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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미스테리클럽
작가 : 겨울뱀
작품등록일 : 2017.7.6

너를 만나고 싶어.

 
돌아가는 길을 찾기 시작했어(3)
작성일 : 17-07-10 23:30     조회 : 47     추천 : 0     분량 : 7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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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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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두둑 떨어지는 빗소리와 자동차의 엔진음, 그리고 쿵쿵대는 괴물의 발소리가 함께 울리며 신경을 긁어대고 있었다. 단아는 창백하게 질린 입술을 깨물며 가능하면 뒤를 돌아보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그러는 것도 잠시, 삐걱이는 고개를 겨우 돌리면 뻥 뚫린 자동차의 뒤로 새까만 괴수를 발견하고 울먹이듯 다시 시선을 돌렸다.

 

 "잡아."

 

 한참동안 한 손으로 목걸이를 만지작거리던 은랑의 말에 단아가 몸을 틀어 핸들을 잡았고 곧 은랑이 핸들에서 완전히 손을 뗐다. 위험하기 짝이 없는 행동이었지만 두 사람 다 그것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좀 빨리할 수 없니? 신경질적인 단아의 말도 무시하고 은랑은 가만히 눈을 감을 뿐이었다.

 

 쿵ㅡ

 

 계속해서 욕설을 중얼거리던 단아는 이내 입을 꾹 다물고 룸미러(Room mirror)에 시선을 고정했다. 괴물의 노란 눈동자는 어두운 배경 속에서도 유달리 빛을 내며 두려움을 계속해서 일깨운다. 과거에 각인된 것과 같은 생물체에 대한 두려움이 순간 잠식해 와서 숨을 쉴 수가 없을 것만 같았다.

 

 "왼쪽."

 

 은랑의 말에 단아는 왼쪽으로 핸들을 꺾었다. 차가 방향을 틀자 서서히 핸들을 바로하면서 친구를 흘긋 바라보자 이질적인 새파란 눈동자가 보였다. 용과의 교감 상태였다. 제 아무리 능력을 봉인당해 잠든 용이라지만 괴물의 가장 강력한 대항체 또한 용이며 그 계약자인 은랑은 사냥꾼 중의 사냥꾼일 수밖에 없었다. 물론 거의 1년 간 전투경험이 바닥을 찍는다는 게 문제지만 말이다.

 

 은랑의 목걸이의 시계바늘이 가리키는 방향은 현재 가장 안전한, 혹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장소로 자신들을 이끌어 줄 것이다. 단아는 계속해서 은랑이 말하는 대로 핸들을 꺾었고 그 와중에 뒤에서 무언가 데굴데굴 굴러 떨어지는 소리와 파열음이 뒤따랐지만 그들은 그저 침묵으로 일관했다. 두 사람은 곧 자신들이 어딘가 익숙한 장소로 향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유신고등학교!

 

 두 사람은 동시에 그 사실을 깨닫고 소리치고는 표정을 굳혔다. 은랑은 엑셀을 더 세게 밟았고 단아는 어느덧 땀이 배여 나오는 손으로 핸들에 힘을 줬다.

 

 마지막 커브길이다. "속도 줄이지마!" 단아가 소리쳤고 은랑은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답을 대신했다. 쿵쿵쿵쿵 심장소리가 더욱 거세졌고 입안이 바싹 말라갔지만 여기서 속도를 줄일 수는 없었다. 끼이익 거슬리는 소리가 나면서 차제가 돌아갔고 두 사람의 몸도 크게 휘청거렸다. 유리창에 머리를 한번 박았지만 지금 중요한건 그게 아니었다.

 

 은랑이 순식간에 발을 엑셀에서 브레이크로 바꾸고 차가 멈추자 단아는 이번엔 앞 유리창에 이마를 박았다. 악! 그러나 비명도 잠시 두 사람은 재빨리 차에서 내렸다. 굳게 닫힌 교문에 담을 넘으려던 은랑은 뒤에서 끙끙대는 단아의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너 지금 장난해?"

