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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태양이 걷는 순례길
작가 : 에스뗄
작품등록일 : 2017.6.18

인생이라는 고달픈 순례길에서 맞닥뜨린 뜨거운 태양 하나. 어둠 속으로 달아나는 그믐달 진해연과 그녀를 쫓는 태양 문도준. 과연 태양과 달의 사랑은 이뤄질 수 있을까?

 
019. 기분 좋은 느낌(1)
작성일 : 17-07-05 22:13     조회 : 25     추천 : 1     분량 : 4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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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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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 6

 

  여름밤을 밝히는 가로등 아래 두 남녀가 마주 섰다.

  남자가 한 발짝 다가서면 여자는 그만큼 물러선다. 좁혀질 듯 결코 좁혀지지 않는 둘의 거리.

  두 사람의 사이로 더운 공기를 담은 바람이 스친다.

  여자의 바로 앞까지 다가선 남자는 그녀의 보드라운 볼에 가만히 손을 얹는다. 무덤덤하지만 애정이 담긴 손길에 여자는 굳은 얼굴로 남자를 올려다본다.

 

 "잊을만하면 생각나고, 생각나면 보고 싶고, 보고 있으면 만지고 싶고. 그렇죠?"

 "무슨..."

 "내가 그렇거든."

 

  남자는 여자의 볼을 감싸던 엄지손가락으로 그녀의 입술을 부드럽게 매만진다. 혹 힘을 주면 터지기라도 할까, 조심스레 자신의 입술을 훑는 그를 바라보는 여자의 눈빛이 흔들린다.

  작게 흔들리는 그녀의 눈에 시선을 고정한 남자가 옅은 미소를 그린다. 호를 그리는 매혹적인 입술 사이로 부드러우나 단호한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우연이란 이름 뒤로 도망치지 마요. 아니, 이젠 그것도 상관없네."

 

  그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 여자는 고운 미간을 찌푸린다.

  알려줄 듯 말 듯, 애를 태우던 그가 입을 벌린 채 굳어버린 그녀의 귓가에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속삭인다.

 

 "내가 따라가서 반드시 인연으로 만들테니까."

 

  여자는 귓속을 가득 메우는 매혹적인 저음에 몸을 떤다. 바르르 떠는 자신의 턱 끝을 올려 든 남자와 눈이 마주친 여자는 아랫입술을 세게 깨문다.

  그가 고혹하고 오만한 눈을 그녀에게 내린다. 하얀 잇새에 붉게 부은 입술 위로 촉촉한 제 입술을 내린다.

  아주 찬찬히, 닿을 듯 말 듯 애를 태우던 그가 깊은 한숨과 함께 그녀를 덮는다.

  또다시 뒷걸음질 치는 그녀의 허리를 붙잡아 제게 밀착한 그는 도망칠 생각은 말라는 듯, 그녀를 향해 더욱 깊숙이 자신을 밀어붙인다.

  가로등 불빛 아래 절대 가까워지지 않을 것 같던 두 그림자가 하나를 이룬다. 미세한 틈조차 허락지 않겠다는 듯 하나가 된 그림자는 가로등에서 뻗어 나온 불빛마저 잠식해간다.

 

 "저걸 이틀 만에 연습했다고? 미쳤네."

 

  차에서 연습할 때와는 전혀 다르잖아.

  그의 눈빛은 더욱 진득해졌고, 한층 더 낮아진 목소리는 그만큼 더 매력적이었다. 오늘 처음 본 나도 건우라는 캐릭터에 반할 정도로, 그의 연기는 좋았다.

  게다가 이렇게 농밀한 키스신이 있었을 줄이야. 심지어 잘하잖아! 과연 저것이 연기일까 의심스러울 정도로.

  내 얼굴이 붉어지는 이유는 아빠랑 보기가 남사스럽기 때문이다. 절대 다른 이유는 없다고.

 

 Trrrrr...

 

 "네. 진해연입니다."

 -네. 문도준입니다.

 "밀가루?"

 -...밀가루?

 

  헉, 나도 모르게 내뱉은 은어를 그가 그대로 따라 했다.

  아마 자기를 지칭하는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하고 코를 찡긋거리고 있겠지.

 

 "아, 아니에요. 문도준 씨가 웬일로..."

 -우리 잠깐 볼 수 있을까요?

 "언제요?"

 -지금.

 

  지금, 롸잇나우?

  자기 할 말만 하고 끊겨버린 전화에 나는 뭐라 반박할 수도 없었다. 나는 얇은 카디건 한 장만 걸치고서 의심 반, 호기심 반 집 앞으로 나갔다.

  밖에 서 있던 성진씨 가 인사도 나누기 전에 검은색 밴의 문을 열고 다짜고짜 나를 태운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리고, 얼굴의 절반을 스냅백으로 가린 하얀 달이 둥실 떠오른다.

