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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셀다 론도
작가 : 녹차양
작품등록일 : 2017.6.19

셀다 론도의 여왕은 왜 죽어야만 했는가.
천 년의 여왕과 지상 최후의 용 이야기.

 
2. 죽음과 용의 세계 (2)
작성일 : 17-06-19 10:31     조회 : 28     추천 : 0     분량 : 4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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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목적이 없는 삶에 대해 알고 있다. 하지만 대개 생명을 가진 존재들은 생명에 끝이 있음을 알기에 그 삶을 가치 있게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무언가를 하곤 했다. 인간은 너무도 찬란한 불꽃과도 같았다. 한 때는 그게 눈이 부셔서 욕심 부리기도 했다. 어떤 일에 열중하고 싶었다. 거기에 내 한 몸을 불사르고 싶었다. 하지만 인간을 흉내 내도 결코 인간은 될 수 없었다. 하늘 위의 태양도, 밤하늘의 별빛도, 대지 위를 흐르는 강물도 모두 언젠가는 끝이 있기 마련인데 자신에겐 그 끝이 허락되지 않았다.

 

 에밀은 마치 잿더미 속의 사그라드는 불씨와 같다. 살아보려 타닥타닥 불꽃을 튀겨보지만 이미 모든 것을 태워버리고 남은 것이 없다. 아무것도 없다. 그런데도 그것이 가장 귀해 보였다. 사라의 얼굴이 떠오른다.

 

 

 「 폐하께선 제 충성이 지나치다고 이야기하시지만 조금도 그렇지 않아요. 」

 

 「 제 삶이 사실 제 것이 아닌 기분을 아세요? 무엇을 해도 나 자신을 사랑할 수가 없어서… 다른 무언가를 사랑함으로써 살아가는, 시시한 일이죠. 그것이 사랑이라고는 단언할 수 없지만 사랑이 아니라면 서글픈 일 일거예요. 이런 쓸모없는 것들도 사랑스러운 것을 사랑함으로써 언젠간 자신도 사랑하게 될 거라 끊임없이 자기 위안하는 일……. 그렇게라도 변하고 싶은 거예요. 변함없이 제자리에 있는 건, 늘 멈춰있다는 건 죽어있는 것과 다를 바가 없잖아요? … 제가 셀다를 사랑하는 것도 그런 이유예요. 뭇 사람들은 이곳이 찬란한 사막 위의 진주라고 하지만 사실은 버림받은 자들의 땅이죠. 저희들은 갈 곳이 없었고 기댈 곳도 없고 그런 것이 허락조차 되지 않은 죄인들이에요. 죽음만을 기다리며 버티던 저희에게 살 길을 주셨죠. 저희는 쓸모없는 것이 아니라 아직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씀해주신 것은 구원이었어요. 그것이… 제가 폐하께 모든 것을 바친 이유입니다. 그걸 위해 목숨을 다해도 전 기쁠 거예요. 」

 

 자신을 더는 사랑할 수 없다는 사라의 공허한 얼굴이 지금의 에밀과 너무도 닮아있었다.

 

 

 "에밀."

 

 그녀도 그런 걸까? 그래서 딸의 죽음에 더 이상 힘을 낼 수 없는 걸까? 그치만 평생 다른 사람을 위해서만 산다는 것은, 그곳에 조금도 에밀 자신에 대한 게 없다는 것 같다. 플로랑스의 고명딸, 사랑받던 에밀 플로랑스는 이제 없는 것처럼.

 

 사라는 끝끝내 자신만을 위한 삶을 살지 못하고 죽었다. 그것은 샤를롯테에게 큰 아픔이었고 그래서 에밀은 그러지 않기를 바라고 있었다. 한편으로는 그렇게까지, 스스로 정신을 놓을 정도로 딸을 사랑한 그 마음이 부럽기도 했다. 그래서 에밀이 마지막까지 살아주었으면 했다.

 

 

 

 

 샤를롯테가 별관을 나왔을 때 해는 완전히 저물어 깜깜한 상태였다. 길을 따라 켜진 등불이 바람에 흔들리고 샤를롯테의 그림자도 춤을 추었다. 하늘을 올려다보면 별이 총총히 박혀 제 자태를 뽐내고 있다. 아직 봄이니 밤은 길 것이다. 하지만 끝나지 않는 밤은 없고 또다시 아침은 온다. 그녀가 멈추어서도 시간은 계속이고 흐를 것이며 그녀가 달려도 어둠은 다시 몰려올 것이다.