 

 한쪽 팔엔 핸드백을 걸고 수혁이 사준 아이스크림 통을 들고 내리려는 단아의 모습에 은랑이 빽, 하고 소리쳤다. 단아는 오히려 그녀에게 시끄럽다고 소리치더니 아이스크림통과 백을 먼저 던지곤 훌쩍 교문을 넘었다.

 

 쿵ㅡ

 

 가까워지는 소리에 단아가 던져둔 핸드백과 아이스크림 통을 들고 측문 쪽의 현관으로 달리기 시작했고 뒤늦게 담을 넘은 은랑이 그 뒤를 따랐다. 유신고등학교는 네 개의 출입로가 있었다. 하나는 급식소와 연결된 것, 하나는 중앙현관, 하나는 U자 형태로 지어진 학교의 특성상 존재하는 내부현관, 그리고 측문 쪽의 현관이 있는데 바로 옆에 수위실이 있어 늘 열려있다.

 

 "이제 어디로 가?"

 

 현관으로 뛰어 들어와 측면의 계단으로 다가가 아이스크림 통을 껴안고 몸을 웅크린 단아가 목소리를 죽인채로 그렇게 물었다. 바로 옆 수위실에선 노란 불빛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재촉하듯 친구에게로 고개를 돌리자 푸른 눈이 아닌 원래의 새까만 눈이 그녀를 마주했다.

 

 "뭐하는 거야? 빨리 용용이 한테 물어보라구!"

 "제길, 집중이 안 되서 못해먹겠어."

 

 은랑의 답에 단아가 황당한 듯 입을 뻐끔거리더니 이내 몸을 일으켜 조용하지만 빠르게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어차피 용이 이곳으로 인도했으니 방법은 분명 여기에 있을 것이다.

 

 익숙한 구조다. 단아는 계속해서 계단을 뛰어올랐다. 껴안고 있는 통에서 싸늘한 냉기가 올라와 팔이 시릴 듯 아파왔지만 그것에 신경을 쓸 만큼 사고가 정상적이진 못했다. 유신고등학교는 자신과 은랑, 그리고 그들의 모교였으니까.

 

 계속해서 뛰느라 헉헉거리는 소리만 주변을 울렸다. 쿵쿵거리는 소리가 제법 가깝게 들려왔다. 괴물이 학교 안으로 들어온 게 틀림없었다. 계속해서 계단을 올라 5층에 다다르자 단아는 복도를 가로질러 달리기 시작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 괴물에 대한 방안이 남아있을만한 곳은 '그 곳'뿐이었다.

 

 5층 3학년 교실들을 지나 U자 형의 건물 중앙부에 해당하는 위치. 동아리실이었다. 다닥다닥 붙어선 동아리실 중에서 가장 작은 곳. 두 사람은 문 앞에서 멈춰서 숨을 몰아 내쉬었다.

 

 [과학탐구동아리]

 

 어린 사냥꾼, 미드워커들이 만든 그들의 대외적인 명분. 저 대충 만든 간판이 걸린 문을 열고 들어가면 나른한 오후의 햇살이 기분 좋게 그들을 반겼고 문의 반대편엔 화려하기 짝이 없게 장식된 '진짜' 동아리 문패가 있었다. 시끄러운 소리를 내는 작은 냉장고와 커다란 둥근 책상, 그리고 반겨주던 너희들.

 

 광대가 있으면 정신없게 어질러진 광경에 달큰한 과자 내음이 반겼고, 문지기가 있으면 낡은 CD플레이어에서 팝송이 흘러나왔고 기사가 있으면 코를 찌르는 역한 담배냄새가 자신을 맞이했다.

 

 졸업이후로 당연히 사라졌을 줄만 알았던 과학탐구 동아리라는 문패에 어쩐지 묘한 기분이 들었다. 다른 후배들이 이어받았을 공간이었다. 단아는 잠겨 열릴 리가 없는 문에 손을 대고 천천히 문고리를 돌려보았다. 끼이익, 문이 열리는 소리에 단아와 은랑이 흠칫 놀라며 눈을 크게 떴다. 그러나 놀란 사람은 둘이 아니라 세 사람이었다.

 

 "으악?!"

