미스테리클럽
작가 : 겨울뱀
작품등록일 : 2017.7.6

너를 만나고 싶어.

 
돌아가는 길을 찾기 시작했어(10)
작성일 : 17-07-25 20:54     조회 : 40     추천 : 0     분량 : 4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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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단아야. 미안. 늦을 거 같다. 저녁 먼저 먹어라. 하얀 메시지를 띄운 핸드폰 창을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오늘은 일찍 온다며. 그렇게 말했잖아."

 

 두 사람분의 식사가 차려진 식탁에 팔을 웅크려 엎드렸다. 오늘은 일찍 올 테니까 같이 저녁 먹자고. 그렇게 아침에 말했던 주제에. 토요일. 지정된 수업을 마치고 돌아와 인터넷을 검색하고 서툴게 만든 저녁이었다. 제법 모양새는 갖춰졌지만 사실 제 오빠의 입맛에 맞을지는 몰랐다. 그래도 놀랄 모습을 상상하면 기분이 좋았다.

 

 어릴 때 교통사고로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오빠인 태오는 친척들의 의견에도 불구하고 동생과 함께 살겠다고 했다. 내 동생은 내가 책임지겠다고. 그 모든 현실이 그저 의아하게 느껴질 나이에도 상복을 입은 검은 등이 그렇게 대단하고 든든해 보일 수가 없었다.

 

 가장 어릴 때의 기억은 거기에서 시작했다. 강한 목소리로 자신을 키우겠다고 말하는 오빠. 그의 한 쪽 손을 잡고 그 넓은 등을 바라보는 것. 거대한 안도감이었다.

 

 시간은 많이 흘렀다. 자신은 더 이상 꼬마가 아니었고 이제야 자신의 오빠가 그 당시에 어린 동생을 책임지겠다고 말 할 만큼 충분한 나이가 아니었다는 것도 알았다. 태오는 항상 회사에 다니느라 바빴고 얼굴을 마주보고 식사할 일도 손에 꼽을 정도였다. 그 마저도 전화를 받고 나가기가 일쑤여서 식당에 혼자 남겨져 음식을 쓰레기처럼 씹어대는 일도 빈번했다.

 

 오늘은. 일찍 마치니까. 뭘 먹을래? 먹고 싶은 거 있어?

 아니. 오늘은 나가지 말자. 집에서 먹자.

 

 그래서 준비했지만 결국 이렇게 되고 말았다. 식욕이 돌지 않는다. 전부 버려야지. 전부. 잘 차려진 식탁을 흘겨보면서 입술을 깨물었다. 알고 있었다. 오빠가 나쁜 게 아니라는 걸. 그래도 원망이 나오는 자신이 혐오스러웠다.

 

 ㅡ딩동

 

 순간 벨이 울렸다. 일순간 아니란 걸 알면서도 기대감이 부풀어올랐다.

 

 “뭐야. 니가 왜 온거?”

 

 제 친구. 제윤이었다. 미안하지만, 조금 실망했다. 그는 항상 그렇듯이 찡그린 얼굴로 틱틱 거리면서 답했다.

 

 “반찬 배달.”

 

 그러면서 내미는 걸 받아들자 제법 묵직했다.

 

 “아줌마가?”

 “어.”

 

 제윤의 어머니인 하연은 자신의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사실 으레 그렇듯 아줌마들끼리 모이면 하는 이야기가 남의 집에 관한 이야기라 그런지 양쪽 부모가 모두 없는 자신의 이야기는 주변에 퍼질 대로 퍼져있었다. 그녀는 자신만 보면 환하게 웃어주면서 말을 걸곤 했고 이렇게 가끔씩 반찬을 가지가지 싸서 보내주기도 했다.

 

 이런 거 불편해요. 쭈볏거리며 하는 말에 못난 아들놈이랑 친구 해줘서 고맙다고 주는 거라며 호탕하게 등을 두들기던 손. 따뜻한 사람이었다. 가끔은 제윤의 누나인 제연과 함께 와서 같이 쇼핑하자며 초인종을 누르기도 했고 고민 있으면 여자인 자신에게 말하라고 하기도 했다. 어쩌면, 엄마가 아직까지 살아있었다면 이렇지 않았을까?

 

 그렇게 생각 했었다.

 

 하연은 음식솜씨가 좋았다. 반찬을 꺼내 다른 통에 옮겨 담고 있는데 부엌에 따라 들어온 제윤이 아무 말도 않고 식탁을 바라보고 있는 게 보였다.

 

 “뭘 그렇게 봐?”

 “태오형 오나봐?”

 “아니.”

 

 잠깐 조용해졌다.

 

 “자. 통 여기.”

 

 깨끗하게 통을 비우고 설거지를 할 때 까지 제윤은 말이 없었다. 원래가 먼저 말을 붙이는 성격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정리된 통을 천 가방에 담아 건네는데 저도 모르게 말이 튀어나왔다.