 

 

 "야심한 시각에 왜 밖에서 청승이십니까?"

 

 언제 온 것인지 까마귀는 어깨에 숄을 둘러주며 투덜댔다. 살에 닿는 손길이 찬 것으로 보아 계속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다. 샤를롯테는 피식 웃고 말았다. 매사에 대충대충인 것처럼 보여도 할 일은 다 하는 모양이다.

 

 

 "청승이라니. 점점 예의 없게 구는구나."

 

 눈을 흘기며 꾸중해도 까마귀는 조금도 기죽지 않고 무언가를 손에 쥐어주었다.

 

 "이것이 무엇이냐?"

 

 까마귀는 어깨를 살짝 으쓱거리고는 등불을 가까이 가져다주었다. 손에 담긴 것은 붉은 색지로 만든 꽃이었다. 많이 구겨지고 끝이 너덜너덜한 것으로 보아 숱한 시도 끝에 만들었으리라.

 

 "밖에서 기다리며 이걸 만들었느냐?"

 

 "샤를롯테님이 제가 만든 것은 당장 치우라 하시니, 차라리 좋아하시는 꽃 같은 걸 만들어 드리면 받아주실 거라 생각했죠. 어서 들어가시지요. 따뜻한 차를 준비했습니다."

 

 개구쟁이처럼 웃으며 앞장 서는 까마귀의 모습에 순간 누군가가 떠올랐지만 다시 고개를 저었다. 기분 탓이겠지.

 

 

 

 

 

 

 모처럼 일찍 잠에 들었다. 최근 깊은 상념에 젖을라치면 까마귀가 냉큼 달려와 분위기를 띄우려 무던히 애를 쓰는데 그 이유를 모르지 않아 오늘은 자리에 일찍 누웠다. 밤벌레가 찌르르 우는 소리가 처량하다.

 

 

 또 꿈속이다. 마치 비 온 후의 하늘처럼 어둡고 음울하다. 처음엔 스산해서 조금 무서웠었는데 같은 꿈을 계속 꾸다보니 익숙해져 오히려 이곳이 환하면 이상할 것 같았다. 여긴 마치 검은 재로 만든 사막 같았다. 생명체라고는 아무 것도 없고 휑한 바람 소리만 흩날렸다. 꿈은 무의식의 발현이라더니 삭막해진 이샤숲을 보고서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아 이런 장소를 꿈꾸는 것 같다.

 

 자신은 맨 발로 서 있다. 발끝으로 흩어지는 검은 모래들의 감촉을 느끼며 큰 바위가 있는 쪽으로 걸어가 본다. 마치 처음 하우드를 만나러 갔을 때처럼, 무너진 건물 잔해에 기대어 하늘을 바라보는 그가 그곳에 있다.

 

 

 〔하우드.〕

 

 작게 부르는 소리에도 그는 또렷이 시선을 맞추어 온다. 붉은 눈동자. 하우드는 나른하게 미소 지으며 가만히 있었지만 자신을 부르는 것 같은 느낌에 홀리듯 다가서면,

 

 〔샤샤, 오늘은 일찍 왔네.〕

 

 마치 오랜 시간 못 본 사람처럼 격정적으로 끌어안았다. 이마에, 눈에, 코에, 입술에 자꾸 입맞춤을 하며 마치 으스러뜨릴 것처럼 더더욱 세게 안았다. 처음엔 놀라서 도망가곤 했었는데 꿈에서의 하우드가 진한 스킨십을 하는 것은 자신이 무의식에서 바라서 그런 건가 싶어 저항을 그만 두었다. 오히려 익숙해지니 아늑한 기분도 들었다.

 

 〔오늘도 하루 종일 책만 읽었나봐. 눈이 발갛잖아.〕

 〔응…〕

 

 나직하게 추궁하는 말을 대충 흘려듣고 하우드의 목에 팔을 감고 몸을 기대어본다. 예전의 하우드는 자신보다도 부끄러움이 많아서 덥썩 안기려고 하면 버럭버럭 화를 냈는데. 사실 자신은 자상한 하우드를 더 좋아하는 게 아닐까.