 

 불이 켜져 있지 않은 작은 동아리 실 내부에 짧은 스포츠머리의 소년이 입을 쩍 벌리고 그들을 맞이했던 것이다.

 

 *

 

 방년 17세, '김 빈'은 지금 혼란 상태였다. 개교기념일이라 신나게 노는 중에 내일 제출할 숙제를 동아리 실에 두고 왔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성격이 불같은 학교 수위의 눈을 피해 조용히 동아리 실까지 온 것 까지는 좋았는데 느닷없이 정체불명의 여인들이 들이닥친 것이다.

 

 둘 다 정신없게 산발에 숨을 헐떡이는 꼴이었다. 게다가 한명은 커다란 아이스크림 통을 품에 안고 있는 채였다. 동아리 실 내부를 미묘한 눈으로 훑어보는 여인을 뒤로하고 다른 여인이 냉장고 문을 멋대로 열고 아이스크림 통을 넣었다.

 

 "으…으…. 어어?"

 

 빈의 멍청한 소리에 그를 돌아본 여인하나가 목에 멘 스카프를 고쳐 매면서 물었다.

 

 "너 누구니?"

 "김 빈인데요."

 

 깜박, 의미 없는 시선을 교환하는 와중에 갑자기 여인의 몸이 흠칫하더니 표정이 일그러졌다. 두 여인은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몸을 움직여 동아리 실 내부를 샅샅이 살피기 시작했다.

 

 "우리가 예전에 발케를 상대했을 때 기억나?"

 "그럼, 잊을 수가 없지."

 

 캐비닛을 열어보며 말하는 은랑의 말에 단아가 책상 서랍을 살피며 대답했다. 발케, 검은 털에 노란 눈을 가진 괴수. 어설픈 렘들 따위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강한 괴수다. 단단한 손톱은 자동차 한대쯤은 단번에 찢어발길 수 있고 그 몸놀림도 인간을 뛰어넘는다. 그러나 그보다 더 무서운 건 놈이 가진 특수능력이었다.

 

 "모르겠어! 왜 여기로 우릴 인도한 거지?"

 

 은랑이 머리를 잡고 절망적인 표정으로 소리쳤다. 일단 용이 이끈 학교로 오긴 했는데 도움이 될 만한 건 발견하지 못했다. 여기가 아닌가? 그렇담 어디로 가야하지? 두 여인의 표정이 초조함으로 물들어갔고 그 속에서 벙찐 표정의 빈이 어색하게 서 있었다.

 

 "저기…. 뭘 찾으시는데요…."

 "너 이 동아리니?, 이 동아리 실 이번년도 초부터 쓴 거 맞지?"

 

 단아의 물음에 그가 눈치를 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뭔가 찾는걸 보니 도둑인가? 그런것 치곤 너무 당당한데? 아니지, 여기에 훔칠게 뭐가 있어? 혼자서 마구 상상에 허우적 거리는데 스카프를 한 여인이 신경질적으로 되물었다.

 

 "혹시 그 전부터 여기에 남아있던 물건들 안치우고 남은 거 있니?"

 

 단아의 물음에 빈은 다른 캐비닛과는 다르게 낡은 캐비닛을 열었다. 그 안엔 나무판자와 낡은 CD 플레이어, '문지기'가 즐겨 듣건 CD, 그리고 몇 번 쓴 흔적이 있는 하얀색의 길쭉한 양초와 잡다한 쓰레기들이 들어차있었다. 단아는 쓰레기더미에 처박힌 나무판자를 들고 뒤로 방향을 돌렸다.

 

 [MYSTERY CLUB]

 

 고작 다섯 명의 동아리. 과학탐구 동아리의 실체, 그리고 너무나 많은 기억과 무게를 가진 그 이름.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그대로 굳어있는데 쿵쿵, 거리는 괴물의 발소리가 들려왔다. 다시금 현재 상황을 직시한 그녀는 그 문패를 내려놓고 양초를 잡았다. 양초, 불꽃. 그래. 이제야 알겠다. 하얀 용이 자신들을 이곳으로 인도한 이유를!

