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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태양이 걷는 순례길
작가 : 에스뗄
작품등록일 : 2017.6.18

인생이라는 고달픈 순례길에서 맞닥뜨린 뜨거운 태양 하나. 어둠 속으로 달아나는 그믐달 진해연과 그녀를 쫓는 태양 문도준. 과연 태양과 달의 사랑은 이뤄질 수 있을까?

 
022. 기분 좋은 느낌(4)
작성일 : 17-07-05 22:20     조회 : 27     추천 : 1     분량 : 4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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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드디어 녹음 당일, 나는 평소보다 가뿐한 기분으로 잠에서 깼다. 밀가루의 조언에 따라 어젯밤 스트레칭과 목 관리를 하고 잠든 덕분이었다.

  밀가루는 새벽에 먼저 녹음하고 촬영장으로 떠난다고 했다.

 

 "지금이 8시니까 이미 촬영장에 도착했겠네."

 

  ~♬♪

 

  띵동, 문자의 도착을 알리는 맑은 소리가 머리맡에서 울렸다. 침대에서 일어나 문자를 확인한 나는 웃음을 터뜨렸다.

  엄한 표정으로 팔짱을 낀 상현 선생님 옆에서 무릎 꿇고 손을 든 밀가루의 사진이었다. 입술을 쭉 내밀고 금방이라도 눈물을 떨어뜨릴 것 같은 모습이 꽤 익살스러웠다.

  모든 것이 처음인 나를 위한 작은 배려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귀여운 녀석."

 

  두 시간 뒤.

 

 "안녕하세요."

 "어, 왔어?"

 

  이틀 만에 만난 상현 선생님은 새벽부터 작업이 이어져 피곤한 모습이었다. 그런데도 자신의 눈을 작은 초승달로 만들고 나를 맞아주었다.

  녹음 부스에 들어가기 전, 나는 컨트롤룸에서 엔지니어가 작업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거짓말 탐지기의 파동을 닮은 그래프가 가득한 화면이 엔지니어의 손에서 재탄생하는 모양은 언제나 신기하다.

  대학 때부터 홈레코딩을 하다 아예 이쪽으로 전향한 후배 덕에 내게는 이 광경이 낯설지만은 않다.

 

 "해연 씨는 녹음실이 별로 신기하지 않나 봐?"

 "아는 동생이 엔지니어라 몇 번 구경해봤거든요."

 "오호, 무슨 엔지니어?"

 "믹싱(Mixing)이요."

 

  내게 가볍게 질문을 던졌던 상현 선생님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의 두 눈이 내게 제법이라 말하고 있었다. 제가 이런 사람입니다. 후훗.

  엄지와 검지 손가락으로 턱을 매만지던 선생님은 아예 내 옆자리에 앉았다. 시선은 엔지니어에게 향한 채였다.

 

 "어쩐지. 그래서 아까부터 콘솔을 눈여겨보고 있었구나."

 "한번씩 어깨너머로 본 것뿐이라 잘은 몰라요."

 "그 친구는 어떤 스타일이야?"

 "주로 인디밴드랑 작업하는데 그쪽에선 꽤 알아주는 것 같더라고요. 계속 공부해서 프로듀서가 되는 게 꿈이래요."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답했다. 내가 아는 것은 여기까지였기에 만약 이 이상의 질문이 들어오면 만족스러운 답을 줄 수 없을 게 분명하다.

  내 답을 주의 깊게 들은 상현 선생님은 턱을 쓰다듬으며 잠시 생각에 빠졌다.

 

 "내가 아는 사람 중에도 비슷한 녀석이 있는데. 한번 만나보라고 하면 좋겠네."

 "제 친구는 지금 외국 여행 중이에요. 한국 오면 소개해드릴게요."

 "좋아. 그럼 일단 우리의 일부터 해볼까?"

 

  녹음부스에 들어온 나는 미리 녹음된 밀가루의 목소리를 듣고 화음에 맞춰 소리를 덧입히기로 했다. 다른 사람의 목소리에 내 목소리를 덧입힌다는 것 자체가 참 신기하다.

  새삼 기계의 힘이 대단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어제와 같은 두근거림을 느낄 수 없어 내심 아쉬운 기분이 들었다. 게다가 과연 나 혼자서 잘할 수 있을까?

 

 '우연히 마주친 너를 돌아보았을 때, 너는 향기만 남기고 사라졌지.'