 

 “너. 밥 먹었어?”

 

 멍청한 질문이었다. 시계는 여덟 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저녁을 먹어도 진작 먹고 왔을 시간이었다. 순간 뺨이 화끈해졌다.

 

 “안 먹었어.”

 

 돌아오는 대답은 예상 외였다.

 

 “그럼. 먹고 갈래?”

 “뭐. 그래.”

 

 마주보고 자리에 앉았다.

 

 "주단아, 니가 만들었어?"

 "어. 나쁘진 않네."

 "닥쳐."

 

 대화는 별로 없었지만 괜찮은 저녁이었다.

 

 "다음에. 다음에도 저녁 먹으러 올게."

 "…그래."

 

 그날 저녁식탁은, 따뜻했다.

 

 

 

 뺨이 후끈했다. 불이 붙어 지글지글 타오르고 있는 게 아닐까. 아, 이런 생각을 하는 걸 보니 이건 꿈이다. 이때 자신은 아무런 생각도 할 수 없었으니까. 귀가 웅웅거리더니 이내 피이, 하는 소리가 귀를 파고들었다. 뺨을 맞았다. 둥둥대며 귀를 막던 물이 죄다 빠져나간 듯 순식간에 웅성대는 사람들의 소리가 선명해졌다. 아. 어느 때인지 알겠다. 지금은 열아홉의 4월이다.

 

 “여기가 어디라고 기어들어와?”

 

 전해지는 목소리는 거칠었다. 낮고 서늘했다. 일말의 애정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날카로운 적의였고 모순되게도 불타오르는 분노였다.

 

 “이 미친년아.”

 

 과거의 자신은 그 자리에 못 박힌 듯 서서 후두둑 눈물을 떨어트렸다.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내가 잘못했어. 입 밖으로 나가지는 못한 말이었다.

 

 “전부 너 때문이라고!”

 “마제윤!”

 

 문지기가 안으로 들어서며 앞을 막아섰고 은랑이 제 이름을 부르면서 곁으로 다가왔다. 다정하게 붙잡는 온기에 눈물이 계속해서 흘렀다. 지금 보니 무지 꼴사납다. 멈추고 싶어서 눈에 꾹 힘을 줘도 고장 난 것처럼 줄줄 터져 나왔다.

 

 ‘뭐예요? 무슨 상황이에요?’

 ‘저 애인가보네요.’

 ‘뭐가요?’

 ‘하연씨가 그렇게 된 게, 저 여학생을 감싸다가 그렇게 된거라나봐요.’

 ‘묻지마 살인이라니, 세상 참 무섭네요.’

 ‘저 학생이 넘어지는 바람에….’

 

 숨이 턱턱 막혀왔다. 1년도 넘게 지났지만 여전히 선명한 기억이었다. 뿌옇게 흐리던 주변도 점점 모양을 갖춰가고 검은 상복 정장을 갖춰 입은 이의 얼굴이 제일 먼저 그려졌다. 차마 눈을 바라볼 수가 없어서 시선을 내려 그의 가슴께만 바라보았다. 그러나 그 옆으로 환하게 웃고 있는 영정사진이 보이자 결국 시선은 그의 발끝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머리가 무거운 듯이 계속해서 아래로, 아래로 떨어졌다. 자신은 죄인이었다.

 

 묻지마 살인? 그래. 차라리, 적어도 상대가 ‘인간’이었다면 이런 일도 없었을 거다. 20살의 자신은 19살의 환경 속에서 작게 비웃음을 지었다.

 

 미스테리 클럽은 고등학교 2학년 때 도시 전체를 뒤덮은 겔샤르의 인을 만들었다. 더 이상의 괴물은 배제하고 인의 결계 안에 있는 괴물들만 처리한다면 적어도 이 도시 내에서 죽을 각오로 검을 들거나 마법을 사용할 일은 없을 것이다. 이어져가는 전투에 지치기도 했고 전처럼 그 쪽 일에만 매진할 수는 없었다. 우선 대학문제도 있으니까.

 

 겔샤르의 인을 제작하고 도시 내에 남은 괴물들을 거의 다 처리해가던 일상이었다. 그러던 와중 새로 알아낸 마법을 연습하기 위해 모두가 만나기로 했던 저녁, 놈은 나타났다.

 

 이전의 적들이 우습게도 아무것도 통하지 않는 상대. 두려움이 극한으로 치솟는 상황에서 자신은 일반인을 미드워커로 각성시켰다. 그리고 그녀의 죽음. 그녀의 배를 관통한 커다란 창에 사고를 멈춰버린 뇌는 치료를 해야 한다는 기본적인 것도 떠올리지 못했다.

 

 ‘…엄마?’