 

 단아와 은랑은 동시에 빈을 바라보았다. 지금 보니 이 후배님이 이 시간에 왜 여기에 있게 된 건지도 확실히 알겠다. 이 모든 것은 우연이 아닌 절대적인 필연, 마땅히 닿아야할 낯간지러운 인연. 그들과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의 필요에 인한 인연인 것이다.

 

 "너 판타지소설 좋아하니?"

 

 단아의 물음에 빈은 얼빠진 대답을 하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지금 그렇게 말돌릴 시간은 없을 거 같은데."

 

 은랑의 말에 단아가 한숨을 내쉬곤 다시 입을 벌렸다.

 

 "난 주 단아, 저쪽은 천 은랑. 일단 이 학교 선배야, 작년까지 여길 다녔거든. 그리고 지금 우린 괴물에게 쫒기고 있어. 좀 도와줄래?"

 

 빈의 입이 더할 나위 없이 쩍 벌어졌다.

 

 그 다음은 끌려갔다. 그것도 여자한테. 뿌리칠 수 없는 건 아닌데 어쩐지 등장도 화려했던 데다가 두 사람 다 여잔데도 박력이 넘쳐서 분위기에 휩쓸린 게 틀림 없었다. 난데없이 침입한 은랑과 단아에게 이끌려 동아리 실을 나온 빈은 한 팔이 잡혀 끌려가는 와중에 당황스러운 표정을 숨기지 못한 채로 물었다.

 

 "어,어디 가는건 데요?"

 "같은 장소에 오래 머물면 발케가 눈치 채기 쉬우니까 계속 이동해야해."

 "아, 예에…."

 

 은랑의 말에 궁금증을 해소하지 못한 그가 결국 다시 물었다.

 

 "그런데 그, 발케라는 게 대체 뭔데요?"

 "네발달린 검은 강아지."

 

 간결한 단아의 대답에 그는 여전히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눈을 굴렸다. 어쩌지, 미친년들한테 잡혀가는 건가, 아니지. 내가 그래도 남잔데 질 리가 없지, 한 대 때리고 튀면 될 것 같은데.

 

 빈이 주먹을 불끈 쥐려는 찰나 두 여인이 그를 여자화장실로 떠밀었다. 여기는 도대체 왜? 이미 두 사람을 미친년이라 결론지으니 급격히 떨리기 시작했다. 불안한 눈으로 빈이 자신들을 바라보는 것도 모르는지 두 사람은 조용히 쑥덕대더니 다시 그에게 시선을 돌렸다.

 

 은랑은 망을 보기위해 밖으로 나갔고 단아만이 남아 빈을 묘하게 바라볼 뿐이었다.

 

 "저기요…. 누나, 아니 선배님…."

 

 빈의 말을 깔끔하게 씹어먹은 단아가 멋대로 말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이름이 콩(Bean)이었지? 일단 반갑다 김콩 후배님. 혹시 라이터 가지고 있니?"

 

 그런 이름이 아닌데요. 그의 항변은 결국 밖으로 나오진 못했다. 그는 꿀 먹은 벙어리처럼 주머니 속에서 오백원 짜리 싸구려 라이터를 꺼내 그녀에게 건냈을 뿐이었다.

 

 "담배 피시려구요?"

 "폐 썩을 일있니? 지금부터 입문식을 시작할거야."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수돗물을 틀었다. 콸콸, 학생들이 없어 고요한 학교에 수돗물소리가 유난히 거세게 들렸다. 여왕의 대리인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여러 능력을 가지고 있었고, 스스로 그 이름을 포기하면서 현재는 많은 것을 내려놓은 상태긴 하지만 아주 기본적인 것도 못하는 건 아니었다.

 

 일반인에게 입문식 정도는 해줄 수 있을 터였다. 단아는 어쩌다 이렇게 되었나 싶어서 조금 음울해지는 기분을 느꼈다.

 

 "잘 들어."

 

 불을 켠 앙초를 빈에게 건네면서 단아가 말했다. 일단 그것을 받아든 빈은 멀뚱멀뚱하게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대]

 

 후, 낮은 한숨과 함께 단아에게서 뱉어진 첫말에 촛불이 팔랑팔랑 나비처럼 흔들렸다.