 

  하지만 헤드폰을 통해 들려오는 노래를 듣자마자 나는 그것이 기우였음을 깨달았다.

  어제는 동시에 노래를 불러서 잘 몰랐는데, 헤드폰을 통해 귓속으로 온전히 들려오는 그의 노래는 상상 이상으로 멋졌다. 담백하고 감미로운 그의 음색에 가장 잘 어울리는 노래를 만난 듯했다.

  나는 그의 손길이 가득 담긴 악보를 펼쳤다. 마치 손을 잡고 이끄는 듯한 그의 목소리를 따라, 그리고 악보에 담긴 그의 흔적을 따라 나의 목소리를 덧입히기 시작했다.

 

 '이 노래는 아주 오랫동안 서로를 알아보지 못했던 두 연인의 독백이자 대화예요.'

 

  어제 밀가루는 드라마를 보지 않은 나를 위해 두 주인공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나는 건우를 사랑하는 소희라는 여자가 되어 노래를 불러야 했다.

  오랜 시간을 돌아 만난 인연에게 쉽게 다가설 수 없는 여인의 마음, 모든 것을 묻어둔 어둠 속에서도 여전히 빛나는 남자를 바라보는 마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마음.

  나와는 다른 삶이지만 소희라는 여인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아무도 모르게 그녀의 이야기에 나의 마음을 살며시 더해보았다.

  나는 해낼 수 없었지만, 앞으로도 하지 않을 테지만 그녀만큼은 나를 대신해 자신의 사랑을 온전히 이뤄내길 바라며.

  자신의 향기와 빛을 알아봐 주는 그와 행복하길 바라며.

 

 "계속 나만 비춰줄래. 오직 하나 내 사랑 널 찾을 수 있도록."

 

  녹음 부스에서 나온 나는 두 눈을 비볐다. 분명 부스에 들어가기 전에는 두 사람뿐이었던 컨트롤룸에 한 명이 더 늘어나 있었다.

  드라마 촬영을 마치고 바로 온 것인지 말끔한 화장을 하고, 하늘색 와이셔츠를 팔목까지 걷어 올린 밀가루가 내게 손을 들어 인사했다.

  고작 하루를 보지 못했을 뿐인데 나는 반가운 마음에 그에게 달려갔다.

 

 "언제 왔어요?"

 "방금요. 감정이 어제보다 훨씬 좋던데요. 형, 이거 대박 날 것 같지 않아요?"

 "이 몸이 만든 곡인데 당연하지."

 

  심드렁하게 대꾸한 상현 선생님은 자리에서 일어나 내게 하이파이브를 청했다. 짜악, 하고 손이 얼얼하도록 세게 손바닥을 마주친 선생님의 표정이 무척 밝았다.

  다행이다. 적어도 민폐가 된 건 아닌가 보다.

  나는 그들에게서 멀찍이 떨어진 소파에 앉아 숨을 골랐다. 긴장이 풀리니 손이 바드르르 떨린다.

  친절한 밀가루가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 가져다주었다. 풀썩, 옆자리에 앉은 그가 앞에서 작업하는 두 사람을 주시하며 물었다.

 

 "예명은 어떤 거로 하실 거예요?"

 "Luna."

 "스페인어로 달, 맞죠?"

 

  나는 연거푸 물을 마시며 고개로 대답했다. 이 이름 외에는 다른 것을 생각해두지 않았다.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옆자리에 앉은 그가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보는 게 느껴졌다. 나도 지지 않고 녀석을 노려봤다. 뭐, 인마.

 

 "달을 좋아하시나 봐요."

 "네."

 "햇살도 잘 어울릴 것 같은데."

 "전혀요."

 

  1초의 망설임도 없는 답과 함께 나는 고개를 앞으로 돌렸다. 이건 고민의 여지가 없는 질문이다. 햇살이라면 태양이잖아.

  내 이름이 해연이지만 나는 태양과 관련된 것이라면 모두 싫다. 이 녀석은 나의 어떤 모습을 보고 햇살이 잘 어울릴 거라 생각한 거지?

 

 "왜요?"

 "태양은 문도준 씨 같은 사람한테나 어울리는 거예요. 나 같은 사람은 아니에요."

 "태양이라고 항상 눈부시게 환한 건 아니잖아요. 나른한 몸을 맡기고픈 따스한 오후의 햇살도 있어요."