 

 그 순간 뒤에서 들려온 소리에 숨을 멈췄다.

 

 ‘제윤아….’

 

 입술이 희미하게 그의 이름을 내뱉었지만 그의 눈에 자신은 들어있지 않았다. 챙. 그가 손에 쥐고 있던 검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아아, 그건 지독한 지옥이었다.

 

 열아홉의 4월. 그녀의 장례식장. 회상을 끝마치고 다시 돌아왔지만 여전히 과거의 기억 속이다. 제 앞을 막아선 문지기와 옆의 은랑을 번갈아 본 제윤은 실소를 터트리곤 말했다.

 

 “더 이상 미드워커니 뭐니 지긋지긋해. 존나 혐오스럽다고. 니네 얼굴만 봐도 개같아서 돌아버릴 거 같으니까 좀 꺼지라고. 애당초 니년이 끌어들인 일이었잖아. 필연? 지랄하네 시발. 너희 때문에 내 인생이 이렇게 엿같이 꼬여버린 거라고. 알아? 그걸 필연이니 뭐니 하는 걸로 정당화 하지 마.”

 “나가줄래? 미안.”

 

 제윤의 누나인 제연이 길길이 날뛰며 소리 지르는 동생을 다독이면서 고개를 돌려 말했다. 수척해진 얼굴이 짙은 피곤과 슬픔을 안고 있었다. 다나, 가자. 다음에, 다음에 다시 오자. 은랑이 속삭이는 말에 가까스로 발을 옮기는 데 등 뒤로 그의 목소리가 날아들었다.

 

 “야. 씨발년아, 그거 아냐?”

 

 네가 전부 뒈지게 만들 거야.

 전부.

 

 정말 지독한 꿈이다. 그러나 이 꿈을 누가 보여주는 건지는 몰라도 대단한 가학성을 가진 변태임에는 틀림없었다. 왜냐하면 이 꿈은 여기서 끝나지 않을 테니까. 항상 열아홉의 4월 후엔 같은 해의 10달이 뒤따라온다. 누가 종이로 오려 붙여버린 것처럼 순차적으로 따라오는 기억이었다. 대학 수능시험이 1달 정도 남았던 그 때로.

 

 장례식장의 문턱을 넘으면 온 몸에 상처가 가득했다. 옆에서 부축해주던 은랑을 이젠 반대로 자신이 부축하고 있었다. 무릎이 꺾일 듯이 바들바들 떨렸다. 제 친구는 이미 정신을 잃은 상태였다. 이를 악 물고 은랑의 팔을 어깨에 두르고 한 발짝 옮기면 그녀의 새하얀 사슬이 바닥에 질질 끌리는 소리를 내며 따라왔다.

 

 자신의 한쪽 손에는 30cm정도 될 법한 검은 색 지팡이가 들려있었다. 자꾸만 미끄러지는 은랑의 팔을 고쳐 잡느라 땀이 뻘뻘 흘렀다. 빨리. 도망쳐야하는데.

 

 어디로? 은랑의 목에 걸린 목걸이의 시계침은 갈피를 잡지 못하고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안전한 장소 따윈 없다. 사방에 적들이 깔려있었다. 여긴 아무도 없는 폐건물이었다. 주변엔 진행하다 엎어진 공사판이었고 시내에선 상당히 떨어진 곳이다. 무력감. 그 때. 4월 달의 사건처럼 강한 무력감이 엄습해왔다.

 

 “빌어먹을.”

 

 열아홉의 자신이 울음 섞인 욕설을 내뱉었다. 얼마나 노력했던가. 그 사건 이후로 자신은 미친 듯이 마법에 매달렸다. 좀 더, 좀 더 강한 마법을. 아무 것도 잃지 않을 정도로 강해지기를.

 

 그러나 그녀의 죽음 이후로 우습게도 괴물들은 한동안 모습을 감추었다. 이젠 이 도시에 괴물은 거의 사라졌나, 그렇게 생각할 정도였다. 제윤은 자신이 빠져나왔던 폭주족 무리로 다시 돌아갔다. 그리고 두 번 다시 얼굴을 마주하지 않았고 대화도 없었다. 흘깃 지나치는 시선은 아무 감정도 담고 있지 않았다.

 

 한동안 그와 대화하기 위해 애를 썼었다. 몇 번이고 그에게 찾아갔지만 주변의 싸늘한 냉대와 비웃음뿐이었다. 끈질기게 그를 찾아 가던 마지막 날, 마침내 얼굴을 일그러트리며 혐오감을 내비치는 그가 사납게 소리쳤었다.

 

 “제발 좀 꺼져!”

 

 결국 그를 다시 찾아가지 못했다. 조금만 더, 노력했다면 괜찮지 않았을까. 지금 와서 그렇게 생각해도 달라질 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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