 

 [전쟁이 벌어지는 땅에 발을 내딛으니]

 

 나비처럼이 아니었다. 불꽃은 곧 나비가 되어 날개를 크게 펄럭여 초에서 떨어져나왔고 빈은 그만 할 말을 잊고 숨을 멈췄다.

 

 [여왕이 맞이하리라]

 

 단아는 익숙하지만 동시에 낯설기도 한 문장을 내뱉곤 인상을 찡그렸다. 몸 속 피가 쑥 빠져나가는 듯한 기분 나쁜 어지러움증 때문이었다. 수도꼭지에서 나오던 물이 믿을 수 없게도 일반적인 법칙을 무시하고 튀어나와 수 백 개의 물방울로 되어 빈의 주위를 둥그렇게 포위하듯 둘러쌌다.

 

 "으어어억?"

 

 빈은 비명을 질렀다. 불꽃이 사라진 양초의 심지에서 다시 불꽃이 피어나 또 다시 나비가 생겨나고 그 나비는 다시 허공으로 날아들었다. 계속해서 나비가 초에서 생겨나 그의 주위를 맴돌았고 수백 개의 물방울은 정교하게 모여들어 마치 덩쿨같은 문양으로 나비가 자리잡을 곳을 만들었다.

 

 "조용히 좀 해!"

 

 단아의 짜증스런 말에 이 상황에서 어떻게 조용히가 되겠냐며 빈이 항변했다. 물방울이 만들어낸 덩쿨이 형상이 잡히자 투명하게 얼어붙기 시작했고 불꽃 나비가 그 이파리에 앉아 아름다운 광경을 연출했다. 투명한 이파리는 포근한 품을 넓고 동그랗게 벌려 나비를 감싸앉고 얼음의 덩쿨은 그렇게 불꽃의 열매를 품었다.

 

 빈의 손과 팔을 감고 목을 지나 전신을 휘감았던 그 모든 게 그 다음 순간 사라졌다. 불을 품은 덩쿨은 사라지고 정상적인 작은 촛불이 양초위에서 위태롭게 흔들리고 콸콸 수돗물이 쏟아지는 소리가 들렸다.

 

 "축하해, 쉽게 보지도 듣지도 못하는 세상에 들어온 걸 말이야."

 

 단아가 그렇게 말하며 물을 잠궜다. 빈이 뭐라 입을 열려는 순간 갑자기 쿵쿵거리는 무언가가 달려오는 듯한 소리가 귀에 사납게 박혀왔다.

 

 쿵ㅡ쿵ㅡ쿵

 

 "끝났으면 빨리나와!"

 

 은랑의 목소리에 단아가 빈을 이끌고 밖으로 나왔고 이내 두 사람은 먼저 뛰는 은랑의 뒤를 따랐다.

 

 "이게 대체 무슨 소리에요?"

 "발케야. 네 발 달린 강아지."

 "대체 그게 뭐고 당신들은 누구냐구요!"

 

 "그렇게 궁금하면 일단 뒤를 돌아봐."

 

 은랑의 냉랭한 목소리에 빈은 고개를 돌렸다가 허억! 소리를 내며 다시 고개를 돌리곤 다리에 힘을 주어 달리기 시작했다. 2m는 거뜬히 넘고도 남을 뿔 달린 검은 괴물이 노란 눈을 빛내며 그들을 쫒아오고 있었던 것이다.

 

 꺾어진 복도를 돌고 3학년 교실 쪽으로 뛰기 시작하면서 은랑이 헉헉 거리면서 말했다.

 

 "과학탐구동아리…. 정식 명칭은 헉헉, 미스테리 클럽(Mystery club). 우리는 저런 걸 사냥하는 퇴마부 비슷한 거였어."

 "뭐라 구요?"

 

 빈이 괴성을 내질렀다.

 

 "대체 저런 걸 어떻게 사냥하는 건데요!"

 "괜찮아."

 

 단아가 하이힐에 발이 아파 힘에 겨운지 표정을 일그러뜨리며 대답했다.

 

 "여긴, 우리들의 홈그라운드(Home ground)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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