  나오라 해서 오긴 했지만, 막상 TV에서 튀어나온 얼굴을 보고 있자니 적응이 안 된다.

  단정한 세미 정장 차림의 드라마와 달리 단색 셔츠에 무릎이 찢어진 청바지, 컨버스화를 가볍게 매치한 것도 그 이유 중 하나였다.

 

 "늦은 시간에 죄송해요."

 "아니에요. 무슨 일이에요?"

 

  머쓱한 웃음을 지은 밀가루가 불쑥 작은 상자를 내민다. 따뜻한 온기가 느껴지는 상자에서는 고소한 기름 냄새가 새어 나왔다.

 

 "일단 이것 좀 드세요."

 "뭔데요?"

 "좋아하시는 것 같아서 사 왔어요."

 

  밀가루가 동그란 눈을 반으로 접으며 상자를 열었다. 상자를 열자마자 고소하고 달콤한 냄새가 코를 확 덮쳤다.

  아름답게 태닝한 몸을 동그랗게 말고서 고운 자태를 자랑하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츄러스였다.

 

 "이태원에서 제일 유명한 집에서 사 온 거예요요."

 

  보기만 해도 바삭한 식감이 느껴지는 츄러스와 작은 컵에 담긴 초코 푸딩을 보니 말라가가 생각났다.

  정말 맛있었지. 그때만큼은 아니겠지만 따뜻할 때 먹으면 맛있겠네.

  그런데 이상하게 선뜻 손이 가질 않는다. 까만 눈을 연신 접으며 나를 바라보는 저 남자도 그렇고, 괜히 기분이...

 

 "불편하네."

 "뭐가요?"

 "이상하잖아요. 몇 번 만나지도 않았고, 앞으로 만날 일도 없는 사람이 한밤중에 갑자기 찾아오는 것."

 "그건..."

 "게다가 이런 걸 주는 이유가 뭐죠? 합당한 이유 없이 덮어놓고 받기는 상당히 불편해요."

 "우와, 철벽녀. 거봐. 내가 안 통할 거라고 했지?"

 

  운전자석에 앉은 성진 씨가 백미러로 밀가루를 보며 혀를 찼다.

  밀가루는 이리저리 눈을 굴리며 마른세수를 하더니 이내 결연한 표정으로 모자를 고쳐 썼다.

 

 "그럼 정공법으로 가죠, 뭐."

 

  그가 흔들리던 까만 눈을 가만히 들어 올려 나를 응시한다.

  거짓이라곤 먼지 한 톨도 없을 것처럼 맑고 맑은 눈. 도대체 무슨 말이길래 이렇게까지 하는 거야?

 

 "선생님, 저랑 듀엣 하실래요?"

 "듀엣? 그쪽이랑 나랑 둘이?"

 "제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드라마 OST를 부르는 거예요."

 

  드라마라면 아까 그, 쪽쪽! 물고 빨고 아주 난리 났던 거? 나보고 그 발그레하고 발끝이 오그라드는 드라마의 OST를 부르라고?

 

 "그걸 왜 제가 불러요? 상대 배우랑 불러야죠."

 "지난번에 우리 같이 노래 부른 적 있었잖아요."

 

  아마도 스페인에서의 마지막 날 밤, 펍에서 등 떠밀려 노래했던 일을 말하나 보다.

 

 "작곡가 형이 그때 영상을 보고서 같이 작업하고 싶다고 하시더라고요."

 "안 해요."

 

  그의 반듯한 눈썹이 한순간에 내려앉는다. 어렸을 적 키웠던 강아지마냥 풀썩 내려앉은 표정이 안쓰러울 정도다.

 

 "왜요?"

 "제 이름으로 사람들 앞에 나서는 거 싫어요."

 "이름은 예명을 쓰면 되죠."

 

  예명이든 뭐든 사람들이 나란 존재를 아는 것 자체가 싫다고. 너처럼 온 세상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사람은 모르는 사소한 고통이 있단다.

 

 "그리고 전 노래를 배워본 적도 없어요. 그 유명한 공기 반 소리 반도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듣거든요."

 "괜찮아요. 제가 있잖아요."

 "그런 문제가 아니에요."

 

  나의 완강한 거부에도 밀가루는 포기를 몰랐다. 뭐가 이렇게 끈질겨.

  지친 내가 문을 열기 위해 손을 뻗으려 할 때, 그가 마지막으로 비장의 카드를 꺼내 들었다.

 

 "저도 그냥 해달라는 건 아니에요. 같이 노래한 만큼 음원 수익은 선생님한테도 갈 거예요."

 "...음원수익?"

 

 

 *

  도시락을 들고 선 내 앞으로 검은색 밴이 미끄러지듯 멈춰섰다.