 

 

 〔또 다른 생각이군. 샤샤, 넌 너무 생각이 많아. 쓸데없는 고민도 많고.〕

 

 꿈속의 하우드는 정말 상냥해서 말은 가시 돋쳤으면서 등을 도닥이는 손길은 따스했다. 그럼 자신은 더더욱 하우드를 그리워하고. 지금 하우드는 홀로 외로이 지내고 있겠지. 사교성도 나쁘고… 마치 여기처럼 황량한 곳이면 저절로 우울해질 수밖에 없을 것 같다.

 

 〔하우드.〕

 

 웅얼거리듯 이름을 뱉으면 또 이마에 입을 맞추며 '그래,그래.'하고 응대해준다.

 

 〔지금 어디 있는 걸까… 아무리 찾으려고 해도, 단서는 하나도 없고… 기억에 남은 것도 없고…… 보고 싶다. 〕

 

 〔그렇게 무리하면서 날 찾을 필요 없어. 〕

 

 역시 듣기 좋은 말만 해준다. 처음부터 기대하지도 않아서 가만히 안겨 있는데 점점 피로가 몰려온다. 꿈에서 깰 징조이다. 가물가물해지는 의식 너머로 하우드의 낮은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 곧 내가 널 데리러 갈게.

 

 

 

 

 반짝 눈을 뜨니 아침이었다. 세안용 물수건을 가져오던 사제와 눈이 마주치자 사제는 과할 정도로 몸을 파드득 거렸다.

 

 "시, 신녀님! 안녕히 주무셨, 아, 아니, 오늘도 아름다우세요, 그, 어…"

 

 샤를롯테는 몸을 반쯤 일으켜 사제가 바들바들 떨리는 손으로 건네는 물수건을 받았다. 사제는 처음 보는 얼굴이었는데 이상할 정도로 떨고 있었다.

 

 

 "그대는 처음 보는데, 이름이 무엇이냐."

 

 "예? 아, 미천한 소인의 이름을, 그, 타냐라고 합니다!"

 

 "왜 그리 떨고 있지? 난 그대를 잡아먹지 않는다."

 

 정말 궁금하여 여상하게 물어보니 타냐는 움츠린 어깨를 펴고 불쑥 고개를 치켜들었다.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빛내면서.

 

 "전부터, 전부터 꼭 신녀님을 뵙고 싶었어요! 그런데 막상 뵈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서… 정말로요!"

 

 

 부담스러운 표정에 주춤 뒤로 물러서자 해맑은 낯으로 더 가까이 다가왔다.

 

 "내게 무슨 볼 일이 있더냐?"

 

 얼굴이 한뼘 정도로 가까워 졌을 때 까마귀가 용감한 자태로 들어와 사제를 한 손으로 휙 끌어냈다.

 

 "신녀님께 아침부터 무슨 패악이냐. 할 일 다 했으면 썩 나가."

 

 까마귀는 더없이 싸늘한 얼굴이었는데 타냐는 눈치가 없는 건지 다시 생글생글 웃으며 무릎걸음으로 다가왔다.

 

 "신녀님은 샤를롯테님의 가호를 받아 마법에 능통하시다고 들었어요! 정말인가요? 제 꿈이, 한 번이라도 좋으니까 마법을 보고 싶은 것이어서…!!"

 

 까마귀에게 바닥에 거칠게 내동댕이쳐져 엉치가 아파보였는데도 타냐는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처음의 부끄러움은 어디 갔냐는 듯했다.

 

 "신녀님이 너 하나 좋자고 힘을 쓰셔야겠냐."

 "이거 놔요! 이익!"

 

 "너 같으면 놓겠냐? 바보같긴."

 

 결국 지나친 무례에 까마귀가 사제의 뒷덜미를 잡고 질질 침실 밖으로 끌어냈다. 신녀님! 신녀님! 간절한 외침이 복도로 점점 사라졌다. 샤를롯테는 얼이 빠진채 멍하니 있었다. 전부터 생각했지만 이곳의 사제들은 정말 감정에 솔직한 면이 있는 것 같다.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차가운 물수건으로 얼굴을 찬찬히 닦으니 잠이 다 깨버렸다.

 

 요란한 아침이었다. 오셀롯이 돌아오기로 한 날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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