 

  따스한 오후의 햇살이 어떤 거지? 머릿속에 그리기 위해 노력해보지만 아무것도 떠오르질 않는다.

  그래 봐야 태양은 태양이야. 따스히 감싸줄 것처럼 현혹하고는 결국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걸 새까맣게 태워버리지. 그런 잔인한 놈이라고, 태양은.

  그럴 바에는 차라리 달이 나아. 적어도 날 발가벗기지는 않으니까. 여차하면 어둠 속에 숨어버리면 되니까.

 

 "따스한 햇살이 비치는 벤치에 앉아서 살랑이는 바람을 맞을 때, 그 기분 좋은 느낌 아세요?"

 

  밀가루는 마치 지하 녹음실 안에도 따스하고 부드러운 햇살이 비추는 것처럼 눈을 감고 소파에 몸을 맡겼다.

  내 머릿속에는 전혀 그려지지 않는 오후의 햇살이라는 것이 그에게는 피부로 느껴질 정도인가보다.

  정말 기분 좋은 표정을 짓는 그를 보니 뭐라 할 말이 없어졌다. 여느 때보다도 평온한 그의 모습에서 이상하게도 눈을 뗄 수가 없다.

 

 "......"

 "......"

 

  얼마나 지났을까? 계속 눈을 감고 있을 것 같던 밀가루가 갑자기 번쩍 눈을 떴다. 그 바람에 그를 바라보고 있던 나와 정면으로 눈이 마주쳤다.

  나는 깜짝 놀라 몸을 뒤로 떨어뜨렸다. 그 와중에도 밀가루는 내게 맞춘 깊은 눈을 떼지 않았다. 그의 눈빛이 점점 짙어졌다.

  싸우자는 건 아닌 것 같은데 왜 계속 내 눈을 들여다보는 거야? 기분이 이상하잖아.

  밀가루의 시선에 붙잡힌 나는 몸을 움직일 수도 없다.

 

 "왜 그렇게 쳐다봐요?"

 "빛나요."

 "응?"

 "반짝반짝 빛나요. 선생님도."

 

  두근.

  왼쪽 가슴에서 익숙지 않은 움직임이 느껴졌다. 조금 느리고, 조금 무거운 심장박동에 호흡이 아주 조금 불편해졌다.

  가슴의 변화에 신경 쓰느라 나는 내 얼굴이 점점 느려지는 심장박동에 맞춰 아주 천천히 익어가는 것도 알아채지 못했다.

  내게서 눈을 떼지 않은 밀가루가 몸을 일으켜 나와 눈높이를 맞췄다. 어떻게 하면 이런 멘트를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을 수 있는 거지? 드라마 대사 복습한 거야?

  당황스러운 나와 달리, 살포시 반달 모양으로 접히는 그의 눈 안에서 자잘하게 부서진 빛이 사방으로 퍼진다.

  맞아. 햇살이라는 거, 이런 느낌이었어. 햇살을 닮은 그의 미소가 제멋대로 내 가슴을 간질인다.

 

 "옆에 띄워두고, 계속 보고 싶을 정도로."

 

  두근.

  왼쪽 가슴도 아닌 흉부 전체에 묵직한 울림이 퍼졌다. 아무래도 오늘 당장 병원에 가봐야겠다.

 

 

 ♬♪

 햇살이 가득한 오후

 무작정 나 홀로 거리를 나설 때

 우연히 마주친 너를 보았을 때

 

 집으로 돌아가는 길

 너를 만나러 가는 길

 

 싱그런 바람이 나를 스쳐 갈 때

 나란히 우리가 발맞춰 걸을 때

 좋은 느낌 라라라랄라 모두 다 함께

 

 Hey, One Two Three

 기분 좋은 발걸음 따라

 Just Step By Step

 기분 좋은 느낌을 따라

 

 나와 노래해 라랄라랄라

 Step By Step

 

 ♬♪제이레빗 - 기분 좋은 느낌

 
 
자신만의 이미지를 등록해보세요
과하객 17-07-07 11:19
 
제목처럼 기분 좋은 느낌의 장이네요. 계속 부탁합니다.
     
자신만의 이미지를 등록해보세요
에스뗄 17-07-11 01:28
 
기분 좋게 읽어주셔서, 기분 좋은 댓글로 힘을 주셔서 고맙습니다. 마지막까지 함께 걸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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