  창문 안에서 나온 매끈한 손이 도시락을 받았다. 섬섬옥수의 주인공은 선글라스로 뒤덮은 얼굴을 내밀어 인사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일주일째 하루가 멀다하고 도시락을 받아가는 이 녀석.

 

 "드라마 촬영 안 합니까?"

 "밤샘촬영하고 잠깐 눈 붙이러 가는 길입니다."

 "지금 이 시각에?"

 

  현재 시각 오전 10시.

  뼛속까지 올빼미족인 나도 이 시간에 자러 가진 않는다. 지금 자고 일어나면 하루가 다 지나가 있는 거 아냐?

 

 "잘 먹을게요. 아, 난 같이 주는 차가 좋더라."

 "오늘은 애플 시나몬이에요. 계피 막대 넣어뒀으니까 너무 진하면 빼고 드시고요."

 "오, 나 애플 시나몬 진짜 좋아하는데!"

 

  그놈의 단골이 뭔지.

  거의 매일 도시락을 시키는 탓에 함께 나가는 차도 매일 다른 것으로 담아야 했다.

  어제는 결국 인터넷에 들어가 문도준 연관검색어에서 애플 시나몬 티를 찾아내기까지 했다. 더불어 그가 단 것을 좋아하는 초딩 입맛이란 사실도 알게 됐다.

  상남자 몸을 만드는 데 입맛이 초딩인 게 가능한가 싶구먼 팬들은 그것도 귀엽고 멋있단다. 그들 눈에는 뭔들 안 멋있겠어.

 

 "매일 여기까지 오는 걸 보니 국내 최고 아이돌도 별로 안 바쁜가 보네요."

 "어라, 여기 다크 안 보이세요?"

 

  그가 거친 손길로 선글라스를 벗고는 흥분으로 커진 두 눈가를 가리켰다.

  글쎄. 다크서클은 잘 모르겠고 볼 때마다 피부가 더 뽀얘진다는 건 알겠네. 어느 피부과를 다니면 이렇게 되는 거야?

 

 "드라마 촬영에 CF, 화보, 인터뷰까지... 잘 시간도 부족한데 선생님 만나러 오는 거라고요."

 

  밀가루가 창틀을 두 손으로 붙잡더니 그 위에 턱을 살포시 얹었다. 하얀 피부와 대조되는 붉은 입술을 쭉 내밀고 올려다보는 모양이 영락없는 강아지다.

  여기 아기 재패니즈 스피츠 한 마리가 고개까지 삐뚜름하게 기울여 나에게 동정을 구한다.

  그래서 어쩌라고요? 바쁘면 여기까지 안 오면 되잖아.

 

 "아아, 피곤하다. 내일모레 녹음 파트너도 못 구했는데 이 몸은 뭘 잘했다고 잠만 쏟아지는지."

 "지금 나 들으라고 하는 소리예요?"

 "아니에요. 까짓거 선생님이 거절해서 녹음 못 하면 감독님한테 혼나면 되죠. 그러고 피곤에 스트레스까지 쌓여서 쓰러지기라도 하면 드라마 촬영 펑크내면 되고요."

 "얼씨구?"

 "촬영 못 하면 결방하면 되고, 그러면 시청률 떨어지고, 시청자한테 욕먹고, 지금껏 쌓아온 이미지 하락하고, 또..."

 

  오늘은 아주 작정을 하고 온 모양이다.

  아니, 내가 노래 파트너 거절했다고 드라마 시청률에 자기 이미지까지 도미노로 무너지는 건 무슨 억지야?

  나 참, 나 같으면 일주일 내내 이렇게 찾아와 억지 부릴 시간에 다른 파트너를 찾겠다. 이젠 내가 다 지친다.

 

 "그리고 또..."

 "알았어요, 알았어! 하면 되잖아요!"

 

  점점 구겨져 가던 그의 얼굴이 자포자기한 나의 대답에 활짝 폈다. 그가 햇살처럼 밝은 표정으로 문을 덜컥 열고 새끼손가락을 내밀었다.

 

 "약속해요!"

 "알았다고요. 이제 됐죠?"

 

  새끼손가락을 꼭꼭 건 밀가루 녀석이 씨익 웃으며 나를 휙 잡아당겼다. 그 바람에 중심을 잃고 앞으로 고꾸라질 뻔했다. 이 시키가 진짜!

  바닥을 향해 쓰러지는 나를 가뿐히 잡은 그가 도와준답시고 자신의 품으로 당겼다. 덕분에 나는 엉덩이만 뒤로 쑥 내밀고 엉거주춤한 자세로 안긴 듯 안기지 않은 상태가 되었다.

  이 망할 놈이 나를 내려다보고는 또 사악한 웃음을 짓는다.

 

 "그 전에 같이 해야 할 일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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